품격 있는 사람들의 말 습관 -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언어의 법칙
스쿤 지음, 박진희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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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사람들의 말 습관 : 말 잘하고 싶다! 그럼 일단 원리를 깨우치자!

 

 

 


 

*츨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말하기 능력이 직장생활에서 기본 업무능력과 동일한 수준의 필수 요소라는 점은 대부분 동의한다.

내용과 형식이 잘 어우러져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 업무의 완결성이 필수 조건을 맞추듯, 업무에서 하고자 하는 목표와 내용을 말의 형태로  (또는 글로) 표현하여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은 하나의 완성형으로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한쪽 기능이 우위를 가진 사람은 이런 저런 말로 더 중요한 요소를 앞에 내세우며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컨텐츠와 결과물, 두가지 요소를 다 잘하고 조화롭게 완성시키는 사람만이 목표를 달성한다.

 

단기 대안과 중장기 계획 중 어떤 플랜을 제시하는데 강점이 있는 사람이 유리할까?

이는 말의 내용과 표현법의 우선 순위를 따지는 경우와 유사하다.

 

(일단 중장기 계획을 잘하려는 사람은 단기 대안이라도 똑 부러지게 내놔야 상사의 인정과 도전의 기회를 잡지 않을까?)

 


둘 다 중요하다는 정답은 잠시 접어두고 그래도 더 중요한건 말하기에서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언변이 뛰어나도 논리와 근거가 부족한 사탕발림의 발표를 믿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계획은 훌륭한 연설과 설득이라는 2차 관문을 통과해야 결실을 맺는 법이니 이 책을 통해서는 말하기의 속성과 잘하는 방법을 주로 다루고 있다.

효과적으로 머리 속에 든 컨셉과 생각을 표현하거나, 열심히 작성한 자료로 임원진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조금은 과장되고 때로는 트릭을 써야 하지만 결과를 모두가 만족시키는 말하기 습관과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런 이중성은 논리와 감정이라는 요소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작용된다.

좌뇌와 우뇌가 밸런스를 맞춰서 더욱 완벽한 마무리를 해낼 수 있듯, 논리와 감정을 적절히 조정하여 말을 듣는 청자에게 설득력을 배가 시켜야 한다.

내 경우에는 감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라 저자가 알려주는 논리적으로 말하게 5단계에 주목할 수 있었다. 말하는 과정에 북마크를 달 경우 전체의 항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중간에 다른 길로 새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기존 말하기에 이런 웨이 포인트를 설정하는 일은 본능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의도를 가진 북마킹을 통해 설득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의 전반 내용은 어려운 편은 아니다.

그러나 말하기의 핵심 비법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에 다른 책이나 강의를 통해 말하기에 자신 있던 사람이라도 잘못 알고 있거나 보충하여 새겨들을 팁과 요령이 자주 눈에 들어와서 책을 읽는 내내 동기부여가 된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게 적절한 삽화를 통해 재미 요소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단계별 성숙 과정이 필요한 설정이라면 그림과 함께 개념도가 그려져 있어, 글로 읽는 내용을 머리속에서 정리하여 저장할 수 있다.


실제 대화에 필요한 유추 같은 복잡한 개념은 실제 사례와 용례를 들어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셋팅이 되어 있다. 


말하기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하거나 어느 정도 기초를 다진 사람이라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배려된 내용인 동시에 중급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빠진 기술의 팁들을 요긴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다른 책에서도 만나 적이 있는 “거울 뉴런”이 일상생활 여기 저기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미국과 일본 자기계발서들이 주류를 이루던 번역서에 차츰 중국의 침공이 시작되고 있다.

기존에 익히던 방향성과 미세하게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보니 신선한 배움이 된다. 앞으로도 좋은 책들이 번역되어 역량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AI로 만든 조잡한 책이 범람하는 요즘, 쉽고도 요긴한 책을 만나기 어려운데 중국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베스트셀러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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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크라이시스 - 돌아온 트럼프, 위기의 중국
오세균 지음 / 파라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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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크라이시스 : 중국굴기의 현재와 미래, 중국을 통해 한국의 읽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역사는 우리의 모든 결과물을 관통한다.

먼 나라의 움직임조차 시간의 차이만 다를 뿐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연관성을 갖는게 국제의 역학관계인데, 바로 지척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 나라의 운명의 실이 꼬이고 얽힐 수 밖에 없잖은가.

질과 양, 두 가지 측면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거대한 상징으로 여겨지는 중국은 더욱 우리 삶에 영향을 끼쳐왔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우리가 그들을 한 수 아래로 본 사례는 근 50여년 사이가 유일하다.

우스개 소리로 “지금은 한국사람들이 중국사람에게 발 마사지를 받고 있지만, 몇 년만 지나면 그 반대가 될 거다.”라는 역전 현상에 대한 공포는 이미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된 현상이다.

최강대국 미국조차 두려움에 떨 만큼 강력한 경제성장력과 세계 시장 지배력은 서비스업과 미래산업에만 골몰했던 미국이 제조업을 재조명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더 나아간 한번 낙선한 대통령이 두번째 당선에 이르는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미국의 평범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과거 일본보다 더 무섭게 자국을 압박하는 중국에게 어퍼컷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는 지도자는 “트럼프”뿐이라고 믿을 수 밖에.

 

급격한 성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허덕이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기 힘든 중국의 속사정은 대외여건과 별도의 영역에서 중국의 공포감을 주고 있다.

과거부터 내부의 불만과 위기를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로 돌파해온 사례가 많았던 만큼 세계 무대의 주도권을 위협받는 중국의 위험한 도전은 “대만의 무력 흡수 통일”이다.

현실성이 떨어진 가상 시나리오로 치부하기에는 중국 내부의 응집된 불만의 힘을 이완시킬 사실 유일한 해결책이다.

 

미국의 경제 제한 정책들 덕에 내버려두어도 비실 비실대기 시작한 중국 경제의 휘청거림은 부동산에서 출발했지만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숨만 고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치명 결과로 가는 최악의 경우 수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머리 회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강대국들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서 새우 등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뿐이지만, 저금리 저물가의 태평성대가 끝난 시점에서 두 세력에 충돌은 우리에게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권력에 대한 집착은 국가를 지치게 한다.

급격한 세태 변화에 두발 벗고 달려도 모자랄 상황에서 자기 다리를 스스로 걸어 넘어뜨리는 치명상을 가했을 때 자칫 영원히 일어날 수 없는 탈골로 국가를 패망으로 이끌 수도 있다.

정치인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의 탐욕이 그들 스스로를 물론이고 국가와 국민 전체의 미래를 발로 차버린 셈이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진핑 권력의 영속성을 위해 숫자는 왜곡되었고, 주변에는 긍정의 시그널만 보내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공동 부유”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불만을 달래고 희망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거대한 땅 덩어리의 중국에서 발생하는 평등의 더딘 진보를 오히려 제 발로 넘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 가능성은 농후하다.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단계가 아닌 국가의 개입, 그것도 권력의 유지를 위한 일방의 조치들은 성공의 길로 나아가기에는 빈약하다.

 


교육열로 대학 졸업생 숫자는 한해 천 만명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일자리로 연결시키는 과정은 고난의 행군인데 여기에 의도를 가진 정책들이 오히려 확대를 막아버릴 가능성은 농후하다.

화려한 캐치프레이즈에 가려 실효 있는 정책은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패권 다툼을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었지만 몇가지 스터디 케이스를 통해 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고, 트럼프의 복귀로 인해 더욱 불화가 깊어 지리라는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 일부 세력에서는 미국을 응원하는 만큼 중국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피고 있지만 국제 역학 관계, 특히 다방면의 이해 상충이 집결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 상황을 고려하며 이거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일부의 자부심이 터무니없다는 예시가 될 수도 있다.

 

대중 수출 약화로 인한 직간접 피해는 이미 한국이 대중국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으로도 증명이 되며, 자체 생산기지 구축으로 인해 그동안 꿀 빨던 한국 화학기업들의 위기가 복잡해지는 경제 전쟁이 양태를 대표한다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중국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 들었다.

너무 일찍 고개를 쳐든 중국을 짓누를 묘안이 마땅치 않았지만, 국가 운영 체제에 따른 기밀과 보안의 취약성을 약점으로 잡아채며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더군다나 인공지능 AI의 상용화로 인해 어느 정도 좁아지던 기술 격차는 현재의 대중 압박으로 미국은 여유를 갖을 수 있게 되었고 중국은 조바심을 내는 판국이다.

양쪽의 밸런스를 잘 맞춰가며 지혜로운 수익 원천의 확보가 필요하던 우리의 방향성은 정치 고려 사항을 우선 과제로 세우며 이념 전쟁 놀이에 빠져 기회를 위기로 바꿔놓았는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2.0 시대 - 우방보다 돈이 되고 이득이 되느냐에 따라 판단을 하는 미국 행정부의 변화된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행보가 필요할지 자명하다.

 

우-러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준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은 세계 외교에서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자국 우선주의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결이 한참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던 두 국가가 한동안은 원수지간까지 갈 일은 없었지만 꽤 소원한 사이였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제재는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며 오히려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불씨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본인의 치적을 위한 행보였던, 새로운 미래의 청사진을 위한 도전일 수도 있는 북한의 개방 문제도 여기에 섞여버리며 중-소-북의 동북아 3대 편대가 한-미-일과 대척 점에 이르는 복잡한 셈법이 되고 말았다. 서로 국경을 맞닿은 우리 입장에서는 그나마 국교 관계가 아직은 서먹하지 않은 중국과의 방향성에 더욱 민감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지정학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중국과 척을 지는 발언과 정책을 펼친다면 외교 문제는 그렇다 치고 당장 경제 위기가 쓰나미로 몰려들 수 밖에 없다.

최근 유통업계를 뒤흔든 중국 저가 상품들의 국내 공급 체인망 구축 같은 사례만 봐도 자국내 필요생산량을 넘어서 처치 곤란한 상품들을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밀어내기 하는 상황에서 각 국 제조업 위기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워도 달래서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러시아에 미운 털이 박힌 상황에서 중국과 중도의 관계를 점하지 않는다면 정치 군사 경제 의존도를 일본으로 옮겨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각 국은 미국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며 달라지는 세계의 변화에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뛰어도 모자랄 판에 잘못된 지도자 한 명으로 인해 뒷걸음질 치는 한국의 미래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근 20여년 한국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견인차를 도맡은 중국의 비상과 몰락이 직접 연계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밸런스 유지를 통해 실익을 가져가는 큰 수를 둘 수 있는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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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
캐럴라인 캠벨 지음, 황성연 옮김, 전원경 감수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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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를 관통한 예슬혼의 세계를 들여다 보다 그리고 발견하다. 인간의 모습을.]

도시라는 인간이 쌓아 올린 최고의 문화 유산 내부에서 예술이라는 아름다움의 향기가 넘나드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도시의 세련됨 이면에는 온갖 추악한 인간 행동 군상의 찌꺼기 들이 방치되어 있고 산업화로 인한 빈민가의 위험한 위생과 파괴되는 환경의 디스토피아 음영도 공존하고 있다. 그런 만큼 도시를 채우는 예술은 새로운 문화 향기가 탄생하는 그릇과 오물을 세척하는 빨래통 또는 정수기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고고한 귀족의 향유가 아닌 더러운 바닥을 기어가며 살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 이슈와 비판을 담아낸 작품들이 더욱 소중해지는 믿음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책에 서술된 도시와 예술의 역사는 인간의 거대한 도시라는 공간의 틀에서 예술의 향기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예쁜 꽃을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으로만 한정되어서는 곤란하다. 인간사의 굴곡과 더럽고 추악한 이율배반의 세태까지 비판으로 담아내는 예술의 향기가 진정 도시에서 요구하고 추앙하는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말로만 듣던 바빌론의 고대 도시부터 지척에 있는 평양의 오묘하고 기괴한 형태의 결과물을 커다란 붓의 한 획이라는 거시시점에서 조망해보는 의미는 바로 이런 시대와 불문한 저항과 예술의 연관 고리를 찾아내려는 시도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멋진 박물관에서 긴 대기 줄로 구경하는 유명 작품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시대 정신을 표출하고 삐뚤어진 예술혼으로 난잡한 캔버스나 공간을 해체하고 결합했던 불운한 천재들의 광기가 더욱 기대되는 시작점 아닐까 싶다.

우리 역시 남과 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평양이란 고도시의 도도한 역사와 예술의 (엇나간) 결합을 너무 냉랭 하게만 바라보고 있는 거 아닐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예술이 미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전통의 관념에서 벗어나 프로파간다의 선전도구로 기막히게 기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상업주의 자본시장에서 예술의 향취 가득한 상업용 광고에 찬사를 보내는 행위가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남한과 북한의 이원화라는 과정이 왕권 국가로 회귀할 뻔한 현재의 어지러운 나라 상황이 먼 공간에서 교차되는 건 단순한 느낌일 뿐 일지.

팍스 로마나의 원대한 꿈을 현실화 시켰던 로마의 도시들과 예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된 원인이 이런 역동성과 변화에 기반하였다.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도시인 “로마”의 잘 알려진 역사 이면에 숨어있던 정치 체계와 문화의 변동은 통사 위주로 역사를 이해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권력 쟁탈을 위해 사회제도와 문화, 더 나아가 예술의 가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배냉은 서아프리카에 존재했던 도시로 지금은 나이지리아 지역에 있던 대규모의 도시다. 당시 유럽의 어느 도시와 견주어 봐도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던 문화와 결실을 표출했지만, 아쉽게도 서구 열강의 약탈로 인해 그들의 위대했던 유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미국/유럽/중국 중심의 세계사에 길들여진 탓에 등장하는 왕이나 지역의 이름은 낯설고 머리 속으로 바로 입력되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는 지역들에 번성하던 문명과 그들의 도시, 예술을 연결하여 바라 보는 과정은 마치 신대륙을 처음 발견하는 설레임이 있다. (사실 신대륙이라는 단어조차 지극히 서구의 시선이지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강렬한 목마름은 바로 이렇게 아는 범위 훨씬 밖에 서있던 새로운 진실의 순간과 마주했을 때 아니던가. 제주 아프리카 박물관의 전시품들에 느꼈던 토속과 샤머니즘으로 뒤범벅된 원시 냄새 풀풀 나는 편협한 느낌에서 벗어나 한 세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숨어있는 왕국에 대한 전설을 찾아나서는 추가 독서도 한 번쯤 꿈꾸게 된다.

역시 세상의 중심은 뉴욕이다.

미국의 역사 속에 한 도시의 영광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민자들이 처음 보는 아메리칸 드림의 첫 장면으로 더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유럽의 시간이 만들어낸 문화 유산에 대해 부럽기만 하던 미국의 자존심을 세워준 도시 역시 뉴욕이다.

20세기 들어서며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 자유로운 영혼들이 속속 꿈꾸듯 홀리 듯 도시로 몰려들었고, 가난함과 부유함이 공존하던 공간에서 인류가 그동안 누렸던 속박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새로움이 넘쳐나는 예술 사조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가동이 중단된 폐 공장은 돈 없는 예술가들의 거주지이자 작업장으로 속성을 변경하였고 그렇게 꿈틀대던 예술혼은 뉴욕이라는 새로운 풍요의 도시의 기운을 받아 대중과 호흡하며 전혀 색다른 결과물을 가져왔다.

뉴욕의 예술을 대표하는 앤디 워홀의 뛰어난 작품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미술품이라는 비아냥을 극복했으며, 현대미술의 이전과는 단락을 구분 짓는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와 혁명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가능했고, 뉴욕이라는 도시가 품을 수 있는 경제와 예술의 지적 포용력이 융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역사와 미술, 그리고 문화를 한데 묶어 새로운 독서 경험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벽돌책이지만 말랑말랑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사족을 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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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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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에서 또다른 일정을 짜고 있는 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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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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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여행 에세이에서 또다른 일정을 짜고 있는 내가 시작됐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6월말의 오사카.

끔찍하다.

티셔츠 뚫고 나온 땀이 옷 표면에서 증발해 검은 바탕에 하얀 소금이 낀다.

1박 2일 출장이라니.

가혹하다.

왕복 160만원짜리 비행기표가 그저 아깝기만 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시장조사를 가는 일정이니 압박이 턱까지 밀려오지만, 2일만 자리 비움이 가능하다. 비행기표 가격을 생각하면 1주일은 다녀와도 좋을법한 출장이지만 토/일 자기 휴무를 반납하고 다녀오는 일정은 그래도 즐겁긴 했다.

 

아무리 룰루랄라 떠난 여정이지만 확실히 보고 올 장소는 다녀와야 리포트가 완성된다.

사전 준비된 계획대로 5군데 스팟을 설정하여, 이 장소는 반드시 방문하여 앞으로 전개할 새로운 비즈니스의 인사이트를 그리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막상 방문하고 나니 토/일이라 일반 회사는 문을 닫았다. 이거 당연한 거 아니야?

당시에는 무슨 생각으로 휴무하는 회사 건물에서 경비실을 통해 본관으로 진입했는지.

그 와중에 더듬거리는 영어로 당직자인 동시에 업무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실무 책임자와 명함도 교환하고 일본 업계의 간단한 현황과 추후 업무 연락을 할 수 있는 인맥을 확보한 건 기적 같았다.

워낙 숨가쁘게 짜인 일정으로 저녁 식사를 밤 10시나 되야 할 수 있었으니 하루의 강행군 동선이 만만치 않았던 반증이다.

오사카의 짧은 인상은 이렇게 기억된다.

 

25년 6월경, 근 10년만에 오사카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회사 업무가 아닌 친구와 여행이지만, 그 와중에도 나중에 혹시라도 시작하게 될 지 모르는 개인 사업에 대한 가늠쇠 역할도 포함하고, 지난번에 제대로 보지 못한 관광과 먹거리를 메인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올해 3월 도쿄 여행 준비 당시에는 현지인에게 알려진 덜 유명한 카페에 대한 자료와 번화가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의 한적한 주택가 방문 에세이를 찾아보는 식으로 여정을 준비했고, 오사카와 교토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다.

 


여유 있는 일정 기간이 남아있어, 오사카와 교토를 이어주는 뻔한 가이드 북 뿐 아니라, 에세이 형태로 하루를 채워가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전 준비부터 시간 흐름에 따라 꼼꼼하게 경로를 기록한 에세이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디테일 한 정보와 방문지를 얻을 수 있어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학교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든 작가는 여행을 즐겨하는 타입은 아니다. 여행의 욕구는 호불호를 떠나 어느 순간 바람처럼 쑥 밀고 들어오는데 그녀에게도 결심을 굳히는 순간이 다가왔고, 막상 준비를 시작하며 설레는 마음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 몇몇 도시를 방문한 경험은 있지만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은 즐거운 마음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도쿄를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어도 혼자 여행하게 되었던 올 3월의 기억과 준비과정을 떠올려보니 공감이 된다.

 

책에는 구글 맵의 정확도가 부족해서 불편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내 경우에는 어플 하나로 타국의 세세한 지도 정보와 목적지 찾기, 그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어디서 언제 갈아타는 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 무척 편했기에 공감은 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여행에서 불만 요소 중 하나라고 들었다.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구글 지도 제한 국가라니.)

 


여행을 준비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정해진 일정, 때로는 벗어난 일탈을 꼼꼼히 기록하고 에세이로 다시 풀어내는 과정은 간단해보이는 작업이라도 막상 키보드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써야할 내용이 하얀 백지장만 마주하게 되는 법이다. 책장을 넘겨가며 단락 끊기가 부족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레이아웃의 페이지이지만 순간 순간 잡아내는 관찰력과 감상은 독자들이 다시 여행 가방을 주섬 꾸리고 싶은 욕구를 들끓게 만든다.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겠다는 목표로 떠났던 도쿄와 오사카 일정이었던 탓에 작가가 방문했던 맛집이나 볼거리들과 동선이 어긋나고 있기에 오히려 흥미롭게 여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다음 방문할 때는 책에 등장하는 눈에 띄는 몇 군데를 추가하려고 한다.

구글 맵에도 압정을 콕 꽂아 두었다.

 

교토야 오사카와 커플링이 되는 관광지니 언제나 가야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만, 나가노는 다소 생소한 편이다. 책을 읽어가며 방문지의 목적을 하나 늘리는 재미도 있다.

 

바쁜 일정에 뮤지컬 공연 관람을 끼워 넣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는데, 다음 방문할 때는 혹시라도 유명한 해외 아티스트의 일본 투어나 오래된 일본 밴드의 공연 일정이 혹시라도 시간이 맞아 떨어지는지 체크 하자는 바램도 생긴다.

여행을 떠나는 열성과 공연까지 챙기는 열의가 합쳐진다면 기억에도 더욱 오랫동안 또렷이 남는 인생의 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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