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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역사는 우리의 모든 결과물을 관통한다.
먼 나라의 움직임조차 시간의 차이만 다를 뿐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연관성을 갖는게 국제의 역학관계인데, 바로 지척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 나라의 운명의 실이 꼬이고 얽힐 수 밖에 없잖은가.
질과 양, 두 가지 측면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거대한 상징으로 여겨지는 중국은 더욱 우리 삶에 영향을 끼쳐왔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우리가 그들을 한 수 아래로 본 사례는 근 50여년 사이가 유일하다.
우스개 소리로 “지금은 한국사람들이 중국사람에게 발 마사지를 받고 있지만, 몇 년만 지나면 그 반대가 될 거다.”라는 역전 현상에 대한 공포는 이미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된 현상이다.
최강대국 미국조차 두려움에 떨 만큼 강력한 경제성장력과 세계 시장 지배력은 서비스업과 미래산업에만 골몰했던 미국이 제조업을 재조명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더 나아간 한번 낙선한 대통령이 두번째 당선에 이르는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미국의 평범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과거 일본보다 더 무섭게 자국을 압박하는 중국에게 어퍼컷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는 지도자는 “트럼프”뿐이라고 믿을 수 밖에.
급격한 성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허덕이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기 힘든 중국의 속사정은 대외여건과 별도의 영역에서 중국의 공포감을 주고 있다.
과거부터 내부의 불만과 위기를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로 돌파해온 사례가 많았던 만큼 세계 무대의 주도권을 위협받는 중국의 위험한 도전은 “대만의 무력 흡수 통일”이다.
현실성이 떨어진 가상 시나리오로 치부하기에는 중국 내부의 응집된 불만의 힘을 이완시킬 사실 유일한 해결책이다.
미국의 경제 제한 정책들 덕에 내버려두어도 비실 비실대기 시작한 중국 경제의 휘청거림은 부동산에서 출발했지만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숨만 고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치명 결과로 가는 최악의 경우 수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머리 회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강대국들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서 새우 등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뿐이지만, 저금리 저물가의 태평성대가 끝난 시점에서 두 세력에 충돌은 우리에게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권력에 대한 집착은 국가를 지치게 한다.
급격한 세태 변화에 두발 벗고 달려도 모자랄 상황에서 자기 다리를 스스로 걸어 넘어뜨리는 치명상을 가했을 때 자칫 영원히 일어날 수 없는 탈골로 국가를 패망으로 이끌 수도 있다.
정치인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의 탐욕이 그들 스스로를 물론이고 국가와 국민 전체의 미래를 발로 차버린 셈이다.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진핑 권력의 영속성을 위해 숫자는 왜곡되었고, 주변에는 긍정의 시그널만 보내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공동 부유”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불만을 달래고 희망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거대한 땅 덩어리의 중국에서 발생하는 평등의 더딘 진보를 오히려 제 발로 넘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 가능성은 농후하다.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단계가 아닌 국가의 개입, 그것도 권력의 유지를 위한 일방의 조치들은 성공의 길로 나아가기에는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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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로 대학 졸업생 숫자는 한해 천 만명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일자리로 연결시키는 과정은 고난의 행군인데 여기에 의도를 가진 정책들이 오히려 확대를 막아버릴 가능성은 농후하다.
화려한 캐치프레이즈에 가려 실효 있는 정책은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패권 다툼을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었지만 몇가지 스터디 케이스를 통해 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고, 트럼프의 복귀로 인해 더욱 불화가 깊어 지리라는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 일부 세력에서는 미국을 응원하는 만큼 중국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피고 있지만 국제 역학 관계, 특히 다방면의 이해 상충이 집결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 상황을 고려하며 이거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일부의 자부심이 터무니없다는 예시가 될 수도 있다.
대중 수출 약화로 인한 직간접 피해는 이미 한국이 대중국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으로도 증명이 되며, 자체 생산기지 구축으로 인해 그동안 꿀 빨던 한국 화학기업들의 위기가 복잡해지는 경제 전쟁이 양태를 대표한다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중국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 들었다.
너무 일찍 고개를 쳐든 중국을 짓누를 묘안이 마땅치 않았지만, 국가 운영 체제에 따른 기밀과 보안의 취약성을 약점으로 잡아채며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더군다나 인공지능 AI의 상용화로 인해 어느 정도 좁아지던 기술 격차는 현재의 대중 압박으로 미국은 여유를 갖을 수 있게 되었고 중국은 조바심을 내는 판국이다.
양쪽의 밸런스를 잘 맞춰가며 지혜로운 수익 원천의 확보가 필요하던 우리의 방향성은 정치 고려 사항을 우선 과제로 세우며 이념 전쟁 놀이에 빠져 기회를 위기로 바꿔놓았는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2.0 시대 - 우방보다 돈이 되고 이득이 되느냐에 따라 판단을 하는 미국 행정부의 변화된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행보가 필요할지 자명하다.
우-러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틔워준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은 세계 외교에서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자국 우선주의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결이 한참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던 두 국가가 한동안은 원수지간까지 갈 일은 없었지만 꽤 소원한 사이였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제재는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며 오히려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불씨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본인의 치적을 위한 행보였던, 새로운 미래의 청사진을 위한 도전일 수도 있는 북한의 개방 문제도 여기에 섞여버리며 중-소-북의 동북아 3대 편대가 한-미-일과 대척 점에 이르는 복잡한 셈법이 되고 말았다. 서로 국경을 맞닿은 우리 입장에서는 그나마 국교 관계가 아직은 서먹하지 않은 중국과의 방향성에 더욱 민감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지정학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중국과 척을 지는 발언과 정책을 펼친다면 외교 문제는 그렇다 치고 당장 경제 위기가 쓰나미로 몰려들 수 밖에 없다.
최근 유통업계를 뒤흔든 중국 저가 상품들의 국내 공급 체인망 구축 같은 사례만 봐도 자국내 필요생산량을 넘어서 처치 곤란한 상품들을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밀어내기 하는 상황에서 각 국 제조업 위기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워도 달래서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러시아에 미운 털이 박힌 상황에서 중국과 중도의 관계를 점하지 않는다면 정치 군사 경제 의존도를 일본으로 옮겨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각 국은 미국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며 달라지는 세계의 변화에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뛰어도 모자랄 판에 잘못된 지도자 한 명으로 인해 뒷걸음질 치는 한국의 미래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근 20여년 한국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견인차를 도맡은 중국의 비상과 몰락이 직접 연계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밸런스 유지를 통해 실익을 가져가는 큰 수를 둘 수 있는 정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