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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여행 에세이에서 또다른 일정을 짜고 있는 내가 시작됐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6월말의 오사카.
끔찍하다.
티셔츠 뚫고 나온 땀이 옷 표면에서 증발해 검은 바탕에 하얀 소금이 낀다.
1박 2일 출장이라니.
가혹하다.
왕복 160만원짜리 비행기표가 그저 아깝기만 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시장조사를 가는 일정이니 압박이 턱까지 밀려오지만, 2일만 자리 비움이 가능하다. 비행기표 가격을 생각하면 1주일은 다녀와도 좋을법한 출장이지만 토/일 자기 휴무를 반납하고 다녀오는 일정은 그래도 즐겁긴 했다.
아무리 룰루랄라 떠난 여정이지만 확실히 보고 올 장소는 다녀와야 리포트가 완성된다.
사전 준비된 계획대로 5군데 스팟을 설정하여, 이 장소는 반드시 방문하여 앞으로 전개할 새로운 비즈니스의 인사이트를 그리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막상 방문하고 나니 토/일이라 일반 회사는 문을 닫았다. 이거 당연한 거 아니야?
당시에는 무슨 생각으로 휴무하는 회사 건물에서 경비실을 통해 본관으로 진입했는지.
그 와중에 더듬거리는 영어로 당직자인 동시에 업무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실무 책임자와 명함도 교환하고 일본 업계의 간단한 현황과 추후 업무 연락을 할 수 있는 인맥을 확보한 건 기적 같았다.
워낙 숨가쁘게 짜인 일정으로 저녁 식사를 밤 10시나 되야 할 수 있었으니 하루의 강행군 동선이 만만치 않았던 반증이다.
오사카의 짧은 인상은 이렇게 기억된다.
25년 6월경, 근 10년만에 오사카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회사 업무가 아닌 친구와 여행이지만, 그 와중에도 나중에 혹시라도 시작하게 될 지 모르는 개인 사업에 대한 가늠쇠 역할도 포함하고, 지난번에 제대로 보지 못한 관광과 먹거리를 메인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올해 3월 도쿄 여행 준비 당시에는 현지인에게 알려진 덜 유명한 카페에 대한 자료와 번화가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의 한적한 주택가 방문 에세이를 찾아보는 식으로 여정을 준비했고, 오사카와 교토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다.

여유 있는 일정 기간이 남아있어, 오사카와 교토를 이어주는 뻔한 가이드 북 뿐 아니라, 에세이 형태로 하루를 채워가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전 준비부터 시간 흐름에 따라 꼼꼼하게 경로를 기록한 에세이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디테일 한 정보와 방문지를 얻을 수 있어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학교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든 작가는 여행을 즐겨하는 타입은 아니다. 여행의 욕구는 호불호를 떠나 어느 순간 바람처럼 쑥 밀고 들어오는데 그녀에게도 결심을 굳히는 순간이 다가왔고, 막상 준비를 시작하며 설레는 마음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 몇몇 도시를 방문한 경험은 있지만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은 즐거운 마음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도쿄를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어도 혼자 여행하게 되었던 올 3월의 기억과 준비과정을 떠올려보니 공감이 된다.
책에는 구글 맵의 정확도가 부족해서 불편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내 경우에는 어플 하나로 타국의 세세한 지도 정보와 목적지 찾기, 그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어디서 언제 갈아타는 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 무척 편했기에 공감은 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여행에서 불만 요소 중 하나라고 들었다.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구글 지도 제한 국가라니.)

여행을 준비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정해진 일정, 때로는 벗어난 일탈을 꼼꼼히 기록하고 에세이로 다시 풀어내는 과정은 간단해보이는 작업이라도 막상 키보드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써야할 내용이 하얀 백지장만 마주하게 되는 법이다. 책장을 넘겨가며 단락 끊기가 부족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레이아웃의 페이지이지만 순간 순간 잡아내는 관찰력과 감상은 독자들이 다시 여행 가방을 주섬 꾸리고 싶은 욕구를 들끓게 만든다.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겠다는 목표로 떠났던 도쿄와 오사카 일정이었던 탓에 작가가 방문했던 맛집이나 볼거리들과 동선이 어긋나고 있기에 오히려 흥미롭게 여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다음 방문할 때는 책에 등장하는 눈에 띄는 몇 군데를 추가하려고 한다.
구글 맵에도 압정을 콕 꽂아 두었다.
교토야 오사카와 커플링이 되는 관광지니 언제나 가야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만, 나가노는 다소 생소한 편이다. 책을 읽어가며 방문지의 목적을 하나 늘리는 재미도 있다.
바쁜 일정에 뮤지컬 공연 관람을 끼워 넣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는데, 다음 방문할 때는 혹시라도 유명한 해외 아티스트의 일본 투어나 오래된 일본 밴드의 공연 일정이 혹시라도 시간이 맞아 떨어지는지 체크 하자는 바램도 생긴다.
여행을 떠나는 열성과 공연까지 챙기는 열의가 합쳐진다면 기억에도 더욱 오랫동안 또렷이 남는 인생의 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