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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와루 글 그림 / 걸리버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요즘도 가끔 무제한 만화방을 한번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몇 천원을 내면 정해진 시간 내에서 보고 싶은 만큼 만화책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지금도 대학가 주변에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쾌쾌한 지하공간 특유의 냄새와 사람과 음식 냄새가 뒤섞인 그 공간은 마치 범죄자의 소굴 마냥 숨어서 다녀야 차라리 마음이 편한 공간이었다.
2천원 내면 끓여주던 라면이 끝내줬었는데.
초등학생 시절 50원 주고 빌리던 대본소 만화.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100원 주고 이현세의 만화를 빌려봤었고,
드래곤 볼 시리즈는 불법카피 제품을 권당 500원씩 주고 사서 봤다.
시대는 흘러갔고,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만화를 보게 된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만화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아이패드로 편하게 볼 수 있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 아닌가!
하지만, 사람은 종이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만화가들은 온라인 전사로 성장했지만 그들의 유산은 결국 종이라는 손에 만질 수 있는 물질에서 영원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와루라는 작가는 사실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웹툰 작가이다.
자극적인 내용과 그림체가 온라인에서는 대세인 듯 하지만, 와루의 그림체는 무척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소년”의 이야기라는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독특한 형태의 말 풍선과 폰트도 (다소 가독성은 떨어진다) 유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오래된 사진첩을 들쳐 오래된 기억 속에 먼지를 머금고 잊혀져 간 기억을 하나 둘 꺼내보는 것은 어쩌면 나이를 먹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작가는 아직 그 정도로 나이를 먹어버리는 것은 아니라, 약간 애 늙은이 같은 징그러운 느낌도 있긴 하지만 책 읽는 사람에게 즐거운 색으로 채색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묘약을 건네주고 있다.
실제 과거 작가의 사진들을 삽입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세대가 바뀌고 IT의 화려한 기술이 우리의 환경을 변혁시켜놓았을지라도 유년기의 추억은 큰 틀에서 그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약간의 세대 차이가 있는 내게도 와루 작가가 꺼내놓은 오래된 사진과 유사한 – 또는 거의 같은 사건과 추억을 불러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 가정용 게임기가 등장했었고 그걸 갖고 싶어 안절부절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초등학생들도 닌텐도 게임 하나 갖고 싶어 똑 같은 갈망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대학초년병들이 겪을 법한 해변의 추억이니 자잘한 연애편지들…
웃음과 함께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도 같이 몰려온다.
사람은 추억을 먹으며 현실의 괴로움을 잊는다고 한다.
또 과거는 망각의 덧칠로 아름다운 수채화가 된다고도 한다.
작가가 화두로 던지는 오래된 사진 보기는 책을 읽는 누구나 에게 지나쳐온 세월에 대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런데 여자 독자들에게는 다소 모자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소년의 마음으로 쓴 만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