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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1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2월
평점 :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 시대를 변화시킨 사건과 물건들을 화학의 관점에서 돌아보다
문과생 성향이 뚜렷했기에 수학은 담 쌓고 지냈지만, 과학마저 그럴 수 없었다.
명색이 초등학생 때까지 장래희망은 우주 과학자였는데.
공식 외우기 싫으니 물리도 싫고, 외우기 너무 긴 단어들 등장하는 생물도 싫었지만, 화학이 제일 싫었다.
주기율표 외우느라 얼마나 밤을 괴로움에 떨었어야 했던지.
복잡하게 얽힌 분자식 구조도 꼴 보기 싫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탈출한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시험도 안 보고 화학 시험을 안 봐도 돼.
직장 상사의 꾸지람과 어깨 짓누르는 실적의 압박도 있지만 시험 안 봐서 좋아. (토익도 보고 진급시험도 봐야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직장인의 과학 책 읽기는 또다른 오락이 된다는 점이다.
테스트 같은 거 없고 순수한 학문의 열망이 가득차서 페이지를 넘기니 머리 속에도 쏙쏙 들어온다.
하물며 친숙한 세계사와 연결하여 세상을 바꾼 화학의 위대한 발견들을 읽어 나가는 재미는 맛나다.
세계사를 다양한 주제와 연결시켜 독자들을 유혹하는 시리즈는 각 발행본마다 독특한 결합이 참신할 뿐 더러 읽어 나가는데 거침없도록 독자를 배려해서 책의 가치가 제 값을 한다.
화학은 인류 역사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구석기 시대에서 청동기시대를 만들어낸 금속과 원자의 구조에 따라 사람들이 다룰 수 있는 용도와 노력이 달랐고, 늘어가는 금속 가공기술은 결국 철을 주무기로 활용하여 역사적 발전의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뿐인가 화학적 작용으로 풍미 가득한 식사를 제공하는 빵과 흥겨움을 배가시키는 와인의 화학적 발견과 역사적 이동은 오늘날까지 영향력이 끼치고 있으니, 최초에 빵을 굽고 와인을 담근 선지자에게 경의를 보낸다.
아직도 인류의 평범한 일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유리가 로마시대에 전 유럽에 확대되는 계기가 프랑스의 고급 와인을 이동하기 편리하게 만드는데 있었다고 하니, 각 요소들이 교묘하게 연관되어 거대한 역사의 한줄기가 흘러간다는 가공할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난방에 취약하여 작은 유리판을 여러 장 붙여 사용하는 방식에서 스테인글라스로 연결되는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화학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책에 유리가 투명한 이유에 대해 설명이 나오는데, 새삼 신비로운 이 물질에 대해서는 별도로 원리에 대해 동영상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시대는 르네상스로 넘어간다.
중세의 어두웠던 억압 속에서 사람들은 자유를 갈구했고, 특히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했던 기독교에 대한 반발은 안쇄술의 발달을 등에 업고 신교 운동으로 변화된다.
교회 안으로 사고의 폭을 제한받았던 예술가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종교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과 이상을 작품에 쏟아내기 시작한다.
기독교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이해했던 루크레티스의 고대 시가 뒤늦게 한 수도원에서 발견되었고 이로써 르네상스의 부흥이 시작되었다는 논리는 비약이 너무 심하지 않은 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오래된 문서가 발견된 점도 오랫동안 보관되어온 점도 놀랍기만 하다.
동양의 신비로운 향신료에 매료된 유럽인들의 느낌은 관련 내용을 여러 번 읽어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천편일률적인 음식에 새로운 풍미를 제공했다는 변화는 이해하지만 금은보화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건 아무리 따져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마트에서 손쉽게 후추나 타임 같은 병 속에 든 향신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에 우리는 중세 상류층의 기쁨을 잠시나마 갖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화학에 대한 어려운 과학적 지식보다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사건이나 물건이 화학의 요소로 인간의 삶을 바꾸었다는 조망이 강한 책이다.
과학책이라 부담스러워할 이유 없이, 흥미로운 관점에서 세계사를 조망한 글로 접근하면 딱 맞을 것이다.
근세 이후 현대의 이야기가 후속작으로 출간될 예정이라니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