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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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 건축 거장이 살아온 삶의 자세와 작품에 대한 교감

 

 

개성 넘치는 카페는 노트북을 펴놓고 글을 시작하면 아이디어가 샘솟듯 나올듯한 창의력을 불 붙이기 좋은 장소다.

“테라로사” 처음 갔을 때, 웅장한 건물 내부와 자유롭게 거닐며 커피와 담소를 즐기는 사람, 옆에 쭈그리고 앉아 멍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이내 노트북으로 눈길을 떨어뜨려 자신만의 세계로 몰입하는 작가라면 폼 나겠는데 생각도 해본다.

공장에 커피숍을 집어넣을 발상 자체가 획기적이고 감탄 스럽다.

 

이는 스타벅스 다자이후점에도 딱 맞는 설명이다.

길게 쭉쭉 뻗은 나무들이 엉키며 하나의 구조물을 만들고 주변 풍경과 하나되는 듯 정갈한 배열은 인위적인 냄새가 긍정적인 입김으로 조화를 이룬다. 그 안에서 라떼 한 잔 시켜놓으면 하늘도 사람도 실내의 모든 사물들이 테마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어줄 듯 하다.

 

분위기 상상력 영감 공감 대화

이런 단어가 잇달아 머리 속에 떠오른다.

 

공간의 중요성은 사용자의 생산상과 상상력을 잔뜩 올려주는데도 한 몫을 한다.

신입사원 시절 커다란 로비에 첫 발을 내딛을 때의 설레임과 동시에 몰아치는 공포감은 조직에 속하는 자의 걱정이 무당 춤을 추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알려준다.

여기에서 맞서 싸울까 이내 잡아 먹힐까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니 휴식을 위한 공간을 설계한다면 압도하는 모양보다는 나를 반겨주는 디자인이 친숙한 관계를 형성한다.

 

딱딱한 콘크리트 건축물의 뾰족한 귀퉁이가 아닌 나무들이 다발로 엉켜있는 포근함이 매력적이다.

 

구마 겐고는 지금은 건축 명장의 자리에 올랐고 몸값도 엄청나겠지만, 그가 성공 가도만 달리지는 않았다. 일본이 플라자 합의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너며 경제전반적인 침체기로 접어들자 건축설계를 수주하기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지방으로 향하며 자신의 디자인 세계에서 버림의 미학을 자의 반 타의 반 표출하게 되는데 덕분에 반전의 기회가 잡는다.

 

건축이라는 작품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걸맞는 값비싸고 거대한 재료를 찾는 일과 정반대의 작업 방식을 창출한다.

예산에 10배나 더 들어가야할 상황에서 작고 비우고 버린 방식을 적용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아마 자신도 크게 놀랐을 게다. 바로 거기서 자신만의 독창의 세계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마도 그때는 몰랐을 수 있다.

만리장성 옆 대나무 집을 완성시키자 세상사람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될 지.

 

2020년 자하하디드가 맡았던 도쿄올림픽이 취소되고 구마 겐고가 역할을 맡았을 때 꽤나 커다란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추구하던 작업 스타일에 충실하게 재현해낸 새로운 형태의 경기장은 오히려 대안으로 선택한 결과물이 많은 이들의 찬사를 자아내게 만든 행복한 결말을 매듭짓는다.

 

책 후반부에 자신의 작품 55개를 모아놓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일 자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내놓고 있는 본업과 글쓰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엄친아로 생각되지만, 그가 겪어온 작업에 대한 자세와 이를 위한 교양의 습득, 사람들과의 교류가 남다른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하루키와 친분이 부럽기만 한데, 두 사람이 창출한 세계의 느낌이 무척 닮아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와 다른 남다른 건물들이 도시와 조화를 이루며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이 등장하여 우리의 미와 새로운 철학을 온 세계에 알려주길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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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있던 자리 - 중세 유럽의 역사에서 발견한 지속 가능한 삶의 아이디어
아네테 케넬 지음, 홍미경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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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있던 자리  : 과거 속의 경제 비즈니스 모델들, 그리고 미래 모델의 단초

 

거의 10여년전, 공유 경제가 새로운 경제 아이디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세상이 완전히 바뀌리라 환호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로런스 레시그(Lawrence Lessig) 교수가 만들어낸 개념은 사람들이 공유 경제에 참여하는 동인을 자신 또는 타인의 유익으로 규정하고 공유 경제를 기존의 경제 체계(상업 경제)의 반대 개념으로 제시하였는데, 누군가 돈을 벌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이득을 보고 남도 이득을 보는 윈윈게임으로 자발적 행위가 동기가 된다는 주장이었다.

 

평상시 창고에 처박혀 있는 물건을 내가 쓰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이익을 얻는다는 개념은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이끌었고, 세상을 바꿨다. 코로나가 뒤통수를 거하게 때리지 전까지 말이다.

남이 쓰던 물건에 손대기 싫어하기 시작한 세상에서 공유 경제는 더이상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개념의 파고가 밀려오고 또다시 점점 잊혀질 운명이다.

 

중세의 수도원에서 공유 경제의 원형을 찾는 과정은 새롭다.

모바일의 발달로 얻게 된 효율적인 자원배분의 이익은 오히려 과거가 더욱 강렬했다. 누군가의 이득 (사업 주체자)이 배제되고 구성원 사이의 자율의 효율적 사용과 이익 극대화가 실현될 수 있었다.

 

21세기 비즈니스의 원형이라 기 보다는 당시 사회상에 필요한 니즈에서 발생한 제도였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원칙에 더 가까운 결과를 내놓았으니 과거에서 배워야한다는 주장에 설득당 할 수 밖에.

 

가난한 자를 위한 구제 제도는 놀랄만하다.

당시의 쉽지 않는 생산과 경제활동 속에서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제도가 국가가 아닌 민간 차원의 방법이 동원되었다.

겨울 외투를 담보로 씨앗을 구하거나, 가축을 대출의 담보로 활용하는 금융 활동은 간단한 구조이지만 살아가는 지혜가 가득 담겨있다.

필요한 시기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물건을 담보로 하는 행위는 필연적인 변제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기에 빌려주는 쪽이나 반대쪽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그렇다, 바로 P2P대출의 원형을 우리가 보고 있다. 이 역시 공유 경제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가 중계를 하지 않고 자발적인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이니 놀랍기만 하다.

채무 이행에 대한 증서를 도시행정에서 관리하여 억울한 사연이 발생하지 않는 장치가 완비되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지만, 고대시대부터 준 빚은 절대 떼 먹히지 않기 위한 기록과 숫자가 시작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도구이다.

실제 돼지 치기 가난뱅이의 죽음에 채권자들이 권리를 요구하는 문서와 깨알같은 행정 수수료가 붙어있는 증서를 보면 웃음과 함께 경제의 오랜 역사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오히려 과거의 방식이 누구나에게 평등하게 대출의 길이 열러있어, 현재의 제도권이라고 하는 금융기관은 오히려 착취구조일 수 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과거에 몰입 되면 미래는 물론 현재도 망가진다.

“그때 이러 이러 했으면 지금은 어땠을 텐데……”

많은 이들이 탄식하며 읊조리는 대사.

역사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 될 수 없다. 과거의 방식과 행동을 적용시켜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의 교훈을 참고하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좋았던 면을 발전시키는 지혜가 인류의 역사에 각인 되어있는 만큼 현재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과거의 사례를 조사해보고 교훈을 얻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세, 현대에 이르기 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경제시스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을 통해 깨닫는 사실 하나는, 어쩌면 미래의 비즈니스를 여는 열쇠는 과거라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단초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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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메카닉 - 일과 인생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작지만 강한 ‘슈퍼 습관’의 힘
존 핀 지음, 김미란.원희래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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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으로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한 정말 쉬운 방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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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메카닉 - 일과 인생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작지만 강한 ‘슈퍼 습관’의 힘
존 핀 지음, 김미란.원희래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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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메카닉 : 좋은 습관으로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한 정말 쉬운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침 6시 기상.

3일 실패하고 4일째 되고 나서야 마른 얼굴을 비비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있다.

겨울이라 이불 탈출은 탐 크루즈의 액션만큼 버겁다.

더운 여름이라면 선풍기만 꺼버려도 자동으로 기상 나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앉을 텐데.

화장실 갔다 자리에 앉아 20여분을 서핑으로 헛되이 보낸다.

잠을 깬다는 미명 하에 행동하지만 사실 뭘 해이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 단위까지 정확히 표시된 시간표를 책상 앞에 붙여 둘 필요 없겠지만, 생산성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 일어난 거면 허송세월로 “미라클 모닝” 취지를 무색케 해서는 곤란하다.

단호하게.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그나마 “아침”이라는 소재로 글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기에 시작은 손쉽게 가능하다.

이른 아침을 해야할 일을 전날 저녁부터 하나의 커리큘럼이 돌려놓으면 그저 따라만 해도 목표 설정에 가까이 가는 말 그대로 "미라클"이다.

 

아침 글쓰기를 권장한 책에서는 좋은 점 몇 가지를 나열했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가족으로부터 독립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점.

아침은 생산성과 창의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라는 점.

강점을 들고 있다.

또 무엇이 있을까?

아침에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난다는 작은 성공의 성취감을 마음 속에 저축한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는 없다.

시간에 쫓겨 오전 시간을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고군분투도 여유 있는 하루의 시작으로 바뀐다.

하루 일과를 마칠 때, 피곤해져서 불면증의 조짐이 생기더라도 신경 쓸 필요없이 곧바로 수면의 세계로 빠져든다.

조금 더 과정을 반복하고 발전해 나가면 더 좋은 점들이 몸에 찰싹 달라붙겠구나 희망 회로 하나 더 추가해도 되겠다. 

 

처음 시작은 가볍게 하루 TEA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한다,

간단하지만 하루에 큰 변화가 가능한 일을 찾아서 실천에 옮긴다.

대다수의 변화는 그로 인해 얻게 될 긍정적 효과에 집중하여 습관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행동해야 내 것이 된다. 습관은 근육과 같아 제대로 관리하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더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기도 한다.

 


TEA는 냉정하게 지능적 자기관찰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고, 인생을 좀 더 쉽게 만드는 동기 부여 행동을 글로 적어보면서 그렇게 쓴 이유를 설명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작은 성공의 기쁨을 맛보며 변화에 자신감이 붙는다면 본격적으로 저자의 단계에 따라 습관 기계가 되는 출발점에서 우뚝 서서 전진 할 수 있다.

 

해빗 메카닉은 어떤 사람을 지칭할까? 

해빗 메카닉은 신경과학, 심리학, 행동과학에서 나온 강력한 통찰력을 사용하여 자신의 기분을 통제하고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습득한 사람을 일컫는다. 실용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뇌를 바꾸고 환경을 설계하여 더 쉽게 슈퍼 습관을 만들고 최고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이다.

매번 시작한 일이 허무하게 중간에 멈춰지는 경험이 있다면 책을 제대로 골랐다고 생각해도 좋다.

첫번째 관문인 미 파워 훈련 (Me Power Conditioning)에 익숙해지는 것도 도전일지 모르겠지만 과감히 입문해보자. 걱정, 자기비판, 일 회피하거나 미루하기같이 누가 봐도 성공을 방해할 만한 행위와 관련된 나쁜 습관들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길들이는 첫번째 과정이다.

 

어떻게 습관을 만들고 행동에 옮기고, 철저히 관리해나갈 수 있을까?

저자가 책을 통해 설명하려는 핵심이다.

책을 펼쳐 든 독자는 4단계에 걸쳐 습관을 어떻게 형성하고 확장할 지 코칭을 받는다.

 

1Step. 학습을 통해 “잠재력 발견하기”

2Step. 습관 개발에 최적화된 “뇌 구조 만들기”

3Step. 해빗 메카닉 도구를 적용하여 “목표 설정 및 동기 부여하기”

4Step. 해빗 메카닉 도구를 응용하여 “생산성과 창의력 끌어올리기”

 

각 스텝 별로 과정을 시작해야 되는 충분한 이유를 독자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실제 사례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소개되는 기법들은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 복잡한 양상을 띠지만 찬찬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나의 무기로 다듬을 수 있는 설정들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도구들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변화에 동참할 수 있는 확실한 의지를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이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가 도미노가 되어 인생 전반을 바꿀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습관에 대한 자기계발서는 서점에서 인기를 끌며 많이 회자되었지만, “해빗 메카닉”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과정을 새로운 도구를 제시하여 이끌어내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게 도와준다.

 

수많은 책을 읽어도 결국 제대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실행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행을 이끄는 전제로 책을 써 내려가서 조금 더 확실한 성공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게 잘 구성된 도서다.

 

나이가 아직 한창이건 수많은 실패로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고 체념하던 중년이던 앞으로 해야할 일은 과거의 구습을 끊어내고, 자신을 통제하기에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우연히 시작한 1시간 일찍 기상하기로 아침 형 인간이 되자고 마음먹은 내게는 두번째, 세번째 확장하는 습관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조금은 수월하게 나를 개조하는 계기가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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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1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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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 시대를 변화시킨 사건과 물건들을 화학의 관점에서 돌아보다
 
 
문과생 성향이 뚜렷했기에 수학은 담 쌓고 지냈지만, 과학마저 그럴 수 없었다.
명색이 초등학생 때까지 장래희망은 우주 과학자였는데.
공식 외우기 싫으니 물리도 싫고, 외우기 너무 긴 단어들 등장하는 생물도 싫었지만, 화학이 제일 싫었다.
주기율표 외우느라 얼마나 밤을 괴로움에 떨었어야 했던지.
복잡하게 얽힌 분자식 구조도 꼴 보기 싫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탈출한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시험도 안 보고 화학 시험을 안 봐도 돼.
직장 상사의 꾸지람과 어깨 짓누르는 실적의 압박도 있지만 시험 안 봐서 좋아. (토익도 보고 진급시험도 봐야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직장인의 과학 책 읽기는 또다른 오락이 된다는 점이다.
테스트 같은 거 없고 순수한 학문의 열망이 가득차서 페이지를 넘기니 머리 속에도 쏙쏙 들어온다.
 
하물며 친숙한 세계사와 연결하여 세상을 바꾼 화학의 위대한 발견들을 읽어 나가는 재미는 맛나다.
세계사를 다양한 주제와 연결시켜 독자들을 유혹하는 시리즈는 각 발행본마다 독특한 결합이 참신할 뿐 더러 읽어 나가는데 거침없도록 독자를 배려해서 책의 가치가 제 값을 한다.
 
화학은 인류 역사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구석기 시대에서 청동기시대를 만들어낸 금속과 원자의 구조에 따라 사람들이 다룰 수 있는 용도와 노력이 달랐고, 늘어가는 금속 가공기술은 결국 철을 주무기로 활용하여 역사적 발전의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뿐인가 화학적 작용으로 풍미 가득한 식사를 제공하는 빵과 흥겨움을 배가시키는 와인의 화학적 발견과 역사적 이동은 오늘날까지 영향력이 끼치고 있으니, 최초에 빵을 굽고 와인을 담근 선지자에게 경의를 보낸다.
 
아직도 인류의 평범한 일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유리가 로마시대에 전 유럽에 확대되는 계기가 프랑스의 고급 와인을 이동하기 편리하게 만드는데 있었다고 하니, 각 요소들이 교묘하게 연관되어 거대한 역사의 한줄기가 흘러간다는 가공할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난방에 취약하여 작은 유리판을 여러 장 붙여 사용하는 방식에서 스테인글라스로 연결되는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에서도 화학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책에 유리가 투명한 이유에 대해 설명이 나오는데, 새삼 신비로운 이 물질에 대해서는 별도로 원리에 대해 동영상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시대는 르네상스로 넘어간다.
중세의 어두웠던 억압 속에서 사람들은 자유를 갈구했고, 특히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했던 기독교에 대한 반발은 안쇄술의 발달을 등에 업고 신교 운동으로 변화된다.
교회 안으로 사고의 폭을 제한받았던 예술가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종교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과 이상을 작품에 쏟아내기 시작한다.
기독교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이해했던 루크레티스의 고대 시가 뒤늦게 한 수도원에서 발견되었고 이로써 르네상스의 부흥이 시작되었다는 논리는 비약이 너무 심하지 않은 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오래된 문서가 발견된 점도 오랫동안 보관되어온 점도 놀랍기만 하다.
 
동양의 신비로운 향신료에 매료된 유럽인들의 느낌은 관련 내용을 여러 번 읽어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천편일률적인 음식에 새로운 풍미를 제공했다는 변화는 이해하지만 금은보화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건 아무리 따져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마트에서 손쉽게 후추나 타임 같은 병 속에 든 향신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에 우리는 중세 상류층의 기쁨을 잠시나마 갖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화학에 대한 어려운 과학적 지식보다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사건이나 물건이 화학의 요소로 인간의 삶을 바꾸었다는 조망이 강한 책이다.
과학책이라 부담스러워할 이유 없이, 흥미로운 관점에서 세계사를 조망한 글로 접근하면 딱 맞을 것이다.
 
근세 이후 현대의 이야기가 후속작으로 출간될 예정이라니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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