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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 : 동아시아 편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이야기 ㅣ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3년 7월
평점 :
괴담실록 2 동아시아편 : 뒤돌아보지 마! 오싹한 한중일 괴담, 여름에도 소름이
추적자가 내뿜는 기분 나쁜 입김이 목덜미를 물어 뜯기 전에 재촉하는 발걸음은 더욱 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
열심히 앞으로 다리를 쳐내지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면 다음 순간, 바닥은 훅 꺼져 버리고 아래로 휘청거리며 떨어진다.
헉!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새벽 3시의 악몽에서 벗어난다.
한여름인데 땀 한 방울 흘리지 못하는 오싹함.
살면서 가위에 눌려본 경험은 없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은 자주 꾸었던 기억이 난다.
원래 이런 꿈은 키크는거라던데 대한민국 평균 키에서 서성거리는 상황을 보면 더 많이 떨어질 걸 그랬다.
인간의 공포는 예견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때 본능의 강렬한 발산으로 드러난다.
다른 포유류보다 왜소한 체격은 집단활동과 창의성 가득한 두뇌 활용으로 극복해내고 있었지만, 기본 체력 차이는 무방비 상태에 빠졌을 때 대처가 불가능했다.
결국 공포라는 감정은 위기상황에서는 탈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평상시에는 사주 경계를 확실히 하라는 생존본능에 기반한 작용이다.
공포영화의 끔찍한 장면이나 무시무시한 괴물의 등장에 소리를 지르며 무서움을 떨쳐내지만, 또다시 극장을 찾는 이유는 두려움에 대한 반응을 일정 기간 반복 체험하여 평상시에 민첩한 주변 상황인식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일 지도 모른다.
더운 여름 한기를 느낄만한 괴담을 꺼내게 되는 이유도 청량감을 느끼기 위함도 있겠지만 체력의 저하가 될 수 있는 무더위에서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우리도 모르는 자동 메커니즘이 작동된 탓일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괴담을 테마로 흥미로운 영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는 1편에서 한국의 괴담을 다루었고 이에 힘입어 좀 더 큰 세계관을 통해 이야기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괴담의 국가별 차이와 공통된 부분을 탐색하기 위해 2편에서는 한중일의 괴담을 수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오랜 구전을 통해 어색한 부분이나 부분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다 보니 적절한 각색을 통해 독자가 좀 더 편하게 읽게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먼저 일본 편을 펼쳤다.
최근 일본 여행을 갔다 오며 숙소 바로 옆에 커다란 신사가 바짝 붙어 위치하고 있어 깜짝 놀랐었는데, -마치 아파트 옆에 해인사가 있는 느낌이랄까? -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죽음의 문화가 삶의 한 부분을 명확하게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집 안에 죽은 이를 기억하는 항아리를 모시는 정서는 우리와 많이 다르지만 망자를 삶의 동반으로 생각하고 자주 대화를 나누고 기억하는 일련의 과정은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가 망설임없이 할복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씻어내는 문화, 책임을 다하려는 장면 역시 섬으로 갇힌 공간에서 인간의 주종관계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발전해 갔음을 엿볼 수 있고, 아울러 죽음을 또다른 생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다.
결백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보이는 행동인데 일본의 경우 유독 경향이 강하다. 그릇을 관리하는 여인이 영주가 부적처럼 생각하는 열개 중 하나를 잃어버렸을 때 절망감에 빠지는 과정과 타협을 거부하고 우물에 뛰어드는 결단은 우리의 정서와 다소 차이를 보이는 극단의 행동을 드러내는 부분이지만, 그로 인한 원한이 오랫동안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전개는 닮아 있다.
자신이 사모하는 여인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습은 극단의 이기주의가 결국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이른다는 충고를 담고 있고 이는 앞서 설명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협동과 유대의 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금기하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죽은 아내의 복수가 결혼을 여러 번 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는 인과관계가 너무 단순하고 원혼이 가진 저주가 이해 안되는 요소여서 개인적으로는 빼도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드는 에피소드였다.
죽어가며 남편에게 부탁한 약속을 거부했더라면 또다른 원한이 생겼을 테니 사무라이 남편만 억울하다.
조선의 원한 이야기는 조금 더 긴장감과 반전이 흥미롭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양반집 자제를 사모하다 죽은 백정의 딸이 이루지 못한 연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남자의 인생을 완전히 가루가 되도록 망가뜨리는 행동은 아무리 옛날 이야기라고 해도 불공평하다.
신분의 차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부의 차이가 아닌 시대였으니 자신을 내친다고 해도 그 억울함에 원귀로 현화 되는 장면은 과도하다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구전은 양반의 자제를 오히려 피해자로 그려낼 수 있었다. 괴담에서는 잘 설정되지 않는 구조다. 덕분에 반전을 한단계 효과 있는 극 효과를 만드는데 활용된다.
중국 괴담은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수록된 에피소드들은 3나라의 괴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들려준다.
영화 "천녀유혼"의 네이밍에 영향을 주었다는 -믿거나 말거나-“천녀이혼”은 브래드 피트의 "세븐"급 반전을 보여주며 임팩트 강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고, 미운 짓을 했어도 우정은 영원하다 라는 고전 스토리 라인을 짓밟는 어부와 물귀신의 갈등은 평범한 배경에서도 복잡한 인간의 감정변화를 짧은 시간 내에 서사한다.
짧지만 오싹한 이야기들은 주로 원한과 갈등을 다룬다.
죄를 짓는 순간 피해자들이 우리의 일상 어느 순간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지닌다면 사회의 테두리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의 입김을 함부로 뿜어내지는 못할 텐데.
괴담 속의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만나다 보면 현실에도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생각보다 많다 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나 하나만 잘 되면 상관없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2023년의 대한민국은 역사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고 되돌아갈 수 없는 하강의 늪으로 빠진다는 느낌이 강한 요즘, 사람 무서운 줄 깨닫고 사회 정의는 아무 짝에 쓸모없는 낡아버린 가치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타인의 안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악인들에게 악몽이 거듭되는 괴담 가득한 여름날이 되었다는 먹먹함이 느껴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