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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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역사 : 과거 한국경제 흑역사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다
 
한국의 GDP 감소율이 주요국가 세번째로 크다는 슬픈 소식에 이어 러시아에도 쳐졌다는 암울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올 하반기 PF 부실에서 비롯된 경제위기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뉴스는 기업 채권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레고 랜드 사태로 시작된 불안정성이 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새마을금고 위기설은 진정이 된 건지 파묻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나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소폭 인상으로 안정화되어 다행이지만, 1년 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지경이다.
 
반도체 이후 국가 경쟁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개발에 절반의 승리 정도 결과를 만들어낸 대한민국으로서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커다란 난제를 앞두고 있으니 웬만큼 잘해내지 않으면 지난 20여년간의 영광은 추억 속에 한 페이지로만 남게 될 것이다.
심각한 경제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스탠스는 그나마 방법을 찾고 대안을 실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시궁창에 쳐 박아 놓고 있으니 각자도생이라는 체념이 확산되어 나라를 지배하지 않기 바랄 뿐이다.
 


저자는 IMF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점검해본다.

세계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금융지원의 사슬을 끊어내고 재도약하는 눈부신 성과를 보였지만 사실 경제전반은 물론 국민의식 속에는 모든 경제활동에 대한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없어졌고, 대기업과 은행의 불패 신화도 무너졌다.

직장인들은 항상 갑작스러운 정리해고의 불안감을 술로 풀어야 하며, 기업인들은 국내의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외국의 양털깍기에 언제든 다시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깊숙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감을 안고 사업을 해야 한다.

 

외환위기가 동아시아에 한정된 세계 검은 금융계의 장난질과 국내의 미온적인 대처가 결합된 결과물이었다면, 리만 브라더스로 촉발된 금융위기와 닷컴 버블의 몰락은 경제선진국이라는 미국 역시 깊은 손상을 입게 되는 충격 가득한 경제의 흑역사다.

결국 희생은 미국 이외의 국가가 같이 짊어지는 형국일 수밖에 없지만. 대공황 이후 세계경제권에 대한 헤게모니를 조금씩 잃어가는 계기가 된다.

 

근래 들어 가장 끔찍한 재앙이었던 코로나는 잠시 수그러들어 일상생활 복귀가 기능해졌지만, 양적완화를 통한 경제 유지에 온 힘을 기울였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안일했던 결정은 지속 금리 인상의 먹구름을 전세계에 드리웠다.

미국 금리보다 낮은 한국의 현재 상황이 힘겹게 하루 하루 버티는 인내심 테스트일지 다시 한번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도약의 기회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연속 적자 상태에서 국가가 기업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되기 때문에 어쩌면 대한민국호는 유사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쓰러져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지식과 경험자들의 조언을 적극 활용하고 각 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뿐이다.

책 한 권을 통해 무너지는 경제 지진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욕심이지만, 지진이 나면 낮은 곳으로 몸을 피하고 헬멧을 쓰자는 첫번째 과제를 수행할 자신감과 실행력은 얻을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에세이 식으로 풀어가는 한국 경제 위기의 역사는 거센 파도를 버티는 작은 힘으로 개인의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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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생활
모리스 메테를링크 지음, 김현영 옮김 / 이너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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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생활 : 인간과 너무 닮은 벌들의 일생의 삶 속으로
 
 
 
 
1년전 읽었던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이란 책은 벌과 개미 같은 곤충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을 위한 치명적인 무기로 사용하는 독침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생생한 장면들을 묘사하여 그동안 알고 있던 선입견과 오해를 깨부수는 지식을 쌓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곤충 침 고통지수”를 창안하여 학계에 통용이 될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저스틴 슈미트이다.
 
운동장을 걷다 보면 발 아래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개미들을 보며 혹시라도 밟을까 조심했던 경험이 있지만, 윙윙거리며 조금만 허튼 짓 하면 당장 목에 비수를 꽂겠다는 꿀벌에게는 저주를 퍼붓게 된다.
하지만, 철저한 분업과 여왕벌의 절대권력, 신비로운 육각형 모양의 벌집들과 달콤함이 흐르는 꿀에 대한 다층의 관심이 동시에 분출되는 친숙한 생명체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꿀벌들의 모험과 생태를 다큐멘터리로 만날 기회가 된다면 필수 시청 목록에 올릴 것이다. 다행히 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한 곤충 중 하나인 꿀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났으니 이 또한 즐거운 책읽기가 주는 의미이다.
 


벌들이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때로는 분봉을 통해 식민지를 늘려 나가는 과정을 에세이를 적어가듯, 예리한 관찰력을 소설의 상상력과 결합시키며 독자들에게 다소 따분할 수 있는 생태의 관찰을 즐거운 쇼 비즈니스처럼 책장에 들뜬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다.
 
세상에 첫발을 떼는 아기벌들의 처녀 비행과 벌집을 찾아가는 정교한 네비게이션 탑재의 과정은 최초의 비행을 위해 긴장과 흥분이 버무리 된 상태에서 조종간을 잡는 전투기 비행사의 모습이 투영된다.
일단 이륙한 물체는 임무를 완수하고 처음 공간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게 첫번째 미션이다.
비행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임무 수행력도 중요하지만 귀대율은 반드시 관리되고 보호되야 할 우선 과제이다.
하늘에 보이지 않는 비행경로를 빼곡히 적어 놓은 벌들의 습성은 2-3킬로미터 떨어진 원거리 탐험을 마친 이후에도 어렵지 않게 복귀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된다.
도착지의 입구방향이나 주변 위장 등의 눈속임은 쉽게 벌들이 간파해낸다.
몇 킬로 떨어진 곳으로 벌집을 옮기는 실험은 의미가 없다. 이거 뭐 장난치자는 것도 아니고 억지 가득한 설정이지만, 반면 벌들이 뭔가 초능력을 활용하여 주변에 전파를 날리는 방식이 아닌 철저한 지형지물의 파악과 각인을 통해 만들어가는 지극히 생태학적 접근법이라는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정작 인간은 몇 십 미터만 주거지를 몰래 옮겨 놓으면 미아가 될 테니 벌들의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태어나서 처음 큼지막하고 수많은 눈으로 세상을 발견하고, 비행에 이르는 짧지만 생에 첫 외출의 기적을 저자는 실감난 영화 한 장면처럼 흥미롭게 서술한다.
 
이어지는 여왕벌이 남들과 다르게 성장해가며 집단의 우두머리로 권위를 찾고,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은 자연의 오묘한 섭리에 충실하는 벌들의 순종적이며 복종의 모습으로 찾을 수 있다.
배신과 불신의 속고 속이는 인간계의 불완전하고 어린아이 같은 행태와는 차이점이 크다.
비록 본능에 충실한 목적성 없는 결과물일지라도.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반목하는 성별 대결 양상을 꿀벌들의 사회조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생식과 번영을 위해 수 펄들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책무가 완료된 후에 배짱이로 변해 세상 만사 즐거운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다른 일벌들에게 곱게 보일리 없다.
참을 인자를 수십 번 이마에 써가며 참는 측이 있으니 한동안 평화가 유지되지만 이번 생은 처음인 수 펄들의 방탕한 생활은 이내 종말을 맞이한다.
임계점에 도달한 어느 순간, 재빠르게 사형집행일이 오늘이라는 텔레파시가 사회 내부에 전달되고 어제까지 기타 치며 놀던 수 펄들은 포위되어 산채로 갈갈이 찢기고 짓밟힌다. 다행이 화를 면하여 외부로 추방된 벌들의 마지막도 평온하지는 않다. 평생 식량을 탐할 줄만 알지 생산해본 경험이 없던 그들에게 닥치는 기아는 다른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느 날 사회내의 모든 수 펄들은 최후를 맞이하고 나머지 일벌들은 겨울을 준비하는 힘겨운 생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숨막히는 묘사와 사회조직내의 활동은 인간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지만, 집단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방종과 일탈은 눈곱만큼도 인정하지 않는 기계 같은 모습도 엿보인다.
벌들에게 감정과 정의라는 개념을 찾는다면 그게 미친 짓이겠지만 어쩌면 인간은 이론적으로 추구하던 완벽한 세계가 있다면 바로 육각형의 모습을 한 벌통에서 찾을 수 있지 않는가 의구심이 든다.
 
곤충들의 생활과 사회에 대한 궁금증을 초등학교 이후 접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책을 펼치고 성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만의 세계에 한번쯤 푹 빠져 보길 권한다. 흥미로운 여행이 당신의 일상조차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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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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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인류의 지평 위에 서서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라!
 
 
 
 
인공지능이 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 같은 직군은 급속히 생성형 AI에게 밀려날 수 있으니 자신의 역량을 빠른 시간 내에 향상시켜야 한다.
어느 기업의 HR팀에서 신입사원을 교육하며 혁신을 강조하며 발언한 내용이다.
이에 한 신입이 손을 번쩍 들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생성형 AI의 성능은 우수하지만 초기 개발비용과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기업 재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반해 분석형 AI는 루틴화 된 업무에 최적화 되어있고 다른 회사와 공통된 툴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업무를 촉진하고 비용 절감에 수치화 할 수 있는 기여가 가능합니다. 인사, 총무, 노무 같은 일들 말이지요."
 
명쾌한 신입의 대답에 HR 담당자는 숨이 턱 막혔고, 참관하던 대표이사의 눈은 반짝였다고 한다.
 
사피엔솔로지라는 책의 저자가 인류의 장대한 역사를 다시금 살펴보고 정리하려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급격한 사회변화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따라가기 급급할 정도로 세상의 모든 요소들을 바꾸게 된다.
인류가 믿음으로 믿고 있는 옛 선현의 지혜는 더이상 현실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 빠르고 급격한 변화에서 천년 이상 전해온 오래된 지식과 경험은 1년 전에 새로 착안된 컨셉에 밀리고 도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인류가 폭발적 도약에 성공하여 지구를 지배하게 된 상황의 필적할만한 변화가 2023년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도 숨가쁘게 등장한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중심에 선 생명체로 진화하게 된 요인으로 3가지를 뽑는다.
 
지능, 혁신본능, 통제욕구.
 


곰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털을 길고 풍성하게 나는데 집중하여 진화해왔다면, 인간은 곰의 가죽을 벗겨 따뜻한 털옷을 만들어내는 사고의 전환을 위한 뇌의 강화에 진화의 모든 것을 걸었던 셈이다.
매끈하던 대뇌 피질은 점차 주름으로 바뀌어 가며 고차원의 사고능력과 활용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인류라는 지배자로 남을 수 있었다.
우리가 역사와 과학 시간에 배웠던 원시인류가 사이좋게 손잡고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며 진화한 것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유사 유인원 종을 멸종시켰다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머리 같이 우성인자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전달해진 비극은 끔찍하지만.
 
인류의 미래가 지금의 형태가 아닌 로봇과 AI와 결합된 새로운 기계생명체로 선택된 개체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고, 로봇과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몰락한 네안데르탈인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변화보다 더 급속한 진화가 앞으로 30-50년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인류는 진화의 방향을 선택하거나 강요당할 수도 있다.
 
보조 배터리의 삶을 선택한 매트릭스의 나약한 인간이 아닌, 세상 지배력을 유지하며 AI를 머슴으로 부릴 수 있는 최종 보스로 오랫동안 인간이 번성하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의 다방면의 해박한 지적 서술에 너무 기죽지는 말자. 대부분의 독자가 그럴 것이다. 다만 숨가쁘게 설명하는 인류의 역사를 직립보행의 시점부터 우주시대와 나노 시대를 여는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관통하는 지적 유희를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 읽기가 될 것이다.

기존에 출판되었던 국내 과학도서 중 이처럼 긴장감 넘치는 서술과 양과 질을 만족시킨 경우는 없었기에 과학코너에서 잠깐 멈추는 애호가라면 놓치지 않기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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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 : 동아시아 편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이야기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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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실록 2 동아시아편 : 뒤돌아보지 마! 오싹한 한중일 괴담, 여름에도 소름이

 

 

 

추적자가 내뿜는 기분 나쁜 입김이 목덜미를 물어 뜯기 전에 재촉하는 발걸음은 더욱 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

열심히 앞으로 다리를 쳐내지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면 다음 순간, 바닥은 훅 꺼져 버리고 아래로 휘청거리며 떨어진다.

헉!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새벽 3시의 악몽에서 벗어난다.

한여름인데 땀 한 방울 흘리지 못하는 오싹함.

살면서 가위에 눌려본 경험은 없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은 자주 꾸었던 기억이 난다.

원래 이런 꿈은 키크는거라던데 대한민국 평균 키에서 서성거리는 상황을 보면 더 많이 떨어질 걸 그랬다.

 

인간의 공포는 예견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때 본능의 강렬한 발산으로 드러난다.

다른 포유류보다 왜소한 체격은 집단활동과 창의성 가득한 두뇌 활용으로 극복해내고 있었지만, 기본 체력 차이는 무방비 상태에 빠졌을 때 대처가 불가능했다.

결국 공포라는 감정은 위기상황에서는 탈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평상시에는 사주 경계를 확실히 하라는 생존본능에 기반한 작용이다.

 

공포영화의 끔찍한 장면이나 무시무시한 괴물의 등장에 소리를 지르며 무서움을 떨쳐내지만, 또다시 극장을 찾는 이유는 두려움에 대한 반응을 일정 기간 반복 체험하여 평상시에 민첩한 주변 상황인식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일 지도 모른다.

더운 여름 한기를 느낄만한 괴담을 꺼내게 되는 이유도 청량감을 느끼기 위함도 있겠지만 체력의 저하가 될 수 있는 무더위에서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우리도 모르는 자동 메커니즘이 작동된 탓일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괴담을 테마로 흥미로운 영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는 1편에서 한국의 괴담을 다루었고 이에 힘입어 좀 더 큰 세계관을 통해 이야기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괴담의 국가별 차이와 공통된 부분을 탐색하기 위해 2편에서는 한중일의 괴담을 수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오랜 구전을 통해 어색한 부분이나 부분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다 보니 적절한 각색을 통해 독자가 좀 더 편하게 읽게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먼저 일본 편을 펼쳤다.

최근 일본 여행을 갔다 오며 숙소 바로 옆에 커다란 신사가 바짝 붙어 위치하고 있어 깜짝 놀랐었는데, -마치 아파트 옆에 해인사가 있는 느낌이랄까? -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죽음의 문화가 삶의 한 부분을 명확하게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집 안에 죽은 이를 기억하는 항아리를 모시는 정서는 우리와 많이 다르지만 망자를 삶의 동반으로 생각하고 자주 대화를 나누고 기억하는 일련의 과정은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가 망설임없이 할복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씻어내는 문화, 책임을 다하려는 장면 역시 섬으로 갇힌 공간에서 인간의 주종관계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발전해 갔음을 엿볼 수 있고, 아울러 죽음을 또다른 생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다.

 

결백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보이는 행동인데 일본의 경우 유독 경향이 강하다. 그릇을 관리하는 여인이 영주가 부적처럼 생각하는 열개 중 하나를 잃어버렸을 때 절망감에 빠지는 과정과 타협을 거부하고 우물에 뛰어드는 결단은 우리의 정서와 다소 차이를 보이는 극단의 행동을 드러내는 부분이지만, 그로 인한 원한이 오랫동안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전개는 닮아 있다.

자신이 사모하는 여인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습은 극단의 이기주의가 결국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이른다는 충고를 담고 있고 이는 앞서 설명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협동과 유대의 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금기하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죽은 아내의 복수가 결혼을 여러 번 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는 인과관계가 너무 단순하고 원혼이 가진 저주가 이해 안되는 요소여서 개인적으로는 빼도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드는 에피소드였다.

죽어가며 남편에게 부탁한 약속을 거부했더라면 또다른 원한이 생겼을 테니 사무라이 남편만 억울하다.

 

조선의 원한 이야기는 조금 더 긴장감과 반전이 흥미롭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에서 양반집 자제를 사모하다 죽은 백정의 딸이 이루지 못한 연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남자의 인생을 완전히 가루가 되도록 망가뜨리는 행동은 아무리 옛날 이야기라고 해도 불공평하다.

신분의 차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부의 차이가 아닌 시대였으니 자신을 내친다고 해도 그 억울함에 원귀로 현화 되는 장면은 과도하다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구전은 양반의 자제를 오히려 피해자로 그려낼 수 있었다. 괴담에서는 잘 설정되지 않는 구조다. 덕분에 반전을 한단계 효과 있는 극 효과를 만드는데 활용된다.

 

중국 괴담은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수록된 에피소드들은 3나라의 괴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들려준다.

영화 "천녀유혼"의 네이밍에 영향을 주었다는 -믿거나 말거나-“천녀이혼”은 브래드 피트의 "세븐"급 반전을 보여주며 임팩트 강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고, 미운 짓을 했어도 우정은 영원하다 라는 고전 스토리 라인을 짓밟는 어부와 물귀신의 갈등은 평범한 배경에서도 복잡한 인간의 감정변화를 짧은 시간 내에 서사한다.

 

짧지만 오싹한 이야기들은 주로 원한과 갈등을 다룬다.

죄를 짓는 순간 피해자들이 우리의 일상 어느 순간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지닌다면 사회의 테두리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의 입김을 함부로 뿜어내지는 못할 텐데.

괴담 속의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만나다 보면 현실에도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생각보다 많다 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나 하나만 잘 되면 상관없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2023년의 대한민국은 역사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고 되돌아갈 수 없는 하강의 늪으로 빠진다는 느낌이 강한 요즘, 사람 무서운 줄 깨닫고 사회 정의는 아무 짝에 쓸모없는 낡아버린 가치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타인의 안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악인들에게 악몽이 거듭되는 괴담 가득한 여름날이 되었다는 먹먹함이 느껴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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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 : 동아시아 편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이야기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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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지 마! 오싹한 한중일 괴담, 여름에도 소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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