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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사피엔솔로지 : 인류의 지평 위에 서서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라!
인공지능이 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 같은 직군은 급속히 생성형 AI에게 밀려날 수 있으니 자신의 역량을 빠른 시간 내에 향상시켜야 한다.
어느 기업의 HR팀에서 신입사원을 교육하며 혁신을 강조하며 발언한 내용이다.
이에 한 신입이 손을 번쩍 들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생성형 AI의 성능은 우수하지만 초기 개발비용과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기업 재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반해 분석형 AI는 루틴화 된 업무에 최적화 되어있고 다른 회사와 공통된 툴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업무를 촉진하고 비용 절감에 수치화 할 수 있는 기여가 가능합니다. 인사, 총무, 노무 같은 일들 말이지요."
명쾌한 신입의 대답에 HR 담당자는 숨이 턱 막혔고, 참관하던 대표이사의 눈은 반짝였다고 한다.
사피엔솔로지라는 책의 저자가 인류의 장대한 역사를 다시금 살펴보고 정리하려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급격한 사회변화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따라가기 급급할 정도로 세상의 모든 요소들을 바꾸게 된다.
인류가 믿음으로 믿고 있는 옛 선현의 지혜는 더이상 현실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 빠르고 급격한 변화에서 천년 이상 전해온 오래된 지식과 경험은 1년 전에 새로 착안된 컨셉에 밀리고 도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인류가 폭발적 도약에 성공하여 지구를 지배하게 된 상황의 필적할만한 변화가 2023년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도 숨가쁘게 등장한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중심에 선 생명체로 진화하게 된 요인으로 3가지를 뽑는다.
지능, 혁신본능, 통제욕구.
곰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털을 길고 풍성하게 나는데 집중하여 진화해왔다면, 인간은 곰의 가죽을 벗겨 따뜻한 털옷을 만들어내는 사고의 전환을 위한 뇌의 강화에 진화의 모든 것을 걸었던 셈이다.
매끈하던 대뇌 피질은 점차 주름으로 바뀌어 가며 고차원의 사고능력과 활용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자들을 몰아내고 인류라는 지배자로 남을 수 있었다.
우리가 역사와 과학 시간에 배웠던 원시인류가 사이좋게 손잡고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며 진화한 것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유사 유인원 종을 멸종시켰다는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머리 같이 우성인자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전달해진 비극은 끔찍하지만.
인류의 미래가 지금의 형태가 아닌 로봇과 AI와 결합된 새로운 기계생명체로 선택된 개체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고, 로봇과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몰락한 네안데르탈인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변화보다 더 급속한 진화가 앞으로 30-50년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인류는 진화의 방향을 선택하거나 강요당할 수도 있다.
보조 배터리의 삶을 선택한 매트릭스의 나약한 인간이 아닌, 세상 지배력을 유지하며 AI를 머슴으로 부릴 수 있는 최종 보스로 오랫동안 인간이 번성하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의 다방면의 해박한 지적 서술에 너무 기죽지는 말자. 대부분의 독자가 그럴 것이다. 다만 숨가쁘게 설명하는 인류의 역사를 직립보행의 시점부터 우주시대와 나노 시대를 여는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관통하는 지적 유희를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 읽기가 될 것이다.
기존에 출판되었던 국내 과학도서 중 이처럼 긴장감 넘치는 서술과 양과 질을 만족시킨 경우는 없었기에 과학코너에서 잠깐 멈추는 애호가라면 놓치지 않기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