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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생활
모리스 메테를링크 지음, 김현영 옮김 / 이너북 / 2023년 7월
평점 :

꿀벌의 생활 : 인간과 너무 닮은 벌들의 일생의 삶 속으로
1년전 읽었던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이란 책은 벌과 개미 같은 곤충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을 위한 치명적인 무기로 사용하는 독침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생생한 장면들을 묘사하여 그동안 알고 있던 선입견과 오해를 깨부수는 지식을 쌓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곤충 침 고통지수”를 창안하여 학계에 통용이 될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저스틴 슈미트이다.
운동장을 걷다 보면 발 아래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개미들을 보며 혹시라도 밟을까 조심했던 경험이 있지만, 윙윙거리며 조금만 허튼 짓 하면 당장 목에 비수를 꽂겠다는 꿀벌에게는 저주를 퍼붓게 된다.
하지만, 철저한 분업과 여왕벌의 절대권력, 신비로운 육각형 모양의 벌집들과 달콤함이 흐르는 꿀에 대한 다층의 관심이 동시에 분출되는 친숙한 생명체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꿀벌들의 모험과 생태를 다큐멘터리로 만날 기회가 된다면 필수 시청 목록에 올릴 것이다. 다행히 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신비한 곤충 중 하나인 꿀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났으니 이 또한 즐거운 책읽기가 주는 의미이다.
벌들이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때로는 분봉을 통해 식민지를 늘려 나가는 과정을 에세이를 적어가듯, 예리한 관찰력을 소설의 상상력과 결합시키며 독자들에게 다소 따분할 수 있는 생태의 관찰을 즐거운 쇼 비즈니스처럼 책장에 들뜬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다.
세상에 첫발을 떼는 아기벌들의 처녀 비행과 벌집을 찾아가는 정교한 네비게이션 탑재의 과정은 최초의 비행을 위해 긴장과 흥분이 버무리 된 상태에서 조종간을 잡는 전투기 비행사의 모습이 투영된다.
일단 이륙한 물체는 임무를 완수하고 처음 공간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게 첫번째 미션이다.
비행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임무 수행력도 중요하지만 귀대율은 반드시 관리되고 보호되야 할 우선 과제이다.
하늘에 보이지 않는 비행경로를 빼곡히 적어 놓은 벌들의 습성은 2-3킬로미터 떨어진 원거리 탐험을 마친 이후에도 어렵지 않게 복귀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된다.
도착지의 입구방향이나 주변 위장 등의 눈속임은 쉽게 벌들이 간파해낸다.
몇 킬로 떨어진 곳으로 벌집을 옮기는 실험은 의미가 없다. 이거 뭐 장난치자는 것도 아니고 억지 가득한 설정이지만, 반면 벌들이 뭔가 초능력을 활용하여 주변에 전파를 날리는 방식이 아닌 철저한 지형지물의 파악과 각인을 통해 만들어가는 지극히 생태학적 접근법이라는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정작 인간은 몇 십 미터만 주거지를 몰래 옮겨 놓으면 미아가 될 테니 벌들의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태어나서 처음 큼지막하고 수많은 눈으로 세상을 발견하고, 비행에 이르는 짧지만 생에 첫 외출의 기적을 저자는 실감난 영화 한 장면처럼 흥미롭게 서술한다.
이어지는 여왕벌이 남들과 다르게 성장해가며 집단의 우두머리로 권위를 찾고,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은 자연의 오묘한 섭리에 충실하는 벌들의 순종적이며 복종의 모습으로 찾을 수 있다.
배신과 불신의 속고 속이는 인간계의 불완전하고 어린아이 같은 행태와는 차이점이 크다.
비록 본능에 충실한 목적성 없는 결과물일지라도.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반목하는 성별 대결 양상을 꿀벌들의 사회조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생식과 번영을 위해 수 펄들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책무가 완료된 후에 배짱이로 변해 세상 만사 즐거운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다른 일벌들에게 곱게 보일리 없다.
참을 인자를 수십 번 이마에 써가며 참는 측이 있으니 한동안 평화가 유지되지만 이번 생은 처음인 수 펄들의 방탕한 생활은 이내 종말을 맞이한다.
임계점에 도달한 어느 순간, 재빠르게 사형집행일이 오늘이라는 텔레파시가 사회 내부에 전달되고 어제까지 기타 치며 놀던 수 펄들은 포위되어 산채로 갈갈이 찢기고 짓밟힌다. 다행이 화를 면하여 외부로 추방된 벌들의 마지막도 평온하지는 않다. 평생 식량을 탐할 줄만 알지 생산해본 경험이 없던 그들에게 닥치는 기아는 다른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느 날 사회내의 모든 수 펄들은 최후를 맞이하고 나머지 일벌들은 겨울을 준비하는 힘겨운 생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숨막히는 묘사와 사회조직내의 활동은 인간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지만, 집단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방종과 일탈은 눈곱만큼도 인정하지 않는 기계 같은 모습도 엿보인다.
벌들에게 감정과 정의라는 개념을 찾는다면 그게 미친 짓이겠지만 어쩌면 인간은 이론적으로 추구하던 완벽한 세계가 있다면 바로 육각형의 모습을 한 벌통에서 찾을 수 있지 않는가 의구심이 든다.
곤충들의 생활과 사회에 대한 궁금증을 초등학교 이후 접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책을 펼치고 성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만의 세계에 한번쯤 푹 빠져 보길 권한다. 흥미로운 여행이 당신의 일상조차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