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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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선택의 순간,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허상과 진실들

 
 


 
 
저자는 지인에게 곤란한 질문을 받는다.
“아이를 낳는 게 나은지 모르겠어요. 고심을 거듭해봐도 낳아도 좋을 거 같긴 한데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질문 자체에 사실 답이 있다.
부모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큰 고통과 희생이 필요하다.
멋 모를 때는 하루의 고된 일과가 끝난 후 지친 몸을 끌고 귀가했을 때 잠자는 아이의 쌔근거리는 착한 모습만 보면 고통이 싹 씻어진다고 하지만, 1주일이 지나고 1달이 누적되기 시작하며 아이는 무럭 무럭 커가면서 경제 부담과 시간 부족으로 대표되는 육아의 고통은 아이의 미소로 보답 받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산후 극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산모 이야기가 가끔 미디어에 보도되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다고 볼 정도로.
 
시작도 전에 미래의 고통이 부담스럽다면 아예 시작도 말라는 충고는 항상 유효한 이유이다.
저자는 이렇듯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들을 어떻게 마주할지 어떤 선택과 결론을 이끌어야 하는지 독자와 대화를 시작한다.
 
어차피 답이 없는 질문들이고, 수량화나 계측화도 어려운 성격들이지만 마냥 손 놓고 운명의 신에게 맡길 수는 없으니 저자 같은 조언이 가능한 리더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일부는 무당집을 찾아갈 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숫자로 만들어내고, 통계를 내고 과거 사례와 주변의 조언들을 들어가며 합리성 높은 결정으로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다른 누구가 아닌, 내 문제니 말이다.
 
문제에 봉착하면 세로 선을 하나 긋고 오른쪽에는 단점을 왼쪽에는 장점을 적어 넣고 해당 이슈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는 방식이 있다.
굉장히 합리적이며 소거법까지 활용한다면 정확하고 효과적인 판단 도구로 사용할만하다. 저명한 과학자 다윈도 사용했고 벤자민 프랭클린도 자신만의 방법을 주변에 소개할 정도로 보편타당한 도구로 자리를 잡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2023년 대한민국 사무실에도 업무 진행할 때 자주 소환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과연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도구라고 할 수 있을까?
 
일견 계량화 되고 복잡한 문제가 단순화되어 의사결정에 확실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이 부분을 강조한다. 단순히 비교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 뒤에 숨은 잘라낸 내용의 중요도는 세로선 양측면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윈이 결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저자가 가상을 풀어내는 장면에서 우리가 자주 빠지는 오류를 알 수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시작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기 보다는 내가 변해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시각이다. 다윈이 고민하던 일 차원적인 결혼의 찬반 논쟁은 실제 결혼생활을 해보지 않은 그가 접근할 수 있는 차원이 아예 다르다. 솔로로 지낸 총각이 주관 가득 묻은 상상력을 몽땅 동원하겠지만 어차피 상상의 한계가 명확한 정의에서 잘못된 고민과 선택지가 탁자에 놓이게 된다.
결혼 생활은 다윈이 생각하던 모습보다는 더욱 복잡하고 알지 못하는 긍정과 부정이 버라이어티 쇼 공연 같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다.
본인이 써갈겨놓은 장단점은 경험하지 못한 총각의 뇌내 망상과 한계일 뿐이라는 점을 그의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는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선택의 삶을 강요받는다.
수영장에서 한시간 쾌락에 젖어 지낼 수도 있고, 답답한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에 인생의 의미를 되 내이는 한시간을 선택하게 될 지도 모른다.
때로는 어느 쪽이 더 유용한 삶의 모습인가 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인가 고민하고 격론을 벌이기도 한다,
배부른 돼지냐 배고픈 소크라테스냐 네 선택은 무엇이냐며 강요받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수 없다.
상대방이 실제 되어 보기 전에는 그만의 상황과 선택의 이유를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의 고달품을 책이나 말로 통해 습득해봐야 실제 아이를 품에 안고 하루 종일 울어 제 끼는 아이를 보살피고 거기서 느끼는 따사로운 한 조각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한계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주어진 삶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살아가는 권리도 가지고 있다. 이 둘이 결합하여 설정한 삶을 누가 비아냥댈 수 있단 말인가?
다만 본인의 미래를 설정할 때 고려할 부분은 가치 등가의 영역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개의 세계를 살아가는 선택지가 있으며 실제 경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단점 목록을 늘어뜨려보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깨달어야 한다.
만약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투철한 당신이라면 일단 가고자 하는 세계에 뛰어들어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향 속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라는 제안을 해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을 의미 없는 지극히 개인 이기주의 관점에서 선택하라고 저자가 주장한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앞에 놓은 선택지에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과 방법에 대한 충고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내의 잃어버린 귀걸이를 찾아준 숙소의 여직원에 대한 에피소드는 결정의 순간 자신만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자존감을 지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으면 경제학의 논리상 가장 혜택이 큰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성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당연히 해야 할 행동으로 연결시켜 주는 힘은 지갑에 들은 금액이 적거나 주위에 있었 을지 모르는 혹시나 누군가의 눈이 두려워 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설정한 삶의 원칙과 자신에 대한 기대가 기본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 석학들을 데려다 놓고 100분 토론을 해도 다윈이 결혼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는 결국 다윈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고 그가 생각해낸 외부에서 잠깐 들여다보는 세계의 모습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독자"로서 또는 또 하나의 "다윈"으로 우리는 자각하고 선택을 새로운 방법으로 설정하는 법을 깨닫는 시간으로 의미 있는 책 읽기가 될 수 있다. 하루 종일 선택지에서 고민만 하는 이는 한번쯤 자신을 헤아려보고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컨설팅의 시간을 갖게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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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디퍼런트 - 사람과 숫자 모두를 얻는, 이 시대의 다른 리더
사이먼 사이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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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디퍼런트 : 관리자가 아닌 리더를 탄생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다.

 

 

 

 

원시사회에서 리더의 중요성은 생존과 직결 되어있다.

굶주림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사냥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었고, 일련의 계획과 실행의 과정에서 최종 조율자이자 결정권자는 리더의 몫이다.

한순간의 실패는 부족원의 상당수를 잃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부족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인자이다.

 

따라서 리더는 가장 마음에 드는 여성은 배우자로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노획한 승자의 식사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된다.

 

사회의 정해질 질서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집단이 유지되기 위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배우자 선택의 우선권은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리더의 유전자를 계승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며, 먼저 식사를 뜨는 기회는 사회 위치에 대한 모두의 공감을 의미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리더에 자리에 안주할 가능성은 적다.

때가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때로는 쫓겨나기도 한다.

일회용 커피가 우리에게 맞는 커피잔이라고 술회하는 국방차관의 약간 아쉬움 묻어나는 멘트는 자리에 어울리는 근사한 커피잔을 누군가가 대접하는 일은 나라는 한 사람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자신이 누리는 지위나 직책에 대한 서비스이고 언젠가는 후배에게 떳떳하게 넘겨줄 때가 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리더의 자리에서 자신의 권리만 눈에 들여놓으면 결국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되고 불충분한 능력으로 끌어내려지는 광경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가장 마지막에 식사를 하고 더 맛난 부위를 동료들을 위해 양보하는 순간, 자신을 진심으로 케어하고 있다는 믿음이 퍼지며 그 후에야 진정한 보스의 존엄함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가에게 필요한 5가지 레슨은 사례와 함께 리더들이 비즈니스의 냉엄한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며 회사의 성장동력과 미래 생존을 책임질 수 있는 덕목에 대해 신랄한 어조로 이어 나간다.

 

가장 먼저 제시되는 단어는 "기업문화"다,

문화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뉘앙스가 실제 업무 현장과는 이격이 생기나, 어쨌든 기업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자신들의 성격과 가치, 미래 비전의 공유는 그 자체만으로 회사의 정체성과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 인간관계 도구가 된다.

 

안타까운 몰락을 맞이한 골드만삭스 사례는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장기적 탐욕"이라는 단어가 그들 자신을 설명했다 한다.

능력 있는 인재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인사철학은 골드만삭스가 고객을 어떻게 대하고 회사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잘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오랜 기업의 전통도 탐욕을 앞에 내세우는 리더들에 의해 좌초하게 된다.

회사 티셔츠를 잠잘 때나 페인트 칠할 때 입을 정도로 로열티와 자긍심을 잃어버린 조직에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일은 어렵다.

과거 장기 고객관리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던 골드만삭스가 무모하고 공격성향 강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을 때 자신들이 고객은 물론 스스로 믿었던 회사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는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탐욕이 회사를 집어삼켰다.

그 이후의 몰락은 익히 아는 그대로다.

누가 이들을 이런 막장으로 내몰았을까?

선진국으로 가는 장미 빛 미래를 꿈꾸던 국민들에게 핵 오염수로 아이들의 핏빛 미래를 남기고 말겠다는 자조 섞인 탄식을 안겨주었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저자는 솔직함을 요구한다. 책에 소개된 해병대 사례에서 나와 있듯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겠다는 신뢰를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을 일삼고 포장하려는 리더를 따르려 하지 않는다,

위기가 닥쳐올 때 현실을 직시하고 역경을 헤쳐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때 비로서 리더가 평상시에 행했던 모습들이 투영되며 단일 된 힘으로 돌파하는 원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의심이 드는 행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했을 때 꼬리를 무는 변명과 회피를 일삼는 자들에게는 다수의 고통과 절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고통이 불가피하다.

 

우리를 유혹하는 도파민-즉 성과보상체계에 대한 지적은 기존에 의식하지 못했던 시각이라 도움이 된다.

월별 목표를 100% 넘었을 때 작은 보상과 칭찬이 뒤따르는 회사의 룰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조직 활동이다.

오래전 수렵시대 가젤을 잡아온 위대한 사냥꾼들에게 온 부족이 축복과 감사를 올리는 행위와 동일한 조직내의 위상을 인정해주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단기성과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보상체계 속에서 기업이 장기의 비전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필요한 침묵의 기여자들에게는 자신감을 잃고 열의를 버릴 지도 모르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도 유지해야 한다.

수십만번의 실패로 엉망이 된 실험이 성공 후에 기업의 가치와 임직원들의 근로생활을 알차게 이어갈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된다.

 

심지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에게는 악재가 되는 노력을 모든 구성원들이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 끔찍한 사례들은 두고 두고 마음에 되새길 필요를 가진다.

 

 

리더는 기업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평온한 시대의 회사에서 일정 요건만 되면 주어지는 관리자와 분명 구별되는 무엇인가를 눈치챈 경영자들은 리더와 관리자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고 구성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주며 미래의 우수자원을 양성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기업 전반의 구성원들의 근성을 키우는 다양한 조건들을 하나 꿰차고 신뢰를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위기에 닥쳤을 때 모든 대비책들이 공염불이 되고 마는 허망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추앙받던 회사가 경영층의 가치변화와 리더들의 성과주의에 빠져 긍정의 문화를 경쟁의 문화로 바꾼 순간 기업의 몰락은 시작되었다는 수많은 사례는 조직원들을 이끌어 나갈 리더의 위치와 역할을 한번 더 확실하게 상기시켜 주는 기회가 된다.

 

리더를 꿈꾸는 이에게는 성과에 매몰돼 원래의 자신이 가졌던 비전과 협력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 다짐을 책 한 권으로 다시 한번 정신 무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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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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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 일본 추리소설의 새로운 손맛을 느끼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사람들의 추리소설 사랑은 유별나다.

국내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단골로 얼굴을 내미는 유명 작가도 꽤나 많고, 일본 내 미스터리 전문 문학상도 여럿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국 개화 초기 영국의 영향력이 지대했던 만큼, 소설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영국 탐정소설이 일본인 정서와 맞아떨어지며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국에서는 시덥잖은 작가 취급을 받지만 일본에서는 꽤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인기를 끈 사례도 많다고 한다. 록 음악 뮤지션들이 현금을 벌어들이는 무대가 일본이었던 경우도 유사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독자들이 많다는 점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시장에서 공격성향 강한 기질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는 문학 시상 제도 역시 향후 출판사의 이익에 기여할 신인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비즈니스에 전념을 다한 쇼케이스의 하나이다.

최근 국내의 경우도 웹툰 기반의 드라마가 OTT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만큼 화려한 주제의 변화가 문화의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데 추리소설 또는 미스터리 장르에도 한국 작가들의 입지가 지금보다 확고해지고 독자층이 넓어지길 바란다.



이번에 읽게 된 이상한 그림은 기존 작품들에 비해 전개하는 방식도 특이하고 무엇보다 "그림"을 매개체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는 점이 매력 가득한 소설이다. 당연히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풍미는 지니고 있다. 사건 자체의 복잡함보다는 독자와 트릭을 풀어가는 아기자기한 구조도 그 중 하나다.

첫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두번째 단편으로 나가면 4편의 소설이 한 권으로 묶여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막상 조금 더 진도가 나가면 이 책 전체는 하나의 연관성을 가진 큰 소설로 구조화된 결과를 깨닫게 된다.

연극의 막이 바뀌며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듯 단편들이 끝나면서 새로운 배경과 스토리가 전개되어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다.

약간의 트릭을 써서 독자에게 화자를 속이는 방식도 과거 몇몇 소설에 보였던 기법이지만 적절하게 사용되어 악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비약이 다소 심한 부분도 있어, 작가가 아직은 아마추어의 범주에서 한쪽 발이 묶여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런 아쉬운 부분을 그림이라는 틀로 해쳐 나가는 부분이 상쇄해준다.

특히 3번째 트릭에서 많은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보이지만 과정 상에서 작가의 기발한 낚시질에 감탄하게 된다.

문제를 풀지 못한 아쉬움보다 비틀어진 추리의 전개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이 더 큰 경우다.

아이의 출산을 기대하는 부부의 설레는 모습이 안타까운 상황으로 오버랩 되거나, 아버지와의 흐릿한 기억을 어렵게 되살리는 꼬마의 인생이 과장되지만 우리 이웃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들게 만드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대가로 취급받거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한 이야기의 힘이라는 점은 미리 알고 읽기 시작할 필요는 있다. 다만 이런 다소 부족한 부분이 전체 스토리를 알아갈 즈음에는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즐거움이 더 커지는 지점에 서있는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피가 낭자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추리기법이 등장하는 소설에 지친 애호가라면 조금은 단순하지만 색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작가와의 만남을 기대해도 좋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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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3.8 독서평설 2023년 8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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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더욱 크고 넓게 만들어주는 찐 잡지 새월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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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3.8 독서평설 2023년 8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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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 평설 23년 8월호 : 생각을 넓혀주는 고등학생 필독 잡지 새월호
 
 
 
 
대화를 나누는 중간 튀어나오는 지식의 깊이는 상대방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자연스럽게 연관시키는 법이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지리멸렬한 협상의 과정에서 잠깐 한 숨 쉬어가는 화제거리가 의외의 청량제 역할을 하며 깔끔한 마무리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지식과 지혜는 다른 영역이지만 지혜 없는 지식은 있어도 지식 없는 지혜는 드물다.
평상시 독서를 통해 - 글쓰기라는 과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수련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황에 따른 대처 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자기 평가가 나온 후에야 서점에 들러 경영경제 도서들을 뒤척이고 자기계발서를 처음 구매하기도 했다. 책 자체에 대한 욕심만 앞서서 구매하고 읽지도 않고 뽀얀 먼지만 쌓인 책들은 언제나 나를 깔보는 비웃음으로 바라보지만, 그래도 책장에 가득 찬 책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즐거움은 딸 아이에게도 이어진다.
지금은 고등학생이고, 또래 아이들보다 이런 저런 경로로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든다.
초등학생부터 쌓이는 독서에 대한 선한 감정과 애착은 별다른 저항에 부딪히는 일 없이 성인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집 5분 거리에 어린이 도서관이 자리잡은 영향도 크다.
비용 부담 없이 책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실제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혜택이라는 데 공감하리라.
 


문제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학교 수업과 학원 교재 따라가느라 허덕이다 보니 독서할 시간에 제약이 생긴다는 부분이다.
가장 책 읽기 좋은 시절에 교과서와 학원 수업에 매몰되는 한국 청소년의 슬픈 자화상. 
독서와 논술을 쓸 수 있는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해주는 잡지들이 여러 출판사에서 등장해서 각축을 벌이는 시장이면 좋겠지만 아 시다시피 독서평설을 제외하고 이 시장은 극히 제한적이다.
높은 학구열과 대학 입시에 필요한 조건임에도 아이들이 휴식을 가지면서 독서에 대한 감을 잃지 않게 만드는 잡지가 적다는 사실은 극히 왜곡된 한국 교육시장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꼬박 구매하여 책꽂이에 꽂으니 벌써 30권이 훌쩍 넘고 아이의 생각을 참고한다는 생각에 책 목차라도 훑어 본지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갔다.
 
더운 여름에는 번듯한 휴가라도 한번 다녀오면 좋지만, 아이들의 마음도 마냥 즐겁지는 못하고 올해는 이래저래 재난 소식도 많으니 잡지의 테마들이라도 넘겨가며 못간 휴가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8월호에서 가장 눈길을 끈 주제는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대한 기고였다.
전작은 기존의 영화와는 많이 다른 관점과 전개로 애호가들을 열광시켰고 신작 역시 앞서 펼쳐진 혼돈의 유니버스를 이어서 전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니의 인기 이후 실사영화에서도 마블은 유니버스라는 이야기의 확장에 진심을 다하고 있지만 여러 편의 영화들을 전체적으로 꿰뚫는 시청경험이 없는 초보에게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전개방식이다. 유니버스라는 개념 자체도 다중우주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과학적인 화두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영화 한 편으로 복잡한 컨셉을 이해하라고 떠미는 행위는 자칫 영화 자체에 대한 흥미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는 흥미 100%인 마블 코믹스의 신작 소개와 이해가 빠른 유니버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지만 히어로물에 관심이 많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다는 작은 걱정이 앞서는 기획이었다.
VOD로 빨리 보고나서 영화 자체에 대한 판단을 해보려 한다.
 
세특 모범사례 분석에 대한 심층 기고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과거에 비해 복잡하기한 대입 전형의 다양한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꿰뚫기 어려운 상황이라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읽어보면 아이나 부모나 답답한 마음이 해소된다.
소논문을 작성하는 요령에서 특히 보고서의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탐색하는 첫번째 단추는 평상시 자녀와의 소통과 관심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내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서론 본론 결론을 연결시키는 과정은 학습과 강의를 통해 습득할 수 있지만 학생 본인이 가장 자신 있게 글을 이어가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대상을 탐구하고 관심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은 일상생활의 대화 속에서 찾아주는 부모의 역할이 가능하다.
 
칫솔 고르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아이보다 내게 더 도움이 됐다. 그동안 칫솔의 브랜드만 보고 1등 기업의 제품만 구매했었지만 각 자 건강 상태와 개선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따라 칫솔모부터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을 수 있었다. 자신만의 칫솔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은 어릴 때부터 하던 습관대로 칫솔질을 하는 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체크할 수 있었다.
유튜브 치과의사들의 조언을 보면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칫솔질의 방법은 물론 이에 안 좋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여러 실험을 통해 오히려 좋았던 방식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학창시절에 치아 관리 제대로 안 한 덕에 치과 통원 치료가 많았던 지라 건강상식이 도움이 되는 케이스다.
 
성인으로 책장을 넘겨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만큼 자녀들에게도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세상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 편집진의 고민이 잘 드러난 8월호였다. 공부하다 잠깐 쉬는 시간에 침대에 누워 잡지를 들 적이는 딸아이가 건강하게 여름을 마무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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