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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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선택의 순간,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허상과 진실들

 
 


 
 
저자는 지인에게 곤란한 질문을 받는다.
“아이를 낳는 게 나은지 모르겠어요. 고심을 거듭해봐도 낳아도 좋을 거 같긴 한데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질문 자체에 사실 답이 있다.
부모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큰 고통과 희생이 필요하다.
멋 모를 때는 하루의 고된 일과가 끝난 후 지친 몸을 끌고 귀가했을 때 잠자는 아이의 쌔근거리는 착한 모습만 보면 고통이 싹 씻어진다고 하지만, 1주일이 지나고 1달이 누적되기 시작하며 아이는 무럭 무럭 커가면서 경제 부담과 시간 부족으로 대표되는 육아의 고통은 아이의 미소로 보답 받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산후 극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산모 이야기가 가끔 미디어에 보도되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다고 볼 정도로.
 
시작도 전에 미래의 고통이 부담스럽다면 아예 시작도 말라는 충고는 항상 유효한 이유이다.
저자는 이렇듯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들을 어떻게 마주할지 어떤 선택과 결론을 이끌어야 하는지 독자와 대화를 시작한다.
 
어차피 답이 없는 질문들이고, 수량화나 계측화도 어려운 성격들이지만 마냥 손 놓고 운명의 신에게 맡길 수는 없으니 저자 같은 조언이 가능한 리더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일부는 무당집을 찾아갈 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숫자로 만들어내고, 통계를 내고 과거 사례와 주변의 조언들을 들어가며 합리성 높은 결정으로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다른 누구가 아닌, 내 문제니 말이다.
 
문제에 봉착하면 세로 선을 하나 긋고 오른쪽에는 단점을 왼쪽에는 장점을 적어 넣고 해당 이슈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는 방식이 있다.
굉장히 합리적이며 소거법까지 활용한다면 정확하고 효과적인 판단 도구로 사용할만하다. 저명한 과학자 다윈도 사용했고 벤자민 프랭클린도 자신만의 방법을 주변에 소개할 정도로 보편타당한 도구로 자리를 잡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2023년 대한민국 사무실에도 업무 진행할 때 자주 소환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과연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도구라고 할 수 있을까?
 
일견 계량화 되고 복잡한 문제가 단순화되어 의사결정에 확실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이 부분을 강조한다. 단순히 비교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 뒤에 숨은 잘라낸 내용의 중요도는 세로선 양측면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윈이 결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저자가 가상을 풀어내는 장면에서 우리가 자주 빠지는 오류를 알 수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시작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기 보다는 내가 변해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시각이다. 다윈이 고민하던 일 차원적인 결혼의 찬반 논쟁은 실제 결혼생활을 해보지 않은 그가 접근할 수 있는 차원이 아예 다르다. 솔로로 지낸 총각이 주관 가득 묻은 상상력을 몽땅 동원하겠지만 어차피 상상의 한계가 명확한 정의에서 잘못된 고민과 선택지가 탁자에 놓이게 된다.
결혼 생활은 다윈이 생각하던 모습보다는 더욱 복잡하고 알지 못하는 긍정과 부정이 버라이어티 쇼 공연 같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다.
본인이 써갈겨놓은 장단점은 경험하지 못한 총각의 뇌내 망상과 한계일 뿐이라는 점을 그의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는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선택의 삶을 강요받는다.
수영장에서 한시간 쾌락에 젖어 지낼 수도 있고, 답답한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에 인생의 의미를 되 내이는 한시간을 선택하게 될 지도 모른다.
때로는 어느 쪽이 더 유용한 삶의 모습인가 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인가 고민하고 격론을 벌이기도 한다,
배부른 돼지냐 배고픈 소크라테스냐 네 선택은 무엇이냐며 강요받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수 없다.
상대방이 실제 되어 보기 전에는 그만의 상황과 선택의 이유를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의 고달품을 책이나 말로 통해 습득해봐야 실제 아이를 품에 안고 하루 종일 울어 제 끼는 아이를 보살피고 거기서 느끼는 따사로운 한 조각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한계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주어진 삶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살아가는 권리도 가지고 있다. 이 둘이 결합하여 설정한 삶을 누가 비아냥댈 수 있단 말인가?
다만 본인의 미래를 설정할 때 고려할 부분은 가치 등가의 영역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개의 세계를 살아가는 선택지가 있으며 실제 경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단점 목록을 늘어뜨려보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깨달어야 한다.
만약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투철한 당신이라면 일단 가고자 하는 세계에 뛰어들어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향 속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라는 제안을 해줄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을 의미 없는 지극히 개인 이기주의 관점에서 선택하라고 저자가 주장한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우리 앞에 놓은 선택지에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과 방법에 대한 충고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내의 잃어버린 귀걸이를 찾아준 숙소의 여직원에 대한 에피소드는 결정의 순간 자신만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고 자존감을 지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으면 경제학의 논리상 가장 혜택이 큰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성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당연히 해야 할 행동으로 연결시켜 주는 힘은 지갑에 들은 금액이 적거나 주위에 있었 을지 모르는 혹시나 누군가의 눈이 두려워 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설정한 삶의 원칙과 자신에 대한 기대가 기본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 석학들을 데려다 놓고 100분 토론을 해도 다윈이 결혼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는 결국 다윈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고 그가 생각해낸 외부에서 잠깐 들여다보는 세계의 모습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독자"로서 또는 또 하나의 "다윈"으로 우리는 자각하고 선택을 새로운 방법으로 설정하는 법을 깨닫는 시간으로 의미 있는 책 읽기가 될 수 있다. 하루 종일 선택지에서 고민만 하는 이는 한번쯤 자신을 헤아려보고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컨설팅의 시간을 갖게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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