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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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 일본 추리소설의 새로운 손맛을 느끼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사람들의 추리소설 사랑은 유별나다.

국내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단골로 얼굴을 내미는 유명 작가도 꽤나 많고, 일본 내 미스터리 전문 문학상도 여럿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국 개화 초기 영국의 영향력이 지대했던 만큼, 소설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영국 탐정소설이 일본인 정서와 맞아떨어지며 지속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국에서는 시덥잖은 작가 취급을 받지만 일본에서는 꽤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인기를 끈 사례도 많다고 한다. 록 음악 뮤지션들이 현금을 벌어들이는 무대가 일본이었던 경우도 유사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독자들이 많다는 점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시장에서 공격성향 강한 기질을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는 문학 시상 제도 역시 향후 출판사의 이익에 기여할 신인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비즈니스에 전념을 다한 쇼케이스의 하나이다.

최근 국내의 경우도 웹툰 기반의 드라마가 OTT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만큼 화려한 주제의 변화가 문화의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데 추리소설 또는 미스터리 장르에도 한국 작가들의 입지가 지금보다 확고해지고 독자층이 넓어지길 바란다.



이번에 읽게 된 이상한 그림은 기존 작품들에 비해 전개하는 방식도 특이하고 무엇보다 "그림"을 매개체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는 점이 매력 가득한 소설이다. 당연히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풍미는 지니고 있다. 사건 자체의 복잡함보다는 독자와 트릭을 풀어가는 아기자기한 구조도 그 중 하나다.

첫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두번째 단편으로 나가면 4편의 소설이 한 권으로 묶여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막상 조금 더 진도가 나가면 이 책 전체는 하나의 연관성을 가진 큰 소설로 구조화된 결과를 깨닫게 된다.

연극의 막이 바뀌며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듯 단편들이 끝나면서 새로운 배경과 스토리가 전개되어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다.

약간의 트릭을 써서 독자에게 화자를 속이는 방식도 과거 몇몇 소설에 보였던 기법이지만 적절하게 사용되어 악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비약이 다소 심한 부분도 있어, 작가가 아직은 아마추어의 범주에서 한쪽 발이 묶여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런 아쉬운 부분을 그림이라는 틀로 해쳐 나가는 부분이 상쇄해준다.

특히 3번째 트릭에서 많은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보이지만 과정 상에서 작가의 기발한 낚시질에 감탄하게 된다.

문제를 풀지 못한 아쉬움보다 비틀어진 추리의 전개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이 더 큰 경우다.

아이의 출산을 기대하는 부부의 설레는 모습이 안타까운 상황으로 오버랩 되거나, 아버지와의 흐릿한 기억을 어렵게 되살리는 꼬마의 인생이 과장되지만 우리 이웃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들게 만드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대가로 취급받거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한 이야기의 힘이라는 점은 미리 알고 읽기 시작할 필요는 있다. 다만 이런 다소 부족한 부분이 전체 스토리를 알아갈 즈음에는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즐거움이 더 커지는 지점에 서있는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피가 낭자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추리기법이 등장하는 소설에 지친 애호가라면 조금은 단순하지만 색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작가와의 만남을 기대해도 좋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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