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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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근교를 산책하는 여유를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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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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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도시의 근교를 산책하는 여유를 찾는 시간

도쿄라는 도시는 매력이 가득 넘친다.
과거와 현재가 적절히 혼재되어있다.
유행과 최신의 물결이 잘 포장되어 있지만 문득 지나치는 풍경 속에는 100년을 훌쩍 넘은 전통과 자존심이 묻어나는 공간이 잠깐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정도의 빠른 근대화로 이행은 조선이 쇄국정책이란 미명하에  머리만 둥지 속으로 집어넣고 몸을 사리는 동안 양국의 격차를 크게 만들었다.
도쿄가 자신의 위상을 뽐낼 정도의 채워짐이 가능한 이유는 이 때부터 축적된 일본의 희망과 희생이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늙어가는 국가로의 이미지가 더 강해진 일본의 요즘 모습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우습게 보다는 한국인의 시각에서나 뒷방 노인네 취급이지 아직도 세계인의 머리 속에서 일본과 수도 도쿄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막연한 동경의 눈빛으로 도시를 바라보기에 우리의 감정선이 예리하지만, 이 부분을 잠시 내려놓고 경쟁자를 벤치마킹하는 마음이나 좋던 싫던 가까운 이웃 나라의 생활을 엿본다는 가벼운 방문이라면 단순 관광 차원이 아닌 문화와 역사를 더듬어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특히 남들 다가는 여행지 보다 살짝 도시에서 벗어난 근교로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뻔한 일정표에 등장하는 이정표와는 다른 깊숙한 그들의 일상과 소소함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내년초 일찌감치 비즈니스 탐방 여행지로 도쿄에 예약을 걸어놓았지만 일주일 안되는 일정으로 외곽을 둘러볼 틈새는 없는듯하다.
그럼에도 책을 통해 가보고 싶은 공간을 두어개 찜해놓고 혹시하도 일정이 변경되어 잠시 짬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음식, 콘텐츠, 키워드라는 3개의 테마를 뽑고 요소가 어울리는 장소를 추천하는 방식은 독자의 선호도와 무관하게 글쓴이의 의도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숨어있는 매력을 찾아내기 적절한 구성이다.
키워드라는 범용성이 조금 아쉽긴 하다. 차라리 건물을 테마로 삼았다면 어땠을까 개인의 바램도 담아보며 책 속으로 들어간다.



참치로 시작되는 에세이의 만남은 요즘은 가격이 너무 올라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전문점을 가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오르게 만든다.
거래처와 저녁 회식을 많이 하던 시절에도 개인 1호 희망 식당은 참치 집이었다. 지금도 장사가 잘되는 옥수역 근처의 나만의 맛집도 있었고 프랜차이즈화된 유명 참치 가게 초창기에도 몇 번 들렀던 기억이 난다.
일본인들의 참치 사랑은 해마다 연초면 몇 억 짜리 참치가 경매로 팔렸다는 기사를 접할 때 재확인된다.
한국인 대상 와시비 테러로 유명한 오사카 초밥 집에서 사건이 있기 훨씬 전에 맛보았던 오도로 초밥은 입에서 살살 녹았던 멋진 추억으로 기억 속에 붙어있었다, (지금은 오사카에 가더라도 굳이 그 집으로 재방문할 일 없지만)
사진으로 소개되는 미사키항의 참치초밥 사진은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항구에서 맛보는 생선의 묘미는 남다르지 않을까.
고양이도 안먹는 참치가 이렇게 귀한 생선이 되었지만, 앞으로 과연 계속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까 먹먹해진다.
영화나 소설의 배경이 된 지역을 관광지로 엮어내는 기술은 정교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무명이던 바닷가가 드라마 한 편으로 단번에 핫 플레이스가 되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2-3년이 지나면 해당 콘텐츠의 인기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발걸음과 기억도 사라진다.
대중의 관심이 휘발성을 가진 한순간의 불꽃이지만, 새롭게 개발된 공간의 의미는 치밀한 계획과 실행을 통해 생명연장을 할 수도 있다.
자연 경관 자체가 역할을 하는 경우라면 걱정거리가 없지만,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고 하고, 관광객의 방문을 간절히 바라는 지역 상인들의 바램은 항상 어긋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장치와 언론이나 미디어로 사람들의 흥미를 지속 유발시키는 전략의 필요성은 다시 강조된다.
저자가 방문하였지만 영화와 다른 부분에 실망감을 곱씹을 수 밖에 없던 바닷가, 가마쿠라는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인기를 구가해도 마땅하지만 저자의 의견을 따르면 조금 더 세심한 고객몰이가 수반되야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나 역시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던 팬 입장에서 마지막 장면의 바닷가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기쁨을 포기하기 쉽지 않지만, 방문 일정 요소마다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장치들이 더욱 많았다면 짧은 일정에서도 필수 방문지로 구글 깃발을 꼽았을 지 모른다.

“국화와 칼”은 낯선 일본의 생활과 문화를 서양인의 시각으로 잘 그려낸 르포였다.
출판된지 수십년이 지났고 몇가지 내용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본인들의 특성에서 변화를 거듭했지만 서양 사람들의 시각인 이 책 이후 크게 변한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일본인들의 숨어있는 생각과 심정까지 글로 잘 뽑아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하긴 세상 그 어떤 나라보다도 그들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우리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문화가 가득이니 기초 사상부터 다른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눈에는 이색의 흥미와 다르다는 혐오가 뒤엉킨 혼돈 그 자체였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킬 빌 첫번째 이야기”에는 주인공과 맞수가 한 판 진 검 대결이 펼쳐진다.
차가운 달의 바람이 고즈넉한 정원의 고요를 뚫고 분노와 복수의 피바람이 잠시 소강상태를 펼치다 조용하지만 힘있는 동작과 거친 힘의 대결로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정점을 찌른다. 민첩하면서도 큰 소리가 나지 않으나 얼음같은 긴장감을 관객은 숨막히며 지켜본다.
국화와 칼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근교에서 만날 공간이 있다는 점은 매우 생소하게 다가온다.



일본 특유의 문화 재생산의 현장에 요코하마가 있다는 소개도 인상적이다.
어렸을 때 눈이 휘둥그래지며 읽었던 “80일간의 세계일주”에도 등장할 정도로 서양인들에게는 일본의 무역항으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일본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문물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며 문명의 새로운 레벨로 다가서는 계기가 된 장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신문물이라면 일단 만져보고 싶은 욕망에 쌓인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포장하고 재발명하여 자국에 보급시킨 문화의 산실이 요코하마였으니 지금도 영욕의 흔적들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동에 시간만 절약할 수 있다면 당장에라도 일정을 확보하고 싶으니 말이다.

책에 소개된 지역들은 도쿄의 화려함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겨워지기 시작한 관광 가이드 상의 도시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사는 냄새가 가까이 있고 남들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느낌으로 외곽을 전전하고자 하는 욕심은 자주 든다.
10여년전 오사카 방문시 외곽에 자리잡은 목표상점을 가기 위해 지하철에 버스에 긴 도보로 걸었던 기억이 새록난다.
인형을 가슴에 꼭 쥐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기던 노부인의 재촉하던 나들이가 하나의 풍경으로 머리 속에 자리잡은 것처럼 도쿄 외곽의 여유있고 풍미있는 음식들을 기대하는 일정을 다시 한번 짜보기로 마음먹는다.

가이드 역할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행의 팁과 꼭 가봐야할 장소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있어 일정짜기는 이 책 한 권으로도 수월해보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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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독서평설(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월간지)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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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10월호 : 반가운 소통과 배움의 잡지 속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공방은 한동안 지상파 뉴스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를 두 쪽으로 나누어 치열한 입 싸움에 빠뜨렸다.

일본이 밑 없는 독에 물 받기에 한계를 느껴 오랫동안 다른 나라를 설득하며 해양 방류를 주장했지만 그 누구 호응 안해주었지만 갑작스레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며 한미일 3개국의 공조 하에 전격 실행되고 말았다.

록 밴드 여성 싱어가 “지옥”이 펼쳐졌다는 멘트 하나에 정치권이 발끈할 정도로 민감한 주제가 되었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패싸움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과학의 신빙성과 외교관계의 정당성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른들이 살아갈 세상보다 중고등학생들이 살아갈 시간이 훨씬 길고 해양의 오염에 더 큰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데.

잡지에서는 양측의 논리를 2분법으로 잘 대변하고 있고 상대방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토론의 기본원칙을 학생들이 깨닫기 좋은 방식으로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민감한 문제이고 아이들이 우려는 어른들의 정치색 가득한 의견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몇 페이지 뒤에 등장하는 아연의 보고 “생굴”을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금지의 음식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씁쓸함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행을 원래 좋아하지 않던 탓에 아이가 훌쩍 커서 고등학생이 되니 딱 좋은 핑계거리가 하나 더 생긴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풍경이 되어 가을을 여행하는 법에 대한 내용을 읽어가니, 갑자기 식구들을 모어 훌쩍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캠핑을 나가기 위한 기본 도구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몸만 가도 추억쌓기 가능한 콘도라도 선택하여, 신청했지만 이미 한정된 회사 콘도 신청은 일찌감치 마감이란다. 당일치기 갈대밭이라도 갔다 올까?

황금 물결 가득 찬 대지의 겸손함이 사진으로 실려 있으니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부채질한다. 딸아이 학원 일정으로 가족 여행은 불가 판정을 받고, 그나마 장비가 갖춰진 후배와 캠핑 1박 결론이 났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져 두툼한 외투가 필요한데 감기라도 걸리면 독서 평설 탓이다.

 




“지역재생”에 관한 씁쓸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기획 기사는 기울어가는 국가의 위기와 맞물리는 사회의 쓴 맛을 잘 보여주었다.

어느 시기부터 의식으로 대변되던 TV에능 프로그램이 “주”에 쏠리며 다양한 포맷의 방송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빈집살래”라는 코너 역시 피폐헤져가는 지방의 버려진 집들의 재생을 꿈꾸며 골목시장 활성화같은 새로운 무브먼트의 일종으로 기획되었다.

방송의 힘이 또다시 주목받는 계기였다.

인구감소와 상권몰락으로 아무도 찾지 않던 한적한 시골 동네가 방송에 나오며 명소가 되었고 상인들도 관광객의 발자취를 쫓아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한다. 지역은 활성화되고 덩달아 집세도 올라간다.

이러면 우리가 자주 도시에서 보던 현상으로 귀결된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정작 지역을 활성화하는데 역할을 했던 핵점포는 고갈되고 소비되고, 건물주의 주머니만 두둑해지고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지배하는 지역, 결론은 또다시 침체가 몰려오고 해당 지역은 더이상 재생은 불가능한 불모지로 마무리 짓고 말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비약적인 추정이라고 주의를 받을 지 몰라도, 대도시에서 그대로 일어난 부정의 진화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미 인구 소멸로 몰락하던 지역에 관광이라는 자원을 제대로 접목하여 일본 소도시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일본의 사례를 우리는 왜 접목시킬 수 없었는지 자기 문답을 할 시간이다.

 

입시 스페셜로 소개된 대학별 특성화학과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되는 기사였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어른들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면 상상도 못할 속도와 방향성을 뛰쳐나가고 있고 오히려 학생들 스스로 탐색하고 자신의 미래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니, 잘 알려지지 않는 학과들의 특성과 요강을 일목요연하게 안내하고 있다.

대학보다 학과를 선택하는게 과거에는 쉽지 않았다. 학벌 위주의 직장 문화는 학과보다는 출신교에 따라 밀어주고 끌어주는 구시대적인 산물을 쏟아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대에는 남다른 학과의 선택은 경쟁력의 하나로 간주된다.

 

전기차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스마트 모빌리티 학부는 전기차 그 이후의 세계까지 고민하고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발전상을 기획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이 가능하다.

 

반도체 공학과 같이 산업현장과 바로 연결되는 학과는 대기업의 취업 연계로 높은 인기와 경쟁이 예상된다. 갈수록 다른 하드웨어 분야에 비해 시장의 사용범위가 넓어지는 디스플레이 분야도 빠질 수 없다.

 

오래전부터 숨은 알짜 학과로 소문났던 부동산학과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부동산 자산의 개발과 거래 등에 중요한 회사내 역할로 인해 각광받던 분야이며 이는 현재도 유효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학과 선택은 오랫동안 자신의 특성과 강점을 개발할 수 있는 진로 선택의 핵심적인 갈림길인만큼 이런 기획 기사는 조금 더 자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몇년전 딸 아이와 함께 방문했던 다자이후 후쿠오카의 강렬한 인상은 건축가 구마 겐고의 책 두서너권을 따로 읽을 정도의 매력으로 다가온 적이 있는데 독서평설을 통해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건축에 대하 기획물들은 여행이라는 테마와 미학적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응원하는 좋은 테마라고 생각한다.

 

이번 달도 즐거운 테마 기획기사로 알찬 시간을 아이와 함께 대화의 통로로 다가갈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많은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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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3.10 독서평설 2023년 10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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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교 독서평설 10월호 : 반가운 소통과 배움의 잡지 속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공방은 한동안 지상파 뉴스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를 두 쪽으로 나누어 치열한 입 싸움에 빠뜨렸다.

일본이 밑 없는 독에 물 받기에 한계를 느껴 오랫동안 다른 나라를 설득하며 해양 방류를 주장했지만 그 누구 호응 안해주었지만 갑작스레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며 한미일 3개국의 공조 하에 전격 실행되고 말았다.

록 밴드 여성 싱어가 “지옥”이 펼쳐졌다는 멘트 하나에 정치권이 발끈할 정도로 민감한 주제가 되었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패싸움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과학의 신빙성과 외교관계의 정당성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른들이 살아갈 세상보다 중고등학생들이 살아갈 시간이 훨씬 길고 해양의 오염에 더 큰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데.

잡지에서는 양측의 논리를 2분법으로 잘 대변하고 있고 상대방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토론의 기본원칙을 학생들이 깨닫기 좋은 방식으로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민감한 문제이고 아이들이 우려는 어른들의 정치색 가득한 의견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몇 페이지 뒤에 등장하는 아연의 보고 “생굴”을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금지의 음식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씁쓸함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행을 원래 좋아하지 않던 탓에 아이가 훌쩍 커서 고등학생이 되니 딱 좋은 핑계거리가 하나 더 생긴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풍경이 되어 가을을 여행하는 법에 대한 내용을 읽어가니, 갑자기 식구들을 모어 훌쩍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캠핑을 나가기 위한 기본 도구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몸만 가도 추억쌓기 가능한 콘도라도 선택하여, 신청했지만 이미 한정된 회사 콘도 신청은 일찌감치 마감이란다. 당일치기 갈대밭이라도 갔다 올까?

황금 물결 가득 찬 대지의 겸손함이 사진으로 실려 있으니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부채질한다. 딸아이 학원 일정으로 가족 여행은 불가 판정을 받고, 그나마 장비가 갖춰진 후배와 캠핑 1박 결론이 났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져 두툼한 외투가 필요한데 감기라도 걸리면 독서 평설 탓이다.

 



“지역재생”에 관한 씁쓸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기획 기사는 기울어가는 국가의 위기와 맞물리는 사회의 쓴 맛을 잘 보여주었다.

어느 시기부터 의식으로 대변되던 TV에능 프로그램이 “주”에 쏠리며 다양한 포맷의 방송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빈집살래”라는 코너 역시 피폐헤져가는 지방의 버려진 집들의 재생을 꿈꾸며 골목시장 활성화같은 새로운 무브먼트의 일종으로 기획되었다.

방송의 힘이 또다시 주목받는 계기였다.

인구감소와 상권몰락으로 아무도 찾지 않던 한적한 시골 동네가 방송에 나오며 명소가 되었고 상인들도 관광객의 발자취를 쫓아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한다. 지역은 활성화되고 덩달아 집세도 올라간다.

이러면 우리가 자주 도시에서 보던 현상으로 귀결된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정작 지역을 활성화하는데 역할을 했던 핵점포는 고갈되고 소비되고, 건물주의 주머니만 두둑해지고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지배하는 지역, 결론은 또다시 침체가 몰려오고 해당 지역은 더이상 재생은 불가능한 불모지로 마무리 짓고 말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비약적인 추정이라고 주의를 받을 지 몰라도, 대도시에서 그대로 일어난 부정의 진화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미 인구 소멸로 몰락하던 지역에 관광이라는 자원을 제대로 접목하여 일본 소도시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일본의 사례를 우리는 왜 접목시킬 수 없었는지 자기 문답을 할 시간이다.

 

입시 스페셜로 소개된 대학별 특성화학과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되는 기사였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어른들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면 상상도 못할 속도와 방향성을 뛰쳐나가고 있고 오히려 학생들 스스로 탐색하고 자신의 미래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니, 잘 알려지지 않는 학과들의 특성과 요강을 일목요연하게 안내하고 있다.

대학보다 학과를 선택하는게 과거에는 쉽지 않았다. 학벌 위주의 직장 문화는 학과보다는 출신교에 따라 밀어주고 끌어주는 구시대적인 산물을 쏟아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대에는 남다른 학과의 선택은 경쟁력의 하나로 간주된다.

 

전기차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스마트 모빌리티 학부는 전기차 그 이후의 세계까지 고민하고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발전상을 기획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이 가능하다.

 

반도체 공학과 같이 산업현장과 바로 연결되는 학과는 대기업의 취업 연계로 높은 인기와 경쟁이 예상된다. 갈수록 다른 하드웨어 분야에 비해 시장의 사용범위가 넓어지는 디스플레이 분야도 빠질 수 없다.

 

오래전부터 숨은 알짜 학과로 소문났던 부동산학과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부동산 자산의 개발과 거래 등에 중요한 회사내 역할로 인해 각광받던 분야이며 이는 현재도 유효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학과 선택은 오랫동안 자신의 특성과 강점을 개발할 수 있는 진로 선택의 핵심적인 갈림길인만큼 이런 기획 기사는 조금 더 자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몇년전 딸 아이와 함께 방문했던 다자이후 후쿠오카의 강렬한 인상은 건축가 구마 겐고의 책 두서너권을 따로 읽을 정도의 매력으로 다가온 적이 있는데 독서평설을 통해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건축에 대하 기획물들은 여행이라는 테마와 미학적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응원하는 좋은 테마라고 생각한다.

 

이번 달도 즐거운 테마 기획기사로 알찬 시간을 아이와 함께 대화의 통로로 다가갈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많은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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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맛있는 커피집
다카하시 아쓰시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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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습하고 땀방울이 등에 송송 솟아나는 무더운 6월을 극복하는 비법은 머리끝까지 얼음과 함께 짜릿하게 뒤덮는 콜라가 아니었다.
일단 다리를 좀 편히 쉬게 하고 천천히 차가운 음료가 온 몸을 순환하고 단순히 차가운 액체가 아닌 에너지 형태로 말단신경까지 채워줄 검은 무엇인가가 적당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6월말 급하게 잡힌 후쿠오카 여행을 단순 쇼핑 관광이 아닌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목표를 정했고, 후배와 첫 날부터 알찬 투어를 시작했다.
미나텐진의 쇼핑몰들을 이 잡듯 뒤지며 새로운 상품의 등장이나 탁월한 VMD를 카메라로 담아내며 코로나로 단절되었던 시간 - 일본인들의 소비행태 변화를 눈으로 추격한다. 하지만 오후 4시에 접어들자 피로감이 아우성친다.
커피가 그리웠다.
앱을 켜고 인근 예쁜 카페를 찾을 여력도 없었고 - 그럴 나이도 아닌데, 그래도 맛 좋은 인연을 만나겠다는 의지 하나는 투철했다.
때마침 미나텐진 1층에서 발견한 ONCA 카페는 심플한 도시 감각이 잘 어우러진, 대형 쇼핑몰 1층에 있기에 딱 맞는 컨셉이라 마음이 끌렸다.
어쩌면 지친 다리의 유혹이었을지도.
 
메뉴도 심플하게 시로와 쿠로 2종류뿐.
검은 거 하얀 거.
매장 분위기와 딱 맞춤인 심플한 구성은 과연 맛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얼리버드 광클릭으로 도쿄 왕복 18만원 항공비. 근사한 가격이다.
대신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나홀로 방문일정이다.
 
일찌감치 숙소를 잡아 놓고 4박 5일 또다른 세상의 기회가 숨어있을지 모를 구석 구석 지도에 압정을 꾸욱 집어넣는다.
기왕이면 내 맘대로 여행일정인만큼 식도락도 내만의 방식으로 준비하기로 다짐한다.
혼자 청승맞게 술 마실 일도 없으니 식사와 디저트, 이어지는 커피의 조합은 오히려 더 좋다!
 
도쿄의 특색 있고 강력한 카페 일목요연하게 리스트 업 해준 책이 있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텐데.
 
“커피시간” 기자들이 찾아낸 카페와 킷사텐 38에 대한 분석은 각 페이지마다 오밀조밀 알차게 구성된 편집만큼이나 어느 집 하나 놓쳐서는 안될 강박이 밀려올 정도의 매력을 풍긴다.
 
킷사텐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일본식 찻집을 의미한다.
“차나 한잔하지 그래..“라며 평상심을 상징하는 뜻이라고 하는데, 공손한 주인이 간단한 식사와 디저트까지 대접하는 찻집을 통칭한다.
 
이러면 일반 현대식 카페보다 멋스러운 고풍이 느껴질 수 있다는 욕심이 방문리스트에 올라가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나라 상륙 전 일본을 휩쓸었던 블루 보틀을 놓칠 수는 없다.
책에 소개된 기요스미 시라가와 플래그십 카페는 가장 먼저 카페 목록의 웨이 포인트를 선점한다.
일본 공습을 이곳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장사가 잘되거나 핫 플레이스라는 선택지가 아니라 “건물이 낮고, 하늘이 넓고, 지역주민이 친절하다”는 이유.
자신들의 선택한 위치를 공감시키기 위해 설법하기 위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인터뷰 내용이라 공감이 가는 이유는 커피 향보다 먼저 사람을 끌어당긴다.
인간 관계의 중심에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커피 본연의 냄새가 공간에 가득 차 있기를.
 


두번째 선택지는 고급 킷사 고죠오다.
고리타분한 분위기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살짝 들기도 한다.
도쿄올림픽 개최 1년 전에 가게 문을 열었다고 하니 오래된 찻집이다.
(물론 1963년의 올림픽)
빌딩 지하로 내려가는 느낌은 중세의 빗장을 여는 느낌도 들지만, 두번째 페이지에 소개된 큼지막한 핫케이크 사진만으로도 방문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게 만든다.
음료를 마실 때만 주문가능한 410엔자리 커다란 케이크가 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지 신기하다. 오래된 인테리어의 장소에서 오래된 기품이 내려앉은 커피 한잔이 기대된다.
 
새롭고 멋진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가진 샵을 방문리스트에 올려야 하는데 자꾸 고풍스럽고 약간 가라 앉은 카페가 눈에 밟히니 나이가 먹은 탓인가?
노부부의 커피 내리는 맛이 일품이라 기대되는 쇼안분코와 창문 너머 정원이 마음을 꼬드긴다.
분주한 여행 일정 중 잠깐 쉼이라는 기호를 머리 속에 집어넣고 이국의 머나먼 여정에서 잠시동안의 휴식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인테리어의 세월도 여정의 하나로 생각되기에 정겨울 것이라는 세뇌를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여기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7가지 테마로 카페를 분류하고 4페이지의 짧지만 꽉 찬 편집으로 소개하는 커피 향 가득한 가게들의 목록은 도쿄를 방문하는 주목적은 아니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증가시키는 역할은 제대로 할 수 있다.
커피중독자들이 아닌 일반인들도 타국의 혼잡함 속에서 의미 있는 커피숍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추억의 한페이지에 담을 이야기를 얻으려는 노력이다.
 
기왕이면 맛 가득한 디저트와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한다.
분주한 발걸음을 쉴 때 검은 액체와 함께하는 스윗츠의 매력은 새로운 힘을 불끈 솟게 하는 영양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시로를 시키고 후쿠오카에서 마신 커피는 서울의 무인양품 커피숍에서 유사한 맛을 찾을 수 있었다.
한때 후쿠시마산 플라스틱을 쓴다고 해서 불매운동도 있었던 상점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본국에서 들여온 새로운 포맷이 마음에 드는 아이러니함이 생소하지만, 다 떠나서 사무실 지친 하루에 잠깐 휴식으로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는 ONCA의 지친 다리가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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