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인간의 공포
요미사카 유지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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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인간의 공포 : 도시 괴담이 현실에서 정체를 드러난다면
 
 
 
 
괴이 (怪異).
요즘 아이들은 모르겠다.
유튜브에 키워드만 입력해도 셀 수 없이 많은 자료가 쏟아져 나오니 무엇인가 꽂혀서 오랫동안 탐색하고 자료를 모을 일 따위는 없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타이틀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뭔가 새로운 뉴스가 없나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던, 그런 라떼도 있었다.
괴이라는 주제로 신비한 이야기들과 사실을 확인을 헤 보려는 시도를 작은 서클 멤버들이 진행한 기억도 난다.
솔직히 돌이켜보면 그냥 간식이나 사먹으면서 마땅히 나눌 소재가 없었던 이유였을 거다.
UFO, 외계인, 인간증발, 거대한 구멍, 혜성 충돌, 인류 종말.
막상 이런 류의 가설들을 손대기 시작하면 셀 수 없이 많은 테마와 마주치게 된다.
당시에 생각했던 상상들을 작가의 능력으로 발현했다면 꽤 재미난 스토리를 엮어내어 인기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 전설같은  괴담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관심이 증폭된다.
뭔가 석연찮은 풍문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과장되고 뒤틀리며 그럴듯한 방향으로 사실성을 더하며 흥미를 유발시킨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던 "캔디 맨"은 실제 사람들의 사이에 펴졌던 소문을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꽤나 인상적인 호러무비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전기인간이다.
일본어로는 “덴키 닝겐”.
작명부터 그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여럿 가지고 있다.
소설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한다.
한정된 지역에서만 퍼진다는 요소는 다른 도시전설들과는 방향이 다소 틀린 느낌을 주어 오히려 현실의 한 장면을 차용한 느낌을 준다.
숲에 숨겨져 있는 오래된 군수시설 같은 배경은 전쟁으로 초토화되었던 일본인들의 아픈 기억이 매칭되고 비밀과 음습함이 가득 찬 현실 속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공포의 대상을 불러내는 주문, “전기인간”을 입 밖으로 소리내 봐,
 
어릴 적 학교에서 들었던 으스스한 괴이를 찾아나서는 모험담은 스토리를 끌어가는 강력한 동인이 되기에는 모자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어린 시절 얼핏 실체와 마주쳤다는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마침 조사를 통해 과제도 해낼 기회라면 어릴 적 공포의 대상을 확인해보고 아무 것도 아니라는 두려움을 떨쳐낼 기회가 되니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면에는 실제 존재하는 전기인간과의 조우를 바랄 지도 모른다.
두려운 대상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뒤틀린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대상이다.
 
꼬마 시절 다니던 학교를 찾아가고 사람들을 만나며 시작되는 모험은 독자로 하여금 책 제목이 들려준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안성맞춤이다.
흥미로운 모험만큼 독자를 흥분시키는 주제가 있겠는가?
 
하지만, 호러 소설의 일반적인 전개 과정이 뚝 뚝 끊겨나가는 전개는 뒤통수 얼얼한 느낌을 독자에게 던진다.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가려는 건데?
전기인간. 도대체 정체가 뭔 데.
 
제목이나 표지부터 꽤 오래된 일본의 괴기 소설 하나를 발굴해낸 느낌의 작품이지만 고전적인 흐름과 전개를 뒤엎은 상황에 책을 고른 당신의 해방감은 오히려 커질지도 모른다.
 
원래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급변하는 사건의 전개에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기 때문이다.
 
꼭 한 번 일독을 권하는 일본 소설이었다.
 
아 참, 2009년 작품이니 오래된 소설로 분류해도 할 말은 없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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