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 - 역사를 뒤집은 게임 체인저
폴 록하트 지음, 이수영 옮김 / 레드리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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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 : 전쟁사를 뒤바꾼 끝내주는 무기의 대하 서사 역사서

 

 

 

 

역사 읽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요즘의 출판 시장은 즐거움이 가득한 신비의 세계다.

예전에는 볼 수 없는 참신한 시각으로 과거를 조망하고 매니아틱한 장르를 얹어 전혀 새로운 하나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출판에 있어서 둘째라면 서러운 일본의 출판 기획에게 보내던 박수를 우리나라 출판사들에게도 보내게 됐다.

유튜브가 책 읽는 독자를 집어 삼키는 시대지만, 영상물도 결국 콘텐츠라는 문장의 집합체가 필요한 만큼, 책 읽는 방식이 다양화되는 현상으로 이해해도 좋을 성 싶다.

다만 움직이는 그림이 활자가 되어 종이에 누워 버리면 독자도 같이 누워 잠드는 바람에 책은 거들떠도 안보는 비율이 늘어가는게 걱정이겠다.

어차피 인구소멸이라는데 걱정도 팔자다. 쓴 웃음을 짓고 두툼하고 빨간 책을 기대 가득 찬 마음으로 넘겨본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정직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서로의 경쟁우위를 확인했다.

 

“창 들어!”

“칼 들어!”

“돌 날려!”

“방패 막아!”

 

고대 시대부터 중세시대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무기는 좀 더 예리하고 단단해졌지만 싸우는 방식은 비슷했다. 소위 "쪽수 우선의 법칙", 대가리 수 많은 편이 승리.

제갈공명같이 걸출학 책사의 전략도 변수가 될 수 있고, 끓는 애국심 같은 변수도 승리에 영향을 미쳤지만 일반 상황에서 숫자 놀음에서 크게 벗어나긴 어렵다.

고전영화를 떠올려보면 도열 앞으로 공격, 창을 앞으로 전진시켜 우루루 몰려다니는 병정들의 단순한 전쟁 방식이 기억나지 않는가?

 

이런 측면에서 인류 전쟁의 역사는 화약 발명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인 충돌 양상이 화학적 무기를 활용한 대량 살상 시대로 성큼 발길을 내딛은 전환점이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화약이 최초로 발명된 곳은 "중국"이다.

당시 세계 최고의 문명국이었던 나라에서 혁명에 가까운 기술이 개발된 점은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유럽에 기술이 전파된 후 100여년동안 화약의 활용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물론 아시아도 마찬가지.

 

차츰 화력에 눈을 떠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폭발력은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호흡을 따라오지 못한 탓이다.

 

중세시대의 공성전은 하품 난다.

무거운 돌덩이를 어렵게 거치대에 올린 후, 줄을 끊어내는 방식으로 날려 굳건하게 버티고 서 있는 성벽을 연타로 때리기 반복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기계가 날이 갈수록 발전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요새 안에 충분한 물과 식량만 있다면 버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포가 등장한다면 상황은 급 반전된다.

전장 주변의 돌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철로 만든 대포알이 성벽에 가격 될 때의 파괴력은 성 안에 버티고 있던 병력의 충격과 혼돈으로 전달된다.

 

공성전의 시대는 이렇게 화약의 공격무기로 터닝 포인트를 맞으며 급격하게 저물어 갔다.

창 끝과 방패, 성안에서 버티는 공성전으로 전쟁 치루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화약의 거대한 힘이 세상과 인명을 대량 파괴할 수 있는 본격 화력 전쟁 시대에 인류는 진입한다.

 

중세 시대의 전투 장면이 여럿 소개되는데 전술과 무기의 변화는 준비가 부족했던 상대에게는 필패를 가져왔고 놀란 두 눈이 두배로 커지는 장면을 머리 속에 떠오르게 한다.

 

물론 초기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제대로 된 주철 기술이 없었으니 오픈 된 목재 기둥을 쇠 밴드로 묶은 형태의 대포가 사용되었다.

뜨거운 열기를 나무 총열이 제대로 버텨 내지도 못했을테고, 견고하지 못한 화약 실의 폭발은 포병 손모가지 여럿 작살냈을 게다.

하지만 화포의 위력을 깨달은 국가가 절대 강자가 될 기회를 무산시킬 리야, 무기는 개량을 거듭한다. 오랜 도전과 시행착오로 무기는 숨어있던 강렬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포병들은 과거의 불안한 탄착과 발사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장에서 절대 군주의 위엄을 적에게 고하는 최강의 무기로 화력은 거듭난다.

 

임진왜란 처렁 무기의 변화가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킨 전투씬이 여럿 등장한다.

그중 인상적인 장면을 잠시 살펴보자.

사실 이 장면만으로 두툼한 이 책 한권이 내포하는 강조점은 확실하게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전쟁에 임했음에도 긴장감 풀어졌던 프로이센과 애국심 똘똘 뭉친 덴마크 군의 대결양상이다.

프로이센군은 한가롭게 식사준비를 하며 눈 앞에 다가온 적의 낌새를 느끼지 못한 상황이었다. 덴마크 군의 기습은 “공격!” 이 한 마디만 지휘자의 입에서 튀어 나오면 게임은 끝난 상황이라고 봐야할 정도였다.

기습공격은 상대가 무방비 상태일 때 최고의 효과를 보인다.

이 싸움은 누가 봐도 덴마크의 압승이었다.

당황한 프로이센군은 설상가상 총기를 모아둔 거리도 꽤 멀었다.

하지만, 막상 총을 손에 쥐자 양상은 기대했던 바와 달리 돌아간다.

장전하는데 시간이 걸리던 과거의 무기가 아닌 몇 초 간격으로 사격이 가능한 드라이제 총이었다. 잠시 밀리는 듯했지만 침착하게 반격하는 덴마크 군은 추풍낙엽으로 떨어져 나갔다.

이 과정은 영화의 한 장면이 느릿하게 움직이듯 총을 다루는 과정을 찬찬히 설명하게 사실감을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훌쩍 시간이 지나 끝까지 항전을 불사하던 일본의 머리 위로 인류가 개발한 촤악의 화력 무기는 세상을 잠재운다.

앞으로도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에 걸맞는 가공할 대량살상무기의 진보를 약속이나 하듯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임진왜란 때 조선군이 속절없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조총이라는 신무기의 전격 활용이었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는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국가에게 승리는 사치일 뿐이다.

정부군과 백성들이 도륙을 당할 때, 어가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도망친 것도 모자라, 명나라 망명까지 고려해야할 세상의 끝에 서있는 임금은 마땅한 자격이 있을까?

당파 싸움에 제대로 된 정보조차 무시당하던 조정의 무능은 까딱했으면 500년 후 지도에서 한반도는 일본의 번으로 표기될 뻔 했다.

작금의 일본과의 외교에서 무엇이 가야할 길이고 무엇이 피해야할 길 인지도 모른 채, 어떻게 서든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 이득을 얻고자 하는 세력과 다를 게 무엇일까?

 

화력으로 수많은 살상과 피해를 당하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바치던 수백 년간의 치열한 전투에서 민족주의는 이제 사라져 버린 구닥다리 정치 구호가 아님은 우리는 잘 알고 있잖은가?

 

책 한 권의 정밀한 서술과 서사로 인류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에 대한 군사, 정치, 사회 전반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역작이다.

역사의 흐름은 언제나 승자의 편이 듯, 승자에게는 과거의 유산을 정리하고 새롭게 들어올린 총구의 파괴력에 의해 도도히 흘러간다는 증언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일단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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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ㅣ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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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던 패전사의 아이러니한 결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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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ㅣ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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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역사 교실에서 배우지 못하던 패전사의 아이러니한 결과들
 
 
 
역사 읽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요즘의 출판시장은 기쁨이 가득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는 형태의 시각으로 과거를 바라보거나 매니아틱한 장르를 슬쩍 얹어 흥미로운 해부 역사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출판에 있어서는 미국과 함께 둘째라면 서러운 일본의 역사 코너가 남 부럽지 않은 세상이 온 셈이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고전 "로마 이야기"같은 대작이 나올 만한 성숙한 시장으로도 더욱 잰 걸음으로 움직이길 바란다.
유튜브만 없으면 성공은 확실한데, 아니 유튜브가 오히려 이런 가속화를 가능하게 할까?
패전사 전문 유튜버가 남다른 관점으로 기술한 책이 출판되었으니 후자가 적용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역사는 승자의 눈으로만 기록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 패주한 영웅은 평가 절하되었고, 국가들의 이름은 사라지기도 했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폐해로 국가 소멸 위기에 내몰린 대한민국은 어쩌면 200년 후에는 지도 상에 존재하지 않는 민족이 될 수도 있다.
역사는 냉정하다.
패자에게 따뜻한 문장 하나 던져주기 힘들다.
그렇기에 절대절명의 순간 간발의 차이로 패배를 당한 이들의 슬픔은 역사 간간히 등장하지만, 그 이후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현대로 접어들면서 시간의 망각이 아직은 유효하지 않기에 1900년대 이후의 역사를 바꿀 만한 패전사는 작가의 노력으로 재조명 받게 된다.
 
승자의 역사는 많이 알고 있지만, 패자의 숨겨진 순간과 판단착오, 그 결과로 발생한 세계사의 방향전환은 앞으로 패배를 당해 처참한 몰골로 몰락할 수 있는 국가들에게는 따끔한 백신이 된다.
 
굴곡 진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에서 우리는 매력 가득한 패전사의 한 토막을 건져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진다.
 
책은 1부 2부로 나뉘어 안타까운 현장들에 얼굴을 디민다.
1부는 1900~1949로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1,2차 세계대전 전후의 전투를 기록하고 있다.
2부는 1950~1999년으로 전후 냉정시대를 거쳐 베트남전 등 현대사의 헛발질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두를 장식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헛발질은 전쟁에서 패배를 하고 마음먹은 국가처럼 보인다.
물론 당시 군 당국은 최고의 노림 수로 선택한 전략들이었겠지 만, 항상 그렇듯 주변 상황에 대해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내리는 결정들은 더이상 걷잡을 수 없는 패배의 수렁에 집어넣는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영국의 위대한 수상으로 알려진 "처칠"의 좀생이같이 모습, 그리고 그가 쏘아 올린 공이 영국에게 재앙으로 돌아오는 갈리폴리 전투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프랑스는 그나마 양반이다. 마지노선을 구축하면서 독일이 설마 숲 속을 헤치고 탱크를 전격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관광지로 활용된다는 요새의 가십은 웃을 수도 없는 비극의 한토막이다.
 


한국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전쟁들도 오만함이 가득하다.
대전, 운산, 현리전투가 소개되는데 하나같이 한국군과 미군의 헛수고가 가득하다.
전쟁영웅으로 일본에서 룰루랄라 감각을 잃어버린 맥아더가 중공의 역습을 과소평가한 대목은 70년이 넘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쉽기만 한 대목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일본을 농업국가로 만들겠다며 한참 폼을 잡고 있던 장군에게 한반도는 어떤 의미였을까?
인천상륙의 위대한 영웅으로 그를 기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과오는 없는가 다시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최후의 베트남전 작전이었던 마야게즈호 구출작전도 흥미롭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사건인데, 저자의 유튜브 동영상과 병행하여 보면 이해가 더욱 잘 될 것이다. 다른 패전들과 마찬가지로 오만과 정보부족, 그리고 고집은 쉽게 끝날 수 있었던 구출작전에 투입된 수많은 병력 손실을 보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작은 하나의 사건이 엄청난 희생을 불러일으켰지만 성공 작전임무 완수로 치장되는 정치권의 행태에 놀랍기만 하다.
 
 
비교적 근래에 벌어졌던 러시아의 패배는 체첸공화국에 대한 첫번째 전투에서 발현된다.
게릴라전에 익숙하고 애국심 강했던 약소국의 처절한 대항이 여론전까지 긍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만들면서 대국인 러시아의 무릎을 꿇게 만든다.
비록 2차 전쟁에서는 패배하고 지금은 대항할 힘도 잃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용기 있던 행동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새롭게 조명을 받을 만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지금은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체첸인지지만, 언제 다시 독기를 품고 거대한 곰 등 짝에 비수를 꽂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체적으로 패전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황 인식 미스에 있다고 본다.
수많은 목숨을 관리하고 조국을 수호하는 지도부에서는 작은 첩보 하나의 진위여부를 판별하게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하나, 정신없는 전쟁통에 정상의 두뇌회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결국은 비극의 파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비 전투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적국의 미세한 움직임과 수많은 첩보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근거로 삼기 위한 노력은 경험뿐 아니라 본능적인 훈련이 되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국민은 국가에게 이런 민첩함과 기민함을 원한다.
몇십만원짜리 USB를 구입하며 혈세를 주머니에 챙기는 군인과 이를 묵과하는 정치인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국가가 패전사로 뚜벅 뚜벅 걸어가는 길 막을 자 없다.
 
전쟁에 대한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만큼 지도자료가 조금 더 많이 포함되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패전으로 세계 전쟁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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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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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1636 : 조선 최대의 굴욕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지난 과거 한반도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아쉬운 대목들은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조선 500년 왕조에서 군이라는 폐위된 왕은 딱 2명.
연산의 무자비한 폭정과 패륜은 반정에 대해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나, 광해의 실각은 아직도 많은 회자가 된다.
운명의 그날, 수많은 반란의 반복은 긴급하게 들어온 쿠데타의 정보를 평범한 소동으로 간과해버렸고, 결과는 비참했다.
강화에서 비명횡사해 간 세자부부의 비극 가득한 종말과 달리 장수의 길을 걸었던 폐왕이지만, 긴 세월 무덤덤한 표정이 과연 평온할 수 있었을까?
힘들게 왕권을 잡았던 탓에 무리한 변화와 왕권 확보를 선제 행동으로 보였지만, 훗날 반란군의 시각으로 쓴 역사서임에도 그의 억울함을 많은 역사애호가들이 인정한다는 점은 인조의 쿠데타는 결과론으로는 조선의 역사를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남한산성의 굴욕은 당해도 싸다는 싸늘한 시선을 받아 마땅할 지 모른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의 위엄과 가치가 땅에 떨어진 날 왕은 무엇을 준비하였고, 위기를 해쳐 나갔으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냉철한 역사가의 펜은 진실과 왜곡을 분리하며 끝까지 조선의 무운을 빌어가며 기술되지만 읽는 독자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커다란 전쟁의 굴레를 결코 벗어날 수 없었고, 그 시대를 지배했던 세상의 흐름을 쫓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통 채로 빼앗겼고, 왕조는 박살 났으며, 백성들은 무자비한 군화에 쓰러져 갔다.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쓸개집을 빨아가며 분노하고 각성해야 하나, 21세기 대한민국은 우둔했던 조상의 우를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눈을 비비며 바라봐야 한다.
역사의 피해자를 한낱 푼돈바라는 떼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물은 훗날 다시 나라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도 지키려 일어서지 못하게 만든다.
목숨을 걸고 왕을 지키려 전국에서 올라오던 장수들의 굳은 의지가 독립운동가 집안은 대대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속 얼굴을 보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광해군이 당한 어이없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인조와 무리들이 병자호란 전 후로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우리는 교과서 한 쪽에서 배운데 다 일지 모르겠다.
그나마 “남한산성”을 영화로 봤더라면 서슬 퍼런 화면 톤에서 “오징어게임”의 명랑함과는 다른 역사의 고뇌를 조금 맛보았을 지 모르겠다
역사는 강과 같아 관심을 갖고 파고 들수록 더 깊이 숨어있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알지 못했던 진실과 그로 인해 소용돌이치는 사건의 흐름은 수백년이 지난 자신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 짓는 혜안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 책은 역사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준다. 굴욕의 역사이지만 미천한 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던 신하와 백성들의 안타까운 무모함만큼이나 능력 없는 임금의 자괴심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의 승전보를 흥분되며 지켜볼 수 있는 대목들이 별로 없어, 역사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인기 없는 시대를 단순히 과거의 한 시대가 아닌 앞으로 대한민국이 맞이할 녹록치 않은 21세기를 예견하며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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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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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경계 위의 방랑자) : 거인의 발자국을 추적하는 모험
 
오랜만에 CD랙에서 말러의 5번 교향곡을 꺼내 들었다.
LP를 앞 뒷면 뒤집어가며 듣던 시절은 CD덕에 70분 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21세기 스포티파이는 70년이라도 들려줄 기세다.
평상시 5번은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스트리밍으로 즐겨 듣지만 처음 손에 든 음반은 솔티 지휘, 시카고 오케스트라 에디션이다.
딱히 최고의 선택으로 뽑히는 음반은 아니지만 마술 피리에 꽂혀 솔티 경을 최고의 지휘자로 좌표 찍던 시절이라 말러의 첫 만남으로 선택되었다.
 
당시 클래식 음악 커뮤니티에서는 크게 흥했던 작곡가 두 명이 바그너와 말러였다.
지금도 제대로 듣기 힘든 링 사이클 구매한 후 인증하는 게 유행이었고, 뒤질 세라 말러의 교향곡 전집 중 누가 최고냐로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니 쇼스타코비치로 옮겨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음악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이론과 이상이 조화되며 하나의 나를 구성하는 아이덴티티로 중무장하게 되면 프로야구 선수 별 응원가처럼 나만의 작곡가와 음반이 들러붙게 된다.
 
내게는 말러는 교향곡 5번이 딱 그렇다.
다소 지루하게 시작되는 관악의 느린 템포를 부서뜨리는 타악기의 강렬한 첫 음은 밤에 이 노래는 절대 들으면 안돼! 라는 룰을 심어 주긴 했지만 스피커 테스트에도 훌륭하고 회사 일로 기분이 꿀꿀할 때 기분을 달래 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음악으로 곁에 머물렀다.
 
막상 작가의 일생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아쉬움은 책 한 권을 통해 해소하고자 선택한다.
트램으로 음악의 도시 빈에 위치한 말러의 묘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여기에서 출발선을 그었다.
역대 황가의 음악 애호와 자기 과시에서 시작된 빈이라는 도시의 음악 유산은 부르조아의 성장과 지금처럼 남들과 확연하게 구분 짓는 자신감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활용된다.
많은 음악인들이 모여 들어 물주를 위해 연주하고 작곡했지만 말러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고독을 찾아가는 이유는 빈이라는 도시의 음악적 허영심을 외면하고 싶어서 일지 모르겠다.
 
화려한 빈 궁정 오페라극장이 건축되고 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역사는 책에 등장하는 화려한 외관과 내관 사진으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당시 빈 사람들은 초라하다며 불만을 품었고 결국 건축가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에피소드는 꽤나 충격을 건내 준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서 오페라를 듣고 싶은 극장이 일년에 한번 씩 무도회장으로 변신한다는 귀족들의 놀이 문화에 혀를 내두른다.
이렇듯 기득권이 득시글거리는 사회에 멸시받던 유대인 지휘자가 입성을 하니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36세에 극장 음악감독에 취임할 수 있었던 건 황제의 선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일단 감독 자리에 입성하자 온 빈 시민들의 화제 속에 말러가 등장했으니 아이돌 급이다.
 
바그너의 중후하고 묵직한 오페라를 두고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대립하던 시절이니, 말러의 등장도 연장선 상에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당시의 유행이던 수염마저 깎아버린 젊은 음악가에 대한 환호성 못지 않게 비난도 적지 않았을 테다.
 


과격 감독 말러의 독재는 적당하게 일을 하려는 당시의 빈 문화를 깔끔히 깨부순다.
단원 중 3년차가 최고참이 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연주자들은 가차없이 내보냈고 본인이 직접 섭외한 성악가들도 예외는 없었다.
가혹함은 음악의 대한 진정성이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은 인터미션의 휴식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말러에 반기를 들었다. 음악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하던 황제도 이 기회에 말러를 집에 보낼 결심까지 한다. 하지만 오페라 극장의 새로운 부흥기를 기대하던 지지자들은 타협 안을 만들었고, 다과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휴식 시간을 갖는 결말을 짖는다.
 
이 공간이 말러의 이름이 붙어버리니 아이러니하다.
 
저자와 함께 하는 말러의 발자취를 쫓는 모험은 계속된다.
지휘자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작곡이 가장 중요한 소명이었다.
피아니스트가 지휘자를 꿈꾸듯, 지휘자는 작곡가를 꿈꾸었는지.
20세기 지휘자 중에 작곡가로 성공한 사람은 번슈타인 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안락한 지휘자의 삶을 원래 소망하던 작곡으로 변환하는 말러의 노력은 쉽지 않았다.
베토벤 이후 별다른 변혁의 물결을 만들어내지 못한 교향곡의 세계를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가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해괴망측한 소리일 뿐이었나 보다.
지휘자면 됐지 왜 자꾸 작곡을 하려고 하냐는 비아냥에 말러 자신도 좌절하고 악보를 없애 버릴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본래 원인이 바라던 음악의 세계를 갈구하던 말러의 노력은 베토벤 9번 합창이 만들어낸 심포니와 성악의 결합을 보다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구현해냈고, 4악장으로 정돈된 곡의 흐름을 잘게 자르고 더욱 성대한 음악의 최고봉에 이르는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말러 교향곡은 웅장하다.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리고, 거대한 자연과 위대한 인류의 도약을 머리 속에 상기시킨다.
오랜 시간 말러의 교향곡을 즐겨 들었지만 작곡가로서의 그의 다사다난했던 삶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근사했던 책 한 권이었다.
 
말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건 아니건 새로운 시각으로 그를 한 사람의 고뇌하는 고독한 인간으로 조망하며 거인의 발자국을 쫓는 모험에 참여하길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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