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ㅣ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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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징징거리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론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직장생활하다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나는 분명히 열심히 했는데, 왜 결과는 늘 이쪽이 아닌 저쪽에서 나올까. 보고서도 내가 잘 쓰고, 마감도 내가 잘 지키고, 업무 난도도 내가 더 높은데. 그런데도 자신있어 하던 진급 명단에 내 이름은 없다. 그 자리에 앉은 건 찌질했던 그 놈이다.

처음엔 억울했다. 다음엔 '아부의 힘이지’, ‘정치질 지겨워’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그걸로 끝냈다. 그 감정이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진 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문제가 있다. 혼자 푸는 문제, 그리고 같이 푸는 문제. 교과서는 전자를 가르친다. 선택지를 나열하고 기대값을 계산하면 최적의 답이 나온다는 방식. 문제는 상대가 등장하는 순간 이 방법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세상에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것은 물론 아예 없는 질문도 있다는 차가운 현실에 깜짝 놀란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릴 것이다. 실력을 쌓으면 승진할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면 사랑받을 것이다. 모두 의사결정의 논리다. 하지만 경쟁사가 더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동료가 같은 실력으로 더 좋은 관계를 쌓으면, 상대가 좋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논리는 다 틀어진다. 답이 틀린 게 아니다. 문제를 잘못 읽은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승진을 의사결정 문제로 봤다. 내 성과를 높이면 되는 것. 혼자 잘하면 되는 것. 상대가 없는 문제. 하지만 승진은 처음부터 게임이었다. 인사권자가 있고, 경쟁자가 있고, 내 성과가 어떻게 보이느냐가 결과를 결정했다. 같은 성과를 들고도 결과가 달라지는데, 하물며 제각기 내세우는 성과와 결과가 다른데 어찌 내가 제일 일등이라 확신해왔을까? 바보.


집합론, 양자역학, 논리학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현대 컴퓨터 구조를 설계하고, 맨해튼 프로젝트 핵심 계산을 수행했던 인물. 동시대 수학자들이 '인간의 두뇌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농담한 그 사람- 바로 존 폰 노이만이다. 그런 그가유독 한 가지에서 자주 졌다. 포커였다.

확률 계산은 그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졌다. 포커는 확률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패가 있어도 질 수 있고, 나쁜 패로도 이길 수 있다. 상대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 계산해야 하는데, 상대도 내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 계산하고 있다. 거울 두 개를 마주 세웠을 때의 무한 반사. 폰 노이만은 이 무한 반사를 수학으로 끊어내고 싶었다.

그 결과가 게임이론이다. 

미니맥스는 낙관의 수학이 아니다. 비관의 수학이다. 최악의 경우를 최소화하는 전략.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크게 지지 않는 게 목표다.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이 정확히 이 구조와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제1규칙, 돈을 잃지 마라. 제2규칙, 제1규칙을 잊지 마라. 뭐 이런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큰 성과를 한 번에 내려다 관계를 전부 날리는 것보다, 꾸준히 존재감을 쌓으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피하는 편이 길게 보면 더 유리하다. 살아남는 자만이 다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냉엄한 진실이다.

1944년 폰 노이만의 결론은 당시 상식을 뒤집었다. 항상 정직하게 베팅하는 사람은 진다. 좋은 패일 때만 강하게 베팅하면, 약한 베팅이 곧 약한 패라는 신호가 된다. 상대는 강한 베팅에는 접고, 약한 베팅에서 따간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진다.

그래서 가끔은 약한 패로도 강하게 베팅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당신의 강한 베팅을 단순히 믿지 못한다. 블러핑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다. 정보 설계다. 상대가 당신에 대해 잘못된 그림을 그리도록,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당신이 이기는 방향으로, 행동을 섞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도덕적으로 블러핑은 나쁜 것이라 생각하니 포커판에서도 도덕을 찾다가 탕진하게 된다.



인사 발표가 났다. 당신의 이름이 없다. 승진한 건 경쟁자, 그 사람이다. 당신 입에서 익숙한 말이 나온다. "정치질이네."

아니, 당신은 게임을 잘못 읽고 있다.

나도 그랬다. 대리 진급에서 떨어졌을 때, 옆 팀 여직원이 먼저 진급 명단에 올라갔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더 고도화되고 복잡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년 먼저 실패의 쓴맛을 봤던 그 동료를, 경쟁 상대라고 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진급은 내 몫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동료는 다시 도전하면서 달라졌다. 윗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갔고, 다른 부서에 자신이 한 일의 업적을 꾸준히 알렸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실력이 증명되면 된다고 믿었으니까. 결국 나는 의사결정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 동료는 상대가 있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정치질이네'라고 부르는 순간, 나는 게임을 거부한 것이다. 게임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나만 게임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게임은 계속되었고, 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을 뿐이다. 아팠던 추억이고 멍청했던 직장 풋내기 시절 이야기다.


2,300년 전 그 유명한 한비자는 말을 더듬었다. 변론이 필수인 시대에 치명적 약점이었다. 입으로 설득할 수 없으니 글로 설득해야 했고, 덕분에 글이 날카로워졌다. 그 글이 진나라에 전해져 훗날의 진시황이 읽었고, "이 사람을 만나 함께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한비자의 핵심은 사람에 기대지 말라는 것이다. 선의에 의존한 제도는 한 명의 이기주의자가 전체를 무너뜨린다. 상대적 박탈감처럼 나혼자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일종의 박탈이고 손해이다 보니 전체가 잘 하다 한 명만 놀아버리면 선의의 시스템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법이다.

한비자의 설득 이론도 깊숙한 공명을 던져준다.

설득의 어려움은 내가 아는 것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데 있지 않다.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어, 내 말을 거기에 맞추는 데 있다. 상대가 명예를 중시하는데 이익을 말하면 비천한 사람으로 여겨 멀리한다. 상대가 이익을 원하는데 명예를 말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버린다.

내 진급 실패를 다시 들여다보면, 인사권자는 공식적으로 부장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가장 큰 입김을 넣는 건 그 위의 임원이었다. 나는 부장과 더 오래 근무할 것이고, 부장의 판단이 회사의 방향성에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장 편을 더 들었다. 회의에서도, 토론에서도. 하지만 실제 진급의 키는 누구였을까? 임원은 두 사람 중 누구를 진급시킬지 선택할 때, 나보다 그 여직원을 골랐다. 임원이 무능하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해도, 진급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그가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 나는 그걸 몰랐거나, 알면서도 무시했다. 어떤 사람을 추종할 것인가는 정직성이나 성실성 같은 개념이 아니라 성공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책의 내용에 정확히 배치되는 의사결정이었고 실제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지금에서 이런 후회가 뭔 소용이겠느냐만.

리더가 먼저 말하면 팀원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맞추거나, 반대하거나. 리더가 마지막에 말하면 팀원들은 자기 생각을 말한다. 정보의 다양성이 달라진다. 한비자가 속마음을 보이지 말라고 경고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리더의 말이 조직의 거울을 왜곡한다. 리더가 먼저 말하면 팀은 리더의 메아리가 된다. 리더가 나중에 말하면 팀은 리더의 눈이 된다. 훗날 팀장이 되었을 때도 딱 이런 가르침과 반대되는 행동을 여러번 했다. 내가 정답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오만함이 오히려 성과를 깍아먹었던 몇가지 케이스가 떠올랐다. 어떻게 이끌림을 당할 것인지, 어떻게 이끌림을 주도할 것인지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책은 강조한다.


존 보이드는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다.어떤 상황에서든 40초 안에 상대의 뒤를 잡아낸다는 의미다. 그가 얻은 결론은 단순했다. 공중전에서 이기는 건 비행기의 속도가 아니라 조종사의 적응 속도에 달려 있다.

그가 만든 개념이 OODA 루프다. 

관찰(Observe) → 방향 설정(Orient) → 결정(Decide) → 행동(Act), 그리고 다시 관찰로. 

핵심은 이 루프 자체가 아니라 루프의 속도에 있다. 상대가 한 번 판단하는 사이에 내가 두 세 번 판단하고 행동한다. 상대는 항상 한 박자 늦다. 내 과거를 쫓고 있다. 이 시간차가 쌓이면 상대는 혼란에 빠진다.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아도 의사결정이 마비되면 싸울 수 없다.

회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을 때, 먼저 말하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 같은 내용이어도 먼저 말한 사람이 리더가 되고, 나중에 같은 말을 한 사람은 동조자가 된다. 아무리 내 생각이 더 정교했어도, 두 번째로 말하면 추종자일 뿐이다. 시간이 중요하고, 빠른 기동이 중요하다. 이것은 비행기 조종뿐 아니라 기업 간 경쟁에서도,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할 때도, 조직 안의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이론가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론을 아는 것과 실제로 써먹는 것 사이의 거리는 멀다.

내가 이 책에서 건진 것은 이론이 아니다. 내 실패를 새로운 언어로 다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왜 그 진급에서 졌는가. 혼자 푸는 문제와 같이 푸는 문제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임원의 눈 밖에 났는가. 세(勢), 즉 실질적인 권력의 흐름을 읽지 않고, 논리적으로 옳은 사람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정치질이네'라는 말로 끝냈는가. 그 말이 게임을 거부하는 편한 출구였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착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믿음은 아름답다, 아니 사실 편하다. 그런데 그것은 상대가 없는 세계에서의 이야기다. 상대가 등장하는 순간, 게임의 규칙이 바뀐다. 무기가 달라진다. 같은 패를 들어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진다.


싸움은 남을 짓밟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구조를 이해하고, 적절한 무기를 골라 쓰는 것이다. 혼자 푸는 문제에는 실력으로, 상대가 있는 게임에는 전략으로.

벽에 부딪혔을 때 먼저 물어야 한다. 이건 내가 혼자 푸는 문제인가, 상대가 있는 게임인가. 문제를 착각하면 매번 엉뚱한 무기를 꺼낸다. 결정을 앞두고 "잘되면 어떻게 될까"부터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최악으로 가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상대가 한 번 기동할 때 세 번 기동하는 사람이 흐름을 가져간다.

이론은 암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전략은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직장 생활에서, 사회생활에서,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빈손으로 살아온 사람이 가득 찬 손으로 돌아서는 것. 그 전환의 자세를 저자가 회초리로 때려가며 교정시켜 주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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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케어 - 수치의 악화를 막고 일상을 회복하는 신장 관리법 ㅣ 헬스케어 health Care
다카토리 유지 지음, 김소원 옮김 / 싸이프레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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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할 일상의 변화,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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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케어 - 수치의 악화를 막고 일상을 회복하는 신장 관리법 ㅣ 헬스케어 health Care
다카토리 유지 지음, 김소원 옮김 / 싸이프레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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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케어 : 신장,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지금 해야할 일상의 변화, 진지하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들어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볼 때마다 숫자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고혈압이 있다 보니 혈압 수치뿐 아니라 신장 관련 지표까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관리해야지”라는 말은 자주 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크게 바꾸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와 사구체여과율(eGFR)이 눈에 띄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더 늦기 전에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어든 책이 다카토리 유지의 신장 케어 관련 도서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신장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신장은 단순히 소변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라, 하루 약 150리터 이상의 혈액을 여과해 노폐물을 걸러내고, 필요한 성분은 다시 혈액으로 돌려보내는 정교한 필터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의 핵심이 바로 사구체인데, 이 미세한 여과 장치가 망가지면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축적된다. 흔히 말하는 크레아티닌 수치 상승이나 eGFR 감소가 바로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라는 의학 상식을 배운다.

최근 다리 부종이 생기면서 단순 피로 문제로 넘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신장에 대한 셀프 경고등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다리가 붓는 일이 잦아졌고, 검사 결과까지 겹치니 신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책에서도 부종, 피로감, 소변 변화 같은 증상이 신장 기능 저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신장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장기 질환’으로 불리는데, 이 부분이 꽤 와닿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경우 단백뇨가 없다는 정도랄까.



현대인에게 신장 질환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설명도 현실적이었다. 핵심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 둘째는 짠 음식 중심의 식습관, 셋째는 가공식품과 생활습관이다.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거의 모든 항목에 해당된다.

어렸을 때부터 소시지, 베이컨, 햄 같은 가공육을 좋아했고, 햄버거와 샌드위치도 즐겨 먹었다. 이런 식품들은 맛은 강하지만 나트륨과 인, 포화지방이 많아 신장에 부담을 준다. 특히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인산염은 혈관과 신장에 장기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저자가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흡연 습관과 음주까지 더해졌으니, 신장 입장에서는 꽤 가혹한 주인인 셈이다.


또 하나 크게 반성하게 된 부분은 수분 섭취였다. 

물을 자주 마시지 않는 습관은 생각보다 신장에 부담을 준다.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려면 일정량 이상의 소변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기본이다. 물론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하루에 일정 간격으로 물을 나눠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꾸준히 물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저게 그렇게까지 필요할까 싶었는데, 아뿔싸! 내가 바보였다.


혈압 관리는 사실 나를 포함한 신장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온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최근가정용 혈압계를 구매하여 아침과 저녁에 측정하고 기록하고 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측정 방법을 더 신경 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경험은 소변을 참은 상태와 배출한 상태에서 혈압 차이가 꽤 크게 난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측정해 보니 이완기 수축기 모두 10~15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혈압은 작은 조건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측정 전 5분 정도 안정하고 같은 조건에서 반복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책의 설명이 이해됐다. 예전에 있던 구형을 잘 재지 않았던 이유가 제대로 측정이 되는가에 대한 의심이었고, 특히 커프가 제대로 감겼는지 확인이 어려웠는데 요즘은 팔 모양이 아예 원통으로 만들어져 오차율이 적은 혈압계가 있어 숫자에 대한 신뢰도가 생겼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자동기록해놓으니 너무 편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요인이다. 신장 자체를 직접적으로 망가뜨린다기보다는, 혈압을 올리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려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업무 스트레스, 인간관계, 자녀 교육 문제까지 겹치다보니 만성적인 긴장 상태가 이어진 지난 1년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혈관과 신장에 부담이 쌓인다. 책에서는 명상이나 호흡, 수면 관리 같은 비교적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점이 좋았다.


식단 부분에서는 특히 단백질 섭취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건강을 위해 단백질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오히려 과도한 단백질이 부담이 된다.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질소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이 바로 신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자주 먹던 연어 300g 정도는 신장 관리 관점에서는 다소 많은 양일 수 있다. 보통은 150~200g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지켜야할 새로운 가이드라인이다.


책에서는 신장 기능을 eGFR 기준으로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90 이상은 정상, 60~89는 경도 감소, 30~59는 중등도 감소, 15~29는 중증, 그 이하로 떨어지면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심각한 단계로 본다. 이 수치를 단순히 ‘검사 결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투석 단계로 넘어가면 인생이 참 고달퍼지기 때문이다.

직장인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외식과 구내식당이다. 실제로 식당 음식은 생각보다 염도가 높다. 그래서 요즘은 식단 사진을 찍어 제미나이를 시켜 간단히 영양 성분을 추정해보기도 하고, 국물은 남기거나 가공육 반찬은 일부만 먹는 식으로 조절하고 있다. 완벽하게 지키기는 어렵지만, ‘모르고 먹는 것’과 ‘알고 조절하는 것’의 차이는 꽤 크다고 느낀다.

결국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신장은 한 번 크게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없을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리라는 것이 거창한 치료가 아니라, 물 마시기, 염분 줄이기, 혈압 관리, 스트레스 조절 같은 기본적인 생활습관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책을 계기로 “나중에 해야지”라고 미뤄두었던 건강 관리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이미 수치가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신장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혹은 건강검진에서 관련 지표가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과장 없이 현실적으로, 그리고 바로 실천 가능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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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아웃 -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삶을 완성하는 태도
오리슨 스웨트 마든 지음, 엄정빈 옮김 / 프레이저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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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아웃 : 똑똑똑! 내면에 잠든 나의 가능성을 모조리 끄집어내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자신이 지닌 숨은 능력을 얼마나 유감없이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잠재력, 그 무한한 가능성을 평생 동안 온전히 열어젖히고 만족하는 사람은 아마도 손에 꼽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거대한 뇌의 아주 작은 일부분을 사용하다 생을 마감하는 것처럼.

인간이 자신이 가진 비범한 능력과 날카로운 감각들을 현실의 세계로 완벽하게 꺼내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내재된 힘을 밖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 타인에게 얻는 조언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지독한 연습과 실전의 경험이 한데 뭉쳐야 한다. 행동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간은 익숙한 관성에 머무르려는 강력한 기제를 지니고 있기에, 의식적으로 꺠어나는 노력 없이 평범한 일상의 굴레 속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배움의 길을 개척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독서라는 행위는 단순한 활자를 읽어가는 행위를 넘어선다. 책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일꺠워주고, 머리 속에 잠들어 있는 생각에 유연성과 행동력을 제공한다. 앞서 길을 걸어간 선구자들, 인생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 특정 분야에 통달한 선배들의 통찰을 빌려 우리의 막연한 가능성을 구체적인 현실로 끄집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독서가 가진 가장 위대한 가치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리슨 스웨트 마든의 “올 아웃”은 자신을 속이지 않고 나의 삶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 것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우리 내면의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견고한 실천의 방법을 제시한다. 

목차만 훑어보면 시중에 자주 보이는 자기계발서나 잠언집에서 흔히 다루는 내용을 담은 듯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장을 넘겨 활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동안 느끼게 된다.

뻔한 위로의 나열이 아닌 우리들의 심리와 평상시 행동에서 어떤 패턴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미치는 해악과 돌파구를 동시에 알려준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책은 16가지 삶의 기둥을 세우고, 각 항목마다 소제목의 실천법을 덧붙인다. 가벼운 에세이처럼 어느 페이지를 무심코 펼치더라도, 오늘 하루를 살아갈 명확한 행동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책의 강점이다. 만약 오늘 하루가 지치고 힘들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라면, 이 책은 선배가 후배에게 들려주는 가장 진심 어리고 혹독한 삶의 조언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수많은 화두 중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먼저 결단력에 대한 챕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우유부단함이 얼마나 삶을 지치게 만들고 영혼의 에너지를 갉아먹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A와 B 사이를 끝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것, 가장 어려운 일을 미루고 쉬운 일 주변만을 맴도는 행위는 단순한 성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는 생각이라는 자원을 극도로 소모시키는 치명적인 악습이다. 결정을 유보하는 동안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갈등하며 체력을 잃어갈 수 밖에 없다.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 휴식에 투자하여 체력을 잃지 않는 진정한 방법은 역설적으로 단호한 결단에 있다고 한다.

두려움에 떨기 전에 일단 행동으로 부딪히라는 확실한 주문이다. 

두려움은 행동하기 전에 가장 거대해 보이지만, 막상 행동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그 실체가 기대 이하의 허상이었음이 드러난다. 나는 어떤 일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는 식의 나약한 언어는 이제 그만두자.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만큼 강한 의지로 삶을 살아간다. 반쪽짜리 의지는 반쪽짜리 결과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우유부단함의 고리를 끊어내고 가능성의 문을 열어 내면의 거인을 끄집어내는 시작은, 완벽한 선택을 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지금 당장 통제할 수 있는  행동의 첫걸음을 과감히 내딛는데서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거대한 목표 앞에서 쉽게 조바심을 내고 낙담한다. 변화의 속도가 지지부진하거나 자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투입된 노력 대비 보상이 불안한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손을 놓아버린다. 

가장 힘든 시작 단계를 지나고도 중간에 멈춰버림으로써 자신이 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열매를 끝내 맛보지 못하는 비극이다. 

책에 인용된 한 에피소드이다.

"하지만 결국 희망이 사라지면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콜럼버스가 대답했다. "그때도 여전히 전진하고, 전진하고, 또 전진하는 겁니다."

이 대화는 인간이 한계를 돌파하는 순간 맞닥뜨리는 심리적 갈등을 잘 드러낸다. 지친 항해 끝에 반란을 일으키기 직전의 선원들, 즉 우리 내면에서 솟아나는 불안과 회의감이라 표현되는 상황에 맞서 싸우는 유일한 무기는 끝없는 전진뿐이다. 

모든 것이 잘 풀릴 때나 희망이 눈앞에 보일 때는 누구나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멈춰 서는 지점, 즉 희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절망의 지점에서 비로소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 발현된다.

워싱턴 특허청에 기록된 수많은 발명품들—해저 케이블, 전신, 전화, 비행기—은 결코 천재성의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다. 타인이 돌아설 때 계속 전진하고, 남들이 놓아버릴 때 더 강하게 붙잡았던 누군가의 끈기와 집념이 만들어낸 소중한 산물이다. 배의 선장이 바다에 안개가 끼고 폭풍이 올 때마다 뱃머리를 돌려 항구로 도망친다면, 그의 삶은 겨우 반쯤 완성된 일들로만 가득 찬 쓰레기통이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을 목적지에 입항시키고 싶다면, 안락한 낙원이 유혹하든 타인의 비판이 공격하든 결코 흔들리지 않는 전진의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요긴한 충고는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삶을 지배한다는 원칙이다. 

우리는 흔히 막연하고 거대한 계획에 집착하지만, 정작 그 야망을 현실로 구현해 내는 것은 매일의 엄격한 시간 관리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이 책은 특히 자투리 시간의 위대함에 주목한다. 필라델피아 조폐국 금 작업실 바닥에 깔린 격자형 목재판을 통해 흩날린 금가루를 모아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예시나, 남들이 버린 폐기물을 모아 거대한 산업을 일군 사업가들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에 완벽하게 치환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출퇴근 길, 약속을 기다리는 시간, 식사 후의 잉여 시간들을 시시한 게임이나 쓸모없는 가십거리, 무의미한 인터넷 서핑으로 '때워 버린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시간을 때운다'고 말할 때마다 고통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그것은 결코 가벼운 휴식이 아니라, 인생의 기회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가장 아쉬운 낭비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단 한 시간. 그 시간을 철저히 통제하여 오롯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투자한다면 그 복리의 마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매일 한 시간의 정독이 1년에 18권의 책을 소화하게 만들고, 10년이 쌓이면 무지한 자를 특정 분야의 통달자로, 시대의 리더로 뒤바꿔 놓는다. 1센트가 모여 1달러가 되듯, 당신이 자기 계발에 들이는 매 분 매 초가 차곡차곡 쌓여 삶의 능력치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내 안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붓는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라는 식의 뻔한 농담이 아니다. 우유부단함이라는 달콤한 독약을 뱉어내고, 내일이라는 이름의 거짓된 희망에 기대지 않으며, 변명으로 점철된 낡은 자아를 완전히 파괴하라는 현실적인 충고이다/

우리는 여전히 흔들릴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결단은 늘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한 시간의 달콤한 스마트폰 스크롤링은 유혹이며, 내 실패를 세상 탓으로 돌리는 것은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 지치고 방향을 잃어 표류할 때,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다는 서늘한 자각이 들 때마다 이 책에서 배운 조언들을 떠올려 봐야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조차 "여전히 전진하고, 전진하고, 또 전진하라"던 콜럼버스의 외침처럼, 남들이 놓아버린 밧줄을 더 강하게 움켜쥐는 고집스러움이 우리 삶을 비범함으로 이끌 것이다. 나를 대신해 인생의 항로를 결정해 줄 구원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스승으로 삼으며, 자신을 철저히 통제해 나가는 지독한 학습과 배움의 길만이 우리 내면의 숨은 거인에게 노크를 하고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다. 


모든 것을 세상 밖으로 꺼내고 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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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1 - 정치사 ㅣ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1
미할 비란 외 엮음, 루스 던넬 외 지음, 조원희 옮김 / 사계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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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 세계 최대 제국의 탄생과 몰락,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몽골 제국의 거대함을 느끼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종주의에 반대한다는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인종 차별 계급도 하단부 어디 쯤에 위치한 동양인 입장에서 비록 우리 선조가 당한 굴욕의 역사도 있었지만, 극동의 국가가 세계를 제패하고 역사의 흐름을 바꾼 몽골 제국의 놀라운 정복은 한편으로는 응원하고 싶다. 


다행히 고려와는 부마의 나라라는 애매한 외교적 줄타기로 피정복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유럽 국가들이 느끼던 공포와 좌절을 떠올리면 대칸의 죽음 이후 원정병의 철수가 없었다면 유일무이한 세계 정복 국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의 세계사는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두툼한 두께의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원나라라는 이름으로 고려 시대를 스쳐간 하나의 중국 정도로만 간주되던 역사의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원래 2권 분량의 원서이지만 워낙 방대한 양이라 국내에는 1권만 3조각으로 나누어 출판 하였고, 오늘 리뷰하는 것은 그 중 첫 조각인 정치사이다. 


정치는 제국의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 기본적인 뼈대를 담당하며, 거대한 제국이 결국 몰락하는 이유 중 하나는 후계자 구도를 명확히 정하지 않거나, 넓은 영토를 확실하게 통치하는 데 적합한 정치 논리의 부족이 아니었나 싶은 결론이 맞을지 검증할 수 있는 파트이기도 하다.


몽골 제국이 세계사에서 가지는 가장 뚜렷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은 유라시아 전역을 단일한 네트워크로 묶어낸 '첫 세계화'의 주역이자 거대한 '유라시아 연방'이었다는 점이다. 몽골 제국의 급속한 팽창은 구세계 전역에 종교적, 민족적, 지정학적 정체성의 재편을 가져왔으며, 폭발적인 인적 이동을 촉발하여 제국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과학과 기술 교류의 기회를 창출했다. 그들은 물리적 영토의 지배자를 넘어 13~14세기 유라시아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결하여, 세계가 중세에서 근세로 빠르게 이행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이들이 이러한 전무후무한 존재감을 구축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고도의 유연성과 흡수력이다. 몽골은 단순히 무력으로 세계를 통제하는 형식이 아닌, 필요할 때마다 제국 운영에 필요한 도구를 발굴하고 그중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선택하는 탁월한 조정자 역할을 했다.


이런 유연성은 아마도 변화무쌍한 초원의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모든 지형지물과 상황을 활용하여 유연하게 대처하는 습관이 오랫동안 쌓이며 그들만의 정치 논리로 활용된 것이 아닐까? 


반대로 이런 부분은 후계자 계승 구도 같은 고도의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법적인 절차가 아닌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느슨한 방식으로 운영되어, 내란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이민족에 극렬한 저항을 하기로 유명한 한족들의 뛰어난 기술을 흡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에게 투항한 적들을 포용하고 강점을 자신들의 무기로 활용하는 유연성은 제국으로 성장하는 필수 기반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배타적 민족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문명의 장점을 실용적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적 우위를 확보한 셈이다.




1203년, 테무친이 초원의 패권을 다투던 케레이트족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극소수의 병력으로 쫓겨난 절망적 상황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전략과 리더십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당시 테무친은 병력이 궤멸된 채 발주나 호수로 퇴각하였고, 그의 곁에 남은 이들은 19명의 소수 추종자뿐이었다. 테무친은 이들과 함께 흙탕물을 마시며 동거동락을 맹세했다.


특이한 점은 19명의 구성원 중 몽골족은 극소수였고, 대다수는 거란족, 무슬림, 메르키트족 등 다양한 종족적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종교적으로도 제각각이니 현대사회에서도 조직적인 규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테무친은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씨족이나 부족 단위의 기존 방식의 결속력을 과감히 폐기하고, 오직 지도자 개인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능력만을 기준으로 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공동체를 창출해냈다. 이런 부분은 훗날 대제국 수립의 토대가 된다.



1218년, 호라즘 제국의 오트라르 총독 이날추크가 450명 규모의 몽골 무슬림 상인 사절단을 스파이로 간주하여 몰살한 '오트라르 사건'은 몽골의 서방 확장을 촉발한 결정적 도화선이 된다. 


적지 않은 인원을 스파이로 생각했다는 정치적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당시 상인들이 교역을 명목으로 각국을 오가며 군사적·상업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흔한 관행이었다. 따라서 이들을 몽골 제국의 첩보원으로 의심한 것을 억지라고만 몰아붙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국가 간 정보 전쟁에서도 늘상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450명 규모의 상단이 지참한 낙타 떼와 막대한 진귀한 화물은 국경 총독의 욕심을 자극한 부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영토 확대의 빌미를 제공하였기에 몽골 제국에게는 450명의 희생이 값진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트라르 사건을 응징하기 위해 시작된 호라즘 원정 이후 몽골군은 항복을 거부하는 도시에 대해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가리지 않고 인구를 증발시키는 무자비한 응징을 가했다. 오트라르는 물론 사마르칸트, 부하라, 우르겐치, 그리고 훗날 일 칸국이 점령한 바그다드에 이르기까지 저항한 주요 거점 도시는 폐허로 사라졌다.


이러한 끔찍한 학살과 파괴는 유목민의 원초적 야만성이나 우발적 분노라고 생각해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저히 계산된 고도의 심리전이자 인적 자원 통제 전략이었다는 의견에도 공감하게 된다. 

따르는 자와 거부하는 자를 구분하여 자신들의 정복 활동에 조그마한 반대 세력에게는 끝이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유라시아 전역에 각인시킬 필요성 속에서, 시범 케이스로 몇몇 도시는 절멸하게 된 것이다. 


거대한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보급선이 길어지는 문제점, 특히 후방에서 충분히 발생할 만한 반란 세력에게 엄중한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전술의 효과는 지대했다. 

도륙의 참상에 대한 소문은 군대의 행군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주변 지역에 퍼졌고, 공포에 질린 다수의 도시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스스로 성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이는 소수의 군대로 광대한 제국을 빠르게 정복할 수 있는 효율적 전략이 된 셈이다.



하지만 역사의 변곡점은 하나의 작은 나비 날갯짓에서 시작된다.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던 우구데이 칸은 1241년 돌연 급사하며 세계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광활한 제국을 경영하며 쌓이는 정치적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몽골 전통의 끝없는 연회 문화를 즐기며 지속된 음주가무는 결국 건강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우구데이의 죽음은 바투와 수부타이가 이끌던 몽골 서방 원정군이 폴란드와 헝가리를 유린하고 신성로마제국의 심장부인 빈으로 진격하려던 찰나에 발생했다. 

대칸의 죽음으로 인해 후계자를 선출하는 정치적 회의인 쿠릴타이에 참석해야 했던 바투와 몽골군 지휘관들은 유럽 전선에서 진격을 멈추고 군대를 동쪽으로 물려야만 했다.


만약 우구데이가 더 오래 생존하여 서방 원정이 지속되었다면, 당시 제대로 방어할 능력이 없었던 유럽은 끔찍한 타격을 입고 동유럽과 중부 유럽의 상당 부분이 몽골의 직접 지배하에 편입되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그랬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어쩌면 고려는 오히려 친몽골 세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고, 지금도 세상 사람들은 몽골식 문화와 관습으로 통일된 양식에 환호하고 있을지도.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동양 중심의 세계사가 현재까지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방대한 분량의 책장들은 그동안 정규 교육에서 작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제국의 위대한 승전보와 국가의 통치 체계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동안 파편적인 몽골 역사책이 출판되었지만 전체 제국사를 통합하여 유라시아 몽골 제국의 일거수 일투족을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원서로는 2권의 경우 사료 분석에만 집중했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 출판의 목표와 의미는 확실히 기존 관련서에 비해 확고한 지위를 남긴다.40여명의 집필진이 두 명 (한명은 한국인이다!)의 감수 아래 일사불란한 저작을 하는 공동 집필의 방식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두꺼운 책 두께보다 그 안의 어지러운 용어와 지명, 이름들의 압박은 한 번 독서로 끝내 못하는 우울함도 남긴다.


몽골에서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좋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몽골 여행을 통해 거대했던 제국의 발상지를 밟아보며 아직 살아 있는 과거의 전통들을 체험해볼 기회를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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