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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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 좀비는 우리를 지구에서 내몰았다.


 
좀비 물은 대세가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책까지. 죽여도 죽지 않는 그들의 끈질김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안착해다. 그냥 "좀비 물"이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알아듣는다.
책으로 보는 좀비는 조금은 덜 부담스럽다. 시각적인 효과가 가장 자극적인 괴물을 글로 읽어 나가니 못 볼 광경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하다. 물론 얼굴보기는 글이 편하지만 그들이 사람을 뜯어먹는 광경은 글이 더 잔인하기도 하다. 시각적 효과로 전달이 안될 때 글솜씨는 정교하고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주고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기에.
국내에서 좀비 물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여러가지 국내 상황에 맞는 설정으로 등장하며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과 "부산행" 연작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 이 소설의 띠지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 최근 "반도"나 "살아있다"같은 영화까지 계보는 이어지며 인기를 구가하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와 "28주 후"를 제일 좋아한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 형태로 구성된다.
좀비들이 세상을 지배한 이 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지구를 탐사하던 도중 발견된 일기장은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SF 소설이라고 처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현대 좀비 물과 교묘하게 결합되었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지구는 좀비들로 인해 더이상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자 인류는 우주로, 바다로, 오지로 탈출을 한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공간은 우주였다. 하지만 다시 지구로 귀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좀비로 우글대는 대한민국에 선발대를 내려 보낸다. 지구 여러 곳을 목적지로 하지만 대기권 진입 실패나 좀비들의 역습에 성공한 지역이 몇 군데 없다. 리더인 K-기준은 탐색을 하던 도중 우연히 마주친 좀비를 피하다 깊은 구멍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 곳은 은신처 같은 장소였는데 과거 좀비를 피해 숨어살던 아지트였고 누군가의 일기장을 찾게 된다. 그 안에는 좀비가 창궐하게 된 시점의 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감기증세의 전염병이 미국 아칸소에서 시작되었고 점차 세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좀비 바이러스"였다는 사실은 서울 한복판에 죽지 않는 시체들이 걸어 다니는 장면이 목격된 이후 확실하게 알게 된다.
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또다른 현재 시대의 주인공은 우연히 만나게 된 동료들과 카페를 요새화 한 뒤, 은둔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밖의 세상에는 점점 불어나는 좀비와 그에 밀리는 사람들 간의 피가 말리는 전투가 시작됐다.
일기 형태로 적어 놓은 글로 우리는 마치 뉴스를 보는 듯한, 지금 내 옆에서 이루지고 있는 일인 듯 느낌을 가질 정도로 현장감을 느끼는 상황이 된다.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으레 등장하는 사람들의 비인간화는 고개를 쳐들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총질을 해대는 거리의 광경을 본 주인공을 낙담을 하게 되고 더이상 희망이 없음에 탄식한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무대가 신촌과 이대 앞이다.
토종 좀비 영화가 친근한 서울역과 KTX를 배경으로 삼아 사실성을 전달해주었듯, 이 소설에서도 신촌 일대를 묘사하며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그리고 멋진 총과 무기를 들고 좀비들을 쓸어버리는 액션이 아니라 그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식량을 찾아나서는 소시민의 모습이라 그 안에 같이 움직이는 호흡을 몰아쉬며 책장을 넘겨 나갈 수 있었다.
좀비가 왜 인기가 있을 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어쩌면 좀비는 영화 만들기에 꽤나 수월한 면이 많다. 특수분장이 많은 부담을 줄 정도의 비용도 아니고, CG 활용도 제한적이라 제작비용은 나름 저렴하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잔인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좀비는 인간이 아니기에 조금은 덜 자극적이다. 사실 머리속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장면이라고 투사되지만. 따라서 공포감과 거부감이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지만 작품을 대하는 마음은 팝콘을 집어먹을 수준의 안정감이 있다. - Alien 시리즈의 체스 버스트 장면은 팝콘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
그리고 계속 살아나고 물량공세로 등장시킬 수가 있어 다양한 이야기 전개가 가능하고 깜짝 놀랄 장면을 만들기도 수월하다. 으쓱한 곳에서 일단 한 번 얼굴을 내밀면 관객들이나 독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그들의 느린 걸음걸이에 식상해지니 제작자들은 뛰는 녀석들과 지능 있는 녀석까지 등장시키며 버전 업 시키는데 원래 사람 출신이니 억지로 가져다 설정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럴싸하다.
이야기 중간마다 좀비 창궐 시대 이후의 과학적 가설 등을 설명하는 용어사전이 나오는데 세계관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맥이 끊기는 아쉬움이 있었다. 굳이 억지스러운 가설을 설명하며 미래시대의 분위기를 이끌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한다.
이야기의 힘은 미래보다 현재 이야기가 강하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끼며 하루 종일 생활하고 언제 감염될지 몰라 걱정하는 하루 하루를 지내는 요즘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좀비 바이러스가 아닌 사실이 다행이면서도 "레지던트 이블"에서 나오듯 국가나 기업이 생체 무기화를 꿈꾼다면 다시 영화 속으로 현실이 오버랩 되는 악몽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슬금 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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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平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미 슌야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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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 타산지석의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





"아베 마스크 2장을 주시면 장수풍뎅이와 교환해드려요."

손바닥만 한 마스크를 끼고 언론에 등장하는 아베를 TV로 보면 측은지심이 먼저 떠오르는 요즘의 일본.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들이 연계된 업체로 빠져나갔으며 얼마나 많은 사업에 검은 커넥션이 퍼져 나가 있는지 그들만 아는 비밀.
발표되는 소니-에릭슨 스마트폰의 모든 성능들이 공짜 폰으로 줘도 안 가져갈 수준의 참혹한 퀄리티로 나오고, 우리가 익히 들었던 Made in Japan의 가전제품 메이커들은 사라지거나 중국에 헐값으로 팔려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2위 국가의 경쟁력이 얼마나 추락을 거듭했는지 깨닫게 된다.
용산에서 Sony Walkman 15주년 기념작인 EX1 기기를 구매하고 기능과 디자인에 얼마나 감동했었는지...... 혹자는 아직 소니는 금융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배경으로 영화산업을 위시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과거와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변하겠고 이 또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씁쓸한 느낌이 드는 사실은 둘 다 느끼겠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광란으로 가득 찬 정복의 역사로 피를 물들이던 그들에게 두 방의 원자폭탄은 쇼와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정복당한 미국에게 속마음까지 매혹에 빠진 상황에 이웃나라의 불행을 반전의 행운으로 가져간 그들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코카콜라 광고로 대변되는 1980년대의 일본은 전세계를 집어삼킬 태세였고, 최근 중국을 향한 미국의 두려움 못지않은 경계심을 갖게 만들었다. 영화 "그렘린"에서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불안한 심리가 "기즈모"라는 작지만 무서운 괴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영원할 줄 알았던 샴페인의 풍부한 거품은 어느 날 갑자기 일본을 덮어버린다.
저자는 이 시기를 "헤이세이의 잃어버린 30년"이란 박스를 만들어 집어넣고 돋보기를 들이 밀어 도대체 뭐가 문제였었는가 고찰하기 시작한다. 의외로 이런 시도들이 극히 제한적으로 시도된다는 사실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아직도 자기들이 세계 최고라고 광신적 애국에 빠져 베스트셀러를 생산하는 모습은 측은지심이 들 정도다.



경제위기를 불러온 가장 표면적인 위기는 "플라자 합의"가 시작점이다.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급속도로 커져가는 상황에서 미 레이건 정부는 1985년 9월 2일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G5회담에 압력을 넣어 ‘달러의 평가절하와 독일 마르크화,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플라자 합의를 발표하게 되었고. 일본상품들의 가격경쟁력은 하루 아침에 30% 수준의 인상효과를 가져왔다. 그 이후 적절한 대처를 하지못한 혼란은 위기를 가중시켰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속적인 자연재해 등의 피해도 속출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국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일본인들의 신뢰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화되었고 우리가 칭송하던 그들의 경제사회 시스템은 사실 경제적 충격을 받고 난 이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자가 치유의 방법들이 도출되기 마련인데, 일본은 30년간 이러한 과정을 겪지 않은 채 고마쓰 사쿄의 소설처럼 서서히 침몰되고 있었다. 그 절정에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다.
이후 우경화는 더욱 강해지며 아베 신조의 장기 집권이 이루어졌고, 한번 뒤틀린 역사의 방향성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일본을 몰아넣지만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일본인들의 무관심은 결국 마스크와 골판지 침대같은 코미디쇼로 2020년을 장식하고 있다.
헤이세이의 30년을 4개의 쇼크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는 표지에도 그래픽으로 잘 표현해냈다.
 
제1의 쇼크는 1989년에 정점을 찍은 버블경제의 붕괴
제2의 쇼크는 1995년의 한신, 아와지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제3의 쇼크는 2001년의 미국 동시다발테러와 이후의 국제정세의 불안정화
제4의 쇼크는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사실 쇼크라는 용어 자체가 마치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가 사태를 만들어낸 것뿐이라는 피해자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외부환경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쇼크가 발생했을 때 메뉴얼 대로 대처 잘 하기로 소문났던 일본이 우왕좌왕하며 무너지기 시작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고, 국가적인 시스템 붕괴는 지속적인 국가적 쇠락을 부채질해왔다고 이해해야 한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람선의 인원을 별도로 계산한다 거나, 대유행이 분명한데도 제한적인 검사로 숫자를 감소시키려는 당국의 노력과 방관하는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작동되는 상황을 목격하며 그들의 틈새를 확실히 목격할 수 있었다.
책은 몰락의 과정을 크게 기업과 금융, 정치, 사회, 문화 네가지 분야에서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비즈니스와 산업 측면에서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살았던 그들의 몰락을 잘 서술하고 있고, 사실 한 국가의 미래방향을 좌우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무책임한 방관들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가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민주당 정권의 아마추어 같은 리드는 대위기 속에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였고 이 대목은 일본이란 나라의 주저 않는 변곡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정치, 경제, 사회적인 "시스템"이 붕괴돼 버렸다. 정치에 관심 없을 때 너보다 무식한 자가 너를 다스리게 될 거라는 명언을 일본인들은 망각했다.
기업/금융과 정치와는 달리 사회와 문화에는 사실 "실패"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지만 분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힘이란 측면에서 퇴보는 "실패"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로 나미에로 대표되는 Jpop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된다. 과거 국내에 일본음악 수입이 금지되던 시절 음성으로 거래되던 음반 량은 꽤나 컸고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불법 카피음반이 유통되고 국내까지 몰래 수입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 한가? 여고 동창회같은 대규모 그룹이 지역 클럽을 기반으로 제한된 활동만 하고 있고 자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아시아를 이끌어가던 과거의 힘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 자리를 우리나라가 채우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기업과 금융권들이 무너져가는 과정은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던 내용이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일본이라는 사회와 기업들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들을 보다 냉정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포퓰리즘으로 국가를 파탄내는 정치시스템은 결국 국민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고 그들 모두의 책임이자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몰락의 과정을 한편으로 고소해하고 있는 우리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상당부분 우리의 선행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민성도 다르고 국가의 지도자가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지만 제일 중요한 국민들의 인구구성 상황과 사회적 정치적 무관심의 심화는 닮아 있다.
심지어 인구 절벽현상은 그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가장 커다란 위기임에도 우리는 그들을 따돌리고 세계 1위급의 저 출산율의 늪에 빠지고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의미 없다. 
이런 도서를 보면 일부 자각한 일본 지식인들의 등장이겠지만 실행력을 쥐고 있는 시스템은 그들을 포용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IMF 금 모으기를 하던 시절처럼 우리가 촛불을 들던 시기처럼, 모두가 자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일본보다 더욱 비참한 국가재난상황에 진입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극복하겠다는 실행을 개인 한사람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시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만 보다 모든 것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의 시대상으로 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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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 심화 편
임상빈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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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 우리가 예술과 친해지는 길은 조금 험난해도 가볼만하다.






책 제목이 이상한데?
분명 "우리는 예술을 꿈꾼다"라고 집어 든 것 같은데, 반대이네. 예술이 우리를 어떻게 꿈꾸지?

알쏭달쏭한 기분을 잠시 접고 책을 읽기 전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미술관은 데이트 장소로 유효할까 아닐까?
-미술관에 학교 졸업하고 자발적으로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페라 극장은 어떨까?
-베토벤 교향곡 1번을 들어본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5번 말고.
-극장에 가서 영화 본 횟수 대비 연극은 몇%나 차지할까?

그냥 딱 봐도 아담한 숫자가 나오는 질문이다.
"예술이 이렇게 어렵다!"
예술은 항상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듯 하나, 사실은 저만치 떨어져 있어서 나름 노력하고 시간과 공을 들인 이후에나 친하게 지낼 수 있다. 여러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예술을 친근하게 느끼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려는 노력들이 많이 시도되지만, 계속, 그냥, 반복적으로 시도될 뿐이다.
광고판을 메운 인상적인 사진 스냅들, TV드라마나 영화보기, 트와이스 음악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생각이 들고 항상 친근한데, 예술은 왜 까다롭게 구는 걸까?
예술이란 고풍스러운 외모를 하고 그윽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평상시에 꿈꾸지도 못했을 상상력의 극한대를 보여주며 일반인들이 이해못할 철학적 잠재를 품어야 한다는 말일까? 
아마도 이론적인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냥 눈으로 그림을 보는 일은 유치원생도 하지만 작가가 어떤 생각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는가에 대한 이해와 작가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까지 갖춰야만 기본적인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다는 이유도 덧붙일 수 있다. 오래전 이승을 떠난 예술가들의 영혼과 조우는 클럽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만나는 DJ보다 서먹하고 따분하다. 시대적 배경도 다르지만 그렇기에 그 시대의 정신을 알아야 작품의 이해가 가능하니 한걸음 멀어진다. 대중가요 조차도 90년대 가요를 이해하려면 그 당시 젊은이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이 필요한데 하물며 몇 백 년 전으로 거슬러가는 일을 말해 무엇 하겠는가?
물론 작가의 의도와 연극이나 오페라 같은 공연에서 연기하는 이들이 관객에게 전달해주는 기본적인 내용은 정해져 있지만, 예술의 자유분방함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도 존중한다. 작가는 미국을 찬양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감상하는 사람이 이건 브라질이네 라고 한다 해도 문제될 일은 없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도 존중받을 수 있다. 이런 해석의 자유는 우리가 예술을 꿈꾸기에 그나마 다행인 장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책을 쓰고 싶었던가 보다. 예술은 언제나 우리와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고 우리가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서기만 하면 언제든지 동반자의 길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
미술을 전공했고 현재 교수로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는 저자는 이런 어려운 예술을 누구나 좋아하고 또 예술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에 책을 집필했다.
자신의 작은 개인 역사를 에세이처럼 이야기하며 미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좀 더 복잡한 이론적인 내용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화자가 서로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조금 더 깊숙한 내용들을 풀어가는 형태로 구성했다. 다만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이상의 사전지식과 다소 지루해져도 책을 붙들고 있을 의지가 필요하다.
목차를 살펴보면 독자가 편하게 작가와 교감할 수 있도록 물 흐르듯이 써 내려갔다.
예술이 우리에게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며,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만들어가는지, 그리고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을 설명한다.
물론 예술이라도 하지만 저자가 미술가이기에 미술 위주의 설명이 이어진다. 완성된 예술작품이 어떻게 전시되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마무리로 책을 전개시킨다. 같은 그림이라도 전시되는 장소에 따라 또 배치에 따라 주는 인상이 달라진다는 점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변화다. 본질은 같은데 놓인 상황에 따라 해석이 작지만 다르게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찾아가는 작업이 예술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이론들은 기대보다 다소 어렵다.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어려운 대목이 중간 중간 드러나오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가끔 철학 이야기까지 등장하여 당황할 수도 있다. 인내심을 가진다면 조금씩 이해가 되리라.
미술 이야기는 사실 쉽지않다. 음악은 억지로 참고 들으면 되고 해석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할 수 있지만 미술은 눈을 감아버려서 무시할 수도 있고 해석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 피카소나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
더우기 인간은 완벽한 원을 절대로 그리지 못한다는 말처럼 이데아를 정확히 복사해낼 수 없는 불완전성까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이 미술이다. 어렵지 않나?


책을 덮을 때쯤 되면 서두에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왜 책 제목이 도치된거지?
예술은 우리를 독자로서 관람객으로서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렵다는 핑계를 대면서 주변을 맴돌고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사실 누구나 예술작품을 즐기고 예술가들의 삶을 관찰하거나 짧게나마 그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려워한다. 잘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예술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일단 한번 시도는 해 봐.
어린아이가 첫걸음을 걷듯, 시작하면 의외로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때로 이론적인 부족함이나 알 수 없는 어려움과 맞닥뜨리는 순간도 있겠지만 조금씩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생각을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예술을 우리들이 좀 더 편하게 자신들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사실 미술에 대한 이해를 시작하는 데는 미술사를 한번 읽어보는 작업이 선행되야 한다. 왜 이 화가는 이런 그림을 그렸을 까는 한 개인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미술사의 사조가 흘러온 방향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역사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예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미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일이고 미술사의 변화도 이해가 빠르게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대화를 통해 미술사이 조각난 모습들을 선보인다. 전체를 조망하는 흐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단편적이나 흥미로운 주제를 먼저 접하고 미술사 전체를 읽어본다면 이해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모자리자의 미소가 신비롭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신비롭지도 않고, 그냥 유명하니까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 저자가 처음 작품을 대했을 때의 사진을 보면 수많은 사람이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몰려든 장면이 연출된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비웃을 것이며 그들에게 저 미소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나 있냐고 막말을 하겠는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 모나리자 봤다고 자랑하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예술과 손을 잡게 된다. 한번 본 유명세의 감동은 다른 작품들도 보려고 애를 쓰는 과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그리고 우리도 예술을 꿈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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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 - 화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평온함을 지키는 심리기술
데이비드 리버만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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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감정에 잡아 먹히지 않는 법 :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믿어라, 이게 답이다.
 
"분노하고 지옥 문을 여는 저주를 퍼붓고 싶다."
 
2년전 평상시 하고 싶었던 업무직책을 맡게 되었다. 좋은 기회였고 다들 원래자리로 컴백하게 된 거라며 축하해주었다.
어쩌면 회사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였고 수많은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수익을 만드는 자리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했고, 스스로의 업무역량과 경험을 쌓기에도 좋았다.
업무를 맡은 지 며칠 되지 않던 날, 우연히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표이사를 만나게 되었다.
-일을 잘 되고 있나?
-예, 아직 인력구성이 안되어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빠른 시간내에 안정화시키겠습니다.
-자네는 무엇보다 "플랫폼"에 집중하게나. 앞으로는 플랫폼의 시대야.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거나 그 안에서 변화해야 소용없어. 그래서 자네가 픽업된 거니까 기대하겠네.
대표이사의 생각은 평상시 생각과 일치하고 있었고, 새로운 포맷과 기존 업의 정의를 한번 더 업그레이드하거나 아예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하기에 일에 대한 흥분이 찌릿하고 전해왔다. 한시간 후 바로 임원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했다. 대표이사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라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을 보고 나 자신의 감정이 불같이 타올랐다.
-정신차리게. 대표이사가 원하는 이상향을 당장 만드는 게 자네 업무가 아니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플랫폼인데 뭘 또 만들려고, 있는 채널이나 잘 활용해야 지. 그런 의도가 아니란 말이야.
그 날 이후 임원과의 사이엔 불신이 싹텄고, 업무를 진행할 때마다 사사건건 부딪혔다. 생각보다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진행 안되는 건도 여럿 나왔고 회사가 설정한 목표자체가 시장과는 괴리가 크다 보니 직원들도 지쳐갔다. 결국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고 지금은 해당 업무와 담을 쌓고 지낸다.
재미난 일은 스마트와치로 자주 스트레스 체크와 심박동수를 측정하는데 당시에는 매일 아침 스트레스가 최상으로 높았고, 심박동수는 100을 넘기 일 수였다.
그런데, 업무를 바꾸고 한달 정도 지나니 스트레스는 전날 늦게까지 일을 해도 항상 최하 수준으로 적었고, 심박동수는 90을 넘는 일이 없다.
일에 대한 압박감에 몸이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결국 스스로의 감정 컨트롤 또는 자존감이 회복되고 습관이 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회사 일이 내가 원하는 일만 진행할 수도 없고, 설정한 방향은 사람마다 다른다. 서로 충돌하고 협업하고 새로운 과정을 만들어낸다. 다만 과정 상에서 감정적인 충돌과 자존감을 짓밟는 일들은 없어야 하나, 직장생활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런 와중에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지키며 내 감정에 잡아 먹히지 않는 방법들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위의 사례는 직장생활의 경험이 쌓이고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며 자생적으로 알게 된 내용이지만 모든 이들을 위한 가이드 역할은 필요하다.
저자인 데이비드 리버만은 심리학 박사이며 인간행동, 대인관계 연구의 권위자라고 한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이론은 FBI, 미해군, 국가안보국 등에서 필수로 진행하는 심리훈련법이라 하는데 일반인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이 책이 이런 관점으로 우리가 감정을 다스리는 이론적인 배경과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나 자신 스스로를 이해하고 좋아하지 않으면 화가 날 수밖에 없고 풀지 못하는 화를 주위 세상과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위의 개인적인 사례에서도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을 집에 와서 알게 모르게 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 어린시절의 상처를 성인이 되어서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경우도 우리는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때로는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오래동안 화가 쌓이면 자신도 통제 불가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 나 스스로도 통제를 못하는데 어떻게 외부의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 생각, 행동 들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 이 점을 인식하는 일이 어쩌면 나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의 시작이고 세상은 나와 다르다 그러므로 각자의 인식과 생각을 존중하며 대화를 풀어가야 한다는 세상에 대한 오픈 된 마음으로 나아가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또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자신 있게 짊어지고 주도적인 삶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관점을 바꾸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는 일은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가 문제라는 반증은 아니다. 개인적인 사례에서도 임원이 생각하는 방향이 맞건 틀리건 그 사람의 방향성이 나와 다를 뿐이지 내가 생각하던 방향과 가치가 틀렸다는 반증은 아니다. 다만 이런 관계에서 기술적으로 협업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접근이 필요하지만 서로를 거부하게 된 관계로 빠진 점은 아쉽다. 부하직원인 내가 더 손해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거나 부족하다는 감정적 소모를 할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상사의 지시와 생각이 틀렸다는 현실을 수용하지 말고 스스로 검토를 해보되, 나 스스로가 통제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지 충돌로 인해 웃음거리로 몰렸다는 피해의식에 빠져서는 안된다.
감정이 건강 하려면 현실에 몰두해야 한다는 대목은 개인적으로 꼭 와 닿는 부분이었다. 업무를 할 때 최악의 상황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플랜B, 플랜C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입시절부터 배워온 탓에 실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며 밤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상상력으로 걱정거리를 만들고 해결방안을 찾아내려 헤매는 셈이다. 현실에 생각의 뿌리를 두고 행동하고 고민해야하되, 상상력은 이럴 때 사용하면 안된다는 반성을 했다.
결국 차분해지는 감정연습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아개념을 강화하기 위해 상상훈련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즉, 매일 달리기 하는 상상만으로도 근력이 강화되는 실험결과를 소개하는데 실제 행동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자아를 강화하는 트레이닝이 가능하다. 의미 있는 목표를 하루 하루 살기 위한 매일 5분 심호흡이나 근육이완, 미소 짓기 같은 작은 행동으로도 변화가 가능하다니 당장 꾸준히 실행해보기로 했다. 물론 카페인을 줄이는 방법도 의외로 효과가 좋다. 
몇년전 회사에서 밥공기를 두 개로 나누어 한 쪽에는 감사의 말을, 다른 쪽에는 욕하는 실험을 했고 신기하게도 감사를 한 쪽이 덜 부패된다는 결과에 놀랐었는데 당시 직원들에게 병행했던 캠페인이 "감사일기"였다. 매일 누군가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일기처럼 써놓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쓰잘데 없는 일을 하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하다보니 의외로 주위에 감사한 일이 많았고 감정적 순화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밥 처럼! 실천하기 너무 쉽고 효과는 너무 괜찮다. 한 번 시도해보시길.

욱!하는 순간에 사람들은 사고를 많이 친다. 이럴 때 행동계획을 스스로 하나 정해놓는 방법도 위기를 벗어나는 지혜다. 책에서는 미리 지뢰를 찾아내고 1,2단계로 욱!상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누구나 익혀둘 만한 제안이다.
이 책은 결국 화를 제어하고 스스로를 이겨내는 힘을 단계별로 풀어나가는 과정으로 어떻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여러가지 정보와 감정들은 흡수하며 쓸데없이 자기 비하에 빠드리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감정충돌을 하고 일이 꼬여가는 경우가 많지만 내 탓이 아니고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있지도 않은 자기 과오와 자기혐오에 빠진다면 쓸데없는 상상력이 내 감정을 잡아먹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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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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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우리가 몰랐던 영화 속 범죄의 단서들

영화나 비디오 게임에 대해 학부모협회나 보수종교단체들은 오래전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등장하는 과도한 폭력과 범죄장면들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에게도 영향을 주어 부정적인 사회악으로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오랫동안 찬반 양론을 펼쳐왔고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지겹도록 반복되는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물론 결론은 없다. 누구도 선뜻 두 입장의 차이를 선언적으로 결정해줄 수 있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양 측의 의사를 반영하여 등급제를 통해 의사결정 및 사리판단의 능력에 근거한 연령별 제한을 두고 있으나 이 마저도 사회통념의 변화와 시대상의 발전에 따라 대략적인 가이드를 줄 수 있을 뿐이다.
범죄학자인 저자는 그동안 많은 활동을 통해 범행현장에 드러난 여러가지 범죄학적 심리들을 분석하고 정리해왔다. 실질적인 사건사례를 통한 범죄의 요소들을 살펴보는 방법이 정론 적이겠으나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된 영화 속의 범죄현상들을 정리해보는 일은 흥미롭기도 하고 사례분석에 경계선과 명확한 행동의 가이드를 잡기에도 유리하다.
책에는 총 37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삐뚤어진 허상에 대한 범죄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
-정신분열, 자아분열
-진실의 은폐
-욕망과 추락
-도둑질
-누명
-살인의 본능
-무관심과 고독
-복수

10가지 주제로 구별하고 주제가 잘 드러나는 영화 3-5편씩을 배치한 구성이다.
각 영화에 대한 줄거리와 영화가 주는 의미를 독자에게 제시하고, 영화 속에 숨어있는 범죄코드를 몇 가지 꼭지로 정리해서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나 영화의 전개를 참고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미 본 영화는 블루레이 서플먼트를 보는 느낌으로 되새김질할 수 있었고, 아직 못 본 영화는 잠시 패스했다. 일단 선영화 후독서의 룰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낯익은 영화가 많은 걸 보면 확실히 범죄/스릴러 장르를 글 쓰는 나 자신이 스스로 좋아하는구나 생각되었고, 아직 범죄자의 길을 걷지 않고 범죄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초반에 언급한 영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라는 진단을 해본다.

= 감상하였고 블루레이/DVD 물리적 매체 보유 영화 (19편)
캐치 미 이프 유 캔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양들의 침묵 / 스포트라이트 / 조디악 / 원스 어폰 어 타임 아메리카 / 좋은 친구들
LA 컨피덴셜 / 인셉션 / 내일을 향해 쏴라 / 저수지의 개들 / 도망자 / 쇼생크 탈출 / 메멘토 /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콜래트럴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씬 시티 / 델마의 루이스

= 감상만 하고 취향 저격에는 다소 부족하여 미보유 영화 (7편)

폴링 다운 / 썸머 오브 샘 / 갱스 오브 뉴욕 / 시티 오브 갓 / 오션스 일레븐 / 올리버 스톤의 킬러 / 트래픽

26편의 영화를 감상했으니 70% 성적이라 나쁘지는 않다.
범죄심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에서부터 악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그만큼 사람 내부에 숨어있는 알 수 없는 정체는 다양한 욕망과 환각 속에 쌓여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대급으로 생각하는 악인은 역시 한니발 렉터 박사를 으뜸으로 꼽는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기겁을 하게 만드는 장면부터 즐거운 요리를 후라이 팬에 하는 장면까지, 렉터 박사 역을 해낸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자다 가도 벌떡 일으키게 만드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영화에 대한 범죄코드는 생각하지도 못한 감독과 각본가의 코드로 장면 곳곳에 숨어있었다. 그런 의도를 책을 통해 뒤늦게나마 읽게 된 부분은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몇 편 영화 이야기를 아래 꺼내 본다.

양들의 침묵 : 처음 책으로 접했을 때 충격은 엄청났었다. 특히 버팔로 빌의 엽기적인 행동들은 스릴러물을 즐겨 읽기 시작하는 초기단계에서 만난 연쇄 살인마였고, 충격적인 초반 이미지는 아직도 머리속에 숨겨진 발자국을 길게 남겨놓았다. 책에서는 영상으로 쉽게 떠올리지 못했던 렉터 박사의 경비원이 철창사이에 매달려 있던 씬은 감독이 끔찍할 정도로 재현을 해냈고 주변의 절묘한 조명과 함께 잠재의식 속 공포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금도 가끔 꿈에 보인다. FBI 신출내기로 등장하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렉터 박사는 이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계속 등장하고 결과적으로 프리퀄 영화까지 등장하여 그의 심리적인 변화와 어둠의 근원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3사람의 연쇄 살인범 (테드 번디, 게리 하이드닉, 에드 게인)의 캐릭터를 합친 인물이 버팔로 빌이었고, 프로파일링이란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이 영화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사형제도의 유효성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들을 수 있다. 과연 사형제도가 악의 억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지금처럼 사형선고를 내리고도 오랜 후에 집행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제도의 효과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디악 : "양들의 침묵"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이다. 충격적인 장면들과 다소 지루한 장면들이 교차 편집되고, 끝내 목적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들의 허망한 눈길을 잊을 수 없다. "살인의 추억" 마지막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묵직한 대사와 연결되는 답답한 현실. 초반의 자동차나 호숫가의 커플들이 끔찍한 범행의 대상자가 되는 장면은 언제 누구라도 사이코패스의 희생양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의도적인 계획이지만 때로는 우발적인 범행의 결과로 참혹함만 남게 된다는 현실의 어두움을 나타낸다.
영화는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과 이를 서포트하는 언론의 역할이 한계를 가지는 민 낯을 드러내기도 했고, 그래도 어떤 사건에 미쳐 권한과 의무도 없는데도 끝까지 범행을 추적하는 끈질김이 그래도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안도를 느끼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연쇄살인법으로 인해 공포감 가득한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를 당한 시민들의 당혹감과 두려움이 영화 전반적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 고풍스러운 포스터는 물론 주제가는 마치 풍요로웠던 과거의 회상처럼 분위기를 몰고간다. 몰래 엿보는 소년과 이를 알고도 모른척하는 소녀. 제니퍼 코넬리가 가장 예쁘게 나왔던 이 장면이 후반부의 강간 씬으로 연결될지는 정말 몰랐고 배신감도 넘쳐났던 기억이 난다. 탐욕과 욕정이 뒤엉킨 시대에 우정으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진실을 깨닫고 배신이라는 현실과 만났을 때의 충격은 그가 행한 악행과 비교해 타당할까 라는 의심도 든다. 이민자들의 삶에 드리운 범죄의 그림자가 잘 표현되었고 가지지 못한 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라는 인식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는 항변도 나타나는 영화다. 강간당한 여성도 사실은 본인도 원했다 거나 유도를 했다는 오래된 사회인식이 드러나는 부분은 현재 시점에서 바라볼 때 놀랍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안톤 쉬거(비에르 바르템 연기)의 소음기 장착 공기총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단발머리에 썩은 웃음을 짓는 그의 굵은 얼굴 면면은 범죄자를 떠나 살인의 달인을 만난 느낌이다. 총에 맞아 물을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던 멕시코 사람에게 돌아가는 조슈 브롤린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리고 싶지만 영화는 그렇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모두의 비극을 위한 피비린내나는 활극은 영화 내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결국 모든 사건의 진정한 승자는 토미 리 존스와 같이 늙은 노인들이지만 세상은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역설을 영화는 표현하고 있다. 책의 저자가 범죄코드 1로 기술한 이 문장은 정말 영화의 주장은 물론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한번은 고민해 볼만한 질문이다 "젊은이의 미래는 그들인데 왜 우리는 노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가?" 

영화를 보는 일은 즐겁다. 
하루에 세 편씩 연달아 블루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체력이 가능한 때도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했다는 스스로 리뷰가 되었다. 물론 책읽기도 취향 따라간다. 최근에 읽은 책의 60% 정도가 이쪽 이야기인 것 같다.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하면서도 지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생한 범죄의 현장의 끔찍한 장면에 눈을 찌푸리기도 한다. 그것이 장르의 매력이기도 하다. 조금 더 다양한 영화보기 책읽기가 필요하다는 자각도 든다. 꼭 그래야겠다.
자극적인 장면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기 마련이다. "쏘우" 시리즈는 극적인 흥미를 끌면서도 잔인한 고문과 처형도구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다루고 있다. 물론 범죄자들도 섞여 있지만 사적인 처벌인 금지된 법치국가에서 불법이고 직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나라는 치안이 우수한 국가라도 한다. 그리고 일단 총기가 불법인 부분이 그나마 안전한 생활을 보장해준다. 세상이 험악 해져도 건전한 공권력과 건강한 사회구성원들의 의식만이 걱정 없는 사회, 국가를 만들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그러나, 이제서야 살인의 추억을 되 내이던 범인을 찾게 된 틈새가 우리 주변에 공존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도 외면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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