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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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우리가 몰랐던 영화 속 범죄의 단서들

영화나 비디오 게임에 대해 학부모협회나 보수종교단체들은 오래전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등장하는 과도한 폭력과 범죄장면들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에게도 영향을 주어 부정적인 사회악으로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오랫동안 찬반 양론을 펼쳐왔고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지겹도록 반복되는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물론 결론은 없다. 누구도 선뜻 두 입장의 차이를 선언적으로 결정해줄 수 있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양 측의 의사를 반영하여 등급제를 통해 의사결정 및 사리판단의 능력에 근거한 연령별 제한을 두고 있으나 이 마저도 사회통념의 변화와 시대상의 발전에 따라 대략적인 가이드를 줄 수 있을 뿐이다.
범죄학자인 저자는 그동안 많은 활동을 통해 범행현장에 드러난 여러가지 범죄학적 심리들을 분석하고 정리해왔다. 실질적인 사건사례를 통한 범죄의 요소들을 살펴보는 방법이 정론 적이겠으나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된 영화 속의 범죄현상들을 정리해보는 일은 흥미롭기도 하고 사례분석에 경계선과 명확한 행동의 가이드를 잡기에도 유리하다.
책에는 총 37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삐뚤어진 허상에 대한 범죄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
-정신분열, 자아분열
-진실의 은폐
-욕망과 추락
-도둑질
-누명
-살인의 본능
-무관심과 고독
-복수

10가지 주제로 구별하고 주제가 잘 드러나는 영화 3-5편씩을 배치한 구성이다.
각 영화에 대한 줄거리와 영화가 주는 의미를 독자에게 제시하고, 영화 속에 숨어있는 범죄코드를 몇 가지 꼭지로 정리해서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나 영화의 전개를 참고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미 본 영화는 블루레이 서플먼트를 보는 느낌으로 되새김질할 수 있었고, 아직 못 본 영화는 잠시 패스했다. 일단 선영화 후독서의 룰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낯익은 영화가 많은 걸 보면 확실히 범죄/스릴러 장르를 글 쓰는 나 자신이 스스로 좋아하는구나 생각되었고, 아직 범죄자의 길을 걷지 않고 범죄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초반에 언급한 영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라는 진단을 해본다.

= 감상하였고 블루레이/DVD 물리적 매체 보유 영화 (19편)
캐치 미 이프 유 캔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양들의 침묵 / 스포트라이트 / 조디악 / 원스 어폰 어 타임 아메리카 / 좋은 친구들
LA 컨피덴셜 / 인셉션 / 내일을 향해 쏴라 / 저수지의 개들 / 도망자 / 쇼생크 탈출 / 메멘토 /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콜래트럴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씬 시티 / 델마의 루이스

= 감상만 하고 취향 저격에는 다소 부족하여 미보유 영화 (7편)

폴링 다운 / 썸머 오브 샘 / 갱스 오브 뉴욕 / 시티 오브 갓 / 오션스 일레븐 / 올리버 스톤의 킬러 / 트래픽

26편의 영화를 감상했으니 70% 성적이라 나쁘지는 않다.
범죄심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에서부터 악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그만큼 사람 내부에 숨어있는 알 수 없는 정체는 다양한 욕망과 환각 속에 쌓여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대급으로 생각하는 악인은 역시 한니발 렉터 박사를 으뜸으로 꼽는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기겁을 하게 만드는 장면부터 즐거운 요리를 후라이 팬에 하는 장면까지, 렉터 박사 역을 해낸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자다 가도 벌떡 일으키게 만드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영화에 대한 범죄코드는 생각하지도 못한 감독과 각본가의 코드로 장면 곳곳에 숨어있었다. 그런 의도를 책을 통해 뒤늦게나마 읽게 된 부분은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몇 편 영화 이야기를 아래 꺼내 본다.

양들의 침묵 : 처음 책으로 접했을 때 충격은 엄청났었다. 특히 버팔로 빌의 엽기적인 행동들은 스릴러물을 즐겨 읽기 시작하는 초기단계에서 만난 연쇄 살인마였고, 충격적인 초반 이미지는 아직도 머리속에 숨겨진 발자국을 길게 남겨놓았다. 책에서는 영상으로 쉽게 떠올리지 못했던 렉터 박사의 경비원이 철창사이에 매달려 있던 씬은 감독이 끔찍할 정도로 재현을 해냈고 주변의 절묘한 조명과 함께 잠재의식 속 공포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금도 가끔 꿈에 보인다. FBI 신출내기로 등장하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렉터 박사는 이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계속 등장하고 결과적으로 프리퀄 영화까지 등장하여 그의 심리적인 변화와 어둠의 근원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3사람의 연쇄 살인범 (테드 번디, 게리 하이드닉, 에드 게인)의 캐릭터를 합친 인물이 버팔로 빌이었고, 프로파일링이란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이 영화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사형제도의 유효성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들을 수 있다. 과연 사형제도가 악의 억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지금처럼 사형선고를 내리고도 오랜 후에 집행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제도의 효과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디악 : "양들의 침묵"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이다. 충격적인 장면들과 다소 지루한 장면들이 교차 편집되고, 끝내 목적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들의 허망한 눈길을 잊을 수 없다. "살인의 추억" 마지막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묵직한 대사와 연결되는 답답한 현실. 초반의 자동차나 호숫가의 커플들이 끔찍한 범행의 대상자가 되는 장면은 언제 누구라도 사이코패스의 희생양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의도적인 계획이지만 때로는 우발적인 범행의 결과로 참혹함만 남게 된다는 현실의 어두움을 나타낸다.
영화는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과 이를 서포트하는 언론의 역할이 한계를 가지는 민 낯을 드러내기도 했고, 그래도 어떤 사건에 미쳐 권한과 의무도 없는데도 끝까지 범행을 추적하는 끈질김이 그래도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안도를 느끼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연쇄살인법으로 인해 공포감 가득한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를 당한 시민들의 당혹감과 두려움이 영화 전반적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 고풍스러운 포스터는 물론 주제가는 마치 풍요로웠던 과거의 회상처럼 분위기를 몰고간다. 몰래 엿보는 소년과 이를 알고도 모른척하는 소녀. 제니퍼 코넬리가 가장 예쁘게 나왔던 이 장면이 후반부의 강간 씬으로 연결될지는 정말 몰랐고 배신감도 넘쳐났던 기억이 난다. 탐욕과 욕정이 뒤엉킨 시대에 우정으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진실을 깨닫고 배신이라는 현실과 만났을 때의 충격은 그가 행한 악행과 비교해 타당할까 라는 의심도 든다. 이민자들의 삶에 드리운 범죄의 그림자가 잘 표현되었고 가지지 못한 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라는 인식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는 항변도 나타나는 영화다. 강간당한 여성도 사실은 본인도 원했다 거나 유도를 했다는 오래된 사회인식이 드러나는 부분은 현재 시점에서 바라볼 때 놀랍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안톤 쉬거(비에르 바르템 연기)의 소음기 장착 공기총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단발머리에 썩은 웃음을 짓는 그의 굵은 얼굴 면면은 범죄자를 떠나 살인의 달인을 만난 느낌이다. 총에 맞아 물을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던 멕시코 사람에게 돌아가는 조슈 브롤린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리고 싶지만 영화는 그렇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모두의 비극을 위한 피비린내나는 활극은 영화 내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결국 모든 사건의 진정한 승자는 토미 리 존스와 같이 늙은 노인들이지만 세상은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역설을 영화는 표현하고 있다. 책의 저자가 범죄코드 1로 기술한 이 문장은 정말 영화의 주장은 물론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한번은 고민해 볼만한 질문이다 "젊은이의 미래는 그들인데 왜 우리는 노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가?" 

영화를 보는 일은 즐겁다. 
하루에 세 편씩 연달아 블루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체력이 가능한 때도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했다는 스스로 리뷰가 되었다. 물론 책읽기도 취향 따라간다. 최근에 읽은 책의 60% 정도가 이쪽 이야기인 것 같다.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하면서도 지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생한 범죄의 현장의 끔찍한 장면에 눈을 찌푸리기도 한다. 그것이 장르의 매력이기도 하다. 조금 더 다양한 영화보기 책읽기가 필요하다는 자각도 든다. 꼭 그래야겠다.
자극적인 장면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기 마련이다. "쏘우" 시리즈는 극적인 흥미를 끌면서도 잔인한 고문과 처형도구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다루고 있다. 물론 범죄자들도 섞여 있지만 사적인 처벌인 금지된 법치국가에서 불법이고 직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나라는 치안이 우수한 국가라도 한다. 그리고 일단 총기가 불법인 부분이 그나마 안전한 생활을 보장해준다. 세상이 험악 해져도 건전한 공권력과 건강한 사회구성원들의 의식만이 걱정 없는 사회, 국가를 만들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그러나, 이제서야 살인의 추억을 되 내이던 범인을 찾게 된 틈새가 우리 주변에 공존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도 외면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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