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 알고 있으면 척하기 좋은 지식의 파편들 세계척학전집 1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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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척학 전집 : 훔친 철학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 입니다.


학창 시절 철학은 골치 아픈 암기 과목 중 하나 였을 뿐이다. 철학이 당장 성적이나 취업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는 쓸모라는 기준에서 곁으로 밀려난 인식을 주니 굳이 책장 넘기며 공부할 의미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뜻밖의 학구열이 저 깊은 곳에서 조금씩 쏟아져 나올 때, 삶은 정답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으로 정해진다는 사실이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갈증으로 나타기 시작했다.  지식을 더하는 학문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학문의 의미로 다가온다.

철학은 거창한 개념의 전시장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고 남긴 기록이다. 수많은 철학자들의 주장과 반박은 결국 무엇을 믿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개인의 문제로 수렴된다. 그래서 철학을 읽는 일은 과거의 천재를 숭배하는 일이 아니라, 현자의 지혜를 빌려 현재의 나와 우리의 모습을 점검하는 일이다. 


이 책은 철학을 정통 학술서의 형식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생의 사유에서 핵심만 ‘훔쳐’ 오늘의 언어로 바꿔 쥐어 준다는 콘셉트를 전면에 둔다. 여기서 ‘훔친다’는 표현은 자극적이지만, 독자의 실제 독서 습관을 정확히 반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원전을 정복하기보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오늘을 버티기 때문이다. 

이 접근은 철학의 문턱을 낮추는 대신, 독자의 책임을 높인다. 쉽게 읽히는 문장일수록 오독도 쉽게 발생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태도는 ‘암기’가 아니라 ‘적용’이어야 한다. 

현실에서 발생할만한 에피소드로 철학의 이론을 설명하고, 중간에 재미있는 삽화도 포함되어 유튜브 시대의 책읽기에 맞게 진화되는 모습은 책이 추구하는 실용성을 잘 드러내는 방식이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비트겐슈타인 편이 아무래도 제일 손길이 간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게임은 우리는 같은 말을 쓰면서도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대화에서 생기는 오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규칙의 문제일 때가 많다.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서로 다른 맥락과 목적 위에서 단어를 운용하면 충돌은 필연이 된다. 이 관점은 철학을 추상적 논쟁에서 끌어내려, 관계와 소통의 기술로 내려앉힌다.

언어 게임의 핵심은 ‘의미’가 단어 안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통찰이다. 의미는 사용 속에서 생기고, 사용은 상황의 규칙을 따른다. 그래서 대화의 해법은 상대를 설득하는 데만 있지 않다. 지금 서로가 같은 규칙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더 큰 비중이 있다. 이 단순한 점검이 불필요한 싸움의 상당수를 줄인다. 직장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서로 딴소리하는 이유와 극복의 해결까지 철학자의 지식을 훔쳐와 해결할 수 있다는 소소한 즐거움이 입가에 드러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초기 비트겐슈타인의 태도는 꽤 흥미롭다. 삶에는 언어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사랑, 상실, 불안, 경외 같은 것들은 설명을 늘릴수록 오히려 얇아지기도 한다. 그때 침묵은 무지의 표시가 아니라, 대상에 대한 예의가 된다.

이 절제는 일상에서 즉각적인 효능을 만든다. 행복을 분석해 표로 만들려는 순간 행복은 도망간다. 사랑을 정의해 고정하려는 순간 사랑은 기능으로 변질된다. 설명을 멈추고 행위로 옮기는 순간 삶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철학이 삶에 도움 되는 지점은 바로 이런 불필요한 설명을 멈추는 능력에 있다는 걔달음을 얻는는다.


이름을 한번쯤 들어본 철학자들의 주장과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주저 없이 책을 선택해도 좋다.

이 책은 철학을 대단한 사람들의 지적 허영심이라는 영역에서 멱살잡고 끌어내린다. 철학을 다시 생활의 문장으로 바꾸어, 독자가 자기 삶의 문제에 적용하도록 참고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초보자라면 첫 진입로가 될 수 있고,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는 독자에게는 전체적인 철학의 역사와 사상가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타겟을 정하는 도구가 된다. 

데카르트가 시작했던 모든 것의 의심에서 시작하여, 나 자신에 대한 유일한 존재를 시작으로 우리의 사고와 논리는 비약적 발전을 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AI가 세상 지배자의 얼굴로 음험함을 드러낼 때, 우리가 맞서 싸울 무기는 어쩌면 “철학”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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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바이브 코딩 - 코딩을 몰라도 50개 앱과 웹사이트를 AI와 LLM을 활용해서 개발한다 AI Insight
코다프레스 지음, 양희은 옮김 / 인사이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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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바이브 코딩 : AI와 협업으로 아이디어를 상상에서 현실로 끄집어 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코딩은 오랫동안 일반인에게는 먼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많아도 그것을 화면 위에 올려 실제로 작동시키는 일은 늘 다른 세계의 사람들, 즉 개발자들의 몫이다. 그 경계선 앞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안 되는 쪽”으로 물러서는 경험을 한 사람은 꽤 많지 않을까?

어릴 때 프로그래머가 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단순히 컴퓨터를 좋아해서였을 수도 있고, 내가 상상한 것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마주친 복잡한 수식과 논리 문제는 빠르게 현실과 타협하는 선택으로 결론난다. 특히 ‘수학을 못하면 코딩도 못한다’는 말을 믿었고, 코딩이란 결국 이과 영역이라는 핑계를 찾았을 분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고, “이런 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지만, 그 생각은 곧 계산으로 바뀐다. 내가 직접 만들자니 학습 비용이 너무 크고, 돈을 주고 만들자니 개발비가 부담스럽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개발비를 회수할 만큼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값을 치르기에는 애매한 아이디어’로 분류되어 버리고, 그 순간부터 아이디어는 메모장 속에서만 살아남는다. 그렇게 수많은 가능성이 떠오르다 증발한다.

그런 흐름을 끊어낸 것이 AI의 등장이다.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고, 번역을 하고, 요약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코딩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코딩은 정확해야 하고, 논리가 탄탄해야 하며, 작은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을 접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느낌과 의도를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만들어준다는 발상은, 그동안 코딩을 가로막던 장벽 자체를 다른 위치로 옮겨버리는 일이었다. 코딩을 못해도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만 분명하면 된다는 말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다가왔다.


“어쨌든, 바이브 코딩”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결심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만들어 준다. “쉽다”는 말로 독자를 현혹하기보다, 막히는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전제로 한다. 다만 중요한 차이는, 막히더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초보자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막혔을 때 혼자라는 느낌’이다. 오류 메시지를 보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고, 검색을 해도 비슷한 말만 반복되며, 결국 자존감이 깎여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바이브 코딩에서는 막히는 순간조차 대화의 재료가 된다. 오류를 복사해 붙여 넣고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하고 고쳐달라”고 요청하는 행위 자체가 학습의 흐름을 이어준다. 책은 이 흐름을 독자의 손에 전해준다. 즉, 개발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중단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책을 따라가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과 생각보다 가능하다는 사실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나도 반신반의했다. AI가 코드를 만든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코드’가 만들어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했다. 실제로 따라 해보면, 예상치 못한 경고가 뜨고, 설치가 꼬이고, 환경 설정에서 한 번씩 발목이 잡힌다. 이때 초보자는 대개 “역시 나는 안 돼”로 결론 내리기 쉽다. 그러나 책이 제공하는 안내를 따라, 그리고 AI와의 대화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달라진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한 걸음씩 진행되는 경험이 축적된다. ‘이해가 먼저가 아니라 실행이 먼저’라는 감각이 서서히 몸에 배기 시작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 결과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화면이 움직이고 버튼이 반응하며, 내가 상상한 기능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성취감이 아니다. 그동안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이 내 손안으로 들어오는 감각이다.



물론 처음 시작하면서 완결된 앱으로 즐거움을 맛보기까지는 아직 더 많이 진행되야 한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후반부에 예시로 따라가는 과정은 앱을 만들고 웹 페이지를 만드는 기본 실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의미를 깨닫고 나가면 우리가 평상시에 앱을 사용하거나 서핑할 때 만나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친숙함을 느끼게 되고 어떤 작동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증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의 편리함은 단순히 속도가 빨라졌다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개인이 실험할 수 있는 권한이 넓어졌다는 데 있다. 작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 보고, 반응을 보고, 고치고, 다시 내놓는 과정이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 변화 속에서 “어쨌든, 바이브 코딩”은 초보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첫 경험을 제공한다. 코딩을 ‘머나먼 영역’으로 두지 않고, 생활 속 실험의 도구로 끌어온다. 그 한 번의 경험이 다음 행동을 만든다. 그 다음 행동이 결국은 ‘남들에게 내놓을 만한 결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제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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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이 병을 만든다 - 작은 불편이 큰 병의 신호!
우치야마 요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청홍(지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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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이 병을 만든다 - 귀가 번쩍,  몸의 경고음에 집중하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치야마 요코 박사의 “만성 염증이 병을 만든다”를 읽으면서, 오랫동안 내 몸이 보내온 신호들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매일 약을 먹으며 살아가는 성인병 환자에게 내 삶을 돌아보며 한번 점검하라고 충고하는 따끔함이 귓방망이를 때린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울감, 치매, 암, 심근경색, 만성 두통, 이유 없는 노곤함, 섬유 근육통, 인지 기능 저하, 무릎의 불편함 등 겉으로 보기에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다양한 증상들이 사실은 '만성 염증'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골다공증조차 칼슘 부족이 아니라 염증으로 인한 골밀도 감소에서 기인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충격적이다. 우리가 흔히 증상만 보고 항우울제나 진통제를 처방받지만, 근본적인 처치 없이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명쾌하다.


개인적으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나에게, 이 두 질환이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사실은 새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고지혈증은 혈관 내막으로 콜레스테롤이 침투하여 플라크를 형성하고, 이것이 혈관을 좁고 딱딱하게 만들어 혈압을 상승시킨다. 고혈압은 다시 혈관에 미세한 상처를 내며, 이상지질혈증은 혈관에 기름때를 쌓아 염증을 유발한다. 결국 고지혈증과 고혈압은 서로를 악화시키며 만성 염증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이 모든 증상들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몸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지만, 동시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받은 것 같아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몇 달 전부터 피부에 조그마한 발진이 생기기 시작했다. 피부과에 가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고, 의사는 그저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 노화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발진들이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몸속 어딘가에서 염증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피부의 만성 염증을 별도의 장으로 다루며, 피부의 장벽 기능이 약해지면 유해 물질이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전신의 염증 반응과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내 피부의 작은 발진 하나하나가 사실은 몸 전체가 보내는 경고 신호였던 것이다.​

책은 만성 염증의 발생 부위를 장, 상인두와 구강, 피부, 근골격계, 뇌로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장 누수'가 '혈관 누수'와 '뇌 누수'로 이어진다는 대목이다. 장벽 기능이 약해지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유해 물질이 혈액으로 유입되고, 이것이 전신에 염증을 퍼뜨린다. 결국 뇌까지 염증이 침투하여 우울증, 치매, 인지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쇄 반응을 이해하고 나니, 왜 저자가 증상만 치료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지 명확해졌다. 몸이 벌벌떨며 보내는 경고음을 잡아내는 이들만 자기 몸을 치유의 길로 이끌 수 있다.



요즘 나는 운동을 하기 귀찮아 그나마 나름 열심히 하던 한강 걷기나 가벼운 조깅하러 나가지도 않는다. 이 부분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뼈저리게 반성하게 된 지점이다. 저자는 근골격계의 만성 염증을 다루면서, 근력 저하와 골격의 뒤틀림이 전신의 염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운동 부족은 단순히 체력 저하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근육과 관절의 염증을 악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다른 부위로 퍼져나가는 악순환을 만든다. 특히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는 나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그동안 게으름을 피웠던 시간들이 얼마나 내 몸을 방치한 것인지 깨달았다.



빠질 수 없는 식단 이야기도 흥미롭다.

만성 염증의 주요 원인인 영양 장애, 유해 물질, 스트레스에 대한 접근법과 몸에 맞는 식단을 다룬다. 저자는 현대의 식생활이 효소 낭비를 부추기며, 소화가 잘되는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리법은 생식, 찌기, 삶기, 굽기 순서로 권장하고, 미네랄은 수프나 물로 조금씩 섭취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설탕과 화학 물질,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장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설명은 내 식습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인스턴트 음식과 밀가루를 너무 많이 먹어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편의점 도시락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빵이나 면 종류를 습관처럼 먹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식습관이 장의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그것이 다시 혈관과 뇌로 퍼져나가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악화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소박한 식사'가 염증을 방지한다고 말한다. 풍토와 계절에 맞는 식생활, 유전자 변환 식품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해독의 4원칙으로 유해 물질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 인스턴트 음식과 밀가루는 제발 좀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뇌 염증과 전자파의 관계를 다룬 대목이다. 저자는 각 부위의 염증이 심해지면 뇌에도 염증이 생기며, 리키 브레인(leaky brain)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뇌에 염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체내에서도 생성되는 프라이온이 뇌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전자파와 만성 염증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블루라이트가 뇌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뇌에 염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과 PC 사용 시간을 줄이고, 심호흡과 숙면으로 미주 신경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하루 종일 집에서는 스마트폰, 사무실에서는 컴퓨터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디지털 독이 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나는 힘들게 담배를 끊었지만, 아직 술은 마시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도 반성하게 되었다. 저자는 유해 물질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주변에 어떤 유해 물질이 있는지 알아두고 사소한 배려로 독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해독의 4원칙으로 유해 물질을 배제하는 것이 만성 염증 개선의 핵심이다. 술 역시 간에 부담을 주고,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며, 전신의 염증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는 나에게 술은 더욱 위험한 요인이다.​

담배를 끊었을 때의 그 어려움을 생각하면, 술을 절주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만성 염증을 개선하려면 원인을 하나씩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만성 증상을 치료하는 첫 번째 주치의는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의사나 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활 습관을 바꾸고 염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술을 완전히 끊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절주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적은 양만 마시는 것으로 제한하고, 그마저도 점차 줄여나가야겠다.



우울감, 피로, 각종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증상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다. 나 역시 이제부터 한 걸음씩, 만성 염증과의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식습관을 바꾸고, 절주를 실천하며, 내 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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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가 살아남는다 - 생각을 넘어 행동을 바꾸는 스토리텔링 설계법
마크 에드워즈 지음, 최윤영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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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가 살아남는다 - 발견, 비즈니스 현장에서 깨달은 이야기의 힘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회의실 불이 꺼지고 첫 슬라이드가 뜨는 순간, 나는 늘 긴장했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한 상품 설명이라도 청중의 눈빛이 흐려지는 순간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원들이 판매하게 될 보험 상품에 대한 상품설명 PT를 준비하면서 전혀 다른 시도를 했다. 상품의 스펙과 수치를 나열하는 대신,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갓 태어난 딸의 작은 손을 잡은 사진과 함께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부모로서의 책임감,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딸이 첫 걸음마를 배우다 넘어진 순간의 사진, 응급실에 갔던 일화, 그리고 그때 느꼈던 무력감. 이런 개인적 경험들 사이사이에 보험 상품의 핵심 담보와 혜택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청중들의 눈빛이 살아있었고, PT가 끝난 후 "제 이야기 같았어요"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때 나는 막연하게 느꼈다. '이야기'에는 데이터와 논리를 넘어서는 힘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항상 궁금했지만 막상 책을 통해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적었던 것 같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스티브 잡스가 맥OS 체계를 바꾸기 위해 OS9의 장례식을 치른 일화를 소개한다. 단순히 "새 운영체제로 전환합니다"라고 발표하는 대신, 관 속에 OS9을 담고 추도사를 낭독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잡스 답다!

이 극적인 스토리텔링은 직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각인시켰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우리나라에도 휴대폰 수만대를 불살라버린 전설의 퍼포먼스가 있지 않았던가!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우리는 넘쳐나는 데이터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이메일, 보고서, 프레젠테이션이 쏟아진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기억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명확하게 답한다. 스토리텔링!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 형식으로 전달된 정보는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기억될 확률이 20배 높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뇌과학적 근거가 있다.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 뇌의 여러 부분이 활성화되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뇌활동이 일치하는 현상까지 관찰된다. 스토리는 인간의 본능적 소통 방식이며, 신화 시대부터 이어져 온 가장 강력한 설득의 도구다.



책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설계법은 'SUPERB’ 이라는 6단계로 구성된다. 신화시대부터 인간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야기 구조를 비즈니스 언어로 재해석했다.


S: Shared Experiences (공유경험)

SUPERB의 첫 단계이자 가장 강력한 도구는 '공유경험'이다. 청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내가 딸아이 이야기로 PT를 시작했을 때 효과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다쳤을 때의 당황스러움, 무력감,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비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경험한다. 이 공유경험은 청중과 나를 즉시 연결시켰다.​

저자는 공유경험 하나만 제대로 활용해도 스토리텔링의 절반은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도 대부분 이 공유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보편적 감정, 공통된 고민, 누구나 겪는 일상의 순간들 - 이것이 스토리의 시작점이다.

U: Ultimate Triumph (최종혜택)

두 번째 단계는 최종혜택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많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결론을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사족이 길다"는 말이 바로 이를 지적한다.

여행자보험 콘텐츠를 만들 때 나는 이 원칙을 적용했다. 기존의 보험 안내는 "보험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장황한 설명을 거쳐 마지막에 혜택을 나열했다. 하지만 나는 대화식 스토리 구조로 바꾸면서 처음부터 명확히 했다. "해외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으면 3천만원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험 하나면 전액 보장됩니다." 결론부터 제시하고, 그 다음에 디테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콘텐츠 체류시간이 3배 증가했고, 전환율도 크게 올랐다.

P: Problem Definition (문제정의)

세 번째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모든 좋은 스토리에는 해결해야 할 갈등과 문제가 있다. 비즈니스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청중이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선명하게 그려내야 한다.​

자동차보험 과실비율 콘텐츠를 만들 때, 나는 법률 용어와 복잡한 규정을 나열하는 대신 스토리로 접근했다. "퇴근길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A씨의 차에 B씨가 뒤에서 추돌했습니다. 명백히 B씨 과실인데, 보험사는 A씨에게도 10% 책임이 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이렇게 구체적인 상황으로 문제를 정의하니, 추상적이던 과실비율 개념이 생생한 현실 문제가 되었다.

E: Explore Options and Objections (대안 및 반대 의견 탐색)

네 번째 단계는 옵션에 해당하지만 상황에 따라 매우 효과적이다. 청중의 잠재적 의구심과 대안을 미리 다루는 것이다. "이런 방법도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선제적으로 답하면 신뢰가 쌓인다.

보험 교육에서 나는 은행원들에게 "보험 대신 저축을 하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스토리로 답했다. "제 동료는 5년간 매달 50만원씩 저축했습니다. 3천만원이 모였죠. 그런데 6년째 되던 해, 큰 수술을 받았고 비용이 5천만원이었습니다. 3천만원으로는 부족했죠." 대안을 제시하되, 그 한계를 스토리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R: Real (현실제시)

다섯 번째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장미빛 미래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방치했을 때의 구체적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행동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B: Best of Both Worlds (두 종류의 청중 모두 만족시키기)

마지막은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진 청중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다. PT 현장에는 감성적 접근을 선호하는 사람과 데이터와 논리를 중시하는 사람이 공존한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양쪽 모두를 포용한다.

내가 진행했던 PT가 성공한 이유도 여기 있다. 아기 사진과 감성적 에피소드로 시작했지만, 중간중간 명확한 수치와 데이터를 삽입했다. "출생 후 1년 이내 응급실 방문률 68%", "영유아 의료비 연평균 120만원" 같은 구체적 정보가 감성을 뒷받침했다. 스토리는 감성을 건드리고, 데이터는 이성을 설득한다.

저자는 SUPERB의 모든 단계가 필수는 아니지만, S(공유경험)와 U(최종혜택)만은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두 가지만 확실히 해도 스토리텔링의 기본 골격은 완성된다​


AUTHOR 기법이라는 프레임워크도 인상적이다. 이는 전문 작가들이 사용하는 글쓰기 방식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R은 'Rewrite', 즉 다시쓰기를 의미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깊이 공감했다. 자동차보험 과실비율 콘텐츠는 처음 버전과 최종 버전이 완전히 달랐다. 초고는 법률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하지만 몇 차례 퇴고를 거치며 법률 용어를 모두 빼고 일상 언어로 바꿨다. "피해자", "가해자" 대신 "A씨", "B씨"라는 구체적 인물을 등장시켰다. 복잡한 과실비율 산정 방식은 "신호위반 50점, 중앙선 침범 30점, 속도위반 20점" 같은 점수 시스템으로 단순화했다.

저자는 "거의 모든 사람이 글쓰기 시작 단계에서는 아날로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디지털 도구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나 역시 중요한 PT를 준비할 때는 노트에 손으로 스토리 구조를 스케치한다. 키보드로 타이핑할 때보다 생각의 흐름이 자유롭고, 전체 그림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책을 읽어가며 제일 유용했던 부분은 스토리 수집 방법이다. 좋은 스토리텔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일상에서 스토리를 포착하는 능력이다.​

작은 이야기들이 쌓여서 거대한 스토리 라이브러리가 된다. 새로운 PT나 콘텐츠를 준비할 때, 이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적합한 스토리를 꺼내 쓴다.

저자가 강조하듯, "누구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흥미로워할 이야기를 갖고 있다". 훌륭한 스토리텔러는 타인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사람이다. 


스토리는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소통 방식이다. 우리는 태초부터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지식을 전달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체를 형성해왔다. 데이터와 논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이야기다

비즈니스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에 끌리고, 이야기로 연결되고, 이야기로 설득된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리를 구성할 수는 있어도,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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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양자역학 -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
프랑크 베르스트라테.셀린 브뢰카에르트 지음, 최진영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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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양자역학 : 지금 시대는 양자역학을 알아야 살아남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벨기에의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 프랑크 베르스트라테와 그의 아내이자 언어학자이며 극작가인 셀린 브뢰카에르트가 공동으로 집필한 이 책은, 과학적 엄밀함을 문학적으로 절묘하게 풀어낸 역작이다.

2025년은 유엔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양자과학기술의 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1925년 행렬역학을 발표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양자역학의 기원을 그보다 훨씬 이전인 16세기 시몬 스테빈에서 찾는다. 이러한 접근은 양자역학이 어느 날 갑자기 천재 물리학자의 번뜩이는 영감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서로의 어깨 위에 올라선 거인들 덕분에 완성된 학문임을 의미한다.


책의 1부는 물리학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변환한 과학자들의 성과를 다룬다. 시몬 스테빈의 낙하 실험에서 시작하여,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자연을 수학이라는 객관적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 아이작 뉴턴이 행성들의 궤도를 설명하기 위해 미적분을 발명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스테빈의 낙하 실험 이야기다.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지배하던 시대에, 스테빈은 실험을 통해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단순한 물리학 실험의 의미를 넘어 세상을 지배하던 권위에 도전하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현대 과학의 방법론이 시작된 의미를 가진다.

갈릴레이는 스테빈의 영향을 받아 '낙하 실험 2.0'을 진행했고, 자연을 설명하는 열쇠로 수학을 찾아냈다. 뉴턴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적분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발명함으로써 물리학의 길을 닦게 된다.

해밀턴 경이 사원수를 통해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마련한 이야기, 에미 뇌터가 대칭에 관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저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서술을 통해 양자역학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론이 아니라, 수백 년간 축적된 인류의 지적 유산을 토대 위에 층층히 쌓여 올라간 결과물임을 강조한다.


2부는 20세기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는 본격적인 양자역학의 역사를 다룬다. 유튜브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이 과정은 흥미로운 역사 다큐멘터리 형태로 다뤄지는데 글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막스 플랑크가 1900년 흑체 복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양자화 개념을 도입하면서 양자혁명의 포문을 연 이야기,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광양자설을 발표한 과정, 닐스 보어가 원자 모델을 통해 전자의 궤도를 양자화한 업적이 상세히 서술된다.​

특히 루이 드 브로이가 모든 입자가 파동 묶음임을 발견하고 각 입자의 파장을 구하는 공식을 발명한 이야기는 양자역학의 핵심을 이룬다. 드 브로이는 빛이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데 착안하여, 역으로 물질도 파동의 성질을 가질 것이라는 대담한 가설을 제시했다. 그의 물질파 이론은 보어의 원자 모형에서 전자의 궤도가 왜 띄엄띄엄 존재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전자파동의 정상파만이 보강간섭을 일으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대한 설명이다. 1935년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비판하기 위해 이 사고실험을 고안했다. 밀폐된 상자 속에 고양이 한 마리와 방사성 물질, 독가스 장치가 들어 있다.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 독가스가 방출되어 고양이가 죽는다.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상자를 열어 관찰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중첩' 상태에 놓여 있다. 많은 패러디물에 등장하는 그런 중첩 상태이다.​

슈뢰딩거는 이 역설을 통해 양자역학의 터무니없음을 지적하고자 했다. 거시세계의 고양이가 생사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고실험은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중첩'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예시가 되어 버리는 결과가 된다.

책에서는 중첩 개념을 일상적 비유로 풀어낸다. A안과 B안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 이직을 할까 말까 망설이며 두 가지 가능성 사이에 멈춰 선 우리의 삶도 일종의 양자 중첩 상태와 닮아 있다. 


양자역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이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그의 유명한 말은 이러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의 관측과 무관하게 달이 존재하는 것처럼, 전자도 관측 이전에 이미 확정된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실재론을 주장했다.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이중슬릿 사고실험을 제시하며 불확정성 원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보어는 아인슈타인이 전제한 "입구 판이 멈춰 있으면서 동시에 정확히 고정된 위치에 있다"는 가정 자체가 불확정성 원리를 위반한다고 반박했다. 위치 불확정성과 운동량 불확정성이 동시에 0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1930년 아인슈타인은 더 정교한 '상자 안의 시계' 사고실험을 제시했다. 상자에서 광자가 방출되는 시간과 상자의 무게 변화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어는 놀랍게도 아인슈타인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여 반박했다. 중력장 내에서 상자의 위치가 변하면 상자 안 시계의 속도도 변한다. 따라서 에너지와 시간이라는 상보적 물리량 사이에 여전히 불확정성 원리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1935년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EPR 역설을 제시했다. 양자적으로 얽힌 두 입자 A와 B가 있을 때, A의 상태를 측정하면 B의 상태를 즉시 알 수 있다. 하지만 A의 측정이 B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의 국소성 원리에 위배된다. 따라서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며, 우리가 모르는 '숨은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1964년 존 벨은 '벨의 부등식'을 통해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으로는 양자역학의 모든 예측을 설명할 수 없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후 실험들은 벨의 부등식이 실제로 위배됨을 확인했고, 이는 양자 비국소성의 존재를 입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작용"이라며 비판했던 양자 얽힘이 실재함이 밝혀진 것이다.


현대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받는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양자역학을 거부했지만 수많은 논쟁과 사고실험으로 인해 인류의 과학적 진보는 성큼 높은 단계로 올라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양자역학의 개념들이 대중문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마블 영화 “앤트맨”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트맨은 특수 슈트를 통해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이는 원자의 구조를 이해하면 가능성을 상상해볼 수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 반지름의 1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자핵이 농구공 크기라면, 전자는 10km 떨어진 지점에서 돌고 있는 셈이다. 즉 원자의 대부분은 빈 공간이다. 영화에서 행크 박사는 "원자 사이의 거리를 조정해" 크기 조절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는 강력한 전자기력이 작용하여 단단한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전자기력이 바로 물질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배타 원리와 불확정성 원리가 바로 이러한 원자의 안정성을 만든다.​

영화 속 악역 '고스트'는 전자기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벽을 통과할 수 있다. 이는 양자역학적으로는 터널링 현상과 관련이 있다. 입자가 고전역학적으로는 넘을 수 없는 에너지 장벽을 확률적으로 통과하는 현상이다.

영화 “엔트맨”은 비록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들을 대중에게 흥미롭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자의 구조, 중첩, 얽힘과 같은 개념들이 영화를 통해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양자컴퓨터와 AI의 융합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술 트렌드 중 하나다. 양자컴퓨터와 AI는 둘 다 과거 수년 동안 허황된 광고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챗GPT의 등장으로 AI는 갑자기 현실이 되었고, 양자컴퓨터도 AI로부터 탄력을 받아 실용화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두 기술은 서로 혜택을 주며 수렴하고 있다. AI는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실시간 오류 수정을 개발하여 고장 허용 양자컴퓨터를 현실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엔비디아와 구글 퀀텀 AI의 협업이 대표적 사례다. 엔비디아의 플랫폼은 양자 프로세서의 물리적 작용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일주일이 걸렸을 시뮬레이션이 이제 몇 분만에 끝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특정 최적화 문제를 푸는 데 뛰어나다. 사기 감지, AI 모델 훈련을 위한 합성 데이터셋 생성, 막대한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의 특정 AI 작업 향상에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자 알고리즘은 다른 알고리즘이 놓치는 근본적 패턴을 식별할 수 있어, 양질의 훈련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비쌀 때 가치가 높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양자컴퓨터는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해 작은 진동이나 온도 변화만으로도 계산 오류가 발생한다. AI가 이런 오류를 실시간으로 찾아내고 고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양자 신경망에서 학습 과정이 평평해져서 더 이상 성능이 개선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책에서 강조하듯, 우리는 이미 2차 양자혁명의 초입에 서 있다. 양자기술은 양자컴퓨팅의 초고속 연산, 양자통신의 초신뢰 보안, 양자센서의 초정밀 계측 등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 기술이다. 양자컴퓨터와 AI의 융합은 의료, 금융,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과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양자역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와 작가의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물리학자와 언어학자인 아내가 함께 쓴 덕분에 복잡한 수학 공식 뒤에 숨겨진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책은 총 4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각 장마다 요약이 되어 있어 이해하기 좋다. 매우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썼다. 초급자도 전문가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구성과 내용이다. 책 후미에는 용어설명이 있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인터넷 검색 없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책 곳곳에 삽입된 역사적 일화들과 과학자들의 인간적 면모는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흥미롭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양자역학은 세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창이다"라는 구절이다. 우리는 흔히 양자역학을 난해하고 비직관적인 학문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양자역학이 오히려 자연의 본질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물리학의 수학적 구조와 인간적 사유가 교차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듣게 된다. 그것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역설 속에서도 진리를 추구하며, 미지의 세계 앞에서도 겸손하게 질문하는 과학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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