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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도발적인 제목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 김정운은 이미 <노는만큼
성공한다>로 익숙한 저자이자 교수다.
하지만 나는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이 제일 마음에 든다. 어떻게 연구소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남다른 생각의 소유자답게 자기소개도 독특하다. 그래서 화려한 이력을 뽑내듯 교수님
특유의 주욱 나열만 하는 고리타분한 저자 소개를 거부한다.
“팔뚝 굵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상에 감사하며, 아침마다 그날 가지고 나갈 만년필
고르기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고, 거리의 망사스타킹을 보면 가슴이 뛰어 낚시 가게
그물망만 봐도 흥분하고, 자동차 운전석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목놓아 따라 부르며
주책없이 울기를 좋아하는 마흔 끝줄의 대한민국 남자다. 귀가 얇다 못해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고, 한번 폭발하면 대로변에서 삿대질도 일삼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에 담아두면 며칠 밤 잠 못 자며 고민하는 소심남이기도 하다.”
자기 소개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 않는가?
이 책의 제목 또한 남다르다.
책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했다고 하자, 득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아주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김정운 교수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이렇게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의 대화로 시작한다.
이 책은 결국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고 재미있기 위해 살아야 한다.'
이것이다. 사실 이전의 책인 <노는 만큼 성공한다>과 일정부분 겹치는 부분도 많다.
또한 다른 저자들 책들이 주장하는 바와 별반 다른 것이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이 특별한 것은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책을 보다보면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책들이 있다. 또 어려운 주제를 어렵게 설명하는
책도 있다. 교훈은 얻을지 몰라도 그런 책들은 별로 재미없어 읽어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여자이지만 남자들의 유치한 행동과 철들지 않는
로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왜 그럴까?
바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40~50대 남자가 그것도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자신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도 점잖지 않는
망사스타킹이나 큰가슴에 집착하는 속내를 밝히는 거라면 더욱 그렇다. 이책을
보면서 ‘안 해도 되는 얘기를, 뭐 저런 얘기까지 하지?’라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교수이기 이전에 중년남자가 겪는 고민과 생각, 자신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자신이 배운 심리학 이론들과 버물려 풀어나간다.
지식을 강요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호간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그의 솜씨가 탁월해서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우리남편은 이 책을 읽고 겪하게 공감하며 김정운 교주라 부른다.
어떤 때는 처절하도록 어떤때는 안스러울 정도의 중년남자들 심리를 읽으니 부제처럼
남자들은 영원히 철들지 않는 존재가 맞는듯하다. 남자가 철들면 죽을때가 된거라고
하잖는가!!
그는 우리의 삶의 목적이 감탄하려 산다고 한다. 식욕,성욕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가
아니라 감탄이 인간의 본질적 욕구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남자들이 "나이샷!", "우와~!"
같은 감탄의 맛을 보고싶어 골프에 미치고 "어머 오빠!","오빠는 왜 이리 멋있어?'라는
싸구려 감탄에 룸삼롱에서 지갑을 풀어헤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하루에 몇 번 감탄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행복한 인생을 살기위해서는 '재미와 감탄'이 중요하다는 거다.
모든 사안을 경제적 가치로 셈하는 것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
쉬지도 않고 달려온 이 시대 남자들이 결국 중년이 되서 국가, 사회, 직장, 심지어
가족 등에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감까지 잃어가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
자식들을 위해 기러기 아빠까지 자처하는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지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 지위와 돈으로만 평가받지 않고 행복해질수있는지
김정운이 말하는 처방전에 귀기우려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남자들에게 내린 처방전, 비단 중년남자들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그가 알려주는 대로 재미있게 살고 감탄하는 삶을 즐겨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느껴지리라
확신한다. 사소한 행복을 즐기는 것, 결국 삶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 모두 지친 일상에
힘들어하는 우리 모두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