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슈브니르 - 다시 파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두 번째 티켓 1
이영지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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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에 프랑스 파리를 여행한 적이 있다. 사실 여행이라고 하기보단 관광에

가까웠다. 파리의 유명한 명소(에펠탑, 몽마르뜨 언덕, 개선문 등)만 휙 돌아보는 일정.

그나마 샹제리제 거리의 노천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던 짧은 시간이

가장 인상적이였던 걸 보면 파리의 속살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인듯 하다.

버버리코트를 입고 유유히 거리를 활보하는 파리지엥의 모습,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멋쟁이 할머니 모습, 색색깔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작은 꽃집 등 조용히 커피향기에

취해 하나 둘씩 시야에 들어왔던 파리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났다.

 

<파리 슈브니르>는 그런 책이다. 우리가 영화와 소설, 여행기에서만 접했던 파리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있는 파리지앵의 맨얼굴을 , 무엇 하나를 더 보기 위해 지나쳐

버렸던 소소한 일상의 파리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도시의 풍부한 이야기가

가득찬 이야기를 듣다보니 왠지 파리의 진짜 모습에 한발짝 다가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프랑스하면 요리가 생각나듯 이 책의 첫 시작이 '맛있는 파리산책'이다. 마카롱같은

형형색색의 곱디고운 색깔의 과자부터 커피, 초콜릿으로 이어지는 맛의 산책은

내가 다 좋아하는 음식들이라 더 흥미로웠다.

지금 내가 파리의 카페에 앉아있는 기분이 느껴보려고 얼른 커피 한 잔을 타서 파리의

정취가 흠씬 담긴 헤밍웨이가 다녀갔던 카페을 상상하며 읽었다. 비록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시지만 내 앞에는 버터 향이 코 끝을 자극하는 크루아상과 따뜻한

에스프레소 향기가 느껴졌다.

 

내가 생각했던 파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흔히 파리는 유행의 첨단이고 화려한 도시임이니까 당연히 우리가 마시는 커피보다

더 다양한 커피들이 즐비할 것 같은데 실상은 파리는 보수적인 면이 강해 신문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카페의 텃새등으로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형태의

커피전문점이 다른 유럽권 국가에 비해 확산율이 낮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래서 한국처럼 드립커피라든가, 캐러멜 마키아토, 캐러멜 시럽, 바닐 시럽 등등은

일반 카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제 신문에 프랑스 문화와 예술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 미국 스타벅스가 문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민들이 반대한다는
기사를 읽었던 것이 생각났다. 프랑스 특유의 노천카페, 길거리 화가들의 보금자리인
이곳에 거대 자본을 앞세운 커피 전문점이 고유의 정체성과 전통을 파괴한다며 거센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하는데 스타벅스 측에서는 입점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라고
하니 결과가 궁금하다.
이런 문제는 비단 프랑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있었고 가깝게는 우리 인사동
전통거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설때도 논란이 있었다. 사실 인사동 거리를 거닐때마다
스타벅스같은 커피전문점이 어울리지 않고 이런 곳은 좀 들어오지 않으면 안되나
하곤 생각했기 때문에 씁쓸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파리가 아날로그적이고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면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수 없는 커다란 종이벽보가 지하철 광고판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 이메일보다는 자필로 작성한 편지가 많이 오가며, 우리나라라면
하루면 개설되는 인터넷도 1-2개월이 소여되는 아날로그적 삶을 산다는 거다.
우리나라 처럼 어느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빨리 채치해서 빠른 속도로 변화를 추구하는
디지털 삶이 아니라 느리고 답답해도 투자하고 기다릴 줄 알는 아날로그적 삶.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런 삶이 남들이 단번에 모방할 수 없는 파리만의
독창성으로 명품과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이처럼 파리내의 숨겨진 역사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유명한 거리보다 느릿느릿 구석구석 골목길들을 걷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오래된 작은 가게와 아담한 카페, 구석구석 숨겨진 보석같은 장소로 향하는
설레임을 안겨준다.
마치 나만의 파리를 걷는 것처럼....
 
남들이 다 아는 파리가 아니라 나만의 파리 산책 코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
보며 약간 다른 시각으로 파리라는 도시의 풍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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