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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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환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지상에서 1.5km 위에 떠 있는 분홍빛 구름.
이 작품은 정체불명의 오염 물질로 이루어진 그 구름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다.

구름 위에서 태어나 자란 하늘은 가족과 함께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간다.
그녀는 '발판'이라 불리는 판에 몸을 의지한 채, 매일 아침과 저녁, 하늘과 땅을 오간다.

구름이 자리 잡은 지역의 사람들은 하락하는 집값을 걱정하며 정부에게 철거를 요구한다.
갈 곳 없는 구름 위 사람들은 이에 맞서 데모를 벌이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결국 흩어지고 만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가출, 데모 실패의 분풀이로 방화를 시도하다 붙잡힌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와 동생의 죽음.

하늘이 마주한 현실은 단순한 '가난'에 머무르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만큼 더 깊은 불행과 절망을 떠안는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고, 하늘은 그 손을 붙잡는다.


이 작품은 '구조적인 불평등' 속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구름 사람들은 밤낮없이 일하고,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텔레비전도, 냉장고도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난은 대물림되고 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뿐이고, 그 앞에서 사람들은 무기력해진다.

하늘을 비롯한 구름 위의 아이들은 오랫동안 그 무기력에 노출된 채 자라난다.
말 그대로, 그저 '자란다'.
꿈도 희망도 쉽게 말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꿈을 꾸는 법조차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결국 구름 위의 집들은 철거된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애초에 그들에게 갈 곳이란 존재했을까.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분홍빛 구름'.
그러나 그 이미지와 대비되는 구름 사람들의 삶은 한없이 초라하다.
아무리 밝은색으로 덮어도 감춰지지 않는 현실처럼, 그들은 끝내 '가난' 속에 머문다.

동생의 죽음을 대가로 돈을 얻게 된 하늘은,
마침내 구름을 떠나 땅 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구와 액자, 꽃병으로 집을 채우며 평범한 삶을 흉내 내지만,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로 가득 찬 공간은 어딘가 어긋난 느낌을 남긴다.

그토록 원하던 삶이었지만,
그 불협화음은 오히려 지금의 하늘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국 입안에는 씁쓸한 여운만이 남는다.

그녀는 과연,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일까, 아니면 같은 삶 위에 서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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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리커버)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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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은 가벼운가, 아니면 무거운가.


이 작품은 네 남녀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생각보다 훨씬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결코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토마시와 테레자, 그리고 사비나와 프란츠, 네 사람이 각기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단 한 번뿐인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외과 의사 토마시는 우연히 들른 작은 술집에서 일하던 테레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테레자는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는 인물로, 토마스와의 만남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한편, 토마시와 육체적 관계를 이어가는 또 다른 연인 사비나.
그녀는 사라진 조국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며,
무엇보다 '배신'이라는 행위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프란츠는 이상과 현실, 그리고 감정 사이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가벼움'은 자유와 책임에서 벗어난 상태를,
'무거움'은 책임과 지속되는 사랑을 의미한다.
토마시는 가벼움을, 테레자는 무거움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토마시는 여러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가벼운 삶을 유지하려 하지만,
테레자와 함께하며 점점 무거운 삶으로 기울어간다.
결국 두 사람은 직업을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가 사랑을 선택하지만,
끝내 교통사고로 함께 죽음을 맞는다.

토마시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상적이다.
그는 사랑이 운명이 아니라, 연속된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랑은 더 가볍고, 불안정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 생각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된 우연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과연 끝까지 우연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한편, 사비나는 '키치'를 극도로 거부하는 인물이다.
이상적인 사랑, 감동적인 장면, 완벽한 가족의 모습까지-
그녀에게 그것들은 모두 꾸며진 거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그런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사비나는 어떤 구속도 없는 토마시와의 관계에서 자유를 느끼고,
프란츠의 헌신적인 사랑에서는 벗어나려 한다.
어디에서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떠도는 그녀의 삶은
자유처럼 보이지만, 결국 끝없는 도망에 가까워 보인다.

결국 이 작품은, 가벼움도, 무거움도 삶의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삶의 의미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철학적이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목과는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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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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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세계 속에서도,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인간이 사라진 미래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
나에게 듀나 작가의 첫 작품이 된 이 소설집은, SF 장르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했다.

우리는 흔히 미래에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 상상한다.
과학의 발전은 우주까지 확장될 것이고,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와는 다른 방향을 택한다.
인간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혹은 극소수만 살아남은 채 신인류가 이끄는 세계를 그려낸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달라진 세계 속에서도 그들의 삶이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불안, 타자에 대한 차별,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욕망까지-
그 모습은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항상성」이다.
AI 정치인들이 활동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청소년의 권리를 대변하는 AI 의원 '채잎새'는 청소년으로서의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또래로 구성된 팀과 함께 활동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성욕이 부여된 AI 의원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은 그 책임을 어디까지 AI에게도 물어야 하는지를 두고 갈라진다.
채잎새 팀의 면접을 보게 된 시나는,
그 책임은 AI 자체가 아니라 그를 구성한 팀과 소속된 정당이 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은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까지 책임을 나누어야 하는가.

그동안 나는 AI의 발전과 그로 인해 달라질 미래에만 주목해왔지만,
이 작품은 그 이면에 존재할 문제들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형태의 책임과 윤리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서늘하게 체감하게 만든다.


물론, 이 소설집이 마냥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
각각의 세계관은 매우 치밀하고 깊이 있게 구축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짧은 분량 안에 많은 설정이 압축되어 있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다소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보여주는 상상력과 문제의식은 분명 인상적이다.

SF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조금은 천천히, 혹은 다른 작품을 먼저 접한 뒤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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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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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몸은 고통을 기억할까.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성장한 지수는, 커져버린 신체로 인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사람들 앞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소화되기도 전에 음식을 게워내고, 끝내 다량의 식욕억제제로 마른 몸을 유지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 그녀는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지고,
결국 '채수회관'을 찾는다.

지수의 중학교 시절 친구였던 해리아와 신아.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과 거리감이 존재했고,
그 틈은 '조칠현 교회'라는 폐쇄적인 공간과 맞물리며 더욱 깊어진다.
지수는 자신이 속하지 못한 세계를 공유하는 두 사람을 보며 강렬한 질투심을 느낀다.

이후 사고를 계기로 자취를 감춘 해리아.
지수는 '채수회관'이 그녀와 연결된 장소임을 알게 되고,
치유를 명목으로 그곳을 찾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나로서는 감히 공감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의 상처는, 마치 깊은 심연으로 이어진 듯 보였다.
어떤 말과 위로도 쉽게 건넬 수 없어, 내 손은 허공에 머문 채 조용히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기에 작품은, 상처 입은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으로 읽힌다.

지수와 신아는 해리아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을 보인다.
그 나이 또래라면 성적도 우수하고 외모도 뛰어난 해리아를 향한 동경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믿음에는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재생을 향한 치유, 치유를 통한 재생."

지수가 해리아를 찾는 모습은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상처 치유를 명목으로 한 집착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수에게 해리아는 '기적의 샘물'이자, '치유의 빛'이었다.
그렇기에 해리아의 부재는 곧,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끝내 지수는 살고 싶다고, '잘'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그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먹먹해진 마음을 한참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그녀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긴 엄마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상처는 끝내 풀어내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 있다.


타인의 시선이 '폭력'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 상처는 과연 완전히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치유의 빛'이란 타인에게 기대는 구원이 아니라,
고통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
즉 숨겨둔 상처를 드러내는 용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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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함
예소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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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랑의 또 다른 서늘한 민낯.

'사랑'은 분명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랑이 오직 밝음만을 이루어진 감정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집착과 불안, 미움과 질투 같은 어두운 감정도 또한 함께 존재한다.

예소연 작가의 작품 속 사랑은 '결함'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로 그려진다.
인물들의 관계에는 늘 외로움과 불안정함이 따라붙고,
그 결함의 깊이는 누군가에게는 꽤 무겁고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 어긋나고 서툴러 보이는 그 사랑의 모습이 나는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사랑에는 결국 수많은 형태가 존재하는 법이니까.


마치 한낱 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인어공주처럼,
이 작품 속 사랑은 '따뜻함'이라는 가면을 벗은 채 민낯을 드러낸다.
인물들은 부모와 친구, 연인처럼 가까운 존재를 격렬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격렬하게 미워하고 질투한다.
그리고 그 관계의 중심에는, 불편한 감정마저 숨기지 않고 끝내 드러내는 작가의 문장이 있다.

예소연은 숨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통 감추고 싶어 하는 감정들을 가감 없이 꺼내 보이고, 또 끝까지 응시한다.
읽는 동안 불쾌감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나는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에 깊은 공감하고 있었다.


'사랑을 하면 유치해진다'는 말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관계는 어린아이처럼 미숙하고 서툴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과 결함을 동시에 품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결함은 자기혐오일 수도 있고, 애증이나 불안 같은 감정일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랑의 불안정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꽤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실 나 역시 초반에는 그 불편함 때문에 책을 덮고 싶었다.
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결핍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 작품은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깊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결국 사랑이란, 결함 없는 완벽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감정은,
그 결함마저도 끝내 힘껏 끌어안으려 하는 마음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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