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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리커버)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당신의 삶은 가벼운가, 아니면 무거운가.
이 작품은 네 남녀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생각보다 훨씬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결코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토마시와 테레자, 그리고 사비나와 프란츠, 네 사람이 각기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단 한 번뿐인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외과 의사 토마시는 우연히 들른 작은 술집에서 일하던 테레자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테레자는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는 인물로, 토마스와의 만남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한편, 토마시와 육체적 관계를 이어가는 또 다른 연인 사비나.
그녀는 사라진 조국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며,
무엇보다 '배신'이라는 행위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프란츠는 이상과 현실, 그리고 감정 사이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가벼움'은 자유와 책임에서 벗어난 상태를,
'무거움'은 책임과 지속되는 사랑을 의미한다.
토마시는 가벼움을, 테레자는 무거움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토마시는 여러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가벼운 삶을 유지하려 하지만,
테레자와 함께하며 점점 무거운 삶으로 기울어간다.
결국 두 사람은 직업을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가 사랑을 선택하지만,
끝내 교통사고로 함께 죽음을 맞는다.
토마시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상적이다.
그는 사랑이 운명이 아니라, 연속된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랑은 더 가볍고, 불안정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 생각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된 우연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과연 끝까지 우연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한편, 사비나는 '키치'를 극도로 거부하는 인물이다.
이상적인 사랑, 감동적인 장면, 완벽한 가족의 모습까지-
그녀에게 그것들은 모두 꾸며진 거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그런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사비나는 어떤 구속도 없는 토마시와의 관계에서 자유를 느끼고,
프란츠의 헌신적인 사랑에서는 벗어나려 한다.
어디에서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떠도는 그녀의 삶은
자유처럼 보이지만, 결국 끝없는 도망에 가까워 보인다.
결국 이 작품은, 가벼움도, 무거움도 삶의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삶의 의미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철학적이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목과는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