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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평점 :
왜 우리 몸은 고통을 기억할까.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성장한 지수는, 커져버린 신체로 인한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사람들 앞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소화되기도 전에 음식을 게워내고, 끝내 다량의 식욕억제제로 마른 몸을 유지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 그녀는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지고,
결국 '채수회관'을 찾는다.
지수의 중학교 시절 친구였던 해리아와 신아.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과 거리감이 존재했고,
그 틈은 '조칠현 교회'라는 폐쇄적인 공간과 맞물리며 더욱 깊어진다.
지수는 자신이 속하지 못한 세계를 공유하는 두 사람을 보며 강렬한 질투심을 느낀다.
이후 사고를 계기로 자취를 감춘 해리아.
지수는 '채수회관'이 그녀와 연결된 장소임을 알게 되고,
치유를 명목으로 그곳을 찾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나로서는 감히 공감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의 상처는, 마치 깊은 심연으로 이어진 듯 보였다.
어떤 말과 위로도 쉽게 건넬 수 없어, 내 손은 허공에 머문 채 조용히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기에 작품은, 상처 입은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으로 읽힌다.
지수와 신아는 해리아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을 보인다.
그 나이 또래라면 성적도 우수하고 외모도 뛰어난 해리아를 향한 동경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믿음에는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재생을 향한 치유, 치유를 통한 재생."
지수가 해리아를 찾는 모습은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상처 치유를 명목으로 한 집착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수에게 해리아는 '기적의 샘물'이자, '치유의 빛'이었다.
그렇기에 해리아의 부재는 곧,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끝내 지수는 살고 싶다고, '잘'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그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먹먹해진 마음을 한참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그녀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긴 엄마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상처는 끝내 풀어내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 있다.
타인의 시선이 '폭력'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 상처는 과연 완전히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치유의 빛'이란 타인에게 기대는 구원이 아니라,
고통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
즉 숨겨둔 상처를 드러내는 용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