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래층에 반달곰이 산다
마리메 지음, 임지인 옮김 / 라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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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곰과 인간 여자의 사랑스러운 나날을 담아낸,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 맨션 2층으로 이사 온 유리코는 첫날부터 1층에 사는 반달곰과 마주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집으로 유리코를 초대해 커피와 벌꿀 케이크를 대접하는 반달곰. 그 자연스럽고 다정한 태도에 유리코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렇게 반달곰과 함께하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이 이어지고, 유리코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문제들을 마주할 용기를 조금씩 얻는다. 늘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사실은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다는걸, 반달곰과 함께하며 깨닫게 된다.

▫️작품에는 반달곰을 비롯해 수달, 삼색 고양이, 여우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처럼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푸드트럭을 운영하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반달곰을 통해 이들과 관계를 맺게 된 유리코는 지친 일상 속에서도 작지만 분명한 행복을 하나씩 느끼기 시작한다.

❝여태껏 혼자 먹건 함께 먹건 똑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과 함께 먹으며 깨달았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전골이 훨씬 더 맛있다는 걸. ❞ (121p)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상의 작은 행복을 자주 놓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날씨가 유난히 좋은 날, 우연히 지인을 마주치는 순간조차 그것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반면 반달곰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늘 밝은 얼굴로 상대를 대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지친 삶 속에서의 나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레 돌아보게 된다.

❝지쳐 있는 나에게는 그 화사한 미소가 다소 눈부셨다. 변함없이 활기찬 놈이다. ❞ (164p)

문득 반달곰처럼 화사한 미소를 건넬 수 있는 존재다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반달곰과 유리코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고 무거웠던 걱정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듯하다.

내 삶 역시 이들처럼 조금 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말없이 마음을 채워주는 작은 용기가 차오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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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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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묵묵히 과거, 현재, 미래의 나를 품어주는 에세이다.

🏷️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잘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작가가 건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나라는 존재에게 필요한 용기와 질타, 타인과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마음, 그리고 때로는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우울과 불안까지. 작가는 나를 둘러싼 모든 감정과 상황이 사실은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부디, 기필코, 삶은 남이 대신 살아 주지 못하는 것이기에, 내가 나를 살아 내기를 바라며."(38P)

▫️그렇다. 내 삶은 결국 나만이 사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쉽게 잊고 마는 이 사실을 따뜻하면서도 조금은 냉철한 말로 건넨다. 그 말들이 여러 번 내 마음을 울린다. 그의 위로가 와닿는 순간, '아, 나는 잘 살아가고 있구나. 여기까지 온 나에게 칭찬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역경과 고난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과거의 일들이 지금까지도 마음을 좀먹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 나에게 꼭 필요했던 말은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망가지는 내 모습이라고. 잊지 말고 나 하나 정말 잘 살아 내자고."(53P)
였다. 지금처럼 행복을 느끼고, 잘 웃고, 잘 먹고, 잘 지내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복수이자 나 자신을 위한 삶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작가의 말들은 잊고 지냈던 마음의 중심을 정확히 찌른다.

▫️이 책은 나처럼 하루하루가 버겁고, 가끔은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독여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들이 아닐까 싶다.

▫️작가에게 받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 나에게 유독 큰 힘이 된다. 평범한 하루에도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 주는 이 도장은, 칭찬이 인색했던 부모님 아래서 자란 나에게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성인이 된 후에는 진심이 담긴 타인의 칭찬조차 어색한 웃음으로 흘려보내곤 했지만, 오랜만에 받은 이 도장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를 조용히 지탱해 주는 힘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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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조선여행 : 전국 편 - 지식 가이드와 떠나는 팔도강산 역사 투어 한국사 여행 2
트래블레이블 외 지음, 이도남 감수 / 노트앤노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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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역사를 하나의 코스로 따라가며 읽을 수 있는 '역사 투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 곳곳의 역사적 장소를 직접 여행하듯 만나게 된다. 각 장소마다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더해져,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를 사건과 인물 중심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당일치기 조선여행 전국 편》 한 권만으로도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책은 수원, 서울, 전주, 인천, 경주 등 여러 지역을 실제로 여행하는 듯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정조의 효심과 사상이 담긴 수원 화성, 동학농민혁명의 중심 무대였던 전주, 나병 환자들과 함께 조선총독부로 향했던 최흥종의 삶을 따라가는 광주,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을 통해 조선 시대 여성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강릉까지, 교과서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숨은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식민지 정책의 의도가 짙게 담긴 대전에 이르게 된다. 각 지역마다 녹아 있는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일반적인 역사 도서가 왕이나 영웅 중심의 서술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하나의 장소 위에 살아 숨 쉬었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땅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지역은 전주였다. 전주 출신인 나에게는 경기전과 풍남문, 동학혁명 기념관은 익숙한 장소였지만, 전주가 조선 왕실의 뿌리가 내려진 도시라는 사실은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 공간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동학농민군이 외쳤던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화는 실패가 아닌 시작이었습니다."(137p)
외면받아 왔던 백성들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던 전주 편은 민중의 작지만 반짝이는 힘을 전해주었다.

각 장소 앞에 실린 그림 지도와 사진도 인상 깊었다. 그림 지도는 따라 걸으며 '온고지신'의 매력을 느껴보는 경험은 역사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책장을 넘길수록 배낭 하나 메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고, 역사는 정보를 넘어 관심을 갖게 만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들의 삶을 통해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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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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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베트남계 미국인이자 성소수자인 작가가 3대에 걸친 가족사와 자신의 성장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나열하지 않고, 문득 떠오르는 기억과 경험을 작가 특유의 언어로 엮어낸다. 어머니 '로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서사는, 그녀가 영어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결코 닿지 못할 진실을 향한 슬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소설과 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적 언어는 작가의 속마음을 그대로 옮긴 듯해, 읽는 내내 애처롭고 애달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폭력,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미국으로의 이민,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 그리고 주인공 '리틀독'이 겪는 성 정체성과 첫사랑의 기억까지, 이 작품은 개인의 삶을 넘어 한 가족의 역사를 보여준다. 할머니 란에서 어머니 로즈, 리틀독으로 이어지는 세 세대의 모습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 위에 홀로 떠 있는 '외딴섬'처럼 느껴졌고, 그 섬을 둘러싼 날카로운 덤불은 타인과의 관계를 쉽게 허락하지 못하는 삶을 닮았다.

"이제 와 깨닫지만, 아마도 이것이 왜 사람들이 텔레비전에서 타이거 우즈를 뭐라고 부르는지가 엄마에게 중요했는지, 왜 엄마에게 색이란 것이 고정되는 불가침의 사실일 필요가 있었던 것 같아요."(91p)

▫️눈에 띄게 다른 피부색을 지닌 이민자들에게 현실은 냉혹했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야 했던 모습은 자연스럽게 우리 조상들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전쟁으로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려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비슷한 역사를 지닌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작가에게 '언어'는 특별하다. 그는 상처 입은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지 않고, 나방이 허공을 떠다니듯 모호하게 기억을 그려낸다. '리틀독'을 통해 상처를 언어로 표현하려 애쓰는 모습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시인답게 리듬감과 강한 비유가 돋보이는 문장들은 일부 독자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상처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보다, 어떻게 독자에게 그려지는지에 집중하면 그 언어는 점차 익숙해진다.

"내 손주요. 그걸 기억해 주시오."(96p)

▫️어쩌면 우리는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약간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같은 상처를 견뎌 내는 가족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할아버지의 한마디는 아이에게, 거친 세상 속에서도 누군가 나를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작은 믿음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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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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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젊은 소설가의 초상』은 번역가 김선형의 시선으로 제인 오스틴의 삶과 작품 세계를 풀어낸 에세이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이라는 인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하며,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과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그리고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과 같은 대표작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의 감정과 그들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자유간접화법을 설명하며, 각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흥미를 한층 깊게 만든다.

김선형이 바라본 제인은 "분명 그들은 제인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대신 살아내는 분신입니다."(25p)라는 문장처럼,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 작가로 그려진다. 오빠에게 금전적으로 의지해 살아간 노처녀라는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제인 오스틴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 결국 "웃음, 희망, 관용, 자비의 씨앗"(58p)이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작품 분석을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드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 제인 오스틴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 이야기와 '오스틴 팬'들과의 '사랑하는 텍스트의 환영을 쫓는 순례길'은, 번역가이자 연구자가 아닌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김선형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유간접화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하나의 문장이 번역가의 시선에 따라 어떻게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예시로 풀어내며, 문장 구조의 섬세함을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번역가의 해석이 더해지는 방식에 따라 작품의 색깔과 방향이 무한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품 번역이 단순히 '정확하게'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여겼던 나의 생각을 이 책은 완전히 뒤흔들었다.

책을 덮고 난 후, 번역가 김선형이 새롭게 그려낸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고전 속 작가로서만 느꼈던 제인 오스틴에 대한 내 머릿속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꿔준 책이다. 아마 머지않아 서점에서 그녀가 번역한 책을 고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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