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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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젊은 소설가의 초상』은 번역가 김선형의 시선으로 제인 오스틴의 삶과 작품 세계를 풀어낸 에세이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이라는 인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하며,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과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그리고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과 같은 대표작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의 감정과 그들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자유간접화법을 설명하며, 각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흥미를 한층 깊게 만든다.

김선형이 바라본 제인은 "분명 그들은 제인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대신 살아내는 분신입니다."(25p)라는 문장처럼,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 작가로 그려진다. 오빠에게 금전적으로 의지해 살아간 노처녀라는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제인 오스틴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 결국 "웃음, 희망, 관용, 자비의 씨앗"(58p)이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작품 분석을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드럽고 친근하게 풀어낸다. 제인 오스틴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 이야기와 '오스틴 팬'들과의 '사랑하는 텍스트의 환영을 쫓는 순례길'은, 번역가이자 연구자가 아닌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김선형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유간접화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하나의 문장이 번역가의 시선에 따라 어떻게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예시로 풀어내며, 문장 구조의 섬세함을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번역가의 해석이 더해지는 방식에 따라 작품의 색깔과 방향이 무한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품 번역이 단순히 '정확하게'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여겼던 나의 생각을 이 책은 완전히 뒤흔들었다.

책을 덮고 난 후, 번역가 김선형이 새롭게 그려낸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고전 속 작가로서만 느꼈던 제인 오스틴에 대한 내 머릿속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꿔준 책이다. 아마 머지않아 서점에서 그녀가 번역한 책을 고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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