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착한 인형 나쁜 인형 ㅣ YA! 30
서하나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2월
평점 :
인형은 왜, '착한' 가면을 벗어야만 했을까.
복제 인형 젠은 극단적으로 계급이 분리된 사회에서 살아간다. '실버'라 불리는 계층의 노인들은 각자 인형과 함께 살며, 인형들은 실버를 즐겁게 하기 위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다닌다. 인형들은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고, 실버에 대한 복종의 의미로 흰색이 들어간 옷과 소품을 착용해야 하며, 그들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다. 이 설정만으로도 숨이 막히듯 답답한 세계다.
엄격한 규칙과 통제 속에서 살아가던 젠은 점점, 인형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부당한지 깨닫기 시작한다.
젠은 실버의 손녀 마릿으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 칼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과 다른 인형들을 위협하는 현실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젠은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 젠은 과연 자신에게 씌워진 '착한 인형'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작품 속 인형들의 삶은 철저한 계급 사회 안에서 자유를 경험하지 못한 채 이어간다. 젠의 실버 루비는 그나마 젠을 인간처럼 대하며 사랑해 주지만, 대부분의 인형들은 폭력과 무관심 속에 놓여 있다. 젠의 친구 칼은 실버로부터 가학적인 폭행을 당하고, 닐은 강압적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이 장면들을 읽으며, '이들이 정말 인형일까'라는 질문이 계속 떠올라 불편했다. 인형과 인간은 과연 다른 것인가.
젠은 점점 이 삶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통받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알아요. 당신은 우리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거. 그래도 해야겠어요. 하다 보면 언젠가 들어주겠죠. 닐이 더는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닐의 실버가 마음을 바꿀 수 있게 해주세요. 닐은, 우리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190p)
젠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다. 그것은 곧 자신의 목숨을 거는 일이자, 사회 질서에 맞서는 행동이었다. 젠 혼자의 날갯짓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작은 나비들의 날갯짓이 모인다면, 완벽하지 않은 사회의 틈 사이로 언젠가는 바람이 스며들지 않을까.
사회 체제에 도전하는 젠의 모습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폭력과 통제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순응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 맞설 것인가.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저항해왔다. 조선 시대의 농민운동, 독재로 맞선 학생운동,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시민운동까지. 그러나 나 역시 젠처럼 행동할 수 있을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젠이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용기와 실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를 빼앗긴 사회에서 살아가는 젠이 '사랑'을 무기로 자유와 존엄을 찾아가는 이야기.
이 작품은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부당함 앞에서,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