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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정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2월
평점 :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비밀스러운 병원에 가면 죽을 수 있다.”
🏷️ 스스로 생을 끊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던 태오는, 충격으로 세상과 단절해버린 동생 태린을 찾기 위해 ‘안락정원’으로 향한다. 동생의 짐더미 속에서 발견된 명함 한 장. 그 작은 종이 한 장이 태오를, 누구의 간섭도 닿지 않는 은밀한 공간으로 이끈다. 태오는 동생이 그 곳에 있으리라는 희망을 붙잡고, 죽고 싶다는 거짓말로 ‘안락정원’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죽음이 넘나드는 그곳에서, 그는 과연 동생과 함께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사채업자와 연결되어 있고, 죽음을 원하는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곳이라는 어두운 소문을 지닌 안락정원.
그 안에는 당뇨를 앓는 순이 할매, 늘 웃는 얼굴의 현빈,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402호까지, 저마다 상처를 안은 이들이 함께 살아간다. 모두 한 번쯤은 죽음의 문턱 앞에 서본 사람들이다.
“죽고 싶은데 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거죠?”
“죽음은 그냥 어떤 순간일 뿐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요.”(89p)
▫️이 작품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이야기한다. 그 시간은 단순한 유예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다.
정말로 끝내고 싶은 것이 삶인지, 아니면 지금의 고통인지.
안락 정원에는 죽고 싶지만 스스로 죽지 못하는 사람과, 사실은 살고 싶지만 죽어야만 하는 사람이 공존한다. 그 아이러니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 힘들고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 ‘죽고 싶다’라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하루르 버티기 싫었던 것뿐이었다. 어쩌면 그 말은 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슬픔과 웃음도 삶과 죽음처럼 티슈 한 장 차이일지 모르겠다.”(262p)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결국 사람으로 인해 조금씩 회복되는 이야기. 이 소설은 죽음을 말하지만, 결국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은 낙하산 같다”는 순이 할매의 말처럼,
태풍에 휘말려 낙하산이 뒤집히는 날도 있겠지만 바람은 영원히 같은 방향으로 불지 않는다.
죽음을 선택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결국은 하루를 더 살아보기로 마음먹는 이야기.
🔖 이 작품을 읽는 나를 포함한 모든 독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여러 번, 삶을 다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