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또 역대급 소설이 등장했다.13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은역시 뭔가가 달랐다.이 작품을 끌고 나가는 것은 ‘기억’이다.망각이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그 말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지워버리기도 한다.과거의 기억을 잃은 엄마를 위해수오는 ‘기억 회복술’을 시술하는 센터의 의사가 된다.하지만 심사에서 떨어지게 되자수오는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다.바로, 자신이 직접 엄마의 뇌를 수술하는 것.그러나 수술 도중 누군가 의도적으로엄마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수오는 큰 혼란에 빠진다.심지어 기억을 되찾은 엄마는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엄마의 기억을 지운 천재 의사.그리고 그 기억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수오.수오는 사건의 진실을 쫓기 시작하고,결국 끔찍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두 사람의 숨 막히는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탄탄한 스토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궁금해지기까지 했다.진실을 위해 천재 의사에게 접근한 수오는모든 진실을 세상에 고발하려던 마음과의사로서의 욕망 사이에서 주저하게 된다.그 모습을 보며 ‘선한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인물조차결국 욕망 앞에서 갈등하는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모든 사건과 갈등의 원인이 된 천재 의사 주경재.그 역시 자신의 탐욕만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다.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기억도 망설임 없이 지워주고,오로지 자신을 위해 서슴없이 사람들을 이용한다.사이코패스 같은 그의 면모에 소름이 끼치면서도의외로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떠올라한편으로는 씁쓸해지기도 했다.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우리 뇌는 감당할 수 없는 기억을 자연스럽게 지워버리기도 한다고 한다.그렇다면 과연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그 흔적마저 사라지는 것일까.그런데 돈을 주고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아직 떠오르는 기억이라면,그 또한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기억이라는 뜻일 테니까.
이전에는 신비로운 존재처럼 자신의 삶을 감추기만 하던소위 슈퍼리치들은 이제 여러 SNS를 통해자신의 부를 과감히 드러내는 세상이 되었다.슈퍼카를 타고 도시를 달리고,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우리는 감히 닿을 수 없는 그들의 삶에 열광하듯‘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한다.또한 자신들의 부를 정당화하기 위해취약계층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단체를 설립하기도 한다.특히 인상적이었던 건그들의 선행조차 ‘철저하게 설계된 계획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었다.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보며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그 안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없다.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우리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일까.저자는 그런 슈퍼리치들의 행태를 하나씩 하나씩 파헤친다.자신들의 행동에 ‘세상을 위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며어떻게 세상을 망치고 있는지를 강력하게 비판한다.사회복지학부 교수인 저자는우리가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내놓는다.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이야기들을대신해서 말해주는 것 같아읽는 내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졌다.꽤나 구체적인 수치와 인물을 예로 들고 있어이해하기도, 따라가기도 어렵지 않았다.특히 단순히 고발과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더 나은 방향을 제시함으로써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저자는 세상과 인류를 구하겠다는 자본주의자들의 주장 뒤에는인류마저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고 짚어준다.이 책을 읽으며나는 지금껏 왜 성공한 사람의 말을 더 신뢰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해서,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그들이 우리를, 나아가 세상을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렇다고 해서 ‘돈’을 쫓는 것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것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단, 이제는 그들의 생각과 의도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전처럼 그들을 숭배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을 것이다.왜 이 책이 캐나다에서 화제가 되었는지,많은 상을 수상하였는지 이해가 된다.오늘날 우리가 놓치고 있는 현실을탄탄한 자료에 기반해 바로잡으려는 목소리.그의 외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책이었다.
아… 불행으로 가득 찬 수족관 같은 삶에서 버둥거렸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제 겨우 잊었는데…이번엔 또 다른 불행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다시 가슴이 먹먹해지고야 말았다.나는 이런 류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참 힘들다.인물들이 처한 상황과엇갈린 선택들을 마치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순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왜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걸까.왜 이런 아픔이 존재해야만 하는 걸까.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주인공 이수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병으로 죽은 엄마를 따라간 새아빠.그 죽음을 마주한 이수는 결국 무너져 내리고 만다.그런 이수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작가 지망생인 수연.상처 입은 이수에게 수연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큰 존재가 된다.수연으로 인해 이수는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된다.하지만 수연의 한 행동이 이수의 트라우마를 다시 건드리게 되고,결국 이수는 수연을 떠난다.진실을 알지 못했을 때의 나는이수가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자신을 지옥같던 삶에서 구해준 사람을어떻게 그렇게 떠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다.책을 읽으며 내가 이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그 순간부터는 이수가 작품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처럼 느껴졌다.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벌하는 삶.‘끝없는 불행’이 이런 것일까.이수에게로 향한 수연의 열 번째 편지가이수의 눈으로 읽히는 순간,두 사람만이 알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난다.그리고 작품의 마지막,이수는 수연에게 편지를 쓴다.‘경외한다.’누군가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걸나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더욱 놀랐다.어떤 대상을 두려워하며 우러러보는 것.두 사람이 함께해 온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왜 이수가 수연에게 이런 단어를 건넸는지알 것 같기도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이해가 되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일수록가슴은 더 갑갑해졌다.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그 마음을제삼자인 나로서는 끝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그럼에도 나는서로의 삶에 너무나 깊이 들어와 버린 두 사람을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되었다.
화면 속에서 봐왔던 드라큘라는 날카로운 치아가 돋보이고,얼굴은 하얗고 밤에만 활동하는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드라큘라가 어떤 괴물인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정작 원작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너무나 유명한 캐릭터이기도 하고,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익숙하게 접해왔기 때문에어느 정도 이야기의 흐름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에 처음 원작을 읽어보니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나는 그 두꺼운 책에 푹 빠져이틀을 꼬박 허우적거리며 읽어야 했다.와…드라큘라가 원래 이런 이야기였구나.열린책들에서 새롭게 선보인 《드라큘라》는전혀 유치하지도, 흥미가 떨어지지도 않았다.이야기만 놓고 보면 사실 단순하다.인물들은 드라큘라에게 위협을 느끼고,그를 막기 위해 힘을 모은다.어찌 보면 익숙하고 단순한 이야기인데읽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 이유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작가가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 썼는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이야기는 조너선이 한 남성의 의뢰를 받고 그가 살고 있는 산속 깊숙한 곳의 성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의뢰인을 만난 조너선은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고,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드라큘라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그리고 드라큘라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런던으로의 이주를 실행에 옮긴다.그때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태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한다.특히 인상적이었던 건여러 인물의 시선을 편지와 일기 등의 기록을 통해교차해서 보여주는 구성이었다.한 사람의 시선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각자가 경험한 사건과 감정을 조금씩 보여주기 때문에사건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하나씩 맞춰가게 된다.그리고 정작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드라큘라의 시선은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했다.우리는 끝까지 드라큘라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그저 다른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그의 존재와 행동을 직감할 뿐이다.그래서인지 드라큘라가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졌다.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기에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계속해서 이어지는 긴장감에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졌다.특히 이번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드라큘라》는책 표지 디자인부터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다.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드라큘라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고,덕분에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작품의 분위기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그만큼 원작이 가진 분위기를 책 곳곳에 녹여내기 위해디자인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내가 알고 있던 오래된 괴물 이미지를완전히 바꿔놓은 작품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맹목적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소인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재이를 보며‘요즘 사람답지 않다.’ 딱 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같다.첫눈에 반한 소인을 5년 동안 마음에 품고,다시 만난 뒤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재이.특히 대기업 지분 50%라는 어마어마한 재산 앞에서도돈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그의 모습이참 낯설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다.과연 나라면 그렇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그런데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질수록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느껴졌다.‘서리꽃’이라는 제목에는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불안해졌다.그래서 두 사람의 행복이제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작품 속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것은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미술학도인 소인이 사랑하는 화가를 이해하기 위헤재이는 그의 그림을 보고 또 본다.그리고 조정래 작가 역시반 고흐의 작품을 우연히 마주한 순간이 사랑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한 편의 그림에서 시작된 이야기가한 권의 소설이 되었다는 사실이참 인상적이었다.두 사람의 결말은 솔직하말하면 예상할 수 있다.그럼에도 끝까지 읽게 되는 건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을 만큼깊고 맹목적인 사랑을우리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요즘에는 쉽게 시작하고 쉽게 끝나는 사랑이 많지만,《서리꽃》을 읽고 나니 오래도록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아름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그런 사랑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만큼은 깊이 공감하며 읽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