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불행으로 가득 찬 수족관 같은 삶에서 버둥거렸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제 겨우 잊었는데…이번엔 또 다른 불행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다시 가슴이 먹먹해지고야 말았다.나는 이런 류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참 힘들다.인물들이 처한 상황과엇갈린 선택들을 마치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순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왜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걸까.왜 이런 아픔이 존재해야만 하는 걸까.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주인공 이수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병으로 죽은 엄마를 따라간 새아빠.그 죽음을 마주한 이수는 결국 무너져 내리고 만다.그런 이수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작가 지망생인 수연.상처 입은 이수에게 수연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큰 존재가 된다.수연으로 인해 이수는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된다.하지만 수연의 한 행동이 이수의 트라우마를 다시 건드리게 되고,결국 이수는 수연을 떠난다.진실을 알지 못했을 때의 나는이수가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자신을 지옥같던 삶에서 구해준 사람을어떻게 그렇게 떠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그런데 그게 아니었다.책을 읽으며 내가 이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그 순간부터는 이수가 작품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처럼 느껴졌다.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벌하는 삶.‘끝없는 불행’이 이런 것일까.이수에게로 향한 수연의 열 번째 편지가이수의 눈으로 읽히는 순간,두 사람만이 알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난다.그리고 작품의 마지막,이수는 수연에게 편지를 쓴다.‘경외한다.’누군가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걸나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더욱 놀랐다.어떤 대상을 두려워하며 우러러보는 것.두 사람이 함께해 온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왜 이수가 수연에게 이런 단어를 건넸는지알 것 같기도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이해가 되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일수록가슴은 더 갑갑해졌다.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그 마음을제삼자인 나로서는 끝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그럼에도 나는서로의 삶에 너무나 깊이 들어와 버린 두 사람을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