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에게,
윤시월 지음 / 삼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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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불행으로 가득 찬 수족관 같은 삶에서 버둥거렸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제 겨우 잊었는데…

이번엔 또 다른 불행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고야 말았다.

나는 이런 류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참 힘들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엇갈린 선택들을 마치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

순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걸까.
왜 이런 아픔이 존재해야만 하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주인공 이수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병으로 죽은 엄마를 따라간 새아빠.
그 죽음을 마주한 이수는 결국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런 이수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
작가 지망생인 수연.

상처 입은 이수에게 수연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큰 존재가 된다.
수연으로 인해 이수는 다시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수연의 한 행동이 이수의 트라우마를 다시 건드리게 되고,
결국 이수는 수연을 떠난다.

진실을 알지 못했을 때의 나는
이수가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지옥같던 삶에서 구해준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떠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이수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는 이수가 작품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처럼 느껴졌다.

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벌하는 삶.

‘끝없는 불행’이 이런 것일까.

이수에게로 향한 수연의 열 번째 편지가
이수의 눈으로 읽히는 순간,
두 사람만이 알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
이수는 수연에게 편지를 쓴다.

‘경외한다.’

누군가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걸
나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더욱 놀랐다.

어떤 대상을 두려워하며 우러러보는 것.

두 사람이 함께해 온 이야기를 알고 있기에
왜 이수가 수연에게 이런 단어를 건넸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일수록
가슴은 더 갑갑해졌다.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그 마음을
제삼자인 나로서는 끝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서로의 삶에 너무나 깊이 들어와 버린 두 사람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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