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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7월
평점 :
나이도, 성향도, 직업도 다른 다섯 명이 함께 살아가는 제주도의 '미로헌'.
그들은 생판 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채,
서로의 다름을 조금씩 이해하고 맞춰 가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 다섯 명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써니가 들려주는 한 집 살이의 기록이다.
처음에는 생판 남들과 함께 살게 된 계기와 공동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함께 살며 생기는 갈등과 조율의 과정에서 멈추지 않았다.
한 집 살이를 통해 배운 삶의 태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함께'를 이야기하기 전에
'혼자'를 먼저 존중한다는 점이었다.
미로헌은 집을 짓는 단계부터 각자의 생활 방식에 맞는 개인 공간을 세심하게 설계했다.
생판 남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혼자만의 공간이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공간을 지켜 주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됐다.
나 역시 결혼 후 남편과 둘이 살아가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공동체 생활도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도 남들과 함께 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생활 방식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기에 갈등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선을 넘거나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이기에 서로를 더 조심스럽게 대하고, 더 많이 배려하려 애쓴다는 말이 참 공감됐다.
또 하나 공감했던 부분은 '꼰대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되,
말하는 방식만큼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거 해.'가 아니라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묻는 것.
작은 표현 하나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되고,
관계를 오래 이어 가는 힘이 된다는 사실이 참 인상 깊었다.
이런 태도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까지 모든 인간관계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다.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이 이야기는 단순히 다섯 명의 한 집 살이를 기록한 에세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식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방법보다도 결국 더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운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