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초록의 마음 - 상처 입은 마음으로도 계속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반혜린 지음 / 북라이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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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상처가 상처인 줄도 모르고,
남들의 시선에 맞춰 스스로를 억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우울을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 역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며
괜찮은 얼굴로 사회에 나갔다.
하지만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들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괴롭히고 있던 우울과 트라우마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수년간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작가 자신이 우울과 맞서 싸워온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도 존재하는 우울과 마주하게 된다.

35년 중 거의 절반의 시간을
나는 불안이라는 감정과 싸워왔다.

한때 그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왔지만,
나를 둘러싼 소문과 사람들로 인해 어느 순간에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매일을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채워왔던 나는
점점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고,
소수의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워나갔다.

그냥, 사람이 무서웠던 것이다.

혼자 끙끙 앓다 결국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고,
공황장애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신주쿠역 한복판에서 쓰러지고야 말았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곧 도착한 지금의 남편 덕분에 응급실에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수년간 계속되었다.
회사에 가려면 전철을 타야 하는데,
전철만 타면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결국 정신을 놓는 일까지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어떤 상황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끝까지 우겨왔던 것 같다.

작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수년간 자신을 괴롭혀온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애써 외면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그런데 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결국 사람을 통해 치유받았다.

이 책 역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회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니,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세상 사람들은 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금씩 미쳐 있고,
그들을 이해할 필요도 없으며 용서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요.”(187p)

작가의 이 한마디가
세상과 사회에 대한 원망과 미움,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비난을 조금은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사람을 이해할 필요도,
스스로를 다그칠 의무도 없다는 것.

우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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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그리고 레몬사탕
박소을 지음 / 샘터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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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읽을 때면
잔잔한 음악을 틀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직접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이 있다.
시 속 단어들을 눈으로만 쫓기보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처럼 귀와 마음으로 듣는다.

시들이 내 귀와 마음에 스며드는 그 순간,
어느새 나는 여름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여름을 한가득 담아낼 수 있었을까.

시 속 여름은 높은 습도에 지쳐 짜증이 나는 계절도,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온몸이 젖어 밀려드는 불쾌함도 아니었다.

신맛 끝에 달콤함이 남는 레몬 사탕.
더위마저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지는 날씨.
햇살 아래 반짝이며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들.

그 모든 여름을 꾹꾹 눌러 담은 시집이었다.

여름은 두 얼굴을 가진 계절이다.
찬란한 햇살로 꽃과 식물을 자라게 하는 생명력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모습이 어쩐지 사랑과 닮아 있어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그리고 여름을 닮은 사랑은 시집 곳곳에 녹아 있었다.
마치 손 안의 얼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듯.

<우리 바닷가에 가자>는 파도 같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밀려오듯 사랑하고 쓸려가듯 이별하는…
파도는 흩어져 제자리를 지우는데
우리는 왜 자꾸만 남겨두려 했을까.”(55p)

끝난 뒤에도 흔적을 붙잡기보다
파도처럼 흘려보내야 한다는 그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떠올렸을까 하는 감탄과 함께.

문득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이 떠올랐다.
‘이 밤이 지나면 우린 또 시 헤어져야 하는데.’

익숙한 그 가사를 마음속으로 이렇게 바꿔 볼러 본다.
‘이 여름이 지나면 우린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데.’

이 시집은 여름이 끝나기 전에,
올여름의 온도와 마음을 한 번쯤 붙잡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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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으로 산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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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기록…?
좋아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위한 고통의 기록…!

강화길 작가님의 첫 산문집에는
오랜 시간 싸워 온 고통의 시간이 담겨 있다.
나아가 영화 속 장면과 인물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껴 온 것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낸다.
소설 속에서 드문드문 엿보였던 작가의 시선이
이 산문집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녀 배달부 키키>는
지브리 작품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작가는 낯선 곳에서 어느 순간 마법을 잃어버린 키키를 보며 한 가지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다시 날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마음.
통증과 고립 속에서 글을 쓰지 못할까 두려워했던 시간들은,
키키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다.

이처럼 작가는 영화를 자신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이야기를 이어 간다.
소설을 통해 내가 막연히 그려왔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모습도 만날 수 있었고,
의외의 유쾌함에 웃음이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이런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일 역시
산문집만이 가진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치유의 빛』을 읽으며 고통을 담담하게 마주하는 작가의 태도가 참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산문집 속 작가는 병과 싸우며 글을 쓰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무너질까 봐 불안해하는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진솔하게 다가왔고,
그만큼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산문집을 읽으며 나 역시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마다 견디고 있는 고통의 크기와 무게는 모두 다를 텐데,
나라면 내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특히 『치유의 빛』을 인상 깊이 읽었던 나에게는 이 산문집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는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만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작가가 오랫동안 견디고 버텨 온 시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통을 숨기려 애쓰고,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더 몰아붙이는 일.
그런 태도가 우리를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며 제목인 『낭만적으로 산다』를 자꾸 떠올렸다.
통증과 고립의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것이 영화였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시 마주하려 했던 그 과정 자체가 작가가 말하는 ‘낭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고통의 크기와 무게를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 살기도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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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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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세계관에 살짝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랄까.
이 작품은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존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먼 미래, 인간은 점차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고,
각각의 존재들은 무리를 이루어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간다.
오직 '관찰자'만이 여러 세계를 떠돌며 그들을 관찰하고 통제한다.

새롭고 다양한 모습의 존재들을 만나는 과정은 신비롭고 매혹적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도대체 누가 이 세계를 통제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 끝에는 결국 인류의 멸종이라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안과 야곱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철저히 통제된 여러 집단을 만든다.
'어머니'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키운다.
'관찰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대로 그들을 지켜본다.

그렇게 인류는 멸종과 탄생을 끝없이 반복한다.

이 책은 마치 끝없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쳇바퀴처럼 흘러간다.
분명 마지막 장을 읽었는데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멸종을 피하지 못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인간에 의해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이 작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보통 먼 미래를 그린 소설은 먹먹하거나, 감동적이거나, 경이로운 감정으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어느 한 감정으로 쉽게 규정되지 않는다.
담담한데 묘하게 서늘하고, 차가운데 이상하게 따뜻하다.

그 낯선 분위기에 조금씩 스며들다 보면,
어느새 작품 속 세계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새롭게 진화한 존재를 발견한 한 관찰자가
인간보다 더 진화한 존재를 두려워해 독을 퍼뜨려 죽이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인간은 끝내 자신이 최상위에 있어야 한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과 다른 존재를 두려워했던 것뿐일까.

인류를 지키겠다며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정작 그 통제가 또 다른 가능성을 없애 버리는 모습은
모순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인간답게 느껴졌다.
원래 인간은 그렇게 모순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의 존재도 인상 깊었다.
감정이 없는 존재임에도 오랜 시간 인간을 관찰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의 감정에 조금씩 호기심을 품어 간다.
인간의 감정을 무엇보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작은 희망을 기대한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무엇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작가의 시선이 참 좋았다.
인간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몹시 사랑하기에 더 냉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
그 양면적인 시선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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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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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성향도, 직업도 다른 다섯 명이 함께 살아가는 제주도의 '미로헌'.

그들은 생판 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채,
서로의 다름을 조금씩 이해하고 맞춰 가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 다섯 명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써니가 들려주는 한 집 살이의 기록이다.

처음에는 생판 남들과 함께 살게 된 계기와 공동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함께 살며 생기는 갈등과 조율의 과정에서 멈추지 않았다.
한 집 살이를 통해 배운 삶의 태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함께'를 이야기하기 전에
'혼자'를 먼저 존중한다는 점이었다.
미로헌은 집을 짓는 단계부터 각자의 생활 방식에 맞는 개인 공간을 세심하게 설계했다.
생판 남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혼자만의 공간이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공간을 지켜 주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됐다.

나 역시 결혼 후 남편과 둘이 살아가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공동체 생활도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도 남들과 함께 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생활 방식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기에 갈등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선을 넘거나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이기에 서로를 더 조심스럽게 대하고, 더 많이 배려하려 애쓴다는 말이 참 공감됐다.

또 하나 공감했던 부분은 '꼰대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되,
말하는 방식만큼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거 해.'가 아니라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묻는 것.

작은 표현 하나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되고,
관계를 오래 이어 가는 힘이 된다는 사실이 참 인상 깊었다.

이런 태도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까지 모든 인간관계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다.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이 이야기는 단순히 다섯 명의 한 집 살이를 기록한 에세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식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방법보다도 결국 더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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