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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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세계관에 살짝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랄까.
이 작품은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존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먼 미래, 인간은 점차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고,
각각의 존재들은 무리를 이루어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간다.
오직 '관찰자'만이 여러 세계를 떠돌며 그들을 관찰하고 통제한다.

새롭고 다양한 모습의 존재들을 만나는 과정은 신비롭고 매혹적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도대체 누가 이 세계를 통제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 끝에는 결국 인류의 멸종이라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안과 야곱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철저히 통제된 여러 집단을 만든다.
'어머니'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키운다.
'관찰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대로 그들을 지켜본다.

그렇게 인류는 멸종과 탄생을 끝없이 반복한다.

이 책은 마치 끝없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쳇바퀴처럼 흘러간다.
분명 마지막 장을 읽었는데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멸종을 피하지 못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인간에 의해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이 작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보통 먼 미래를 그린 소설은 먹먹하거나, 감동적이거나, 경이로운 감정으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어느 한 감정으로 쉽게 규정되지 않는다.
담담한데 묘하게 서늘하고, 차가운데 이상하게 따뜻하다.

그 낯선 분위기에 조금씩 스며들다 보면,
어느새 작품 속 세계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새롭게 진화한 존재를 발견한 한 관찰자가
인간보다 더 진화한 존재를 두려워해 독을 퍼뜨려 죽이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인간은 끝내 자신이 최상위에 있어야 한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과 다른 존재를 두려워했던 것뿐일까.

인류를 지키겠다며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정작 그 통제가 또 다른 가능성을 없애 버리는 모습은
모순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인간답게 느껴졌다.
원래 인간은 그렇게 모순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의 존재도 인상 깊었다.
감정이 없는 존재임에도 오랜 시간 인간을 관찰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의 감정에 조금씩 호기심을 품어 간다.
인간의 감정을 무엇보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작은 희망을 기대한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무엇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작가의 시선이 참 좋았다.
인간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몹시 사랑하기에 더 냉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
그 양면적인 시선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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