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읽을 때면잔잔한 음악을 틀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직접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이 있다.시 속 단어들을 눈으로만 쫓기보다,누군가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처럼 귀와 마음으로 듣는다.시들이 내 귀와 마음에 스며드는 그 순간,어느새 나는 여름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여름을 한가득 담아낼 수 있었을까.시 속 여름은 높은 습도에 지쳐 짜증이 나는 계절도,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온몸이 젖어 밀려드는 불쾌함도 아니었다.신맛 끝에 달콤함이 남는 레몬 사탕.더위마저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지는 날씨.햇살 아래 반짝이며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들.그 모든 여름을 꾹꾹 눌러 담은 시집이었다.여름은 두 얼굴을 가진 계절이다.찬란한 햇살로 꽃과 식물을 자라게 하는 생명력을 품고 있지만,동시에 모든 것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그 모습이 어쩐지 사랑과 닮아 있어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그리고 여름을 닮은 사랑은 시집 곳곳에 녹아 있었다.마치 손 안의 얼음이 천천히 녹아내리듯.<우리 바닷가에 가자>는 파도 같은 사랑을 이야기한다.“밀려오듯 사랑하고 쓸려가듯 이별하는…파도는 흩어져 제자리를 지우는데우리는 왜 자꾸만 남겨두려 했을까.”(55p)끝난 뒤에도 흔적을 붙잡기보다파도처럼 흘려보내야 한다는 그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봤다.어떻게 이런 표현을 떠올렸을까 하는 감탄과 함께.문득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이 떠올랐다.‘이 밤이 지나면 우린 또 시 헤어져야 하는데.’익숙한 그 가사를 마음속으로 이렇게 바꿔 볼러 본다.‘이 여름이 지나면 우린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데.’이 시집은 여름이 끝나기 전에,올여름의 온도와 마음을 한 번쯤 붙잡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