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
마림 지음 / 볕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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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첫사랑은 끝났는데도 오래도록 마음속을 흘러가는 걸까.


누구나 가슴 한편에는 첫사랑의 기억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려 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며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기억.

《비와 당신》은 비와 함께 떠오르는 첫사랑을 담아낸 이야기다.

비 오는 날 건넨 우산 하나로 시작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서툴고 미숙했기에 누구보다 뜨겁게 서로에게 빠져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10년 뒤,
우연한 재회 끝에 다시 마주한 그녀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때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당신의 첫사랑은 어떤 날씨로 기억되나요?

작품을 읽으며 미숙했기에 더욱 눈부셨던 첫사랑을 떠올렸다.
돌이켜 보면 나의 지난 사랑 역시 참 서툴렀다.
표현하는 방법도,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도 부족했지만,
상대를 향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있었고, 있고, 있을 거야. 네 곁에."(51p)

10년 후에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사랑은
끝내 엇갈린 채 같은 자리에 머물지 못했다.

서로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눈앞의 현실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보며 문득 어른이 된 뒤 만났더라면 조금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랑이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피어났기에,
더욱 애틋하게 남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긋난 관계를 붙잡기 위해 애쓰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를 조용히 응원하고 있었다.

결말을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끊어진 사랑의 실이 다시 이어지기를 조용히 바라게 되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청춘과 사랑을 담아낸 이야기는
첫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시 자신의 기억을 꺼내보게 만든다.

첫사랑이 유난히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일까.
부족했던 나 자신에 대한 후회일까.
아니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가장 반짝이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까.

장마가 시작된 요즘,
이 작품을 읽으며 비와 함께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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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 - 인간관계부터 커리어까지, 생각이 많은 나를 위한 철학 수업
크리스토프 크바르히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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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가들과 주고받는 유쾌한 대화의 순간.


철학은 늘 어렵고 심오한 학문이라는 편견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삶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
어쩐지 나와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철학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책을 덮고 나니 철학도 충분히 부담 없이 꺼내볼 수 있는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행복과 사랑, 자유와 돈, 인간관계와 커리어까지
우리가 살아가며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주제들을 다양한 철학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철학자의 생각을 어렵게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도 타협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시간을 가져도 되는지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고민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에디트 슈타인, 제러미 벤담, 피타고라스 등의 생각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고민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답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내려야 하는 것이었다.

각 챕터도 길지 않다.
짧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펼쳐 보기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읽는 속도를 조금 늦춰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짧은 챕터 하나를 읽고도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듯 생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책장을 넘기기보다 잠시 멈춰,
그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모든 철학가의 생각이 지금의 시대에도 그대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읽다 보면 '지금이라면 조금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철학이 어떤 질문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한마디로 이 책은 삶이라는 안갯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게 가볍게 툭 말을 건네는 책이었다.

"어이, 친구. 네가 찾는 길은 이쪽이 아니야.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건 안개가 아니라 커튼일 뿐이야."

복잡하게만 보였던 고민도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
철학자들은 그 사실을 생각보다 쉽고 유쾌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철학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삶에 대한 대화를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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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왈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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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번 생을, 몇 점짜리 삶으로 만들어가고 있나요?


정신을 잃기 전, 외제니는 엄마로부터 검은 세력에 의해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다섯 손가락을 모으면 종말을 막을 수 있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엄마는 정신을 잃고,
혼란에 빠진 외제니는 최면을 통해 자신의 전생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된다.

선사 시대부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삶.
그 기억을 따라가던 외제니는 인류가 반복해 온 선택과 문명의 역사를 마주하고,
마침내 검은 세력에 맞서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듯,
이번 작품 역시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후 세계와 영혼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또 다른 상상력을 더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점은 역시 베르나르다웠다.

읽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생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시대는 달라도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권력을 향한 탐욕, 이념의 대립, 서로를 향한 폭력.
문명은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인간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전생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결국 과거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과연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가.'

작품 후반, 외제니는 엄마의 도움으로 아카샤 도서관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한 문장을 마주한다.

"당신의 생각을 조심해요, 그것이 당신의 말이 돼요.
당신의 말을 조심해요, 그것이 당신의 습관이 돼요.
당신의 행동을 조심해요, 그것이 당신의 성격이 돼요.
당신의 성격을 조심해요, 그것이 당신 영혼의...... 운명이 돼요."(2권, 97p)

작품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지금의 생각과 말,
그리고 매일 반복하는 작은 행동들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나의 운명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외제니가 자신의 전생을 하나씩 마주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나의 전생도 궁금해졌다.

만약 나 역시 수많은 생을 반복하며 살아왔다면,
이번 생은 과연 몇 점짜리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인류를 위해,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지금의 생각과 말, 습관과 행동 하나까지도
조금 더 의식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외제니의 전생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 돌아보게 된 것은 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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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노화 - 이시형의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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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충분히 행복하게 나이 들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시형 박사님은 '노화'를 거부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노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지금까지는 늙어가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피부 관리에 신경 쓰고,
주 4회 이상 꾸준히 운동해 왔다.
그런데 박사님은 의외로 거창한 방법보다
일상 속 작은 습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일상에서 계단 오르기를 습관화하는 것.
즉, '의도된 불편함'을 선택하는 삶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더 편리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오히려 몸을 덜 움직이게 만들고,
영양소 과잉과 같은 문제를 낳으며 노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설명 또한 인상 깊었다.

결국 행복한 노화는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습관을 꾸준히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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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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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상실을 이렇게 다정하게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임선우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은 상실만 보여주지 않는다.
남겨진 이들은 또 다른 존재들을 통해 조금씩 슬픔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새로운 삶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요즘 한국 문학이 그려내는 슬픔은
마치 오래 비를 머금은 공기처럼 무겁고 깊다.
그 묵직함은 독자를 낯선 감정 속으로 이끌며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지상의 밤』은 조금 다른 결을 지녔다.

사랑이 끝나고, 가족을 잃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음에도
이들은 슬픔에 잠겨 멈춰 서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작품 속 상실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감정을 끝내 받아들이고 다시 삶을 이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슬픔보다 더 큰 위로로 다가온다.

이 소설집에는 해파리에 닿으면 해파리로 변하는 세계,
연인과 신체의 일부를 교환해 접목하는 사람들,
그리고 죽은 뒤 유령이 되어 돌아온 개가 등장한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감정은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다.

문득 그들의 모습이 해파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서는 투명하게 빛나지만,
섣불리 손을 내밀면 독을 품고 있는 존재.

임선우 작가의 세계 역시 그런 해파리를 닮아 있었다.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아픔을 품고 있는 세계.

이 작품은 슬픔에도 언젠가는 마침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끝나지 않은 슬픔은 삶을 붙잡아 두지만,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다음 문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곁에 남아 있는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작품은 그 시선 끝에서 새로운 희망이 조용히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평소 단편집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작품 하나하나가 지닌 서로 다른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

"사랑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258p)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랑도 슬픔도 결국은 시간을 따라 흐르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아픔을 조금씩 옅게 만든다면,
사랑은 그 빈자리를 천천히 채워 주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닮은 해파리.
해파리를 닮은 사랑.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지만 조심스럽고,
그럼에도 끝내 곁에 두고 싶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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