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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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상실을 이렇게 다정하게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임선우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은 상실만 보여주지 않는다.
남겨진 이들은 또 다른 존재들을 통해 조금씩 슬픔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새로운 삶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요즘 한국 문학이 그려내는 슬픔은
마치 오래 비를 머금은 공기처럼 무겁고 깊다.
그 묵직함은 독자를 낯선 감정 속으로 이끌며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지상의 밤』은 조금 다른 결을 지녔다.

사랑이 끝나고, 가족을 잃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음에도
이들은 슬픔에 잠겨 멈춰 서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작품 속 상실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감정을 끝내 받아들이고 다시 삶을 이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슬픔보다 더 큰 위로로 다가온다.

이 소설집에는 해파리에 닿으면 해파리로 변하는 세계,
연인과 신체의 일부를 교환해 접목하는 사람들,
그리고 죽은 뒤 유령이 되어 돌아온 개가 등장한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감정은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다.

문득 그들의 모습이 해파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서는 투명하게 빛나지만,
섣불리 손을 내밀면 독을 품고 있는 존재.

임선우 작가의 세계 역시 그런 해파리를 닮아 있었다.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아픔을 품고 있는 세계.

이 작품은 슬픔에도 언젠가는 마침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끝나지 않은 슬픔은 삶을 붙잡아 두지만,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다음 문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곁에 남아 있는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작품은 그 시선 끝에서 새로운 희망이 조용히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평소 단편집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작품 하나하나가 지닌 서로 다른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

"사랑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258p)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랑도 슬픔도 결국은 시간을 따라 흐르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아픔을 조금씩 옅게 만든다면,
사랑은 그 빈자리를 천천히 채워 주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닮은 해파리.
해파리를 닮은 사랑.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지만 조심스럽고,
그럼에도 끝내 곁에 두고 싶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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