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4
니콜라우스 뉘첼, 위르겐 안드리히 지음, 김완균 옮김, 김종성 감수 / 비룡소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1.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분의 머리가 지끈거린다면 그것은 뇌의 여기저기에서 활동 전위가 일어나고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느끼기, 판단하기, 기억하기 등 뇌가 벌이는 모든 활동은 이런 사건들의 결과물이다.

 

2. 사람은 1000억 개의 신경 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각각의 신경 세포에는 1만 개의 시냅스가 있다. 어른의 뇌에 있는 시냅스의 수는 많게는 100조 개에서 1,000조 개나 된다.

 

3. 만 두 살이 된 사라는 걸어 다닐 수도 있고 간단한 문장을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대소변을 배출하는 기관의 근육을 완벽하게 조절하지 못했다. 이 능력은 만 세 살이 되어야 비로소 갖춰지기 때문이다. , 그 부분의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 세포가 수초를 완전히 형성하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드디어 세 살이 된 사라는 근육에다 제대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4. 환경 결정론: 뇌는 수많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다음 그중에서 자주 접하는 정보는 다른 것에 비해서 더 집중적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특정한 경험을 자주 반복하면 할수록 그 경험과 관련된 신경 세포가 더욱더 확실하게 연결된다. 그만큼 시냅스도 더 많이 형성된다.

 

5.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6. 신경 세포는 받아들인 정보의 오류를 바로잡거나 빈틈을 보완하기도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람의 뇌는 모 아니면 도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컴퓨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뇌가 외부 세계의 실수를 얼마나 멋지게 수정해 내는지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다음 문장을 읽어보라.

 

글을 읽을 때 단어들을 구성하는 글자가 모두 제대로 씌어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단어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만 정확하면 충분하다. 뇌는 아무런 어움려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뇌의 똑똑함에 감탄하기는 아직 이르다. 뇌는 때로 착각에 빠져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착시 현상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7. 통증은 왜 중요할까?

 

8.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방법은?

 

9.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잘 모르기 때문에 고집을 부린다.

 

10. 레고 놀이를 하는 동안 배운 것들: 사라는 먼저 자그마한 레고 벽돌을 집는 법을 배웠다. 수십 개의 레고 벽돌을 멋지게 쌓아 올리는 법도 배웠다. 어떻게 하면 레고 벽돌로 쌓은 성벽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지 고민하면서 3차원 공간 개념도 자연스레 배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법도 배웠다. 무엇보다도 사라는 실제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물이나 상황을 상상하는 것을 배웠다.

 

11. 사춘기의 변화와 혼란은 왜 일어나는 걸까? 편도체==>전두엽

뇌과학자들은 사춘기 뇌의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청소년들과 어른들을 MRI 안에 눕게 했다. 그리고 두려움을 드러낸 얼굴 사진을 보여 준 다음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편도체의 신경 세포가 자극을 받았다. 다시 말해, ‘사진 속의 사람은 두려워하고 있다라는 정보가 편도체로 전달된 것이다. 그에 비해 어른들은 같은 사진을 보는 순간, 편도체 뿐만 아니라 전두엽의 신경 세포도 함께 자극을 받았다. 전두엽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를 주도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했다. 뇌과학자들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어른이 되면서 편도체에서 전두엽으로 바뀌게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 결과는 청소년의 삶이 무엇 때문에 혼돈 상태로 빠져드는지도 설명해 준다. 이사를 해서 낯선 장소에 살게 되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니까 말이다.

이사를 하려면 길이 잘 뚫려 있어야 한다. 뇌에서 길을 내는 것은 수많은 시냅스이다. 알렉산더와 카이의 뇌에서는 약 10년 전에 수만 개의 시냅스가 만들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새로운 시냅스를 통해 신경 세포가 연결되고 있었다. 중략변화된 뇌는 변화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사용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청소년은 뇌를 더 강렬하게 자극하는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된다. 귀가 터질 것만 같은 시끄러운 음악 듣기, 오토바이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 보기,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반항하기 같은 일들 말이다. 이런 행동은 재구성된 뇌가 정신없이 빨아들이는 새로운 영양분이다. 강렬하고 집중적인 경험은 청소년이 뇌의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중략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청소년이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이 시기에는 스스로의 의지나 행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청소년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는지를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깨닫게 된다. 청소년이 기쁨과 슬픔, 분노와 연민, 두려움과 열광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시기를 반드시 거쳐야만 비로소 안정된 삶을 눌릴 수 있다. 그래서 사춘기는 우리 인생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이다.

 

12. 사랑: 사랑은 뇌와 온몸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뇌가 가진 다양한 기능은 대부분 뇌에서 특정한 부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에 비해 사랑에 빠지는 것은 뇌에서 서로 다른 임무를 맡고 있는 여러 부분이 벌이는 합동 작전이다.

신치아의 손이 팀의 눈에 닿는 순간, 팀의 몸은 여러 자극을 받아 들였다. 가장 먼저 팀의 얼굴 피부에서는 땀이 살짝 밴 손바닥과 부드러운 손가락 그리고 손 전체의 따뜻한 온기가 감지가 되었다. 그러자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어 몸 전체에 명령을 전달했다. 팀의 온몸은 곧바로 그 명령에 따랐다. 심장이 빨리 뛰었고, 허파가 잔뜩 팽창했으며, 혈관이 확장되어 체온이 올라갔다. 그래서 팀의 몸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고 체취가 더욱 강해졌다. 이런 변화는 신치아에게도 똑같이 일어났다. 팀은 신치아의 두 손을 느낀 것과 동시에 신치아의 향기를 맡았고 곧이어 신치아의 얼굴을 보았다. 팀의 뇌 속에서는 신경 세포가 아주 바빠졌다.

뇌과학자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MRI 안에 눕게 하고는 사랑하는 상대방을 볼 때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살펴보았다. 이 실험 결과, 무엇보다도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파민은 하는 일이 참 많다. 평소에 도파민은 길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우리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하는 일상적인 움직임을 조절한다.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도파민은 특히 사랑과 관련이 깊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여러 부분이 협력하여 연주회를 펼치는데 이때 지휘자는 바로 도파민이다. 뇌과학자들은 이 연주회를 보상 체계라고 부른다. 뇌가 우리에게 특별한 보상을 가져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보상을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행복감일 것이다. 중략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즉 보상 체계를 작동시키는 요인은 컴퓨터 게임도 마약도 아니다. 바로 사랑하는 상대방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일단 보상 체계가 가동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자꾸자꾸 경험하고 싶어한다. 물론 사랑은 복잡한 감정이므로 도파민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도파민 외에 노르아드레날린,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의 신경 전달 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행복함을 더한다. 이것들은 보상 체계라는 연주회에서 사랑이라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필요한 악기인 셈이다.

세르토닌[세로토닌이 모자라면 우울증, 불안증 등이 생긴다]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말에 아마 여러분은 아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세로토닌이 더 많이 분비되는구나.’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세로토닌의 양이 훨씬 적다 그렇다면 사랑은 불행일까? 그렇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줄어든 세로티닌 때문에 마치 강박증 환자의 뇌와 비슷해진다. 부엌의 가스 벨브를 꼭 잠갔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씻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 환자처럼 팀은 날마다 신치아만 생각했다. 도저히 신치아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13. 마약은 위험해: 아편, 모르핀, 헤로인의 공통점은 양귀비를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뇌가 느끼는 통증과 관련된 영향이다. 통증을 느끼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몸의 일부가 손상을 입는 순간 즉시 그 사실을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심한 통증은 위험과 맞서 싸우거나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뇌는 엔도르핀을 만들어서 통증을 줄인다. 그런데 아편, 모르핀, 헤로인은 엔도르핀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육체적인 통증을 줄여 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행복감까지 가져다준다. 문제는 그 부작용으로 심각한 후유증이 따라온다는 점이다. 마약이 주는 인공적인 행복에 길들여진 뇌는 마약을 계속해서 원하게 되고, 필요로 하는 양도 점점 늘어나게 된다. 결국 뇌는 마약에 완전히 사로잡히고 만다. 이것이 마약 중독이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갑자기 마약을 끊으면 공포감, 통증, 경련, 구토 같은 금단 현상에 시달린다.

 

14. 스트레스: 야콥이 졸업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듯 우리 조상은 야생 동물과 맞서 싸우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뇌와 몸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그 방법은 크게 나누어 둘 중 하나이다.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스트레스에 맞서 싸울 것인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온몸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이고, 호흡이 빨라지는 것은 더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서이다. 경계 태세를 갖춘 몸은 땀을 내보낸다. 근육 조직은 팔과 손가락이 떨리기까지 할 정도로 수축된다. 뇌는 몸에 저장되어 있는 탄수화물이 분해되도록 지시한다. 이로써 몸이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반응하는 데 필요한 더 많은 에너지가 모인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는 이 에너지를 가지고 싸우거나 아니면 도망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을 찬찬히 보세요. 다른 악사들은 전부 사인펜처럼 굵기가 일정한 선으로 그렸지만, 유독 이 소년만 다릅니다. 쳐든 왼팔에선 꺽이는 부분마다 힘이 우뚝우뚝 서면서 굵어지고 있죠? 그리고 휙하고 뿌리친 긴 천 조각에서는 바람소리가 쌩, 하고 날 듯 대단한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오른팔 소매 맨 끝 쪽을 보십시오. 붓질을 하더라도 꾹 눌러 가지고 내리꽂았다가 반동으로 위로 퉁겨 올라오고, 다시 내리꽂았다가 또 퉁겨 오르고 해서 여간 멋들어진 게 아닙니다. …(중략)… 더군다나 이 정강이 아래쪽을 보세요! 발끝으로 몸무게 전체를 받치고 깡충 섰습니다. 이 부분은 특히 힘이 들어 있어야 하니까, 물기를 쏙 잡아 뺀 아주 탄력 넘치는 선으로 단번에 싹 잡아챘지요. 이거 정말 기막힌 경지입니다!(64~66쪽)

글자를 읽는대도 오주석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가깝게 느껴진다. 그림을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선을 찬찬히 보세요. 다른 악사들은 전부 사인펜처럼 굵기가 일정한 선으로 그렸지만, 유독 이 소년만 다릅니다. 쳐든 왼팔에선 꺽이는 부분마다 힘이 우뚝우뚝 서면서 굵어지고 있죠? 그리고 휙하고 뿌리친 긴 천 조각에서는 바람소리가 쌩, 하고 날 듯 대단한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오른팔 소매 맨 끝 쪽을 보십시오. 붓질을 하더라도 꾹 눌러 가지고 내리꽂았다가 반동으로 위로 퉁겨 올라오고, 다시 내리꽂았다가 또 퉁겨 오르고 해서 여간 멋들어진 게 아닙니다. …(중략)… 더군다나 이 정강이 아래쪽을 보세요! 발끝으로 몸무게 전체를 받치고 깡충 섰습니다. 이 부분은 특히 힘이 들어 있어야 하니까, 물기를 쏙 잡아 뺀 아주 탄력 넘치는 선으로 단번에 싹 잡아챘지요. 이거 정말 기막힌 경지입니다!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겔 레스토랑 Less Than Nothing 시리즈 1
슬라보예 지젝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진정한 마르크시즘은 실제적 사건이 감추고 있는 잠재력을 구원하는 것이다.

과거의 반복을 통한 구원이라는 벤야민의 혁명 개념을 생각해보라. 프랑스 혁명과 관련해 진정 마르크스주의적인 역사학의 과제는 사건들을 실제로 벌어졌던 그대로(그리고 그러한 사건들이 어떻게 그것들에 동반된 이데올리적 환상들을 낳았는지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혁명의 현실성, 그리고 최종 결과(실용적인 시장 자본주의 등장) 속에서 드러난 은폐된 잠재력(유토피아적인 해방적 잠재력)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가 되어야 한다. 마르크스의 요지는 기본적으로 자코뱅파의 터무니없는 혁명적 희망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열광적인 해방의 수사학은 단지 천박한 상업적 자본주의의 현실을 수립하기 위해 역사적인 ‘이성의 간지‘가 이용한 수단일 뿐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처럼 배신당한 철저한 해방적 잠재력들이 어떻게 혁명의 기억을 계속 사로잡는 역사적 ‘유령들‘로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러한 잠재력의 실현을 요구하는지 - 그리하여 후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으 또한 이러한 과거의 유령들까지도 구원해야 했다.-를 설명하는 것이 마르크스가 기본적으로 하려고 했던 것이다. - P8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을 읽고 그림을 세심히 읽어줄 사람이 있다면 소수자는 더이상 소수지가 아닐 수 있다.

"저는 전맹(빛을 전혀 감각하지 못하는 맹인)이지만,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누군가 안내를 해주면서 작품을 말로 설명해주었으면 합니다. 잠깐이라도 상관없으니 부탁드립니다."
그렇지만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1990년대 중반은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배려하는 미술관이 아직 적었고, 전맹인 사람이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전혀 상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계속 거절당하면서 좌절하지는 않았어요?"라고 물어보았다.
"그게요, 오랫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온 나한테는 이미 익숙한 대응이라서 ‘그래도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라고 일이 전개되더니 결국에는 ‘그럼 오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미술관의 문이 열렸다. 그 다음 일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 P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끝에는 ‘나’인 사람이 있어 삶은 끝나지 않는다.

비바람이 불고 파도도 높으니까 그리고 페테르의 고깃배가 파도에 휩쓸려 올라갔다 떨어지더니 그들은 더이상 페테르의 고깃배가 아닌 다른 배에 앉아 바다 위에 떠 있다 그리고 하늘과 바다는 둘이 아닌 하나이고 바다와 구름과 바람이 하나이면서 모든 것, 빛과 물이 하나가 된다 그리고 거기, 에르나가 눈을 반짝이며 서 있다, 그녀의 눈에서 나오는 빛 역시 다른 모든 것과 같다, 그러고 나서 페테르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제 길에 접어들었네,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몸을 돌려 저 멀리 뒤편, 저 아래 멀리, 싱네가 서 있는 모습을 본다, 사랑하는 싱네, 저 아래, 멀리 저 아래 그의 사랑하는 막내딸 싱네가 서 있다, 제일 어린 마그다의 손을 잡고서, 그리고 요한네스는 싱네를 바라보며 벅찬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싱네 곁에는 그의 다른 자식들 모두와 손자들과 이웃들과 사랑하는 지인들과 목사가 둘러서 있다, 목사는 흙을 조금 퍼올린다, 싱네의 눈에도 에르나에게서 본 것 같은 빛이 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어둠과 저 아래서 벌어지는 모든 궂은일을 바라본다 - P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