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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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읽고 그림을 세심히 읽어줄 사람이 있다면 소수자는 더이상 소수지가 아닐 수 있다.

"저는 전맹(빛을 전혀 감각하지 못하는 맹인)이지만,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누군가 안내를 해주면서 작품을 말로 설명해주었으면 합니다. 잠깐이라도 상관없으니 부탁드립니다."
그렇지만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1990년대 중반은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배려하는 미술관이 아직 적었고, 전맹인 사람이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전혀 상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계속 거절당하면서 좌절하지는 않았어요?"라고 물어보았다.
"그게요, 오랫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온 나한테는 이미 익숙한 대응이라서 ‘그래도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라고 일이 전개되더니 결국에는 ‘그럼 오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미술관의 문이 열렸다. 그 다음 일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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