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아침에는 네 발로, 낮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였고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오이디푸스가 답은 알았으되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베르낭(Jean-Pierre Vernant)에 따르면 오이디푸스의 대답은 자기-지칭적이다. 그 수수께끼의 정답은 추상적인 인간 일반이 아니라 특정한 인간, 즉 ‘오이디푸스’ 그 자신이었다. ‘네 발→두 발→세 발’로 이어지는 이 연쇄가 ‘자식(네 발)→나(두 발)→부모(세 발)’이라는 세 세대의 응축을 의미하는 것을 읽을 수 있다면 오이디푸스 자신이야말로 세 세대를 뒤섞어버린 인물, 세 세대를 자기 한 몸에 다 가져버린 인물이다. 그는 무엇보다 일단 ‘자기 자신’이지만, 어머니와 결혼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어머니로부터 그 자신의 자식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자식들’과 형제지간이 되어버렸다. 그는 나(두 발)이고 나의 아버지(세 발)이면서 동시에 나의 자식들(네 발)이다. 그렇다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아폴론의 신탁이 담고 있는 전언의 개정판이었던 셈이다. 코린토스에서 장성한 뒤에야 뒤늦게 신탁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여기서 그 신탁의 개정판(“너는 네가 누구인지 아느냐?”)을 읽어내는 데에도 실패하고 있다.
이를 좀 더 밀고 나가면 우리는 ‘스핑크스의 해석학’(“너는 곧 나다”)에 도달한다. 세 세대를 한 몸에 응축한, 그래서 ‘나’이자 나의 ‘아버지’이며 나의 ‘자식’이기도 한 삼종 혼합인간 오이디푸스는 결국 인간의 얼굴, 새의 날개, 사자의 몸통을 한 몸에 가진 삼종 혼합괴물 스핑크스이기도 하다.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의 대답을 정답으로 인정한 까닭은 오이디푸스의 대답이 스핑크스에게는 “그것은 인간(이며, 특히 나 오이디푸스이고, 나는 결국 스핑크스와 똑같은 괴물)이다”라는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에게는 저 괄호가 없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속에 숨은 뜻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것, 그 자신의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라캉은 “진리는 절반만 말해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말해진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가동시킨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는 그 자신의 일련의 행동으로 나머지 절반을 완성하고 진리를 현실화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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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미 괴물이다. 고로 당신의 괴물성을 혐오하는 것은 당신을 닮은 내 안의 괴물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아침에는 네 발로, 낮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였고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오이디푸스가 답은 알았으되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베르낭(Jean-Pierre Vernant)에 따르면 오이디푸스의 대답은 자기-지칭적이다. 그 수수께끼의 정답은 추상적인 인간 일반이 아니라 특정한 인간, 즉 ‘오이디푸스’ 그 자신이었다. ‘네 발→두 발→세 발’로 이어지는 이 연쇄가 ‘자식(네 발)→나(두 발)→부모(세 발)’이라는 세 세대의 응축을 의미하는 것을 읽을 수 있다면 오이디푸스 자신이야말로 세 세대를 뒤섞어버린 인물, 세 세대를 자기 한 몸에 다 가져버린 인물이다. 그는 무엇보다 일단 ‘자기 자신’이지만, 어머니와 결혼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어머니로부터 그 자신의 자식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자식들’과 형제지간이 되어버렸다. 그는 나(두 발)이고 나의 아버지(세 발)이면서 동시에 나의 자식들(네 발)이다. 그렇다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아폴론의 신탁이 담고 있는 전언의 개정판이었던 셈이다. 코린토스에서 장성한 뒤에야 뒤늦게 신탁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여기서 그 신탁의 개정판("너는 네가 누구인지 아느냐?")을 읽어내는 데에도 실패하고 있다.
이를 좀 더 밀고 나가면 우리는 ‘스핑크스의 해석학’("너는 곧 나다")에 도달한다. 세 세대를 한 몸에 응축한, 그래서 ‘나’이자 나의 ‘아버지’이며 나의 ‘자식’이기도 한 삼종 혼합인간 오이디푸스는 결국 인간의 얼굴, 새의 날개, 사자의 몸통을 한 몸에 가진 삼종 혼합괴물 스핑크스이기도 하다.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의 대답을 정답으로 인정한 까닭은 오이디푸스의 대답이 스핑크스에게는 "그것은 인간(이며, 특히 나 오이디푸스이고, 나는 결국 스핑크스와 똑같은 괴물)이다"라는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에게는 저 괄호가 없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속에 숨은 뜻을 읽어내지 못했다는 것, 그 자신의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라캉은 "진리는 절반만 말해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말해진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가동시킨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는 그 자신의 일련의 행동으로 나머지 절반을 완성하고 진리를 현실화할 것이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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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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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유년기의 거의 모든 시절을 나는 나무 위에서 보냈던 것 같다. 빵도 먹고, 책도 보고 글씨도 쓰고, 잠도 나무 위에서 잤다. 영어 단어도 그곳에서 익혔고, 라틴어의 불규칙 동사라든가 수학 공식 그리고 이미 언급한 바 있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낙하 법칙과 같은 물리학의 법칙들도 모두 다 나무 위에서 배웠다. 말로나 필기로 준비해야만 했던 숙제도 나무 위에서 했으며, 짜릿한 쾌감으로 잎사귀 위에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나무 위에서 오줌도 눴다.
나무 위는 늘 조용하였으며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듣기 싫은 엄마의 잔소리도 없었고, 형들의 심부름 명령도 그 위까지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단지 바람이 부는 소리와 잎사귀들이 바스락거리던 소리, 나무 줄기가 약간 삐걱거리던 소리…… 그리고 먼 곳까지 훤히 내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시야가 있을 뿐이었다. 우리 집과 정원만 보였던 것이 아니라 다른 집들과 정원들, 호수와 호수 뒤편으로 산자락까지 이어지던 들판 등을 볼 수 있었고, 저녁 무렵 해가 질 때면 땅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벌써 오래 전에 져버렸을 해를 나는 나무 꼭대기에서 뒷산으로 넘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날아다니는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은 덜 모험적이고, 조금은 덜 우아하였을 수도 있지만 효과는 날아다니는 것과 거의 비슷하였다. 더구나 나는 차츰 나이를 먹게 되어 1미터 18이 되었고 몸무게는 23킬로그램이 되어서 바람이 제대로 불어 주고 외투의 단추를 풀어 젖힌 다음 그것을 양쪽으로 쫙 펼쳐 보아도 날기에는 이미 너무 무거운 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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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아름답구나^^.

돌이켜보면 유년기의 거의 모든 시절을 나는 나무 위에서 보냈던 것 같다. 빵도 먹고, 책도 보고 글씨도 쓰고, 잠도 나무 위에서 잤다. 영어 단어도 그곳에서 익혔고, 라틴어의 불규칙 동사라든가 수학 공식 그리고 이미 언급한 바 있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낙하 법칙과 같은 물리학의 법칙들도 모두 다 나무 위에서 배웠다. 말로나 필기로 준비해야만 했던 숙제도 나무 위에서 했으며, 짜릿한 쾌감으로 잎사귀 위에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나무 위에서 오줌도 눴다.
나무 위는 늘 조용하였으며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듣기 싫은 엄마의 잔소리도 없었고, 형들의 심부름 명령도 그 위까지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단지 바람이 부는 소리와 잎사귀들이 바스락거리던 소리, 나무 줄기가 약간 삐걱거리던 소리…… 그리고 먼 곳까지 훤히 내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시야가 있을 뿐이었다. 우리 집과 정원만 보였던 것이 아니라 다른 집들과 정원들, 호수와 호수 뒤편으로 산자락까지 이어지던 들판 등을 볼 수 있었고, 저녁 무렵 해가 질 때면 땅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벌써 오래 전에 져버렸을 해를 나는 나무 꼭대기에서 뒷산으로 넘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날아다니는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은 덜 모험적이고, 조금은 덜 우아하였을 수도 있지만 효과는 날아다니는 것과 거의 비슷하였다. 더구나 나는 차츰 나이를 먹게 되어 1미터 18이 되었고 몸무게는 23킬로그램이 되어서 바람이 제대로 불어 주고 외투의 단추를 풀어 젖힌 다음 그것을 양쪽으로 쫙 펼쳐 보아도 날기에는 이미 너무 무거운 형편이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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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쪽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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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험담 혹은 뒷담화는 타인을 쓰레기로 만듦으로써 타인과 발화자를 구분하는데 있으며, 자신도 가지고 있는 타인의 결함을 감추기 위한 매우 적극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러한 뒷담화의 순기능은 타인을 욕함으로써 내 안에 내재한 결함을 성찰하며,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되새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 타인은 안전한지를 평가함으로써 나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뒷담화는 인류의 초창기부터 있어 왔던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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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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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위와 혁명, 내전이 벌어지는 곳에서 사람들은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그리고 혁명은 사람들이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는 사회에서 일어난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수없이 터져 나왔던 혁명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국가 없이는 시민들의 훌륭한 삶도 있을 수 없다.” 그렇다. 그 모든 혁명의 중심문제는 언제나 ‘국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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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국가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개새끼가 대통령이 되니 국가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대규모 시위와 혁명, 내전이 벌어지는 곳에서 사람들은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그리고 혁명은 사람들이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는 사회에서 일어난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수없이 터져 나왔던 혁명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국가 없이는 시민들의 훌륭한 삶도 있을 수 없다." 그렇다. 그 모든 혁명의 중심문제는 언제나 ‘국가’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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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의 입속에서 무한한 시간 속의 완벽한 우주 전체를 본다. 모든 별과 우주의 혹성과 그 사이의 거리, 지구의 땅과 바다, 그 안에 있는 삶까지. 그녀는 어제의 모든 나라와 내일의 모든 나날을 본다. 모든 사상과 감정을 본다. 모든 연민과 모든 소망을. 사물의 3요소를. 자갈, 양초, 창조물, 마을이나 은하까지 빠짐없이 본다. 그녀 자신과 있어야 될 곳에 있는 흙가루까지 모두 본다. 그녀는 공손하게 말한다. “나의 신이시여, 입을 다무셔도 됩니다.”(76쪽)
……
결국 신은 안도 바깥도 없다는 말이 아닌가? 크리슈나는 하나의 형상이 아니라 우주 그 자체이다. 그러니 크리슈나 바깥은 없다.
모든 것이 신의 일부이기에 나는 존재한다고 할 수 없으며, 나의 남편이니, 나의 아들이 하는 것조차 내가 만들어낸 것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비슈나의 실제 삶이 아니라 한낱 꾸는 꿈에 불과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형체도 형체가 아닌 곳도 없는 무한 그 자체다.

크리슈나의 입속에서 무한한 시간 속의 완벽한 우주 전체를 본다. 모든 별과 우주의 혹성과 그 사이의 거리, 지구의 땅과 바다, 그 안에 있는 삶까지. 그녀는 어제의 모든 나라와 내일의 모든 나날을 본다. 모든 사상과 감정을 본다. 모든 연민과 모든 소망을. 사물의 3요소를. 자갈, 양초, 창조물, 마을이나 은하까지 빠짐없이 본다. 그녀 자신과 있어야 될 곳에 있는 흙가루까지 모두 본다. 그녀는 공손하게 말한다. "나의 신이시여, 입을 다무셔도 됩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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