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1 - 종달새 꼬제뜨
빅또르 위고 지음, 송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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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소설의 특징은 문장이 엄청나게 화려하다는 것이고 인용과 인유 또한 방대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가 있다. 그런 책을 읽을 때 번역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 주는 척도가 무엇인가 하면 역주이다. [레 미제라블]은 쓰여진 당시 신문에 연재하던 대중소설이었다. 그래서 그 화려한 인용과 인유들도 당시로서는(그리고 프랑스 문화 내에서는) 별달리 해석을 달지 않아도 문제없이 통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리고 이곳은 프랑스가 아니다.

그런데 역주가 왜 이렇게 부실한가? 서양 문화와 프랑스 문화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면 이 책을 읽지 말라는 뜻인가? 그리고 인물 이름 같은 고유명사를 표기할 때, 본래 프랑스어가 아닌데도 프랑스식으로 발음을 쓰는 짓은 그만할 수 없는가? '뽕스 필라뜨'가 뭔가? 원음인 라틴어(폰티우스 필라투스)는 접어두더라도, 성서를 통해 많이 소개된 대로 '본시오 빌라도' 정도로 쓰면 안 되겠는가? [레 미제라블]의 완역이 나왔다고 기뻐했는데 읽다가 김이 샜다.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것까지는 번역문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참고 넘어가지만, 부실한 역주는 독자의 혈압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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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속담 명언 사전
이명호 지음 / 만남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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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째로 외는 건 미친 노릇이죠.... 하지만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말 통째로 외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인덱스가 부실하거든요. 어차피 속담 명언 '사전'이니까 문법적 해설 같은 건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덱스만이라도 잘 꾸며져 있다면 그래도 찾기 편할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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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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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소설은 높이 평가한다. 아래 다른 분들의 서평에도, 소설 자체의 내용에 대한 평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도저히 점수를 줄 수 없다. 독립된 단행본은 아니지만 국내에 나온 여러 외국문학 전집을 살펴보면, 유유정이 아닌 다른 번역가가 번역한 [나는~]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찾아낸 것은 두 종류다.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좋다. 문학사상에서 찍은 [나는~]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라.

애써 번역한 유유정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6800원을 지불하고 이 책을 구입한 독자로서 투정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 문장이 우리말 문장이 아니다. 외국어 번역투가 너무 심하게 난다. 그리고 일본어에 '개새끼'라는 욕설이 있는가? 주인에게 개새끼라는 욕을 먹은 고양이가 '나는 개새끼가 아니라 고양이 새끼다'라고 투덜거리는 대목이 원문에 정말로 있는가?

그리고 역주는 빼려면 아예 빼든가 붙이려면 철저하게 붙이든가 할 것이지 들쑥날쑥이다. '하오리'가 무엇인가? 일본옷의 위에 입는 짧은 겉옷이다. 역주를 붙였지만 역주가 없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 '사카키바라 겐키치'가 무엇인가? 일본의 검객 이름이다. 여기는 역주가 없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이 하오리이겠는가, 사카키바라 겐키치이겠는가? 이런 게 하나 둘이 아니다.

문학사상사는 책을 낼 때 공연히 글자 크기 키우고 여백 늘리고 이런저런 작품해설 붙이는 대신 내용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독자는 소설을 읽지 해설을 읽는 게 아니다. 작품해설을 몇 개씩 넣지 않아도 다 알아들으니 독자를 바보취급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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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웅 2015-04-0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번역자가 언제적 사람인지, 무엇을 한 사람인지를 모르고 지금의 언어만을 기준으로 비판하는 것이 꼭 옳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영구 옮김 / 푸른숲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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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쓴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고, 그 중 <비발디의 세기> 장에 매력을 느꼈다면,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도 꼭 읽어보라. 그 장에서 그리고 있는 베네치아 사육제 묘사의 원전격인 것이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기 때문이다. <신의 대리인>을 읽고, 그 중 <16세기 초엽의 로마 풍경(레오 10세)> 장에 매력을 느꼈다면, 또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어보라. 그 장에서 그리고 있는 로마 사육제 묘사 역시 이 책이 원전격이기 때문이다.

덤으로 플래시 애니메이션 [달묘전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달묘 맏이의 트레이드 마크, '아빠 따윈 죽어버려~!'도 원전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괴테가 로마의 사육제 중 '모콜리(촛불끄기 싸움)'를 묘사할 때, 모콜리의 공식구호(?)인 '시아 암마차토(Sia ammaciato 죽어버려라)'를 소개하며 이런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아들이 아버지의 촛불을 불어 끄면서 외친다. <아버지는 죽어버려라!> 아버지가 나무라도 소용없다. 아들은 이 날 밤의 자유를 주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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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오페라
박홍규 지음 / 가산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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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오페라>는 오페라를 다루되 창작 당시의 사회사적 측면에서 오페라의 내용을 해석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페라를 연구하되 작곡가나 작품을 떠나, '계몽', '혁명', '민족', '자유', '국가', '민중', '여성', '현실', '민주주의'라는 9개 항목의 사회사를 중심으로 작곡가와 연결시켜 오페라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작품 해석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고, 우리 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까지 끌어들여 설명하게 되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바 오페라>의 내용은 시도에 비해 상당히 부실하다.

저자는 머릿글에서는 9항목의 이념을 중심으로 오페라를 해석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오페라의 내용에 9항목의 이념이 양념으로 곁들여졌다. '창작의 사회적 배경으로 오페라를 해석한다'는 기본 입장을 정해 놓은 이상 필연적으로 작품을 보는 시각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이미 많이 다뤄진 거장들의 잘 알려진 작품에만 많은 분량이 할애되었고 이념적 해석은 그 줄거리 설명의 양념밖에 되지 못했다. 작곡가가 거장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작품은 분량 채우려고 억지로 끌려들어와 각 항목에 견강부회되었다.

차라리 거장이나 명작이 아니라도 사회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몇몇 작곡가의 중요한 작품 몇 개만 압축해서 다루었더라면, 그리고 쓸데없는 도판을 뺌으로써 공연히 질 좋은 종이를 쓰지 않았더라면, 책도 얇아지고 내용도 단출해지고 값도 싸져서 더 나았을 것이다. 내용의 깊이로 따진다면 <비바 오페라>는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는 것으로 충분하지, 15000원이나(!) 주고 살 만한 책이 아니다.

<비바 오페라>는 오페라를 알기 위해 읽을 수 있는 여러 권의 교양서 중 한 권은 되겠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는 없다. 그리고 문외한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은 책이 아니다. 나는 문외한을 위해서는 전문가가 책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전문가가 쓴 책은 이미 충분히 그 장르를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에게는 위험하다. 자칫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의 편견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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