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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오페라
박홍규 지음 / 가산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비바 오페라>는 오페라를 다루되 창작 당시의 사회사적 측면에서 오페라의 내용을 해석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페라를 연구하되 작곡가나 작품을 떠나, '계몽', '혁명', '민족', '자유', '국가', '민중', '여성', '현실', '민주주의'라는 9개 항목의 사회사를 중심으로 작곡가와 연결시켜 오페라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작품 해석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고, 우리 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까지 끌어들여 설명하게 되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바 오페라>의 내용은 시도에 비해 상당히 부실하다.
저자는 머릿글에서는 9항목의 이념을 중심으로 오페라를 해석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오페라의 내용에 9항목의 이념이 양념으로 곁들여졌다. '창작의 사회적 배경으로 오페라를 해석한다'는 기본 입장을 정해 놓은 이상 필연적으로 작품을 보는 시각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이미 많이 다뤄진 거장들의 잘 알려진 작품에만 많은 분량이 할애되었고 이념적 해석은 그 줄거리 설명의 양념밖에 되지 못했다. 작곡가가 거장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작품은 분량 채우려고 억지로 끌려들어와 각 항목에 견강부회되었다.
차라리 거장이나 명작이 아니라도 사회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몇몇 작곡가의 중요한 작품 몇 개만 압축해서 다루었더라면, 그리고 쓸데없는 도판을 뺌으로써 공연히 질 좋은 종이를 쓰지 않았더라면, 책도 얇아지고 내용도 단출해지고 값도 싸져서 더 나았을 것이다. 내용의 깊이로 따진다면 <비바 오페라>는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는 것으로 충분하지, 15000원이나(!) 주고 살 만한 책이 아니다.
<비바 오페라>는 오페라를 알기 위해 읽을 수 있는 여러 권의 교양서 중 한 권은 되겠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는 없다. 그리고 문외한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은 책이 아니다. 나는 문외한을 위해서는 전문가가 책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전문가가 쓴 책은 이미 충분히 그 장르를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에게는 위험하다. 자칫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의 편견을 조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