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gether - O.S.T.
Various Artists 연주 및 노래 / 록레코드 (Rock Records)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해피 투게더>로 읽든 <춘광사설>로 읽든, 나는 이 영화를 몹시 늦게 접했다. 그래서 OST를 구하러 수소문했지만 이미 죄다 품절이었다. 재발매하면 좋겠건만, 아깝다....

영화의 분위기는 OST 중에서도 두 곡으로 압축할 수 있다. finale와 happy together이다.

영화 중에서 계속 변주되며 흘러나오는 것은 finale이다. 그 중 두 장면이 인상적이다. 흠씬 두들겨맞은 보영이 아휘를 찾아오고, 병원에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보영이 아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장면. 그리고 보영이 아휘에게 탱고를 가르쳐 주다가 둘이 키스하는 장면. 두 장면에서 모두 finale가 흘러나온다. 화면 속에서 두 외로운 영혼은 서로를 간절히 갈구하지만, 그 사이에 섞이는 finale는 외롭기만 하다. finale를 듣고 있으면, 영혼이 사막에 홀로 서 있다가 바람도 없는 태양빛 속에서 고독의 무게에 눌려 저절로 하느작하느작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외롭다.

반면에 happy together는, 가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사랑에 빠진 영혼의 노래이다. 이 노래는 영화 중에서 마지막 장면이 되어서야 흘러나온다. 장면과 비교해 보면 대단히 역설적이다. happy together라니, 대체 누구와 누구가 happy together였고 이며 일 것이란 말인가? 빠른 움직임으로 스쳐지나가는 도시의 그 수많은 군상들 중 누가 happy together인가?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happy together는 반복되는 finale와 맞먹을 수 있는 무게를 얻는다. 결코 없었고 없으며 없을 happy together, 사람들은 그것을 갈구했고 갈구하며 갈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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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 희랍어 원전 번역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일리아스에 대해서는 아동용에서 완역까지 여러 번역이 있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한 축약본을 원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완역을 원한다면 이 단국대판 일리아스를 능가할 것이 없다.

내게는 일리아스 번역의 질을 가늠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로는 고유명사이다. "이"와 "위"를 제대로 구분하고 "우스"와 "오스"를 혼동하지 않았다면 일단 합격. 둘째로는 메넬라오스와 파리스의 결투를 보러 나온 헬레네를 본 트로이아의 원로들이 하는 말이다. "어쩌면 그 얼굴 모양이 불사의 여신들과 저토록 닮을 수가 있는가." 이 부분을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듯하다" 어쩌고로 번역한 책이라면 조르바의 표현대로 악마에게나 줘 버릴 책이다. (실제로 그런 번역이 있다!)

동서 세계문학전집의 <일리아스/오딧세이>도 완역이기는 완역이고 주석도 잔뜩 달아 놓았지만 운문을 산문으로 그냥 죽 이어 놓았다. 덕분에 엄청난 쉼표의 압박에다 전혀 한국어 같지 않은 도치문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왜 처음부터 끝까지 트로이아를 트로야라고 옮긴 것인가?)

홍신문화사판 <일리아스>도 완역이고 문장 또한 산문화했지만 적어도 말이 되는 산문화이다. 주석이 거의 없는데 이것은 보급용 문고판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홍신문화사판 <일리아스>가 단국대판 <일리아스>를 능가할 수 있는 단 한 부분이 있다. <일리아스> 8권, 헥토르가 그리스군 진영에 돌진하며 말들을 격려하는 대목이다. 헥토르가 모는 네 마리의 말 이름은 각각 "크산토스" "포다르커스" "아이톤" "람포스"이다. 이게 뭐가 중요하냐고? 홍신문화사판에는 여기에 해석이 붙어 있다! 각각 "황갈색" "흰 다리" "붉은색" "흰색"이라는 뜻이다. 단국대판에는 같은 부분에 이 말이름이 그 털색깔에서 왔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갔다. (덧붙이면 아킬레우스의 유명한 신마 이름인 "크산토스"와 "발리오스"는 "황갈색"과 "얼룩무늬"이다. 즉, 최근 개봉한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우스의 말을 두 마리 다 검은 말로 내놓은 것은 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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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이브로부터 시작되었다 - 이브에서 출발하는 서양 여성사, 코믹 역사북 시리즈 1 코믹 역사북 시리즈 1
리차드 아머 지음, 이윤기 옮김 / 시공사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모든 <모든 것은~> 시리즈를 읽을 때는 잊어버려서는 안 될 원칙이 있다. 모든 <모든 것은~>의 모든 내용은 농담이라는 것이다. 정말이다. 모든 <모든 것은~>의 모든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유쾌한 농담이므로 그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우리는 아이스맨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은~> 시리즈를 읽으면서 "오, 이것이 사실은 이랬었군? 아니, 이런 일도 있었단 말이야?" 하고 진지하게 끄덕이는 당신, 나는 당신 이마에 "아이스맨"이라는 도장을 꾹 찍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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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의 사랑과 질투
키류 미사오 지음, 오정자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의 재해석이나 숨겨진 이야기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이런 쉣!" 하는 생각이 들면 나는 저자를 확인하고 내 머리를 쥐어박는다. "키류 미사오 책이잖아, 이런 걸 왜 고른 거냐?"

이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지만 두 가지는 확실하다. 하나는 이 사람이 지독하게 동인취미(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동인이 아니다)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사람이 굿데이 신문 강수진 기자(아는 사람은 다 아는)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도 전형적인 키류 미사오 책이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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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선집 1 새움 클래식 2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권정관 옮김 / 새움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완역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나왔던 이른바 '아동용'과 비교해서 선뜻 마음이 끌릴 만한 메리트가 없다. 내용으로 보아도 <보물섬> 자체가 그다지 많이 잘릴 만한 소설이 아니라서 '아동용'이라 해도 그리 잘라낼 부분이 없다.

만약 정말 나이어린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살인장면이나 전투장면을 다 자른 <보물섬>이 있다면, 그 책을 낸 편집자와 출판사 사장의 뇌는 두부로 되어 있을 것이다. 그걸 다 자르고 나면 <보물섬>이 아예 없어졌을 테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1985년 무렵에 삼성당에서 소년소녀용으로 나온 전집 중 <보물섬>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해서 기껏해야 문장 몇 개의 출입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삽화가 들어 있고 인물 별명도 우리말로 번역한 (그 책에서 짐 호킨즈의 부모가 경영하던 여관은 '애드미럴 벤보 여관'이 아니라 '벤보우 제독 여관'이었고, 빌 선장을 처음으로 찾아왔던 해적의 별명은 '블랙 독'이 아닌 '검둥개'였고, 존 실버의 별명은 '롱 존 실버'가 아니라 '키다리 존 실버'였다) 그 책이 조금은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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