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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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과학은 지식을 추구하는 완벽한 도구라고 할 수는 없다. 과학은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2019년말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19'라는 캄캄하고 긴 터널을 지나왔고, 현재에도 완전한 종식은 커녕 수그러들었던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몇 년 사이 온갖 소문이 나돌았더랬다. 코로나19의 원인부터 예방.치료에 이르기까지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떠돌았고 이로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도 있었다. 작금의 시대에 이 책이야말로 새삼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유사 과학이 정치, 경제, 종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짚으면서 유사 과학의 폐해에 대해 심도있게 얘기한다. 또한 과학과 유사 과학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위해 과학의 비판적 방법론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과학을 역사, 종교, 사회,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한다.  


저자가 과학자로서 가장 노력하고,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점은 과학의 대중화다. 그런데 정작 과학과 기술이 극소수의 사람 손에 들어가 공공의 이익과 대중의 비판 능력을 저하시키는 동안 대중 매체의 콘텐츠들이 앞서 미신과 유사 과학을 조장하고 있다. 저자는 긍정적 의심의 정신을 강조한다. 이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의심의 정신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그 이유는 회의주의, 의심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만 사용되어 일반적으로 기피 대상이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자와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자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이를 이용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례로 UFO에 대한 환각을 대표하는 것은 상업성이다. 이 둘은 맞물려 요정, 괴물, 마녀 등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 다각적으로 돈벌이에 이용한다. 심령 치료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를 먹이 삼아 증식한다. 과학의 오류는 명확해서 실패할 경우 교정이 가능하다면 심령 치료는 오류 자체도 모호하고 이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처럼 헛소리와 속임수는 정치, 사회, 종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사실들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악마를 숭배하고, 누군가를 제물 삼아 위기를 넘기려는 시도는 불안정한 시대와 맞물려 나만 무사하면 된다는 사고 방식과 닿아있다. 그래서 과학보다는 유사 과학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내 나름으로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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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엇보다 회의주의(의심성)의 가치에 대해 역설한다. 확증을 잡고, 실질적인 논쟁이 가능하도록 해야하며, 권의주의에 빠지지 않아야 하고, 반증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신중하게 설계된 실험이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약점을 인식하고 최대한 폭넓게 여러 의견을 들으며 자신이 저지른 오류나 실수를 거울삼아 자기 비판을 하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다. 인간이 갖는 한계를 인지하고 더 나은 데이터를 찾으려 노력하며 기회주의에 물들지 않고 지속할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한다.  


과학의 핵심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과 모든 아이디어를 회의적인 시작에서 철저히 조사하는 것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헛소리로부터 심오한 진리를 구별해 낼 수 있다. 즉 창의적인 사고와 회의적인 사고의 합작이 필요한데, 이 슬기로운 합작이 과학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다. 의심할 줄 아는 정신과 경이를 느낄 줄 아는 감성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키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얘기한다.   


과학적 사고는 인류의 태동부터 함께해 왔고, 과학적 성향은 어느 시대, 장소, 문화에서든 우리 안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는 과학이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누구나 과학적 소질을 타고 났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어린시절의 뜨거운 과학적 호기심이 지속되지 않는 것에 대한 원인을 무관심, 부주의, 회의주의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과학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청중에게 이야기할 때 쉬운 어휘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중매체나 일반 대중을 위한 강연, 초중고등학교의 교재에서 과학의 핵심 내용과 그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 애써야한다고 말한다. 과학은 과학자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 전체에 의해 이해 및 수용되어야하고, 그러한 일들은 과학자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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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경이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대중화를 소홀히 한 까닭에 틈새를 허용했고 그 자리를 사이비 과학이 채웠다. 어떤 것이 지식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수용되기 위한 적절한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널리 이해했다면 유사 과학이 발붙일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나쁜 과학이 좋은 과학을 몰아내고 있다.  


질병, 의학, 에너지, 농업 등 어느 한 분야도 과학과 기술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과학을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삶의 편리성 저하가 아니다. 물론 무기, 생체 실험, 상업적 이용 등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이러한 과학의 힘은 과학자와 정치인에게 책임을 요구한다. 저자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전 지구적 관점과 미래 세대의 관점을 가지고 민족주의 및 쇼비니즘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자 의무라고 지적한다. 좋든 싫든 우리는 과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려면 차라리 과학을 최대한 이용하는 편이 낫다. 미신과 유사 과학의 방해를 이겨내고 과학의 본성을 신뢰하고, 과학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무기)로 인해 과학이 불온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이 추구하려는 본질적 진실은 민족적.문화적 편견과 대체로 무관하고, 국경을 따지지 않으며, 과학 자체는 국적을 초월한다. 그래서 오히려 이러한 요인들로 과학자 대부분이 정치 및 사회 비판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과학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공교육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럼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5장의 속임수와 비밀주의를 군사와 무기, 중세 문헌의 사례를 들어 얘기하는 부분에서 무척 흥미로웠고, 12장의 헛소리 탐지기는 격하게 동의한다. 특히 다른 사람과 논쟁하기 전에 자기 주장을 헛소리 탐지기로 점검하라는 말씀이 나 스스로에게도 적용 가능한 일이라 무척 좋았다. 특히 23장에서 기초과학의 예산 축소에 대한 정부를 향한 쓴소리는 깊이 공감하는 바다.   



저자의 과학에 대한 애정을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다. 유사 과학과 그로인한 피해, 과학의 대중화와 더불어 인류에 미칠 영향까지 고민하며 과학자가 가져야할 소명 의식을 피력한다.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고, 과학자가 쓴 책에서는 드물게(?) 뭉클함까지 전해진다. 과학의 대중화를 강조하는 저자의 책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족
그야말로 가독성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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