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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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침묵의 망망대해 앞에서 종이 제방을 쌓는 행위다.
침묵, 오로지 침묵만이 결정권을 얻는다. 다량의 단어들에 분산되어 있는 의미를 굳건히 견지하는 것이 곧 침묵이기 떄문이다. 결국 글을 쓸 때, 우리는 침묵을 향해 가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침묵을 향해 간다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 표현인가. 글이란 드러내는 것 아니었나? 개인의 생각을, 신념을, 영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글일텐데, 어째서 실비 제르맹은 침묵을 향해 간다고 했을까.  


이에 앞서 실비 제르맹은 작가는 청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등장인물의 말과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렬한 표현은 등장인물의 몫이고, 그들의 외침이 드러나도록 침묵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는 걸까.  


등장인물들 혹은 작가 본인이 화자가 되어 엄청나게 수다스러운 작품이 있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선생, 톨선생 등).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실비 제르맹의 작품은 인물도, 화자도 말이 많지 않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독자를 압도한다. 곰곰 되짚어보니 실비 제르맹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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