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
귄터 그라스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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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케는 지독한 공붓벌레는 아니었고 적당히 노력했으며 옹졸하거나 비겁하게 굴지 않았다. 그리고  불결하고 추잡한 장난에는 동참하지 않았기에 잠수 외에 다른 면에서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자신을 향한 박수에 그는 내심 기뻐했고 그의 울대뼈는 자극을 받았다. 열네 살 말케는 소년단에서 내쫓겨 히틀러 청소년단에 강제 입단되었는데, 당시를 감안하면 그 자체로는 흔한 사례였지만 말케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특별한 사례였기에 전설적이 평판이 따라붙었다. 말케는 여름이 지나자 옷에 털술을 다는 것을 유행시켰으나 겨울이 되어 잠수도 할 수 없고 너도나도 털술을 다는 바람에 자신의 특색이 사라지자 핀으로 고정시킨 목도리를 하고 다닌다. 말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적이 있을까? 말케가 털술을 목에서 떼어냈을 무렵, 학교를 졸업하고 군인이 된 선배가 전방에서 처음으로 돌아와 전교생을 앞에 두고 강당에서 연설을 했다. 그의 목에는 전쟁에서 공적을 세운 증표인 철십자상 봉봉이 걸려 있었다. 선배의 열띤 연설에 학생들이 전쟁의 승리에 도취되었다면, 말케가 도취된 것은 오로지 봉봉 뿐이었다.  








화자 필렌츠는 지난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말케에 대해 서술한다. 말케는 또래의 소년들보다는 성숙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유난히 큰 울대뼈를 결함으로 여겨 드라이어와 털술, 목도리를 이용해 떻게든 이를 가리고자 애쓴다. 그런데 어느날 전쟁 영웅의 목에 걸려있는 철십자상 봉봉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말케의 목표는 정조준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쟁과 자원입대에 무관심했던 말케는 자원입대하고 전쟁 영웅이 되어 훈장을 획득한 후 모교의 강연하기 위해 모교로 돌아온다. 그가 강연 사례로 받고 싶은 것은 오직 강당에 서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목표를 이룬 말케는 만족했을까?


화자 필렌츠는 말케의 울대뼈를 쥐에, 자신(대중)을 고양이에 비유하면서 말케를 부추기고 몰아간 공범으로서의 죄의식을 고백한다. 그런데 집단 안에서 존재하는 이들 중, 필렌츠의 고백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귄터 그라스는 전쟁 영웅을 앞세워 대중을 선동하며 많은 사람을 죽일수록 받게되는 훈장을 동경의 대상으로 만든 나치와 이에 화답하듯 무분별 무의식 무비판적으로 열광하는 민중을 비판한다. 이것은 전범국 국민으로서 갖는 반성이자 더 나아가 현재에도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인 민중을 향한 쓴소리다.


자기만의 공간이었던 난파선이 아직 그대로 있는지 알고 싶은 말케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필렌츠의 대화, 그리고 군화를 벗어놓은 채 무선실로 들어간 말케의 행위에서 독자는 비극을 짐작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비극은 말케를 동경하는 어린 소년들의 모습이다. 민중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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