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널리스트 : 조지 오웰 더 저널리스트 2
조지 오웰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기사와 기고문, 칼럼들 중에서 일부를 엮은 문집이다. 평등, 진실, 전쟁, 미래, 삶, 표현의 자유 등 6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주제에 대한 오웰의 관점이 아주 잘 드러난 글들이 실려있다.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 쓰여있는 "이런 시대에 살면서 전체주의나 민주적 사회주의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문장처럼 '오늘'을 써내려갔던 조지 오웰. 전체주의와 자본주의를 경계하고 자신이 지지했었던 사회주의와 자국 제국주의를 성찰함과 동시에 가장 낮은 곳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글을 썼던 오웰은 죽기 전까지 체념이란 없었다. 그는 사회의 어둡고 이기적이며 폭력적인 부분을 들춰내 비판하면서도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오웰은 애국주의와 국수주의를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소속 집단의 이익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리고 제국국의 국민으로 살았음에도 식민지의 국민과 유색인종, 소외 계층의 고통을 잊지 않고 드러내며 힘있는 국가가 자국 국민의 이익을 명분으로 정의와 신념을 저버리는 행위를 성토했다. 또한 수면 아래에 있는 진실과 대중에게 보여지는 진실이 다르고, 소설 <1984>에 나타난 것처럼 역사가 진실을 기반해 쓰여지지 않는 것을 저항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을 우려했다.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인종차별과 난민 문제, 역사 왜곡 등을 떠올려 보면 오웰의 우려가 지금까지도 유효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정치적이어야만 할까? 혹은 정치를 가까이해야 할까? 오웰이라면 이러한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노동과 (사회)민주주의는 보통의 국민이 정치적 시선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 교육, 주택, 저출산, 고령화 등 평화로운 삶을 위한 사회적 혁명이 모두 정치를 통해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절대로 정치를 외면하면 안되는 이유다. 오웰은 2차 대전 이후 상시적 전쟁을 예측했다. 앞으로 두세 개의 '초국가'가 분열하고, 초국가들 사이에서 상시적 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역사와 교육의 왜곡으로 사상의 자유는 억압받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 돌입함으로써 오웰의 예측은 상당수 일치했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신자유주의 시장인  현재를 들여다볼때, 총 대신 돈으로 상시적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오웰의 진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오웰은 사회의 원동력은 노동자에 기반하고 있으며 평범한 노동자는 막대한 힘을 가진 중요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대다수 사람들은 '노동'이라는 단어를 경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후 정규직 개념이 거의 사라진 현재, 노동의 제도화는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지구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불안정은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 외환 위기가 극복됐다고 한지 십수 년이 지났다. 그런데 대다수의 서민은 여전히 IMF 시대를 살고 있다. 오웰은 퇴출이 명백해진 자본주의의 빈자리를 과두제가 대신할지, 진정한 민주주의가 대신할지 질문한다. 그런데 오웰의 예측은 안타깝게도 틀렸다.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더욱 강력해졌으며 각 국가 내, 그리고 각 국가별 빈부의 격차는 극단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 1946년에 던진 오웰의 질문을 지금이야말로 다시 물어야한다. 오웰은 진정한 악은 상대가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행위라고 썼다. '악'을 자처하는 자, 누구일까?

사회 부조리와 불평등을 몸소 겪었던 조지 오웰. 그의 시선은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고, 펜 끝은 억압하는 자들을 가리켰다. 그는 '언론 재벌'로 일컬어지는 대형 언론에만 국영화를 실시하고, 소규모 독립 언론은 그냥 남겨두라는 제안을 한다. 그런데 정경유착과 기업의 광고에 기생하는 언론이 거의 대부분인 한국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오웰이 생각하는 진정한 언론의 자유란 소수 의견을 인쇄하고 배포하는 행위가 쉽게 이루어지고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는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소규모 언론이 생기기를 바라며, 거대 정당이 양분하지 않는 다수의 소수 정당이 국회에 자리하기를, 나 역시 바람한다.  
 
조지 오웰이란 사람의 글을 한 달 이상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그와 밀착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당분간은 오웰의 글에서 멀어지겠지만, 삶을 열망했던 그의 에너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받아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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