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의 데뷔작. 중편과 단편이 수록된 책. 이후 필립 로스가 내놓는 명작들의 뼈대가 이 책에 들어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몇몇 작품이 떠올랐다.

사실 입으로 말하기 전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런 감정을 만들어내고 소유하게 되었다. - P38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대에게, 세상에게 바치며, 삶을 찾아 그대에게로 간다. 그리고 그대, 오하이오 주립대학에게, 그대 콜럼버스에게, 우리는 고맙다고 말한다. 고맙다. 그리고 잘 있어라. 우리는 그대를 그리워할 것이다. 가을에, 겨울에, 봄에 그러나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굿바이, 오하이오 주립대학, 굿바이, 적과 백의 엠블럼, 굿바이, 콜럼버스……… 굿바이, 콜럼버스……… 굿바이…..." - P172
"나는 너를 사랑했어, 브렌다, 그래서 걱정을 했던 거야."
"나도 너를 사랑했어. 그래서 애초에 그 빌어먹을 걸 얻으러 갔던 거야."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말한 시제를 들었고, 우리 자신에게로, 침묵으로 물러났다. - P219
나는 분명히 브렌다를 사랑했다. 그러나 거기 서서, 이제는 그녀를 더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내가 그녀를 사랑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꽤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하리라는 것도, 내가 다른 누구에게 그런 정열을 그러모을 수 있을까? 무엇이 그녀에 대한 내 사랑을 낳았든, 그것이 그런 뜨거운 욕망 또한 낳은 것 아닐까? - P220
하루의 빛을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동트는 것은 출생, 해가 지는 것, 즉 가장자리 너머로 떨어지는 것은 죽음. 그렇다면 오지 프리드먼이 야생마가 뒷발로 걷어차듯 두 발로 빈더 랍비의 뻗은 두 팔을 차면서 몸을 꿈틀거려 회당 지붕에 달린 문을 통과했을 때, 그 순간에 하루는 쉰 살이었다. 쉰이나 쉰다섯살이라는 나이는 십일월의 늦은 오후를 대체로 정확하게 반영한다. - P237
누구도 좋은 쪽으로든 아니면 나쁜 쪽으로든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해,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오직 자기를 증명하는 것뿐이야. - P267
문제의 발단을 찾아내려면 얼마나 멀리까지 돌아가야 하는 걸까? 나중에 시간이 더 나면 엡스타인은 이런 질문을 하게 될 터였다. 언제 시작되었을까? - P334
"당신 너무 나가는 거야, 엘리. 그게 당신 문제야. 당신은 어떤것도 적당히 할 줄을 몰라. 사람들은 그러다 자멸한다고." - P432
희생의 삶에서 한번 더 희생한다는 것이 뭐가 어렵겠습니까? 하지만 희생 없는 삶에서는 한 번의 희생도 불가능한 것이지요. - P435
어쩌면 자신이 미치는 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미치는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다니! 미치는 것을 선택했다면 미친 것이 아니었다. 선택하지 않았을 때가 미친 것이었다. 그래, 그는 정신이 돈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봐야 할 아이가 있었다. - P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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