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특이한 소세키의 연작 소설이었다.




그 사람은 아무리 쾌청한 하늘 아래 있어도 사방이 꽉 막힌 것 같아 괴로웠다고 한다. 나무를 봐도 집을 봐도 거리를 걷는 사람을 봐도 또렷이 보이지만 자신만 유리 상자에 넣어져 바깥 존재와 직접 연결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아 결국에는 질식할 것같이 힘들었다고 한다. - P89

나는 늘 생각한다. 순수한 감정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아름다운 것만큼 강한 것은 없다‘라고, 강한 사람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만약 지요코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아내의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 빛이 꼭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정의 빛도, 사랑의 빛도, 혹은 깊은 사모의 빛도 마찬가지다. 나는 분명 그 빛 때문에 꼼짝하지 못할 게 뻔하다. 그것과 같은 정도로 또는 그 이상으로 빛나는 것을 그녀에게 답례로 돌려 주기에는 감정에 좌우되기 쉬운 나는 너무나 모자라다. - P244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를 억지로 안는 기쁨보다는 상대의 사랑을 자유의 들판에 놓아주었을 때의 남자다운 기분으로 내 실연의 상처를 쓸쓸하게 지켜보는 것이 양심에 비추어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 P274

내 머리는 내 가슴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P287

지요코처럼 모든 것을 다 드러내놓고 속을 보여주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이 보면 늘 뚱한 태도를 보이는 나 같은 사람은 결코 마음에 들 리 없겠지만, 거기에서는 또 꿰뚫어 볼 수 없는 묘한 마음의 존재가 희미하게 보여서 그녀는 옛날부터 나를 완전히 간파할 수 없었고, 따라서 경멸하면서도 어딘가 무서운 구석을 가진 남자로서 어떤 의미에서 존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공공연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지요코도 마음속 깊이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고 나도 부지불식간에 그녀로부터 내 권리로 요구하고 있던 사실이다. - P305

"좀 들어보세요. 그건 피차일반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그걸로 좋아요. 뭐 받아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왜 사랑하지도 않고 아내로 맞이할 생각도 없는 저한테…왜 질투하는 거예요?" - P308

말이나 행동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오라버니의 태도가 모욕을 준 거예요. 태도가 주지 않아도 오라버니의 마음이 준 거예요. - P309

사물의 진상은 모를 때야 알고 싶은 법이지만 막상 알고나면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라며 지나간 옛날이 부러워 지금의 자신을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자신의 결론도 어쩌면 그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고는 단상에서 물러갔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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