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비참하다. 머리를 쓸면서 책을 읽었다.

그들은 오늘 음식을 얻어먹지 않아! 야전 병원에 있거나 공동묘지에 들어갔거든. - P12

물론 뱀이 죽은 것이 칸토레크 선생 탓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런 것을 그의 탓으로 돌린다면 대체 세상에 죄를 뒤집어쓰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세상에는 칸토레크 같은 사람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파멸을 맞게 된다. - P20

우리 또래가 어른들보다 더 정직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우리보다 나은 점은 상투어를 사용하고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능력뿐이다. 처음으로 쏟아지는 포탄을 뚫고 돌격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포화를 맞으면서 그들에게서 배운 우리의 세계관이 무너지게 되었다. - P21

강철 같은 청춘. 청춘이라! 우리는 모두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리다고? 청춘이라고? 그건 다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는 어느새 노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 P27

하지만 그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울기만 할 뿐이다. 그는 자기 어머니, 자기 형제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그럴 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열아홉 살 된 자신의 조그만 생명과 홀로 대면하면서, 그 생명이 자신을 떠나려 하기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다. - P40

소년 병사는 수송 과정을 도저히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기껏해야 2~3일밖에 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온갖 고통은 그가 죽을 때까지의 이 기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아직은 몸이 마비 상태라 그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시간만 있으면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고래고래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것이다. 앞으로 비록 며칠간 살아 있다 하더라도 그는 미칠 것 같은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고통스럽게 하루 이틀 더 산다고 해서 누구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 P82

포탄에 맞는 것도 우연이듯이 내가 살아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우연이다. 포탄으로부터 안전한 엄폐부에서도 나는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엄폐물이 없는 전쟁터에서 열 시간 동안 포탄이 비 오듯 쏟아져도 상처 하나 없이 무사할 수 있다.어떤 군인이든 온갖 우연을 통해서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그리고 군인이면 모두 이런 우연을 믿고 신뢰하는 것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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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3-01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전쟁이 일어난 곳이 있어서 걱정이네요 그것뿐 아니라 북한이 미사일 쏘았다는 말도 있고... 그건 걱정하는 사람 별로 없을까요 가끔 그래서...


희선

새파랑 2022-03-01 07:14   좋아요 1 | URL
우크라이나 사태 보고 불현듯 이 책을 꺼내서 읽었는데, 1차세계대전이 배경이긴 해도 전쟁은 너무 참혹하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