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는 사강의 취향을 좋아하나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P1

"모르는 것은 쓸 수가 없다. 느끼지 못하는 것도 쓸 수가 없다. 체험하지 않은 일은 쓸 수가 없다" - P2

어떤 단어들은 돌이킬 수 없는 기억처럼, 그에게 잔인하고 조용하게 고통을 주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단어들이 있다.) - P24

샤를은 루실의 머리가 어깨에서 떨어져나간 걸 느끼고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 즉시 마음에 드는 누군가가 나타났을 때 루실이 짓는 표정, 거의 체념한 듯한 부드럽고 생각에 잠긴 그 표정을 알아차렸다.

(연인의 마음이 흔들림을 알아채는 몸짓) - P60

"다리가 하나 더 있네요. 우리가 함께 건넌 다리들이 꽤 많았죠." - P64

그녀는 자기 얼굴 위의 이 주의 깊고 온화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이 얼굴을 이제 자주 보게될 것이며, 거기에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다. - P65

"그래서요?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가 마음에 드는 건 정말로 불가능한 건가요? 난 결코 평화로울 수 없는 걸까요? 이게 대체 무슨 법이죠? 그래서 당신은 무슨 자유를 누렸는데요?"

(너무 욕심이 많은 루실. ) - P68

"난 이제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널 볼 수 없어, 마음이 아프지 않고는 네가 떠나는 걸 볼 수 없고, 시선을 돌리지 않고는 다른 사람 앞에서 너한테 얘기할 수 없을 거야."

(이런 것도 한순간일 뿐이다.) - P71

많은 은밀한 관계들이 이런 식으로 침묵과, 질문의 부재와, 되짚지 않는 문장과, 작정하고 선택한 평범한 단어, 너무 평범해서 엉뚱해 보이는 단어에 의해 발각된다. - P83

"사람들은 점점 두려운 거예요. 늙는 게 두렵고, 가진 걸 잃을까 봐 두렵고, 원하는 걸 얻지 못할까 봐, 삶이 지루해질까봐, 자기가 지루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거죠, 늘 불안하고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거예요." - P86

우리는 행복할 때 다른 이들을 기꺼이 자신의 행복의 조력자로 간주한다. 다른 이들이 의미 없는 참관자에 불과했음을 깨달을 때는 오직 우리가 더는 행복하지 않을 때다. - P104

고독 속에서도 더러 완벽한 행복의 순간이 있다. 위기의 순간엔 외부적인 어떤 것보다도 기억이 우리를 절망에서 구한다. 우리는 우리가 혼자서, 아무 이유 없이 행복했었다는 걸 안다. - P125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다. 이런 날이 오고야 말 줄 알았다. 남자들이란 끔찍스럽게 피곤한 존재들이었다. 오후까지는 결정을 해야 하리라. ‘결정‘은 그녀에겐 가장 끔찍한 프랑스어 단어 중 하나였다. - P133

"왜 내가 없어서 지루했어요? 나한테서 뭐가 더 새로워서요?"

"다 새로워, 잘 알면서."

(이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 P135

그는 미쳤다. 미쳤고, 고약했다. 그녀는 그가 두려웠다. 동시에 여전히 그가 좋았다. - P144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에게 그들이 쾌락으로 맺어지고, 웃음으로 맺어진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그들은 고통으로도 맺어져야 했다.

(좋은 걸로만 맺어진 사랑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 P170

"루실, 언젠가 나한테 돌아와요. 난 당신을 당신 자체로 사랑해, 앙투안은 자기 짝으로서 당신을 사랑하지. 당신과 함께 행복하고 싶은 걸 거고, 그 나이엔 그게 맞아. 하지만 난 당신이 나와 무관하게 행복하기를 바라오. 기다리겠소, 내가 할 일은 그것뿐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모든 걸 받아주는 패키지 사랑) - P179

그들 사이엔, 심지어 가장 감미롭고 다정한 순간에도, 불안하고 난폭한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그들은 더러 이 불안감으로 괴로워하면서도, 혹여 그들 중 누군가의 가슴에서 이 불안감이 사라진다면 그건 동시에 사랑도 사라졌다는 의미라는 걸 막연하게나마 인식했다.

(불안이 사라지면 더이상의 셀레임도 없다.) - P186

그들은 무엇이 되었는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객선이었던 이 침대가 표류 중인 뗏목으로 변했고, 그토록 친근하던 이 방은 추상적이 되었다. 그가 루실의 머릿속에 미래의 개념을 주입했고, 그럼으로써 그들 사이의 미래를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 P225

"왜 날 아직도 사랑하죠? 왜?"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지. 당신이 이해하든 말든 그건 정말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소. 그리고 당신의 행복하려는 의지도 사랑하고." - P247

"알다시피 사람들은 늘 사느라 바쁜데, 당신은 당신 때문에 바쁘단 말이지. 대충 그렇소, 설명을 잘 못하겠어."

(사는것보다 자신때문에 바쁜 사람이 있다.) - P248

루실은 걸어서 돌아왔다. 집으로, 샤를에게로, 고독에게로, 그녀는 자신이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든 삶으로부터 영원히 박탈당했다는 것을 알았고, 박탈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사랑보다는 현실을  택하는 그녀에게 남은건 고독 뿐이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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