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도 <암흑의 핵심>만큼 좋다. 문장이 어려워 꼼꼼이 읽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믿어주려는 순간 내 신념이 무한한 힘을 얻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노발리스
그러나 바다에서의 삶보다 더 유혹적이고 더 환멸적이고 더 사람을 사로잡는 삶이란 없기 때문에 그는 돌아설 수도 없었다.
(바다의 삶이란 그런거다) - P25
삶은 수월했고 그는 너무나 자신이 있었다. 너무 자신이 있었기에 그가 명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서서 몰래 졸고 있는 건지 분간하는 선은 한 가닥의 거미줄보다도 더 가늘었다. - P46
천둥소리, 그것도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 같은 희미한 소음이 천천히 지나갔는데, 그것은 소리라기 보다도 진동에 불과한 것이었다. 마치 그 천둥이 물속 깊은 곳에서 으르렁거렸던 것처럼 배는 그 소리에 반응하며 떨렸다. 타륜을 잡고 있던 두 말레이인들의 눈이 백인들을 향했다. 그러나 그들의 검은 손은 타륜의 손잡이를 놓지 않고 있었다. 운행 중이던 선명한 선체는 마치 유연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 전체 길이가 모두 지나도록 잇달아 몇 인치씩 솟구치는 듯하다가 다시 가라앉더니 잔잔한 바다 표면을 가르는 일로 근엄하게 되돌아갔다. 배가 마치 진동하는 물과 웅얼대는 공기로 가득한 좁은 수로를 모두 건너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진동이 멈췄고 희미한 천둥소리도 끝났다. - P48
인간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약함이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 또 반생이 넘도록 우리에게 숨겨져 있어서 더러는 그것을 감시하기도 하고 못 보기도 하고, 또 더러는 기도로써 그것을 막으려 하고, 사내답게 멸시해 버리고, 또는 억압하고 무시하기도 하지만, 그런 나약함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일세.
(나약함으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 - P71
"아무에게서도, 이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서도, 도망가지는 않겠어요." - P118
내가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자처하지는 않겠네. 내가 볼 수 있도록 그가 허용해 준 자신의 모습은 짙은 안개속의 갈라진 틈으로 흘낏 보이는 풍경들 같았어. 그 생생하지만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마는 세부 광경의 조각들은 한 지역의 전체적인 경치에 대해서 조리 있게 알 수 있도록 해주진 않아. 그 조각들은 호기심을 부추기기만 했을뿐 충족시켜 주지는 않았어.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 P119
사람들은 흔히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고 말았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가 바로 그런 상태였던가 봐. 그 상태를 묘사하려고 그가 썼던 간결한 표현은 입이 "바싹 타더라"는 거였어. - P132
희망이 줄어들면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더 강해져서 결국은 삶의 욕구까지 정복해 버리게 되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을때란...) - P137
"되돌아갈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마치 우물 속으로 뛰어든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깊이가 한량없는 구멍 속으로 말입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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