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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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해 있던 암흑은 도저히 침투할 수 없는 암흑이었어. 내가 그를 바라볼 때면 마치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절벽의 밑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는 기분이었으니까"


20세기 영국 소설을 개척한 "조셉 콘래드"의 문명과 야만, 인간 본성의 그늘과 제국주의의 위선을 파헤친 대작이자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 소설인 <암흑의 핵심>을 9월 마지막 날에 읽었다.


암흑의 핵심은 콩고강의 상류였을까? 사람의 마음이었을까?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읽다보면 두가지가 그려진다. 하나는 아프리카 오지의 강을 거슬러서 암흑을 찾아가는 배, 다른 하나는 암흑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나의 모습이다.


어려서부터 아프리카 탐험을 꿈구는 주인공 "말로"는 친척의 도움으로 당시 벨기에령이었던 아프리카 콩고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선장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리카로 탐험을 떠난 사람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는 우리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그 거대한 세계의 표면에 깔린 정적이 호소를 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위협을 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네.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그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단 말인가? 우리가 그 말없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세계가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  P.60


우여곡절 끝에 아프리카에 도착한 "말로"는 자신이 선장으로 근무할 배가 고장나 있음을 발견하고 어렵게 수리를 한다. 그리고 그는 하류에 있는 주재원 사람들과 함께 콩고 강의 상류 교역소에 있는 "커츠"라는 사람을 데리고 오기 위해 콩고강을 거슬러 암흑으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타고 있던 기선뿐이었는데, 기선은 마치 용해 직전에 있는 것처럼 그 윤곽이 흐릿했고 그 주위에는 두 피트 폭의 안개 낀 강물만이 보일 뿐이었어.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만 가지고 따진다면 이 세상의 나머지 부분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구. 아무데도 없었어. 없어졌거나 사라져버린 것이었지. 작은 속삭임이나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청소되어 버렸던 거야.]  P.91


"커츠"는 당시 아프리카 교역소에서 가장 많은 상아를 수집하던 사람으로, 그는 그가 속한 회사에서 가장 유능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그 많은 상아를 수집하였을까? 그는 원주민을 학대하여 많은 상아를 수집할 수 있었고, 잔혹한 행위를 통해 그곳에서 왕처럼 살고 있었다.

"커츠"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는 식민지 수탈에 몰두하면서 정신적인 타락을 겪게 되고, 결국 그의 마음은 암흑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열병에 걸렸음에도 그는 자신이 만든 왕국에 남고싶어 해서 자신을 찾아온 주재원 사람들을 위협하기까지 하며, 떠나기를 거부한다. 결국 "말로" 일행은 "커츠"를 데리고 다시 강의 하류로 배를 타고 이동하지만 이미 심한 열병에 걸린 "커츠"는 배에서 죽게 된다.

[그 상앗빛 얼굴에서 나는 음침한 오만, 무자비한 권세, 겁먹은 공포, 그리고 치열하고 기약 없는 절망의 표정이 감도는 것을 보았거든. 완벽한 앎이 이루어지는 그 지고한 순간에 그는 욕망, 유혹 및 굴종으로 점철된 그의 일생을 세세하게 되살아보고 있는 것이었을까? 그는 어떤 이미지, 어떤 비전을 향해 속삭이듯 외치고 있었어. 겨우 숨결에 불과했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두번 외치고 있었어. "무서워라! 무서워라!" ]  P.157


짧은 순간이었지만 "커츠"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말로"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는 단순하다. "말로"가 아프리카로 건너가 콩고강의 상류에 있던 "커츠"를 만나서 그를 데려고 나오지만, "커츠"는 열병에 의해 배에서 죽게 되고, "말로"는 "커츠"와의 만남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알로"의  인간본성에 대한 성찰이 독백으로 계속 이어지고, 이야기 속에 당시 식민지 개척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으며, 아프리카 오지인 콩고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만나는 정글의 풍경이 흐릿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문장 한문장에 집중하고 고민하면서 읽어야만 내용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콩고강의 암흑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200페이지가 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상당히 난해하여 읽는데 오래 걸렸고, 리뷰를 쓰기 위해 책을 한번 더 읽어야 했다.  적어도 세번은 읽어야 어느정도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살아 돌아오기 힘든걸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아프리카로 떠났던 당시 사람들의 마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이었을지, 부의 축적이라는 욕망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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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1-11-10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어제 받은 책인데 리뷰가 나와있어 반갑네요. 당선 축하드려요.
일단 책을 읽고 다시 와서 리뷰를 읽겠습니다 ^^

새파랑 2021-11-10 10:36   좋아요 0 | URL
와우 어제 받으셨군요~!! 암흑의 세계에 재미 있게 빠지시길 바랍니다 ^^ 전 아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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